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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의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 야심
정의선의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 야심
  • 조혜승 기자
  • 승인 2018.11.01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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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대기아차 수석부회장 맡아...아무도 가지 않은 미래차 새 길 열기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10월 7일 인도에서 열린 ‘무브(MOVE) 글로벌 모빌리티 서밋(이하 무브 서밋)’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조혜승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그는 지난 9월 14일 수석부회장에 올랐다. 글로벌 통상문화 악화와 주요 시장의 경쟁구도 변화 등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것이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요즘 정 수석부회장은 4차 산업 혁명 등 미래 산업 패러다임 전환기에 현대차 그룹의 미래경쟁력 강화와 신성장 동력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2015년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 때부터 경영 전면에 나섰다. 그는 피터 슈라이어를 디자인 총괄 사장으로 스카우트 하면서 ‘디자인 경영’을 주도했다. 피터 슈라이어가 디자인한 첫 결과물인 K5는 출시되자마자 국내외의 디자인상을 휩쓸며 돌풍을 일으켰다. 피터 슈라이어 사장은 이후 K5, K9, 모하비 등 기아차는 물론 현대차의 i20, i30, 투싼, 제네시스 G80·EQ900 등 다양한 차량의 디자인을 맡았다. 총괄하며 현대차그룹의 완성차들의 디자인 기조를 확립시키는 중대한 역할을 맡아 움직이고 있다. 현재 피터 슈라이어는 현대차그룹의 디자인 총괄 사장을 맡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이 정몽구 회장의 아들로 그룹 승계 작업을 밟고 있지만 전문경영인으로서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업 승계구조에 대해 비판적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조차 “(정 수석부회장)그의 능력에 대해 시장에서는 의구심이 거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가 총괄 수석부회장을 맡으면서 현대차는 물론이고 기아차, 현대제철,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현대모비스 등 그룹 경영을 사실상 총괄하고 있다.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 되겠다”

최근 구글 등 IT 업체들의 자동차 시장 진출 확대와 자율주행차, 공유 자동차 등 변화무쌍한 산업 환경으로 기존 완성차 업체들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 부회장은 ‘미래 자동차·모빌리티 사업 확대’와 권역별 책임 경영을 주요 과제로 제시하고 속도를 높여 왔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10월 7일 인도에서 열린 ‘무브 글로벌 모빌리티 서밋’에서 “자동차 제조사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공언했다. 곧 이어 지난 10월 11일 미국 모빌리티 다중통합 서비스업체 미고에 전략적 투자를 통해 미국 모빌리티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자동차 업체로선 유일하게 미고의 전략 투자자가 되면서 현대차그룹은 미국-유럽-아태지역을 잇는 모빌리티 사업 벨트를 구축했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싱가포르 그랩, 인도 레브, 중국 임모터, 호주 카넥스트도어 등과 스마트 모빌리티 사업 협업 체제를 구축했다. 유럽에서는 네덜란드를 거점으로 전기차 아이오닉EV 활용 카셰어링 사업을 시작한 상태다. 특히 정 부회장은 미래차 먹거리로 수소차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6월 독일 폭스바겐그룹의 아우디와 수소전기차 연료전지 기술 관련 파트너십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최근에는 하이넷(HyNet·Hydrogen Network) 설립위원회를 주도하며 수소차 인프라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하이넷은 2022년까지 수소충전소 100기 설치를 목표로 한국가스공사, 한국도로공사 등 기업들이 함께 자금을 모아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현장 중심의 ‘권역별 자율 책임경영체제’ 안정화에 주력하는 중이다. 이 체제는 해외 권역 본부별로 생산·판매·수익을 통합 관리한다는 게 골자다. 현대차는 북미·유럽·인도 등 3개 지역에 권역본부를 두고 운영 중인데 지난달에는 한해 전 신설한 중국제품개발본부를 종전 부사장에서 부회장급 조직으로 격상해 중국 책임 경영을 강화했다. 이 같은 조치는 최근 확대·상시화하고 있는 글로벌 통상 이슈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과거 위에서 내려오는 판매 목표치를 채우는데 방점을 두던 경영 방식에서 탈피, 법인별 현지 사정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전체 판매의 80% 가량을 해외 시장에서 올리는 만큼 이 같은 권역별 체제는 매우 중요하다.

미래차에 대한 끝없는 열정

정의선 수석 부회장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CES 2018’에서 한 업체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현대차> 

더불어 정 수석부회장은 미래차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갖고 AI스타트업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모빌리티(이동성) 기업으로의 전환을 위해 인공지능, 자율주향, 커넥티드차 등 미래차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해외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부쩍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의 AI 전문 스타트업 ‘퍼셉티브 오토마타’에 지분을 투자하고 자율주행과 로보틱스·스마트시티 등 미래 혁신 산업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AI 기술 확보에 나서기로 했다. 현대차는 ‘P오토마타’와 파트너십을 통해 인간 행동 예측 기술에 대한 공동연구도 진행할 계획이다.  

