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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18 19:19 (목) 기사제보 구독신청
문래숲 건물주 찾아와 “권리금 포기 도장 찍어라”
문래숲 건물주 찾아와 “권리금 포기 도장 찍어라”
  • 노철중 기자
  • 승인 2018.11.30 1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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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문패’ 작가 김순미가 들려준 문래창작촌 이야기

[인사이트코리아=노철중 기자] 문래창작촌은 서울의 다른 ‘핫 플레이스’와 다른 독특한 분위기를 가진 지역이다. 철공소와 예술가들의 공방 그리고 트렌디한 음식점과 주점들이 교묘하게 섞여 있다. 1980년대 분위기가 많이 남아있고 미로처럼 이어진 골목들 틈 사이에 건담 피규어가 빼곡하게 진열 돼 있는 파스타 집, 흥미로운 콘셉트의 카페·레스토랑·주점, 다양한 공예품을 만드는 공방 등이 듬성듬성 자리 잡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직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되고 있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문래창작촌의 아픈 속살을 들여다봤다.

낡은 철공소 건물 2, 3층에 입주한 예술가들의 작업실을 쉽게 찾을 수 없는 것처럼 이곳 예술가들의 상처도 자세히 들여다봐야 발견할 수 있다. 젠트리피케이션 단계에서 첫 번째로 내몰림을 당하는 사람들은 예술가들이다. 홍대·삼청동·연남동처럼 이미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된 지역에서는 초기에 터전을 일군 예술가들을 찾기란 쉽지 않다. 젠트리피케이션이 대략 7부 능선을 지나고 있는 문래창작촌에서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지난 5년 동안 성실히 예술가 정신으로 삶을 일궈온 두 명의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전에 문래창작촌의 역사를 알 필요가 있다. 문래창작촌은 2000년대 초·중반부터 대학로와 홍대입구 일대의 비싼 임대료를 피해 철공소가 밀집한 문래동으로 이주해 온 예술가들이 형성한 자생적 예술가 마을이다. 한때 철강단지가 위치한 거대 산업지역이었던 문래동 일대는 1980년대 이후 산업구조가 변화하며 대부분은 인천 남동공단으로 떠나고 군소 철공소들만 남게 됐다. 2층이나 3층의 활용성 이 떨어지는 철공소 특성상 빈 공간을 싸게 임대하게 됐고, 그곳에 예술가들이 찾아들면서 자연스럽게 철공소와 예술가가 공존하는 오늘날의 문래동이 됐다. 2013년 문래창작촌 지역은 서울시로부터 도시재생사업 지역으로 선정됐다.

문래창작촌도 2년 후면 젠트리피케이션 완료

2013년 문래창작촌에 입주한 이승혁 씨는 게스트하우스 운영자이자 공연·기획 프로듀서(PD)다. 그는 2년 전 건물주가 바뀌면서 최근까지 건물주와 갈등을 겪다가 결국 게스트하우스를 후배에게 양도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도시재생사업에도 참여해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와중에 갑자기 건물주로부터 나가라는 내용증명을 받았는데 충격이 너무 커서 살이 떨릴 정도였다”며 그는 그날의 악몽을 떠올렸다. 당시는 임대차보호법도 모를 때라서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맘상모)에 찾아가 조언을 구하고 관련 집회에도 참석하며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에 깊이 파고들었다. 지금은 문래창작촌 문제를 속속들이 알 수 있을 정도로 전문가적인 면모를 갖춘 듯 보였다. 현재 게스트하우스는 다른 곳으로 옮겨 운영하고 공연기획 등 창작활동을 위해 자신이 운영하던 게스트하우스 옆에 조그마한 사무실을 임대해 문래창작촌과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이 PD는 자신보다는 문래창작촌이 처한 상황을 알리고 싶어 했다. 그에 따르면, 3년 전부터 임대료가 오르고 1층에서 공업소를 하던 사람들이 떠나고 빈자리에 상점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사이 임대료는 50~80% 정도 오른 상태다.

“이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도시재상사업이 시작된 뒤부터 이런 곳을 돌아다니며 매매를 성사시키는 기획부동산들이 자주 보였던 것 같다. 그 뒤부터 갑자기 건물주가 많이 바뀌었다. 동시에 임대료도 오르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게 지자체에서는 도시재생 같은 이벤트를 만들고 건물주들이 기획부동산을 따라 다니며 한 지역을 정벌하고 또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씁쓸한 현실이다.” 이 PD가 자조 섞인 웃음을 보이며 한 말이다.

