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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건물주의 ‘밥’이다”
“우리는 건물주의 ‘밥’이다”
  • 금민수 기자
  • 승인 2018.11.30 1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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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임대차보호법 바뀌어도 실효성 의문...“권리금도 못 받고 쫓겨나”
3대 갑질 중 가장 악질적인 게 건물주의 임대료 갑질이라고 자영업자들은 호소한다. <금민수>

[인사이트코리아=금민수 기자] ‘자영업자를 울리는 3대 갑질이 있다. 바로 건물주 갑질, 가맹본부 갑질, 대기업 갑질이다.’ 지난 8월 국회에서 열린 ‘중소상공인 3대 갑질 근절법안, 국회는 응답하라’ 토론회에 참가한 정의당 소속 추혜선 의원이 했던 말이다. 기득권인 갑에 밀려 벼랑 끝에 놓인 자영업자의 처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3대 갑질 중 가장 악질적인 게 건물주의 임대료 갑질이라고 자영업자들은 호소한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지난 10월 16일부터 일부 개정돼 시행되고 있다. 다만 ‘상가건물 임대차분쟁 조정위원회’ 설치 등 일부 법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 한 날부터 시행한다.

핵심 내용은 ▲계약갱신 요구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 ▲권리금 회수기회 기간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 ▲권리금 적용 제외 대상에 전통시장 포함 ▲법률구조공단 및 지자체에 상가건물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설치 등이다.

계약갱신 요구 기간 확대는 꾸준히 지적된 문제였다. 임차인이 영업을 안정적으로 계속하기에 5년은 짧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제기됐다. 마찬가지로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기회 기간이 3개월로 지정된 현행법은 너무 짧은 기간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또한 2015년에 개정된 법에서는 일반상가 임차인에 대한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장했지만 대다수 영세상인이 영업하고 있는 전통시장이 포함되지 않아 논란이 많았다.

현행법은 임차인과 임대인의 갈등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음에도 상가건물 임대차 분쟁 해결을 위한 분쟁조정위원회 제도가 도입되지 않아 지난해 이를 도입한 ‘주택임대차보호법‘과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일각에서 개정을 환영하지만 디테일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경실련은 추가 입법을 주장하고 있다. 경실련은 계약갱신 요구 기간이 10년으로 확대된 것은 고무적이지만 시장에 혼선을 초래할 수도 있음을 지적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부칙 2조는 ‘이 법 시행 후 최초로 체결 되거나 갱신되는 임대차부터 적용’이라고 되어있기 때문이다.

궁중족발 이후, 지금도 전쟁 중인 서촌

비어 있는 궁중족발 건물. <금민수>

결국 1년 계약을 맺은 1~4년 차 임차인은 계약갱신 요구 기간이 10년으로 확대된다. 반면 4~5년 차임차인은 법 적용을 받지 못한다. 2년 계약을 맺은 3~5년 차 임차인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경우 새로 계약을 갱신하면 건물주 입장에서는 손해다. 계약 기간을 10년간 보장해야 하고 차임이나 보증금을 연 5% 이상 올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건물주는 계약을 종료한 후 차임과 보증금을 5% 이상 올릴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부담은 고스란히 임차인에게 돌아가는 구조가 될 수도 있다. 즉 상가 임대차 계약을 맺은지 3~4년이 지난 임차인들의 경우 쫓겨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으면 5% 이상 크게 오른 차임과 보증금을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 결국 기간 확대만으로는 임차인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없다는 얘기다.

경실련 관계자는 “권리금 회수기간을 6개월로 연장 하고 권리금 보호대상에 전통시장을 포함하며, 상가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은 바람직하다”며 “철거 재건축 시 우선 입주권 또는 퇴거 보상비 보장, 환산보증금 폐지 등 핵심적인 사항이 빠져 아쉽다”고 강조했다.

지난 6월에 발생한 궁중 족발 망치 사건은 자영업 자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건물주가 지나치게 올린 보증금과 임대료 때문에 갈등이 생겼고 결국 망치를 휘두르는 일까지 벌어졌다. 궁중족발 사장 김 아무개 씨는 2년 6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현재 궁중족발은 건물은 비어 있다.