P오토마타는 시드 미스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014년 설립한 스타트업으로 비전센서와 정신물리학을 기반으로 인간 행동을 예측하는 AI 기술을 연구하는 회사다. 일반적인 AI가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반복 훈련을 하는 기술인 반면 P오토마타는 실제 인간의 관점에서 주관적인 판단을 더해 학습하는 AI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예컨대 건널목에 서 있는 사람이 신호에 맞춰 건널지 또는 무단횡단을 할지를 예측하거나 도로 갓길을 달리는 자전거가 차도로 갑자기 뛰어들지 등을 판단할 수 있는 AI를 만드는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인간 행동을 예측하는 AI 기술이 자율주행기술과 융합할 경우 더 안전한 운행 환경을 만드는 데 효과를 낼 것”이라며 “자율주행차 이외에도 현대차가 신성장동력으로 삼은 로보틱스와 스마트시티 분야에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최근 AI와 자율주행·커넥티드카, 전기 및 수소전지차 등 미래차 기술 확보를 위해 글로벌 스타트업과 벤처에 잇따라 투자하고 있다. 기술 확보 가능성이 높은 업체와 글로벌 동맹을 강화하는 양상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수소차 분야에서 독일의 아우디, AI와 자율주행 분야에서 중국의 딥글린트, 미국의 오로라·메타웨이브 등과 지분 투자 등의 협력관계를 맺었다. 아울러 아이오닉머티리얼·바르질라 등 배터리 개발 업체에도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차량 공유(카셰어링)와 관련해서는 호주의 카넥스트도어, 동남아시아의 그랩, 인도의 레브 등에 투자했으며 지난해 말에는 SK텔레콤·한화자산운용과 함께 총 4500만 달러 규모의 ‘AI 얼라이언스 펀드’를 조성했다. 현대차의 이런 행보는 미래 차 개발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는 정 수석부회장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협업 체계 구축 진두지휘 

현대차는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옵시스에 300만 달러(약 32억원)를 투자해 지분 9.7%를 확보했다. 지난해부터 공을 들인 ‘이스라엘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이스라엘에 본사를 둔 옵시스는 자동차 자율주행에 필요한 기술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현대차는 옵시스 지분 일부를 보유하는 방식으로 이 회사와의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현대차의 스타트업 투자는 정 수석부회장이 진두지휘 하고 있다. 그는 세계 각지의 스타트업 투자를 직접 챙기고 있다는 전언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5월 해외 출장 도중 이스라엘에 들러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스타트업 모빌아이를 방문하기도 했다. 같은 해 10월 이 회사의 암논 샤슈아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협업 방안을 논의했다. 

‘미국판 모빌아이’로 불리며 급성장 중인 메타웨이브는 2017년 실리콘밸리에 설립돼 자율주행차용 레이더와 인공지능을 전문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현대차는 메타웨이브에 대한 투자를 통해 자율주행 기술의 ‘눈’에 해당하는 첨단 레이더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계기를 마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은 이스라엘·중국·독일 등 세계 5개 도시에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를 설립, 아시아·미국·유럽·중동 등 전 세계를 잇는 오픈 이노베이션 네트워크를 구축할 예정이다. 전 세계를 잇는 혁신 거점을 통해 미래 혁신을 주도할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할 예정이다. 또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공격적 투자, 협업, 공동 개발 등을 통해 새로운 혁신 기술을 습득하고 향후 그룹의 신성장 동력에 필요한 기술 내재화를 도모한다는 것이 정 수석부회장의 전략이다.

5대 미래 혁신 성장사업 적극 투자 

정 수석부회장의 AI 미래차에 대한 의지는 남다르다. ‘신에너지’ 사업 분야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재활용한 에너지 저장장치(ESS) 개발을 공언한 지 4개월여 만에 미래 고부가가치 사업 영역인 로보틱스 분야 개척에 상당한 성과를 냈다는 후문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9월 현대기아차 북미 공장에 ‘의자형 착용로봇(H-CEX)’을 시범 적용한 데 이어 연말에는 ‘윗보기 작업용 착용로봇(H-VEX)’까지 시범 적용해 독자 개발한 산업용 웨어러블 로봇을 업그레이드 해나가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올해 초 로봇·AI 분야를 5대 미래혁신 성장 분야 가운데 하나로 선정하고 관련 기술 개발에 주력하기 위해 전략기술본부 산하에 로봇 분야를 전담하는 ‘로보틱스팀’을 신설, 관련 부문 간 협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실제로 ‘H-CEX’와 ‘H-VEX’도 로보틱스팀(전략기술본부)과 생기개발센터(생기개발본부)의 협업을 통해 탄생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웨어러블 로봇과 서비스 로봇, 마이크로 모빌리티 등 3대 로봇 분야 기술 개발과 관련해 국내외 로봇·AI 기술을 보유한 유망 기업들과의 전략적 제휴도 적극 추진 중이다. 현대차그룹이 로보틱스 분야를 미래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미래 핵심 신성장 동력으로 낙점한 데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시장 규모와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는 사업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

