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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종국 한식 푸드 아티스트가 말하는 '셰프의 세계'
[인터뷰]이종국 한식 푸드 아티스트가 말하는 '셰프의 세계'
  • 금민수 기자
  • 승인 2018.10.31 1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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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흐르는 물처럼 계속 흘러야 합니다”
10월 26일 북악산 기슭에 위치한 이종국 셰프의 집을 찾아가 음식 이야기를 나눴다.<이종국>

[인사이트코리아=금민수 기자] 미쉐린코리아는 지난 10월 18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미슐랭 가이드 서울 2019’를 개최하고 별 1~3개를 받은 레스토랑 26곳을 발표했다. 젊은 해외파 출신 셰프들이 활약한 가운데 한식 레스토랑 ‘104’를 운영하는 이종국 셰프도 이름을 올렸다. 그는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대표적인 한식 전문가다. 10월 26일 북악산 기슭에 위치한 이종국 셰프의 집을 찾아가 음식 이야기를 나눴다.

요리를 독학했다.

“음식을 배우는 데 꼭 학교가 될 필요있을까. 요리는 학교에서 치는 시험처럼 정형화된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혼자서 하면 그만큼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든 점도 있다. 또한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므로 남들보다 더 노력해야 하고 여러 가지 분야에 대해서 더 공부해야 한다.”

독학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그 이유는 음식을 ‘배려’라고 생각했다. 쉽게 말해 요리할 때 그 사람을 위한 마음을 늘 담았다. 그런 마음을 먹고 요리를 하다 보니 스스로 더 발전할 수밖에 없었다. 더 좋은 음식은 무엇이며 더 좋은 그릇과 플레이팅은 어떤 것일까. 식자재는 어떤 것들이 더 잘 어울릴까. 그 부분을 고민하고 연구했다. 음식발전소를 연 이유도 똑같다. 음식은 흐르는 물처럼 계속 흘러야 한다. 고인 물처럼 멈춰서는 안 된다. 앞으로 나의 음식도 어떻게 변할지 장담할 수 없지만 끊임없이 변화시키고 싶다.”

방금 전까지 쿠킹클래스를 진행하셨는데 어떤 클래스 인지?

“8년 동안 진행한 클래스다. 내로라하는 명가의 사모님들이 수강생들이다. 그렇다고 주눅 들거나 특별한 대우를 하지는 않는다. 그저 수강생들일 뿐이 다. 한식과 테이블 매너를 가르치고 있다. 제철 음식, 한식 식자재가 가지고 있는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이론적인 교육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제철 음식을 먹으면서 이 재료는 어떤 점이 우수한지, 향은 어떤지를 같이 대화하면서 진행한다. 오늘은 꿩요리와 버섯요리를 다루었다.”

셰프를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아름다움을 좇아왔던 것 같다. 미술학도로 공부를한 것도, 인테리어 회사에 다닌 것도 각자가 가진 아름다움을 좇아서 선택했던 일들이다. 요리는 그런 흐름과 다르지 않다. 그냥 내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의 매체가 요리로 바뀌었을 뿐이다. 또한 그렇게 좇았던 것들이 요리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셰프가 된 특별한 이유를 하나 꼽으라고 하면 요리를 좋아했다. 특히 어머니가 해준 요리를 좋아했다.어머니의 음식을 먹으면서 어머니의 사랑을 느꼈다. 사랑을 공유하는 매체가 음식인 것 같다.”

어머니 하면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면?

“김치죽이다. 경상도 말로 갱시기 혹은 갱죽으로 불리는 것이다. 어머니가 경상도 분이셨는데 김장한 김치를 송송 썰어서 김치죽을 종종 끓여 주시곤 하셨다. 어릴 때는 그것이 돼지죽 같아서 입도 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비가 오는 날이면 그 김치죽이 그립다. 음식은 그리움이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매력이 있다.”

다양한 분야 중 한식을 택한 이유는?

“한식이 아름다웠다. 그래서 좋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아름다운 것들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한식을 고루하게 표현하는 것이 답답했다. 한식의 아름다움을 잘 살려보고 싶었다. 또한 한식의 무한한 가능성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좋은 것을 보면 나누고 싶지 않나. 그런 마음으로 시작했다.”

재작년에는 ‘곳간’으로 미슐랭 투스타, 올해는 한식 레스토랑 ‘104’로 미슐랭 원스타를 받았는데 비결이 무엇 인가?

“특별한 비결은 없다. 다만 그런 것은 있다. 음식은 잔재주가 아니라는 것. 소문난 잔칫집이 오히려 실속이 없지 않나. 유명하다고 해서 막상 갔는데 실망할 때가 있다. 그래서 음식은 소문보다 먹어본 사람의 느낌이 중요한 것 같다. 한 사람이라도 내 음식을 맛보고 좋은 경험으로 남았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또한 음식은 계속 발전해야 한다고 본다. 늘 좋은 식자재에 대한 고민과 함께 다양한 메뉴를 선보일 수 있어야 한다. 나의 요리는 전통적인 것이 30%이고 나머지는 나의 색깔을 입힌 요리들이다. 나의 지향점은 미래지향적인 한식이다.”

