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영업비밀 침해냐, 투명성 제고냐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영업비밀 침해냐, 투명성 제고냐
  • 금민수 기자
  • 승인 2018.11.16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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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시민과 시민단체는 '환영'...건설사는 업체와 소비자 갈등 커진다며 '난색'
지난 15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공공택지 공급택지 분양 원가 공개항목을 62개로 늘리는 개정안을 발표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금민수 기자] 지난 15일 국토교통부는 공공택지 공급택지 분양 원가 공개항목을 62개로 늘리는 개정안을 발표했다.

현재 공개되는 분양가 정보는 택지비(3개)·공사비(5개)·간접비(3개)·기타비용(1개) 등 4개 항목 12개다. 공시항목이 62개로 늘면서 공사비 항목이 대폭 늘었다. 예컨대 기존에 1개 항목으로 뭉뚱그려져 있던 건축비가 용접·조적·미장·단열·가구·창호·유리·타일·도장·도배·주방 공사 등 23개로 나뉜다.

국토교통부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공공택지 내에서 공급하는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분양가격 공시항목을 확대하는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마련했다.

이번 시행규칙 개정안의 입법 예고 기간은 11월 16일부터 12월 26일까지이며 관계기관 협의,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내년 1월 중 공포·시행될 예정이다.

분양가격 공시는 ‘주택법’ 제57조 제1항에 따른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 공동주택에 적용되며, 사업 주체는 동법 제57조 제5항에 따라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세부 항목을 공시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2007년 9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운영했던 61개 공시항목 체계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 ‘공조설비공사’를 별도 항목으로 구분해 62개 항목으로 세분화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공시항목 확대를 통해 분양가상한제의 실효성이 높아지고 적정 가격에 주택 공급이 이뤄져 국민의 주거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건설사에 대한 감시 효과”

경기도는 지난 9월부터 경기도와 경기도시공사가 시행하는 계약금 10억원 이상의 공공건설공사 원가를 도·공사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또 경기도시공사와 민간건설업체가 함께 분양한 아파트의 건설공사 원가도 추가 공개했다.

지난 14일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도 분양하는 공동주택의 분양 원가 공개 항목을 현행 12개에서 61개로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다 또 시민단체는 분양 원가 공개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분양 원가 공개를 꾸준히 요구해왔다.

지난 9월 경실련은 분양가 거품을 지적했다. 경실련이 경기도시공사 4개 블록 분양건축비를 분석한 결과 실제보다 한 채당 3600만원 비싼 것으로 밝혀졌다.

<자료=경실련>

분양한 건축비는 3.3㎡당 652만원이었지만 건설사와 계약한 건축비는 543만원으로 20%가량 차이가 났다. 전용 84㎡(33평) 기준 3600만원이며, 4개 블록 전체로 했을 때는 1285억원에 달한다. 3.3㎡당 금액으로 다산 S1블록이 138만원, 전용 84㎡ 기준 4500만원으로 가장 컸다. 단지 총액 역시 다산 S1블록이 716억원으로 가장 부풀림이 심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공공주택은 혈세가 투입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재정의 투명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분양 원가 공개를 통해 투명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건설사들을 감시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62개 항목은 2007년 분양가상한제 도입 당시 공개에서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수준”이라며 “경기도처럼 설계·도급·하도급 내역 등 실제 공사비 원가 자료도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건설사는 폭리의 주체 아니다”

건설사들은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양 원가 공개 영향으로 건설사와 소비자 간 갈등이 커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분양 원가는 건설사마다 기술력, 인건비, 건축자재 등 서로 다른 요소가 있기 때문에 설정한 분양 원가 항목이 달라질 수 있고 가격도 천차만별”이라며 “소비자들이 이러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 건설사 입장에서 참 난처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건설사를 폭리의 주체로 몰아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분양가 상한제 때문에 분양가를 올리고 싶어도 못 올린다”고 밝혔다. 그는 “분양가가 너무 높으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아예 보증을 해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분양 원가 공개로 건설사의 반경이 좁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분양 원가가 공개되면 건설사 입장에서는 영업비밀이나 노하우를 오픈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원가가 공개되면 소비자들은 계속해서 비교할 것이고 다른 회사에 비해 분양 원가가 낮으면 폭리의 주체로 찍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기업 입장에서는 공공주택 사업 선택 시 상대적으로 돈이 되지 않는 부지는 포기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각에서는 공공주택 분양 원가 공개가 민간주택 분양 원가 공개 확대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하고 있다.

경기도민 10명 중 9명 원가 공개 찬성

공공건설공사 원가 공개에 대한 경기도민 설문조사.<자료=경기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공공건설공사의 투명성 확보와 예산 절감을 위해 추진 중인 공공건설공사 원가 공개에 대해 경기도민 10명 중 9명이 찬성한다는 조사결 과가 나왔다.

지난 8월 31일 경기도가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도정 여론조사’에 따르면 ▲도로, 철도, 공원 등 일반건설 부문 공사 원가 공개에 도민의 90% ▲아파트 등 주택건설 부문 공사 원가 공개는 92%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 의견은 각각 6%, 5%에 그쳤다.

찬성 이유로는 ‘공공건설사업의 투명성 제고’(39%)와 ‘공사비 부풀리기 등 관행 개선’(35%)이 가장 높았으며, ‘도민의 알 권리 충족’(21%) 등이 뒤를 이었다.

또한 도민 4명 중 3명(74%)은 경기도의 ‘공공건설공사 원가 공개’가 현재 아파트 분양가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도민의 52%는 현재의 아파트 분양가를 비싸다고 생각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