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서정진 갑질 파문 부른 항공사 내부 보고서, '캐빈 리포트'의 비밀
셀트리온 서정진 갑질 파문 부른 항공사 내부 보고서, '캐빈 리포트'의 비밀
  • 강민경 기자
  • 승인 2018.11.2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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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 후 사무장 작성, 객실본부 상급자에 보고..."보고서 허위‧과장 작성 이유 없어 사실일 가능성 높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대한항공 기내에서 사무장과 승무원에게 폭언 및 보복성 행위를 가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뉴시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대한항공 기내에서 사무장과 승무원에게 폭언 및 보복성 행위를 가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강민경 기자]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기내 갑질’ 의혹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서 회장은 지난 20일 대한항공 기내에서 사무장과 승무원에게 비속어 및 외모 비하 발언을 하고 수차례 라면을 다시 끓이게 하는 등의 보복성 행위를 가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1주일간 셀트리온 주가 추이.네이버금융
최근 1주일간 셀트리온 주가 추이.<네이버금융>

‘오너 리스크’에 셀트리온 주가도 출렁이고 있다. 의혹이 불거진 직후인 21일과 22일, 2거래일 연속 셀트리온 주가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21일 셀트리온 주가는 전일 대비 1.10%(2500원) 하락한 22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22일엔 '램시마' 연간 처방액 1조원 첫 돌파라는 호재에도 불구, 전일 대비 0.89%(2000원) 내린 22만3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서 회장의 처벌을 주장하는 청원이 올라오는 등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서 회장이 기내서 폭언‧보복성 갑질” vs “사실무근”

논란의 시작은 지난 20일 JTBC가 입수한 대한항공 내부 문서를 보도하면서 부터다.

지난 1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인천으로 향하는 대한항공 여객기 일등석에 탑승한 서 회장이 이코노미석에 탄 직원들을 일등석 전용 바(bar)로 부르자 “이코노미석 승객은 바에 들어갈 수 없다”며 제지한 여객기 사무장에게 폭언과 보복성 갑질을 했다는 것이다.

해당 문서에는 서 회장이 말한 것으로 추정되는 발언이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다.

이 과정에서 서 회장은 승무원에게 욕설 및 외모를 비하 발언을 하는 것은 물론 라면을 주문하고 3차례나 다시 끓여오도록 한 것으로 보고서엔 나와 있다.

첫 보도가 나간 당일 셀트리온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셀트리온 측은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다소 불편할 수 있는 대화가 오가기도 했으나 보도된 승무원 리포트 내용과 다르게 폭언이나 막말, 비속어 사용은 발생하지 않았다”며 “서 회장이 승무원 외모 비하 발언 등 여성 비하 발언을 했다는 보도 내용은 본인이나 동승했던 직원들과 확인 결과 사실무근으로 확인됐다”고 해명했다.

또 “서 회장은 저녁 식사 대용으로 라면을 한 차례 주문했는데 취식 시 덜 익었음을 표현했고, 주변에서 이를 들은 승무원이 먼저 재 조리 제공을 제안하여 한 차례 다시 라면을 제공받은 이후 재주문 요청은 없었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캐빈 리포트’는 업무일지 개념, 특이사항 상급자 보고 후 필요시 타 팀과 공유도"

<인사이트코리아>는 논란의 시작점인 대한항공 ‘내부 문서’에 대해 알아봤다. 셀트리온 측이 이 문서 내용을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셀트리온 측 말대로라면 사무장이 '내부 문서'를 조작했다는 얘기가 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해당 문서의 정식 명칭은 ‘캐빈 리포트(cabin-report)’다. 비행을 마친 후 사무장 및 승무원들이 비행에 대한 전반적 내용을 기록하는데 객실본부 상급자에게 보고하기 위함으로 통상적인 ‘업무일지’ 개념이다. 최종 문서기록은 보통 사무장이 맡는다.

대한항공 '캐빈 리포트'로 추정되는 내부 문서. JTBC 캡처
대한항공 '캐빈 리포트'로 추정되는 내부 문서.<JTBC 캡처>

절차는 일반적이다. 대한항공 객실본부는 사무장→팀장→상무→실장→본부장 등의 구조인데 특이사항이 없는 일상적 보고서일 경우엔 팀장 보고 선에서 마무리 되고, 중요도 판단에 따라 팀장급 이상 상급자에게 보고되거나 필요시엔 타 팀과 공유되기도 한다.

기록되는 내용은 ‘특이사항’ 위주다. 통상 300여명의 기내 승객을 대상으로 질병 등에 대한 비상사태, 특별 케어가 필요한 어린이 승객 등에 대한 구체적 보고가 이뤄진다.

익명을 요구한 대한항공 직원은 “비행 중 굉장히 다양한 상황이 많아서 비행 후 이와 관련해 보고서를 쓰는데 특이한 사항이 있으면 보다 자세히 적어서 보고를 한 후 보고에 대한 해당 기록도 남기게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한항공 직원은 “업무일지 개념 및 형식으로 VOC(고객의 소리)라는 대한항공 자체 제도에 따라 보고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실 여부는?...“기본적으로 사실에 입각해 작성”

셀트리온 측의 전면 부인에 대해 항공업계 내부에선 “사무장이 허위로 보고서를 작성할 이유가 없다”는 반응이다.

<인사이트코리아>와의 전화통화에서 대한항공 직원들은 “셀트리온 건과 관계없이 본다고 하더라도 사무장이 보고서를 허위 및 과장해서 작성할 이유가 없다”며 “기본적으로 사실에 입각해서 쓴다”고 밝혔다.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드러나면 사무장 본인에게도 불이익이 있을 텐데 본인 평판에도 연관될 가능성이 있는 ‘허위보고’를 굳이 할 이유가 있겠나”라고 반문하는 직원도 있었다.

직장인 커뮤니티에서도 이와 비슷한 의견이 대부분이다. 대한항공 한 직원은 “서정진 회장을 퍼스트에서 모신 적 있어 셀트리온이 어떤 회사인지 찾아봤는데 나머지는 더 말하지 않겠다”는 글을 올렸다. 타 항공사 직원은 “승무원이 규정대로 하지 않는 것은 없고, 승무원이 무조건 굽실거려야 한다는 서비스 방식이 진상을 만들어 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업계 내부에선 대한항공도 다수의 대한항공 직원들을 통해 해당 문건에 나온 당시 상황을 확인해 기정사실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 양식과 달라...“제보자 익명처리 원했을 가능성”

보도된 내부 문서가 대한항공 ‘캐빈 리포트’가 맞는지에 대한 확인도 남아있는 쟁점이다.

<인사이트코리아> 취재 결과, 논란이 된 내부 문서는 대항항공 ‘캐빈 리포트’의 기본 양식과 다소 상이하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직원들은 “아마 회사나 제보자의 익명처리를 위해 기본 양식을 그대로 출력하지 못하고 텍스트만 출력한 것 아닌가 사료된다”는 의견을 보였다.

대한항공 측은 당사 내부 문서 확인 및 유출 경로 등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현재 유출된 내부 문서가 본사의 문서가 맞는지 또 맞다면 어떠한 경로로 유출됐는지 등에 대해 내부 조사 중에 있다”며 “적시된 상황에 대한 사실관계도 함께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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