한식 레스토랑 ‘104’를 차린 이유는?

“결국 음식은 사람의 마음에 남기는 것이다. 시나 소설을 읽는 것과 같다. 내 음식을 통해 잠시나마 먹는 사람들이 한국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국에도 이런 맛과 미를 살릴 수 있는 음식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 사실 외국의 귀빈들이 종종 자택에 와서 식사를 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예약 시스템이 없어 불편했다. 그때 공간의 필요성을 느꼈다. 향기 나는 꽃과 아름다운 그림이 걸려 있는 공간에서 좋은 음악도 들려주고 맛있는 한식도 대접하는 특별한 경험을 많은 사람들에게 주고 싶었다. 먼 길을 달려와서 찾아온 이들 에게 음식을 통해 행복을 전달하고 싶었다.”

한식 레스토랑 ‘104’ 내부 모습.<이종국>

‘104’는 도자기, 상, 그림 등이 배치되어 마치 갤러리처럼 느껴진다.

“예술작품 모으는 것을 좋아한다. ‘104’에 있는 도자기와 그림 등은 이제껏 부지런히 모았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잘 모르는 사람에게 불쏘시개밖에 안 될 수도 있지만 이런 수집품 속에서 많은 영감을 받아 요리를 만든다. 또한 ‘104’가 복합적인 공간이 되기를 바랐다. 사람들이 단순히 요리를 먹는 공간이 아니라 한국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상이나 도자기들이 다 같은 것처럼 보이지만 살펴보면 종류가 다양하고 각자 품고 있는 이야기가 있다. 이런 것을 잘 몰랐던 한국인들 혹은 외국인들에게 낯설지만 새로운 느낌을 전달할 것이다. 음식의 맛도 중요하지만 이런 느낌을 잘 전달하는 것이 나의 철학이다.”

‘104’ 이름에 담긴 뜻은?

“‘백사(白沙)’는 하얀 모래를 뜻한다. 사실 ‘백사 이항복’ 할아버지의 호를 땄다. 하지만 디자인적 요소를 고려해 음이 같은 숫자 ‘104’를 활용했다. 간판은한자도 병행해 썼다. 할아버지의 호를 썼던 이유는 자기 조상을 걸고 했을 때 생기는 책임감이 다르다. 뿐만 아니라 조상의 호를 걸고 레스토랑을 만들 만큼 나의 음식에 대해 자신이 있었다. 당당하고 숨기지 않는 음식을 만들고 싶다.”

한 끼 식사로서는 가격대가 부담되는 편이다.

“제대로 된 한 끼를 대접하고 싶다. 정직한 식재료에서 정직한 음식이 나온다. 심마니가 직접 캐는 더덕, 소나무 밑에서만 자라는 자연산 송이버섯, 항구에서 갓 잡아 올라오는 해산물 등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신선한 재료들을 쓰고 있다. 이렇게 좋은 식자재를 쓰면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한식을 하면서 중국산 참깨나 고춧가루로는 제대로 된 음식 맛을 낼 수 없다. 특별하게 우리나라에서 생산되지 않는 것은 외래품을 쓴다. 직접 담근 장도 음식에 쓴다. 기본적으로 10년 이상 숙성된 장들이다. 가지고 있는 장들의 숙성연수만 합쳐도 100년이 넘는 다. 장만큼 자연과 호흡하는 음식이 없다.”

김주영 작가가 이종국 셰프에게 남긴 메모.<이종국>

셰프로서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은?

“최근 소설가 김주영 선생님이 오셨다. 식사를 하시고 짧은 메모를 남기고 가셨다. ‘가난한 문인 80 평생 예술을 먹어본 적은 처음입니다.’ 짧지만 강한 울림을 주었다. 어떤 대가를 바라고 요리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정성을 다해 만든 음식에 정성을 다해 표현해 주는 그 마음이 정말 고마웠다. 나는 요리로서 나의 진심을 전달했고 선생님은 글로서 진심을 전달하셨다.”

앞으로의 꿈이라면?

“한식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싶다. 외국에서 발표회를 가지면서 한식을 외국에 더 많이 소개해주고 싶다. 뿐만 아니라 한식을 통해 한국이 가진 문화적 유산들을 알려주고 싶다. 또한 후배 양성에 더 힘을 쏟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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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국 한식 푸드 아티스트


2005년 서울 성북동에 ‘음식발전소’설립

2006년 디자인 하우스 30주년 창립행사 케이터링

2008년 이종국 쿠킹클래스 ‘꽃보다 아름다운 우리 음식’ 진행

2009년 세계인테리어협회 디자이너 초청 케이터링

2010년 국토해양부 어딤채 예술감독 및 푸드 스타일링

2011년 한식세계화 프로젝트 디자인센터 강의

2011년 배 상면주가 전통식초 3종 개발 및 컨설팅

2012년 서울고메 VIP만찬

2013년 영국 문화부장관 방한 공식만찬

2015년 조선호텔 개관 100주년 행사 갈라 디너쇼

2016년 미 쉐린 2스타

2017년 포시즌 호텔 세계 미식여행 행사

2018년 레 스토랑 이종국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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