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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 금융 독점하는 시대는 끝났다
은행이 금융 독점하는 시대는 끝났다
  • 이정훈 핑거비나 대표
  • 승인 2018.10.31 1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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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업체 vs 금융회사, ‘데이터 경제’ 주도권 경쟁 가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성장원동력인 데이터의 중요성과 그 활용방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데이터가 모든 사업의 발전과 새로운 가치창출에 촉매 역할을 수행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IT기업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데이터 축적과 활용, 신속한 분석을 위해 매년 데이터 관련 투자를 늘리고 있으며(2016년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는 32억 달러의 설비투자와 리스를 했음. 이는 전년 대비 22% 증가된 수치) 한국 정부도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해 2019년까지 1조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인자산 관리 핀테크기업 두각

<자료=핑거비나 자체 조사>

미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핀테크 기업인 민트닷컴(Mint.com)은 2006년 설립 당시 30만 명 사용자에서 현재는 5000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개인자산 관리기업이다. 민트닷컴 서비스는 미국내 거의 모든 은행 계좌의 입출금 관리와 신용카드 사용 내역, 대출 계좌, 증권 계좌 정보, 보험 등 개인의 모든 자산과 부동산 등 비금융 자산까지 통합 관리해주는 원스톱 자산관리 플랫폼이다.

페이팔도 민트닷컴과 연결할 수 있으며, 미국 내 대다수 금융거래 관련 기관이 연결돼 있어 민트닷컴 서비스만 이용하면 개인자산 관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개인 사용자는 민트닷컴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대신 민트닷컴은 사용자의 금융 데이터를 분석해 신용카드, 예금, 투자, 보험, 모기지 등 개인에게 유용한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광고를 통해 수익을 얻는다. 

이런 민트와 유사한 국내 개인자산관리 핀테크 기업인 뱅크샐러드, 토스, 브로콜리 등도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확장 중에 있다. 이들 개인자산관리 핀테크 기업의 가장 큰 특징은 고객의 사용자 경험 중심의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용자의 금융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장기간 소요될 수 있기에 대부분 스크래핑(Scrapping) 기술 기업에 의뢰해 정보를 수집하는 편이다.

민트닷컴 등 자산관리플랫폼 기업으로 기존 금융기관 고객 이탈이 심해짐에 따라 2015년 12월 미국 유명 금융기관인 JP Morgan Chase, Bank of America, Wells Fargo 등 대형은행들이 이들 핀테크 기업에 대해 은행 서버 접속을 차단하는 사례가 있었다. 그 근거는 “은행들은 고객들의 금융정보에 관한 접근성을 차단하거나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을 자신들이 갖고 있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핀테크 기업들은 금융정보 접근을 차단하려는 은행들의 시도가 시대에 역행함은 물론 소비자의 자기정보 이용 권한을 제한하는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맞섰고, 핀테크 기업 사용자들은 자신의 데이터 소유권이 왜 은행에 있냐며 항의하면서 은행을 대상으로 핀테크 기업처럼 쉽고 편리하고 혜택이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줄 것을 제안했다. 결국 2016년초 은행과 핀테크 기업들은 협의를 통해 고객이 자진해 자신의 정보를 제공할 경우 금융정보를 수집할 수 있게 했고 핀테크 기업은 해킹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안 지침을 강화했다.

민트닷컴의 사례처럼 데이터의 경제·사회적 가치가 높아짐에 따라 데이터 경제의 민주화와 함께 국가·개인의 데이터 주권 개념이 국내외에서 주요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대통령이 주체가 되어 강력한 규제혁신을 강조하면서 경제의 새로운 활력을 위해 데이터 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키로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인터넷을 가장 잘 다루는 나라에서 데이터를 가장 잘 다루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산업화 시대의 경부고속도로처럼 데이터 경제시대를 맞아 데이터 고속도로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기로에 선 은행의 개인정보 독점   

<자료=핑거비나 자체 조사>

유럽은 최근 PSD2(Payment Service Directive 2) 개정으로 은행이 독점해온 고객의 금융 정보를 고객 동의를 거쳐 새롭게 정의한 계좌정보사업자(AISP), 지급결제사업자(PISP)가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면서 금융기관이 보유하던 고객의 거래 내역, 소비 패턴 등에 제3자 접근을 제도적으로 허용, 은행 중심에서 핀테크 중심으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PSD2 제정으로 핀테크 기업은새로운 자산관리 서비스, 지급결제 서비스 제공은 물론 축적된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전례없는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게 됐다. 특히 GAFA(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글로벌 IT 플랫폼 강자의 핀테크 서비스가 기존 금융권을 본격적으로 위협할 수 있게 됐다.

현재 데이터 경제 서비스를 하는 핀테크 기업인 크레딧 카르마(Credit Karma), 민트(Mint), 요들리(Yoddle), 크레딧 리페어(Credit Repair), 너드웰렛(Nerd Wallet) 등의 회원 수는 수억 명에 이르며 연 매출은 약 65억 9000만 달러(약 7조원), 고용인원도 1만 3000명에 달한다.

정부 중심으로 ‘데이터 경제’를 중점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디지털 데이터 경제의 한 축으로 개인 신용정보 거래를 중심으로 하는 ‘마이 데이터’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마이 데이터는 정보 주체인 개인이 본인의 정보를 적극적으로 관리, 통제하고 이를 신용관리, 자산관리 나아가 건강관리까지 개인 생활에 능동적으로 활용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국내에서는 금융분야 데이터 활용과 제도 개선을 위해 관련 정책과 법안 개정 활동이 진행되고 있으며, 신용조회사, 핀테크 업체 등에서 제한적 수준의 통합조회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뱅크샐러드’나 ‘브로콜리’는 개인 데이터를 활용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핀테크’는 비재무적 데이터 기반 신용평가 서비스를, ‘토스’는 신용평가사와 제휴해 간편결제 플랫폼 내에 개인 신용등급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해 다수의 사용자들을 확보하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 혁신과 데이터 경제 활성화 정책인 마이데이터 산업이 제대로 자리를 잡는다면 진정한 소비자 중심으로의 금융혁신이 촉진되고 데이터 주도 경제로 전환하는 흐름 속에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기반이 마련될 것이다. 

“이제 은행은 고객의 눈앞에서 사라질 것(Invisible)”이라는 게 미래 금융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물리적 지점이 사라지는 대신 인공지능(AI)으로 구성되고 음성으로 활성화되는 가상뱅킹 도우미들이 소비자들의 24시간 필수품으로 자리잡게 될 전망이다. 지점을 흡수한 지역 거점은 플래그십 스토어로 바뀌게 될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문 등 보다 전문적인 리테일 서비스를 제공하고, ATM은 무인 키오스크로 진화해 소비자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직접 해결하도록 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그렇게 될 경우 보이지 않는 금융의 경쟁우위 요소는 무엇이 될까? 아마도 데이터 분석과 처리를 통해 고객 지향적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조직과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어야 할 것이다. 미래 금융은 데이터를 활용한 고객 중심의 개인별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제는 고객이 상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더 나은 혜택과 탁월한 경험을 갖도록 하는 것, 고객이 가치 있게 생각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 이상 은행이 금융을 독점하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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