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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의 ‘뉴 롯데’, 다시 닻을 올리다
신동빈의 ‘뉴 롯데’, 다시 닻을 올리다
  • 노철중 기자
  • 승인 2018.11.01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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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5년간 50조 투자”…롯데케미칼 지주사 편입,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롯데지주>

[인사이트코리아=노철중 기자] 롯데그룹은 올해 초 사상 초유의 총수 부재 사태를 겪었다. 그 전까지 문재인 정부 들어 기업의 도덕성과 지배구조의 투명성이 강조됨에 따라 지배구조 개선과 사업 발전을 위한 계획을 추진하던 중이었다. 그러나 지난 2월 신동빈 회장이 뇌물공여 혐의로 법정 구속됨으로써 그룹 차원의 주요 사업과 계획들은 수면 밑으로 잠기면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 총수 공백에 따라 거의 모든 사업과 계획들이 정체기에 들어간 것이다. 이런 와중에도 지난 4월 그룹의 순환출자고리를 완전 해소하고 e커머스 사업본부를 신설해 기존 사업의 발전 전략을 수립하는 등 롯데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안간힘을 다했다. 마침내 지난 10월 5일 항소심에서 신동빈 회장이 집행유예로 전격 석방되면서 지체없이 경영에 복귀했다. 롯데는 그간 정체됐던 사업에 가속이 붙을 것이라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지난 10월 5일 8개월 만에 석방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3일만인 8일 곧바로 업무에 복귀했다. 그간 챙기지 못했던 현안들이 쌓여 있던 탓이다. 신 회장은 석방되던 날 “국민 여러분께 심려 끼쳐드려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열심히 일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짧게 언급하고 자택으로 향했다. 주말 짧은 휴식을 마치고 월요일에 바로 출근한 신 회장은 주요 임원들로부터 현안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어려운 환경일수록 위축되지 말고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국가 경제에 이바지할 필요가 있다”며 “롯데가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에서 모색해 달라”고 임원들에게 주문했다.

‘주주가치 제고·경영 투명성 강화’ 최우선

신 회장이 부재한 8개월 동안 롯데그룹의 주요 의사결정은 거의 멈춰져 있는 상태였다. 황각규 부회장 중심의 비상경영체제에서 ‘뉴 롯데’의 시계는 계속 돌아갔지만 순환출자고리 완전 해소 이후 지배구조 개선작업이나 신사업 추진을 위한 인수·합병 및 투자, 호텔롯데 상장 등 신 회장의 결정이 필요한 일은 정체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의 복귀 이후 롯데의 움직임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먼저 롯데는 신 회장 경영복귀 이틀만인 10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한 기업가치 증대 및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롯데케미칼을 포함한 롯데 석유·화학 회사 11개를 롯데지주로 편입했다고 공시했다. 롯데지주는 호텔롯데가 보유한 롯데케미칼 지분 중 410만1467주와 롯데물산이 보유한 롯데케미칼 지분 중 386만3734주, 합계 796만5201주(지분율 23.24%)를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입한 것이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의 지주사 편입을 통해 그룹의 지주 체제를 더욱 안정화하는 것은 물론, 유통 및 식음료 업종에 편중되어 있던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경쟁력을 높여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롯데지주는 이사회에서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보통주 발행주식 총수의 10%에 달하는 1165만7000주 규모의 자기주식을 소각하고 4조5000억원 규모의 자본잉여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결의하기 위한 임시주주 총회 소집을 공고했다. 임시주주총회는 오는 11월21일 개최될 예정이다. 자본잉여금은 배당 재원으로는 사용할 수 없고 결손금 보전이나 자본전입 용도로만 사용 가능하다.

롯데지주는 이번 대규모 자기주식 소각으로 주당순자산가치가 개선될 뿐 아니라 배당 가능한 재원 역시 확보하게 돼 주주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그룹의 경영투명성 강화 및 주주 권익 강화 방안을 최우선으로 하는 신동빈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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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롯데지주>

인도네시아 거점, 글로벌 진출 ‘가속’

한편 그간 막혀 있던 투자와 글로벌 진출도 속도를낼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인도네시아에서 추진 중인 대규모 유화단지 건설이다. 롯데케미칼은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회사인 KS(Krakatau Steel, 크라카타우 스틸)가 소유한 타이탄 인도네시아 공장 인근 부지를 매입해 대규모 유화단지를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2016년 신규 법인(PT Lotte Chemical Indonesia)을 설립해 KS와 약 50헥타르에 대한 부지사용권한을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지난해 토지 등기 이전까지 완료했다. 롯데는 이곳에 대규모 석유화학 콤플렉스를 건설한다면 거대 시장을 선점하고 동남아 시장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예상 투자 규모는 약 4조원에 달한다.