그는 “처음에 왔을 때 정말 재미있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뭔가 끈끈한 게 있었다. 생각이 비슷한 작가 친구들도 많았고 철공소 아저씨들이랑도 친해서 함께 잘 어울렸다. 작가들은 하나둘씩 모두 떠나고 이제는 우크렐라와 같은 공방 예술가들이 떠나가고 있다. 생각이 자유롭고 창의적이면서 실험적인 시도를 하는 예술가들이 일궈놓은 터전이 애먼 건물주와 부동산업자들에게 빼앗기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앞으로 2년 정도 지나면 이곳도 홍대나 연남동과 비슷해지지 않겠나. 이제 상가임대차보호법이 바뀌고 했으니 과거가 되풀이되지 않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 안 쫓겨나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했다.

김순미 “권리금은 세입자 피와 땀”

김순미 작가는 ‘얼굴문패’로 유명하다. 김 작가의 경우, 건물주가 권리금도 못 주고 무조건 나가라고 하는 상황이다. 그는 5년 전 다 무너져가고 쇠톱밥이 발목까지 차 있는 이곳(1층)을 빌려 각고의 노력 끝에 ‘숲’이라는 아기자기한 작업실을 꾸몄다. 비용은 오직 김 작가의 몫이었다. 늦은 나이에 목공예를 처음 배웠는데 새롭게 창작하는 게 마냥 좋아 시작하게 된 일이다.

출근하듯 매일 작업실에 와서 처음 만든 작품이 ‘얼굴문패’다. 이웃 주민들의 얼굴을 조각한 세상에 하나뿐인 문패는 그만의 순수 창작물이다. 돈도 받지 않고 선물로 나눠주고 그 숫자도 많이 늘어나다 보니 어느새 김 작가의 작업실 ‘숲’은 ‘문래숲’이란 이름으로 창작촌에서 가장 핫(hot)한 명소가 됐다. 전시회도 열고 작가로서 자리매김도 했고, 그의 작품을 사겠다는 사람도 생겨 이제는 그 가치도 인정받았다.

김 작가는 “이제 ‘숲’은 문래동이 창작촌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상징이 됐다. 사람들이 처음에 오면 이곳이 창작촌인지 잘 모르는데 요즘은 문래숲을 검색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며 “문래숲은 마치 문래동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이름표 같은 곳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피땀 흘려 일궈놓은 공간을 빼앗길 처지에놓였다. 그동안 세 번의 계약이 이뤄졌다. 여태까지 문제 삼지 않고 계약했는데 네 번째 계약할 때 건물주가 특약사항에 권리금을 줄 수 없다는 내용을포함한 계약서를 들고 찾아 왔다. 김 작가는 이번에는 도장을 찍지 않았다. “세입자가 자기 권리를 주장했을 뿐인데 건물주는 나를 ‘까다로운 사람’ ‘못된 사람’ ‘돈만 밝히는 아줌마’라고 하면서 오히려화를 냈다. 또 권리금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을 내가 구하겠다고 하니 그것도 안 된다며 무조건 나가라고 한다.”

결국 그는 상가임대차보호법에 따라 ‘권리금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와 같은 처지에 놓여 내몰리는 예술가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선례를 남겨야겠다는 생각에서다. 그런 취지에서 문래숲 앞에 불합리한 임대료 문제를 비판하는 전시회도 열고 있다. 전시 기간은 ‘쫓겨날 때까지’다. 전시 주최는 ‘문래숲을 지지하는 전시기획모임’이고 전시 제목은 ‘문래창작촌의 자존심, 숲은 살아있다 展’이다. 부제는 ‘쫓겨나는 이웃, 사라지는 마을 멈춰! 젠트리피케이션’이다. 김 작가는 “보통 작가들은 전시할 때 작업을 안 한다.

밖에 전시회를 하면서도 작업을 계속하는 이유는 이 복잡한 상황을 잊기 위한 것”이라고 고충을토로했다. 그는 또 “쫓겨날 때까지 그리고 쫓겨나더라도 작업은 계속할 것”이라며 창작 의지를 분명히했다. 그는 “세입자는 자기 요구만 해도 못된 사람이 된다. 건물주들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상생하려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전시회와 소송 승소를 통해 자기들이 벌이는 횡포가 심하다는 것을 분명하게 말해주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끝으로 사족 하나. 김 작가를 만나는데 같이 동행한 이 PD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계약갱신청구 기간을 최대 5년에서 10년으로 늘린 상가임대차보호법을 보면 세입자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권리들이 마치 정치인들이 선심 쓰듯이 내놓은 선물인 것처럼 포장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또, 어떤 건물주는 이번 개정안을 악의적으로 이용해 지금보다 더 높은 임대료를 요구할 수 있다. 새 계약을 맺는 임차인에게는 계약연장 시 제한을 둔 인상률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 계약할 때 높은 임대료를 받을 수 없으니 애초에 왕창 뜯어내려는 심산이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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