근처에서 오랫동안 식당을 운영한 박정우(가명) 씨의 얘기다. “원래 임대료와 보증금을 올린 것은 건물주가 상인들을 내쫓고 건물을 팔려고 한 것이었다. 건물을 내놓았지만 궁중족발 사태가 언론에 수차례 보도되면서 사려는 사람들이 없다.”

박씨는 “젠트리피케이션이 과거형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그것은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며 “우리에게는 여전히 현재진행형” 이라고 밝혔다.

그의 말에 따르면 세종마을이 음식문화 거리로 지정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전까지 서촌은 조용한 동네였다. 그는 “우리는 단골손님 덕분에 먹고살았다”고 말했다. “서촌이 주목받기 전 이곳은 후미진 골목이었지만 정감 있는 골목이었다. 찾아오는 사람은 적어도 한번 온 사람은 여기를 잊지 못해 자주 왔다. 실제로 학생 때부터 단골로 오던 손님이 회사원이 되어서까지 찾아오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멋이 사라졌다고 한다. 서촌이 주목받으면서 남녀노소 많은 인파가 좁은 골목으로 몰렸다. 상권이 살아나자 너도 나도 이곳으로 몰려와 장사를 시작했다.

박씨에 따르면 예전에는 쌀집, 방앗간, 분식집 등 다양한 식당이 옹기종기 있었는데 지금은 술집 비중이 크게 늘었다. 그는 “인파는 많지만 지금은 예전보다 매력이 떨어졌다”며 “엇비슷한 술가게들만 즐비 하니깐 한번 오고 안 오는 손님이 많다”고 말했다.

“권리금도 안 주고 양도·양수도 못하게 해”

신촌에 위치한 '닭잡는 파로'의 건물 외관에는 강제집행을 반대하는 현수막과 포스트잇이 여기저기 붙어있다. <금민수>

이곳에서 장사를 하려는 사람이 늘어나자 건물주 들은 앞 다퉈 임대료와 보증금을 턱없이 올리기 시작했다. 이를 견디지 못하고 눈물을 머금고 떠나는 임차인들이 많았다. 40년 넘게 서촌 골목 어귀에서 장사하며 아들·딸 뒷바라지를 했던 이민수(가명) 씨는 “더 이상 꺼내고 싶지 않은 이야기다. 그곳에서 함께한 세월이 얼마인데 돈 때문에 이렇게 무너질 줄 몰랐다”며 “지금은 간판도 없이 장사하고 있다”고 했다.

서촌에서 막국수를 파는 이유진(가명) 씨는 권리금을 못 받고 쫓겨날 상황에 부닥쳤다. 서촌 먹자골목 끝 쪽에 위치하다 보니 이씨가 들어오기 전부터 장사가 잘 안됐다고 한다. 이전 주인도 장사가 잘 안돼서 권리금을 받고 나가려고 했다고 한다. 또한 그 자리에서 사람이 목을 매 자살했다는 흉흉한 소문도 퍼져 선뜻 사려는 사람도 없었다고 한다.

이씨는 그런 줄도 모르고 싼 임대료만 보고 들어왔 다고 한다. 다행히 들어올 때 막 서촌이 주목받는 시기였고 맛집으로 소문이 나는 덕분에 여름에는 늘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었다고 한다. 장사가 잘되면서부터 건물주가 건물을 팔겠다는 이야기를 수시로 했다. 한창 장사가 잘되는 시기라서 이씨는 그 건물을 살 생각을 했다. 하지만 건물주는 팔지도 않고 권리금도 주지 않고 이씨에게 나가라고 강요했다.

이씨는 가게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려고 했지만 건물주는 그것도 못하게 했다. 이씨는 “양도·양수도 안 된다. 권리금도 안 준다. 그러면 도대체 어떡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이씨는 “목이 좋지 않은 자리에서 시작해 이렇게 상권을 만들어 놓았으면 내쫓더라도 권리금은 주어야 하지 않나”고 반문했다.