이외에도 롯데는 지난해 현지 법인을 설립한 롯데컬처웍스(영화·엔터테인먼트사업)도 올해 현지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롯데자산개발은 인도네시아 주택공사와 MOU를 체결하고 현지 부동산 개발 및 사회기반시설 확충 사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석유화학·유통사업 ‘쌍끌이’

롯데액셀러이터도 지난 9월 인도네시아 정보통신부·암베신도(AMVESINDO, 인도네시아 벤처캐피탈·벤처기업협회)와 MOU를 체결하고 양국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 및 인도네시아 우수 스타트업 발굴을 위해 상호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롯데는 현지에 진출해 있는 유통사의 인프라를 스타트업의 테스트베드로 제공하고 암베신도는 우수한 현지 스타트업을 롯데에 소개할 계획이다. 이 같은 상황은 지난 9월 10일 조코 위도도(Joko Widodo) 대통령이 방한 했을 때 황각규 부회장을 통해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규모가 상당한 만큼 이 사업은 인도네시아 정부에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롯데 측은 인도네시아 투자가 문재인 정부의 ‘新남방정책’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가 확정돼 본격적으로 실행되면 신 회장의 “국가 경제에 이바지할 것”이라는 주문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한국과 인도네시아 간 관계 강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 회장 경영 복귀 15일만인 지난 10월 23일, 롯데는 향후 5년간 국내외 전 사업부문에 걸쳐 5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롯데의 연간 투자 규모는 2009년부터 2015년까지 5조원에서 7조원 범위를 넘지 않았다. 매년 10조원 규모로 5년 연속 투자 계획은 대단히 파격적인 것이다. 우선 첫해인 내년에는 약 12조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삼성 SDI 케미칼사업부문, 삼성정밀화학 등 국내 석유·화학 회사를 3조원에 인수했던 2016년 투자금액인 11조2000억원을 넘어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사업부문별 투자 규모는 화학·건설 부분에 가장 많은 20조원(40%)을 투자할 계획이다. 유통 부문과 관광·서비스 부문에 각각 12조5000억원(25%) 그리고 식품 부문에 5조원을 투자한다. 유통 부문에서는 온라인 역량 강화에 집중 투자할 예정이며 화학 부문에서는 한국 및 인도네시아, 미국에서 에틸렌 등 대규모 설비 증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M&A도 지속 추진한다. 현재 검토 중인 M&A는 국가별로 보면 동남아(베트남·인도네시아 등)에 유통·식품·관광 부문에 5500억원, 미국의 관광·화학 부문에 2조7000억원, 유럽(독일 등)의 화학부문에 3조5000억원 규모로 이뤄질 전망이다. 한국에는 유통·식품·서비스에 4조7000억원 규모를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이러한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바탕으로 그룹의 양 축인 유통부문과 화학부문을 중심으로 2023년까지 사업부문별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고객에게 늘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그룹 전반에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이루어 새로운 성장기회를 모색해 나갈 예정이다. 해외에서는 인도네시아, 베트남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신시장 진출도 지속 추진한다.

롯데케미칼은 말레이시아 타이탄 에틸렌 공장 증설작업을 완료하고 2017년 12월16일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했다.
롯데케미칼은 말레이시아 타이탄 에틸렌 공장 증설작업을 완료하고 2017년 12월16일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했다.<롯데케미칼>

유통부문에서는 온라인 사업의 역량을 업계 1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AI 등 디지털 기술과 Big Data를 적극 활용해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힘쓸 생각이다. 특히 물류 시설 및 시스템 등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유통 인프라 구축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 고객 편의성을 더욱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고용유발 효과가 높은 쇼핑몰 사업도 지속 추진해 나간다.

이를 위해 지난 8월 롯데는 ‘롯데쇼핑 e커머스 사업본부’를 새로 출범시켰으며 3조원을 투자해 2022년까지 온라인 매출 2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AI와 최신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융합하는 ‘O4O’ 시스템을 구축해 추진동력으로 사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롯데 유통사업의 총 매출액은 40조원으로 업계 1위를 차지했고 온라인 부문은 총 7조원으로 G마켓과 11번가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전략과 전폭적인 투자로 중국의 사드보복에 타격을 입은 오프라인 매출을 다시 끌어올리고 온라인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신 회장 복귀 이후 e커머스 사업본부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로 옮기기로 결정된 부분은 주목할 만 하다. 롯데케미칼이 롯데그룹의 성장동력으로 급부상했더라도 그동안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던 유통사업을 여전히 그룹 차원에서 핵심사업으로 관리하겠다는 신 회장의 의지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식품 부문에서도 트렌드 분석 및 신제품 개발을 더욱 적극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AI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고객의 니즈를 감지해 시장을 선도하는 제품 개발에 앞장서 나갈 예정이다. 더불어 국내외 설비 개선도 진행해 사업 수익성 개선에 노력할 계획이다.

