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보던 보수신문 끊고 유튜브로 간 까닭은?
수십년 보던 보수신문 끊고 유튜브로 간 까닭은?
  • 문기환 전문위원 겸 새턴PR컨설팅 대표
  • 승인 2018.11.30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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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1000만명 돌파…가짜 뉴스도 많아
기자실은 많은 언론사 기자들이 한 곳에 모인 곳이기 때문에 치열한 경쟁의 장소이기도 하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통일부 남북회담본부 기자실.<뉴시스>

얼마 전 송년 모임에서 한 친구의 얘기를 듣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세상 돌아가는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돌연 그는 “요즘 믿을만한 언론이 하나도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돌아가신 아버지 시절부터 구독해 온 신문을 얼마 전에 끊었다고 한다. 평소 보수적 성향인 그가 이른바 국내 최대 보수 신문의 구독을 수십 년 만에 중단했다는 말이다. 지상파는 물론, 종편 TV 뉴스도 믿겠다며 유일하게 신뢰할 만한 매체를 다름 아닌 ‘유튜브 (YouTube)’에서 찾았다고 득의양양하게 얘기한다. 극우 보수층을 중심으로 구독자가 대폭 증가하고 있다는 ‘000TV’였다. 심심찮게 가짜뉴스(Fake News)를 양산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 바로 그 매체였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유튜브의 국내 구독자 즉, 한국 유튜버(Youtuber)의 숫자가 1000만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혹자가 말하길, 요즘 우리나라 언론 구독층의 판도는 크게 삼분(三分)돼 있다고 한다. 70대와 80대는 아직도 예전부터 집으로 배달되고 있는 종이신문을 보고 있고, PC와 스마트폰을 다룰 줄 아는 40대, 50대, 60대는 네이버의 기사 검색을 통해 그리고 10대, 20대, 30대는 유튜브를 애용하고 있다고 한다. 기존의 막강한 국내 언론사들이 1990년대 말 탄생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십수년 동안 그 자리를 빼앗기더니 이제는 미국의 구글사가 운영하는 세계 최대 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인 ‘유튜브’가 국내 구독층을 무서운 속도로 잠식해 가고 있는 듯 보인다.

귀로만 듣던 라디오 인기 프로그램들이 유튜브를 활용해 동영상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는 것은 벌써 오래 전의 일이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듯 일부 정치인들도 발 빠르게 개인 유튜브를 활용해 정치 홍보 활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그런데 최근 국내 모 대학 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성인 10명중 6명이 가짜뉴스를 본적이 있다고 하고 주요 출처를 “유튜브”라고 답한 점은 이 시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기업이 상대하는 언론사

이처럼 국내 언론사를 둘러싼 환경이 크게 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대체로 8000개의 크고 작은 언론사가 있다고 있다. 그런데 이중 약 10%인 800여개 언론사 기사만이 네이버 기사 검색을 통해 접근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시중에는 국내 최대 대기업 홍보실에서 이들 800개 언론사에만 광고를 제공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 이른바 네이버에 검색되는 언론사만 상대한다는 뜻이다. 과거 대기업들이 20개 정도 언론사를 상대한 시절이 있었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이 아니다. 1990년대 초반이니 불과 30년도 안된 때의 일이다.

그 시절에는 언론사 기자 중 출입기자라 하여 경제부나 산업부 소속 특정 기자들이 해당 기업을 전담으로 취재하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당시 기업 홍보실에서는 20개 언론사에서 파견된 20명의 출입기자들만 주로 상대하곤 했었다. 그리고 출입기자들의 편의 제공을 위해 그들이 상주하며 기사를 취재하고 작성한 후 언론사에 송고할 수 있는 시설, 즉 ‘기자실’을 운영하고 있었다. 수백 개 언론사와 수백 명의 출입기자들을 상대해야 하는 요즘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있다.

매출이 수천억원 규모가 되고 CEO가 홍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예외없이 조직내부에 홍보팀이 구성되어 있고, 본사 건물에는 기자실이란 공간이 있다. 이익을 중시하는 민간 기업에서 비용이 발생하는 별도의 공간을 유지하는 이유는 단 하나, 기업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고 싶어서다.

혹자는 홍보(PR)에 대한 정의를 ‘피(P)할 것은 피하고, 알(R)릴 것 만 알린다’ 또는 ‘피가 나도록 열심히 알린다’라고도 한다. 이 대목에서 돌발 퀴즈 하나. 피(P)할 것이 많은 곳은 불필요하고, 알(R)릴 것이 많은 곳이 필요한 것은? 답은 ‘기자실’이다. 즉 PR을 적극적으로 하길 원하면 기자실이 필요한 것이다.

