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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650조원 잘 굴리려면 정부 간섭부터 없애야
국민연금 650조원 잘 굴리려면 정부 간섭부터 없애야
  • 이일호 기자
  • 승인 2018.10.31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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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세 번째 규모 연기금…기금운용 독립성 확보 중요

[인사이트코리아=이일호 기자] 2018년 8월 말 기준 국민연금공단에 쌓인 돈은 총 650조8000억원. 일본·노르웨이·네덜란드·미국·캐나다 등과 함께 세계 6대 연금이자 일본과 노르웨이에 이어 전체 연기금 중에 세 번째로 규모가 크다. 천문학적 자금을 굴리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1988년부터 올해 8월까지 연평균 5.60%의 수익률을 거뒀다. 이런 국민연금이 최근 기금 고갈 우려와 함께 수익률이 너무 낮은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했다.

하지만 단순 수익률 수치만 놓고 연금공단의 책임을 묻기에는 무리가 있다. 수익률을 결정짓는 요인은 해외와 국내 자본시장 환경, 기금운용본부의 대체투자 역량, 포트폴리오 구성 방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는 국민연금공단이 과연 정부로부터 독립된 기금운용을 하고 있느냐는 의구심이 수익률 논란까지 이어졌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

수익률 흠잡기엔 논란 여지 커

기금운용본부가 연기금을 운용할 때는 단순 수익성뿐만 아니라 안정성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기금운용본부의 ‘기금운용원칙’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은 투자하는 자산의 전체 수익률 변동성과 손실위험이 ‘허용되는 범위 안에 있도록 안정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이 같은 내용은 ‘기금의 장기적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가능한 한 높은 수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수익성 원칙에도 일부 담겨있다.

국민연금의 장기수익률인 5.60%가 적정한 수준인지 따지려면 주요 글로벌 연기금과 비교할 필요가 있다. 2017년 기금운용평가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과 규모가 비슷한 세계연기금 자산규모와 2012~2016년 평균 수익률을 보면 국민연금 5.18%, 네덜란드국민연금(ABP) 8.03%, 미국 캘퍼스(CalPERS) 9.03%, 캐나다공적자금(CPPIB) 312.3% 등으로 국민연금이 낮아 보인다. 이 자료만 보면 국민연금 수익률이 낮아 보인다.

하지만 이 자료만으로는 수익률 평가가 단편적이다. 국민연금이 글로벌 평균보다 높았던 시점이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2015년 국민연금기금의 연 수익률은 4.57%였는데, 이는 세계 6대 연기금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캐나다공적자금은 3.7%, 노르웨이국부펀드 2.7%, 네덜란드국민연금 2.7%, 일본 공적연금펀드 1.8% 등이다. 미국 캘퍼스는 0.1% 손실을 봤다.

이 같은 수익률 차이는 기본적으로 포트폴리오 구성에서 기인한다.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는 채권 비중이 50%를 넘는다.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채권은 글로벌 경제 불안정 시기에 빛을 발한다. 당장 올해 10월만 봐도 코스피가 고점 대비 15% 넘게 내려앉는 와중에 채권 가격은 올랐다. 주식과 채권의 움직임은 대체로 약한 음의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수익률을 재고하는 일은 어려울까? 이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다. 증시 변화에 따라 포트폴리오 자산을 탄력적으로 배분하는 것도 가능한데, 국민연금은 그간 이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처해왔다. 글로벌 증시가 좋았던 2017년 전체기금 중 주식 비중은 38.5%에 불과했다. 반면 자본시장이 고꾸라지고 있는 올해 8월 기준 연금공단의 주식 규모는 37.9%로 별반 차이가 없다. 기금운용위원회가 포트폴리오 수정에 소극적임을 방증하는 부분이다.