관광·서비스 부문은 호텔과 면세점사업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 7월 롯데호텔이 블라디보스토크에 11번째 해외 호텔로 문을 열었고 롯데면세점은 업계 최초로 호주에 진출했다. 롯데면세점은 베트남을 중심으로 추가 해외 출점을 추진 중이며 롯데호텔 역시 해외 신규호텔 건설과 위탁운영을 확대해 나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의 화학 부문은 국내 생산 거점인 여수, 울산, 대산 지역에 지속적인 설비 투자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원가 경쟁력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해외에서는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에도 대규모 설비 투자를 진행해 원료 지역 다변화를 이뤄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롯데는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셰일가스 기반의 에탄분해시설(ECC)을 4조원 규모로 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ECC 플랜트는 완공 이후 연간 100만 톤의 에틸렌을 생산하게 된다. 에틸렌은 ‘석유화학의 쌀’이라고 불릴 정도로 글로벌 시장에서 수요가 높다.

한편 롯데는 채용 역시 향후 5년간 7만 명을 고용하기로 결정했다. 2018년에는 대내외 여건이 악화되어 연말까지 1만2000명 채용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롯데는 2019년에는 경영정상화 및 일자리 창출에 대한 의지가 강한 만큼, 올해보다 약 10% 증가한 1만3000명 이상을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유통부문의 e커머스 분야에서 많은 채용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매년 채용 규모를 차츰 늘려나가 2023년까지 7만 명을 채용해 국가 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겠다는 방침이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불확실성의 시대 속 저성장 기조를 극복하고자 해외시장 확대 및 신사업 발굴에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 해외 진출이나 신규사업 진출은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고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에 최종 의사결정권자의 판단이 중요하다”며 “신 회장은 최종 의사결정권자로 참여할 뿐 아니라 풍부한 M&A 경험을 바탕으로 진행 과정에 서도 실무자들에게 여러 조언과 도움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월 7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달리아 그리바우스카이테 리투아니아 대통령(왼쪽 사진), 케르스티 칼유라이드 에스토니아 대통령과 포즈를 취했다.
지난 2월 7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달리아 그리바우스카이테 리투아니아 대통령(왼쪽 사진), 케르스티 칼유라이드 에스토니아 대통령과 포즈를 취했다.<뉴시스>

 

신 회장, 해외 정·재계 인사들과 네트워크

롯데는 사업 다각화를 위해 베트남 제과업체, 베트남·인도네시아 유통업체, 미국·베트남의 호텔체인, 유럽의 화학업체 등 거의 전 사업부문에 걸쳐 인수를 검토해왔다. 신 회장의 복귀로 그간 검토해 온 사업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업영역으로의 진출에 탄력을 받게 됐다는 설명이다.

또 이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직접 뛰며 구축해온 해외 정·재계 관계자들과의 상호 신뢰와 우호적인 관계 회복도 롯데로서는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신 회장은 일년의 절반 이상은 해외에서 보낼 정도로 해외사업장을 직접 챙겨왔다. 현지 정·재계 인사들과의 네트워킹 및 정보 교류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신 회장의 글로벌 인맥은 재계에서도 유명하다.

신 회장은 ‘한·인니 동반자 협의회’의 경제계 의장을 맡는 등 양국의 관계강화에 노력하며 인도네시아와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2016년에도 방한한 적있는 조코 위도도 대통령을 접견해 현지 투자 강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러시아에서도 한국 기업으로는 최대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는 등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신 회장은 2015년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러시아 우호훈장을 수여 받았으며, 앞서 푸틴 대통령은 2013년 롯데호텔 앞에 세워진 푸시킨 동상 제막식에도 직접 참석한 바 있다. 올해 1월에는 프랑스에서 개최된 ‘프랑스 국제 비즈니스 회담’에 참석해 마크롱 대통령을 만났다.

신 회장은 국민들로부터 롯데에 대한 신뢰를 얻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 및 경영투명성 강화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지주사 체제 전환 과정에서 롯데손해보험, 롯데카드 등 금융 계열사들을 처리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금산분리’ 원칙 때문이다. 신 회장은 경영 복귀 후 이 부분에 대해서도 다양한 논의와 준비작업을 지시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롯데지주는 롯데카드 지분 93.78%, 롯데캐피탈 지분 25.64%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내년 10월까지 금융사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롯데가 우리나라 주요 그룹 중 상대적으로 우수한 신용 등급과 건전한 재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건 신 회장에 대한 투자사들의 신뢰가 핵심이었다는 내부 분석도 있다. 재계에서도 신 회장의 경영복귀로 인해 투자자들의 투자 및 보증 성향도 긍정적으로 돌아설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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