로보틱스 분야는 교통약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에게 이동의 자유를 주는 것은 물론 산업, 군사, 생활 지원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 적용이 가능하다. 세계 로보틱스 시장 규모 역시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BIS에 따르면 세계 웨어러블 로봇 시장 규모는 지난 2016년 9600만 달러(약 1077억 원)에서 오는 2026년 46억5000만 달러(약 5조2150억 원)로 10년간 50배가량 성장할 전망이다.

현대차는 사용자 편의를 증진하는 다양한 로봇을 선보일 예정으로 서비스 로봇은 룸서비스를 수행하는 것은 물론 고객을 엘리베이터와 객실까지 안내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도록 개발 중이다. 올해 말부터 해비치 호텔&리조트와 롤링힐스에서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현대차가 지난해 콘셉트를 개발하고 올해 디자인 및 설계 작업을 진행 중인 ‘판매 서비스 로봇’은 자연어 대화시스템, AI, 모빌리티 기능 등이 탑재돼 판매 현장에서 고객들에게 직접 차량에 관해 설명해주는 업무를 수행하며 내년 초 프로토타입을 생산하기로 했다.

전기차가 충전기 앞에 서면 사람의 팔과 유사한 로봇이 나와 자동으로 충전을 해주는 ‘전기차 충전 머니퓰레이터’도 오는 2020년까지 프로토타입을 선보인다. 새로운 개념의 1인용 이동 플랫폼인 ‘로보틱 퍼스널 모빌리티’는 실내에서는 장애물과 사람들을 피할 수 있도록 2휠 기반으로 천천히 움직이고, 야외에서는 보다 안정적인 이동을 위해 3휠로 변신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개발이 진행 중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로보틱스 분야를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의 일환으로 보고 과감한 투자를 통해 관련 기술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 10월 10일 그는 미국의 AI 전문 스타트업 '퍼셉티브 오토마타'에 전략적 투자를 하고, 로보틱스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인간 행동 예측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협업에 나서기도 했다.

정 수석부회장 통찰력 빛난 수소차 수출

이러한 정 수석부회장의 불도저 같은 추진력은 최근 빛을 발했다. 지난 9월 스위스에 수소전기트럭 1000대를 수출하기로 한 데 이어 프랑스에 2025년까지 수소차 5000대를 수출하기로 한 것이다. 이와 함께 파리 현지에서 에너지 기업인 에어리퀴드, 엔지 등과 수소차·수소충전소 보급 확대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에어리퀴드는 수소를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보고 수소 분야에 투자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갖춘 회사로 꼽힌다.

엔지는 에너지 저장 장치, 가스 생산 등에 주력하는 세계적인 기업이다. 이번 MOU에는 현대차·에어리퀴드·엔지 3사가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고 대기 오염을 줄이기 위해 수소차 관련 인프라를 확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에어리퀴드와 엔지는 2015년까지 프랑스에 수소 충전 인프라를 충분히 구축해 수소차 보급이 확대되도록 하고 현대차는 2025년까지 총 5000대의 수소차(승용차·버스·트럭)를 공급한다는 게 골자다.  

이와 관련해 3사는 수소차 관련 인프라 확대를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공동 개발하고 유럽 정부의 재정적 지원과 관련 정책을 이끌어내는 노력을 병행할 예정이다. 현대차가 프랑스 에너지 기업의 수소차 파트너로 낙점된 이유는 업계를 선도하는 최고의 기술을 가진 기업이라는 점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현대차는 지난 1998년부터 수소차 개발에 돌입, 2013년 세계 최초의 수소차 ‘투싼 ix35’ 양산에 성공했고 올해 2월에는 세계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는 2세대 수소차 ‘넥쏘(NEXO)’를 출시했다. 특히 넥쏘는 1회 충전으로 최대 609km까지 주행이 가능하며 이는 수소차 경쟁 상대인 도요타의 ‘미라이’(502km)와 혼다 ‘클래리티’(589km)를 가볍게 뛰어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넥쏘는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세계 제일의 기술력으로 만들어져 세계 최강의 성능을 자랑하는 궁극의 친환경차'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번 MOU 체결을 시작으로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 친환경산업 시장에서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는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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