자산 배분의 효율성에 대한 지적도 있다. 몇몇 사회보장성 기금의 경우 일부 돈을 다른 자산으로 옮겨도 될 만큼 여유자금 규모가 크다는 연구결과가 그것이다. 특히 국민건강증진기금 등 일부 기금에 속한 1200억원 규모의 자금이 한국은행 국고계좌에 상당수 예치돼 추가 수익이 아예 없는 상태인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배구조 문제가 본질적 ‘핸디캡’

국민연금에서 가장 큰 문제는 사실 지배구조 부분이다. 기금운용본부가 정부의 입김에서 벗어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당장 기금운용본부의 경영 방향성을 결정하는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이 보건복지부 장관이라는 점부터 문제의 소지가 있다.

박근혜 정권에서 일어난 국민연금 스캔들이 대표적이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주주권을 가지고 있었던 국민연금이 찬성하도록 청와대의 외압이 가해진 사실이 드러났다. 청와대로부터 지시를 받은 당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국장과 연금재정과장을 비롯해 사무관까지 동원했다는 사실이 검찰 수사결과 확인됐다. 

이로 인한 국민연금의 손실액은 3000억원에 이른다. 국민의 미래 수익원인 국민연금을 민간기업 관련 일에 활용했다는 소식에 국민적 반감과 불신이 크게 번진 것은 물론이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해양 회생 과정에서도 정부 요구에 독립적이지 못해 기금에 손실을 끼쳤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기금운용의 방향타를 잡아야 할 기금운용본부장(CIO) 자리도 1년 넘게 공석이었다. 지난해 7월 강면욱 CIO가 사임한 뒤 연금공단은 신임 본부장 공모 과정에서 청와대 인선 개입 의혹 등 각종 구설에 시달렸다. 일각에선 문재인 정권 수립에 공을 세웠던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 내정설이 퍼지기도 했다. 이 같은 사건 하나하나가 연기금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는 요인이다.

최근엔 CIO를 비롯해 국민연금 운용직 처우 문제도 제기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기금운용본부 전체 정원 278명 가운데 97명이 퇴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8년 이상 운용경력을 가진 직원 중 퇴사자가 크게 늘며 기금운용본부의 전문성이 떨어졌다는 우려를 키웠다.

직원들의 퇴사 행렬 원인으로 낮은 수익률이 꼽힌다. 2016년 기준 국민연금 기금운용역 급여는 자산운용업계 평균 수준이지만 책임은 막중하다. 인센티브를 포함해 연봉이 3억 수준인 CIO 직은 주요 자산운용사 CEO의 성과급 포함 평균 연봉인 4억6000만원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이리저리 간섭은 많지만 보상은 적다’ ‘독이 든 성배다’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역균형개발에 따라 2017년 기금운용본부를 전북 전주시로 이전한 것도 문제로 꼽힌다. 국내 주요 금융회사가 서울에 집중돼 있는데, 주식과 채권투자를 해야 할 기금운용본부가 수백 킬로미터 거리에 떨어진 것이다. 당장 국내 금융사와의 소통뿐만 아니라 해외 투자처와의 소통 측면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기금운용본부를 다시 서울로 이전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기금운용위원장 민간이 맡아야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당장 독립성부터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보건복지부 장관이 맡는 기금운용위원장 직을 민간 인사가 맡아야 한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나아가 기금운용본부장 선임 과정에서 공단 이사장의 임명 제청과 장관 승인 절차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모두 국민연금의 지배구조와 맞닿아있는 비판이다.

국민연금 지배구조가 현 상태로 유지될 경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도 부정적이다. 재계는 CIO가 국민연금 투자위원회를 이끄는 위원장이라는 점을 우려한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국내 기업은 770개가 넘고, 이중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기업은 298개에 이른다. 정부 입맛에 맞게 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다. 이미 전문가들 사이에선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를 늘리는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으로 ‘연금사회주의’가 도입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장착하기에 앞서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 확보 문제부터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어머니는 많고 정치 외풍에도 쉽게 흔들리는 지배구조가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논란은 결국 국민적 관심이 쏠린 연기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늘린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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