한편 지난 11월 23일 열린 재판에서 법원은 건물주의 손을 들어주었 다. 보증금 4000만원 지급을 판결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씨는 “2009년에 들어올 때 권리금이 5000만원이었고, 여기에 건물 수리비로 쓴 돈이 5200만원인데 보증금만 받으라니 말이 안 된다”고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권리금을 줄 때까지 강제집행이 들어와도 안 나가고 버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권리금은 자영업자에게는 권리와 같은 것”이라며 “우리가 만들어 놓은 영업권에 대한 적정한 보수는 당연히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무리 법을 바꿔도 현장에서는 통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신촌에 위치한 ‘닭 잡는 파로’ 사장 김필수(가명) 씨는 10년 동안 한자리에서 계속 장사를 했다. 그는 23년 동안 회사에 다니다 퇴직해서 자영업 시장에 뛰어들었다. 퇴직 후무엇을 할지 고민하던 중 문전성시를 이루는 가게를 보고 자영업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참 부침이 많았다. 처음에 2년 정도 횟집을 했는데 장사가 잘 안됐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팔려고 마음먹었는데 그것도 쉽지 않았다.”

그가 가게를 팔려고 할 즈음 같은 건물주가 가지고 있던 상가 중 하나가 권리금을 받고 나가려고 했다. 당시 그 상가의 사장이 암을 앓고 있어서 권리금을 받고 고향으로 내려가려고 했다. 하지만 건물주는 권리금을 한 푼도 주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그 상가 사장의 언니가 그 가게를 대신 맡게 되었다. 그때부터 암묵적으로 권리금을 주지 않는 것이 관행이 되었다고 한다.

김씨는 횟집을 넘기려고 했지만 건물주는 그마저도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횟집에서 삼계탕집으로 업종을 변경했다. 하지만 그것도 잘 안되던 중 2011년에 우연히 ‘닭 잡는 파로’ 프랜차이즈를 알게 돼 간판을 바꿔 달았다. 그때부터는 장사가 잘됐다.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됐다. 2012년에 도시정비환경 구역으로 가게 부지가 지정됐다. 그 부지에 호텔이 들어선다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땅값이 오르기 시작했다. 건물주는 호텔을 짓는다는 말에 건물을 팔겠다는 입장이었다. 2013년 건물주는 김씨에게 “이사비 300만원 줄 테니 나가라”고 했다고 한다.

2014년부터 명도소송이 진행됐다. 김씨의 얘기다. “권리금도 안 주고 양도·양수도 못하는 상황에서 소송이 시작됐다. 억울해서 건물 상가 사람들하고 구청에 가서 데모를 했다.”

결국 2015년에 서대문구청이 중재에 나섰다. 건물을 사겠다는 사람이 있을 때까지 나가는 것을 보류 하도록 건물주를 설득했다. 이러한 풍파 속에서 상가 12곳 중 6곳은 버티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부침이 잦다 보니 당연히 장사가 잘 안됐다. 김씨는 “매일 같이 데모하고 법적으로 알아보는 데 시간을 쏟았다”며 “그래서 가게 관리도 소홀해지고 손님도 뜸하게 됐다”고 밝혔다. 장사가 잘 될 때는 직원을 10명이나 두었지만 지금은 아내와 둘이서 하고 있다, 조리, 서빙, 설거지 등 온갖 잡일을 두 명이 감당 하고 있는 것이다.

건물이 깨끗하면 그나마 괜찮지만 그런 상황도 아니었다. 기자가 취재 당시에도 하수구가 터져 고생을 하고 있었다. 곳곳에 수리 흔적이 가득했고 천장은 비가 샌다고 한다.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지난 5월에는 집을 비우라고 하면서 집행관도 다녀갔는데 지금까지 어떻게든 버티고 있다. 언제 나갈지 모르니 일을 하는 게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마음이 늘 불편하다.” 건물 외관에는 강제집행을 반대하는 현수막과 포스트잇이 여기저기 붙어있었다.

그는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의 실효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기간을 아무리 바꿔도 소용이 없다. 건물주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임대료를 올리거나 우리를 쫓아낼 것이다. 우리는 건물주의 ‘밥’밖에 안 된다. 권리금 안 받아도 되지 않느냐고 쉽게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권리금은 우리가 일궈놓은 상권에 대한 보상이다. 회사원으로 말하면 퇴직금 같은 것이다. 단순히 기간이 끝났다는 이유로 우리의 영업권을 소멸시키면 그것만큼 허탈한 것이 없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아등바등 일하며 번 돈으로 아들·딸 대학도 보내고 최근에는 장가와 시집까지 보냈다. 지난 세월의 역경을 한 가정을 지키는 가장 으로서 묵묵히 버텨낸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는 다시 ‘임대 난민’이 될 처지에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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