필자가 홍보 담당자 경력을 시작한 1980년대 중반, 서울역 앞 대우그룹 본사 건물에도 기자실이라 부르던 별도 공간이 있었다. 아직 컴퓨터가 보급되지 않은 시절, 기자실의 필수 집기는 책상 몇 개와 그 위에 시외통화가 가능한 직통 전화기, 기사원고 작성에 쓸 원고지와 필기도구, 그리고 재떨이가 전부였다.

이 밖에 서비스 차원의 공동 편의 시설이 있었는데, 전날 밤의 숙취를 풀기 위해 잠시 쉴 수 있는 간이 소파, 간혹 있는 정부의 특별 담화 발표나 저녁 때 뉴스 시청을 위한 텔레비전(중요한 스포츠 경기 방송 때도 이용한다), 간단한 음료수가 들어 있는 소형 냉장고 등 결코 호화스럽지 않은 수준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얼마 후, 기자들의 전화 송고 수고를 덜어 준 팩시밀리라는 기계도 추가되었지만.

그 밖에도 여담이지만 일부 기업과 모 정부투자기관의 기자실에선 담요도 필수 장비로 구비하고 있었다고 한다. 요즘의 상황으로는 마치 전설처럼 흘러간 얘기에 불과하니 국방색 군용 담요의 용도는 독자들의 상상에 맡기겠다. 이렇게 기자실은 회사 입장에서 보면 기자들이 가까운 장소, 즉 바로 회사 건물 내에서 취재와 송고 업무를 하기 때문에 비교적 여유를 갖고 회사의 주요 홍보사안을 기자들에게 충실히 전달할 수 있는 매우 편리한 공간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기자 입장에서 보면 여러 언론사 기자들이 한 곳에 모인 곳이기 때문에 때때로 치열한 경쟁의 장소이기도 하다.

기자실의 특종

다음은, 기자실이란 작은 공간 안에서 다른 기자들의 눈치를 피해가며 어렵사리 대특종을 달성한 어느 종합일간지 기자에 얽힌 에피소드이다. 때는 20세기 마지막 해인 1999년 2월 말 어느 날 오후였다. 미리 전화를 걸어 (주)대우 기자실에 마침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A기자가 두툼한 가방을 어깨에 둘러맨 채 회사를 방문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기사 작성 때문에 오후 내내 기자실에서 취재를 하겠다고 한다.

필자는 혹시 대우가 관련된 종합상사 일이 아닌가 하여 기자실을 들러 슬쩍 물어보니 자신이 별도로 출입하는 해양수산부 관련 일이라고 했다.(그때나 요즘이나 대부분의 기자들은 여러 곳의 출입처를 갖고 있으며, 보통 가장 이슈가 많은 출입처 기자실을 베이스 캠프 식으로 이용하되 사안이 발생하면 해당 출입처로 이동하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다.)

그런데 A기자는 광화문에 있는 해양수산부 기자실에서 취재를 하지 않고 이 곳에서 한다고 한다. 무슨 사정이 있겠지 하며 다른 업무를 보고 있는데 A기자가 홍보팀 사무실로 들어온다. 기자실에 다른 기자들이 와 있어서 그런다며 사무실 전화와 팩시밀리를 사용하겠다고 한다. 강력한 호기심이 발동한 필자는 다그쳐가며 도대체 무엇을 취재하고 있는지를 물어 보았다.

그랬더니 해양수산부가 최근에 일본과 어업관련 협상을 마쳤는데,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이를 자신이 누군가의 제보를 받고 취재하고 있는데 대부분이 사실로 밝혀져 내일 아침 신문에 특종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얘기였다. 그러면서 필자에게 부탁하는 말은 종합상사나 (주)대우에 관련된 일도 아니므로 지금 기자실에 와 있는 기자들은 물론 다른 기자들에게도 절대 함구해 달라는 얘기였다.

기자실과 홍보팀을 수시로 오가며 취재와 송고를 마친 시간은 대략 저녁 7시 30분. 그제서야 한 숨을 돌린 A기자는 협조에 감사하다며 취재 가방을 정리하고 나선다. 그동안 필자도 나름대로 대특종의 탄생을 돕는다는 심정으로 다른 기자들이 눈치를 못 채도록 표정관리를 해가며 조마조마한 시간을 같이 보낸 것으로 기억한다.

다음 날 아침 그 일간지의 시내판에는 그물을 어선 두 척이 끌면서 조업하는 형태인 ‘쌍끌이’ 선단을 우리 협상팀 담당자가 일본 수역 내 어업 가능 선박 목록에서 누락한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다고 한다. 그 결과 수천억원의 어민 피해가 우려된다는 내용으로 ‘한일어업협상서 어처구니 없는 실수’라는 제목의 기사가 1면 톱으로 보도되었다.(필자 생각으로는 본시 고유명사 이던 ‘쌍끌이’라는 단어가 요즘 우리 사회에서 보통명사화 한 것이 바로 A기자의 ㈜대우 기자실 특종 보도 이후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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