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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신간] 오형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이 쓴 '보이는 경제 세계사'
[화제의 신간] 오형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이 쓴 '보이는 경제 세계사'
  • 이일호 기자
  • 승인 2018.10.29 1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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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결정적 장면 35가지를 30년 경제 기자가 눈앞에 펼쳐지듯 생동감 있게 풀어 쓴 책
오형규 논설위원이 쓴 책 표지.<글담출판>

[인사이트코리아=이일호 기자] 넓은 통신망이 거미줄처럼 곳곳에 퍼진 ‘월드 와이드 웹’의 시대는 인류에게 정보 과잉을 선사했다. 불과 20~30년 전까지 사람들은 희소한 정보를 수집하기 바빴지만, 오늘날에는 세상만사를 한 손안에서 생중계로 보고 듣는다. 쏟아지는 정보에 ‘사색은 없고 검색만 있는 시대’가 돼버렸다. 이럴 때일수록 ‘진짜 정보’를 찾기에 책만 한 게 없다. 30년간 경제 기자로 일한 오형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의 신작 <보이는 경제 세계사>가 이를 증명한다.

책을 쓴 오형규 논설위원 스토리텔러다. 팩트를 딱딱하게 기술하는 여타 기자들과는 다르게, 그의 글에는 기승전결 식 이야기가 뚜렷하다. 1970년대 유행한 ‘삼중당문고’를 읽고 자랐다는 그의 글쓰기 지론은 ‘읽기 쉬운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오 위원이 쓴 <보이는 경제 세계사>도 마찬가지다. 경제와 역사가 상호작용하는 서른다섯 가지 사건을 통시적, 공시적으로 담아냈다. 무수한 정보의 틈바구니에서 ‘진짜 정보’로서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책은 고대에서부터 중세, 근대 대항해시대, 현대에 이르기까지 세계사를 포괄적으로 다룬다.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에 전쟁이 당시 경제상에 미친 영향, 유라시아 대륙을 걸어서 횡단한 카라반이 가져온 중세 문명의 경제적 교류, 저렴한 커피 상점을 중심으로 성장한 금융시장, 19세기 중국 화교들이 바꾼 세계 경제지도, 과학과 인공지능이 바꾼 경제에 이르기까지 짧은 글들 안에 각 서사가 밀도 있게 담겨있다.

중세시대를 뒤흔든 질병 페스트가 영국 벽돌주택과 화재보험 등장의 원인이라는 얘기가 눈길을 끈다. 페스트의 매개체는 쥐벼룩인데, 영국에선 특히 이촌향도로 구축된 빈민가 목조주택을 중심으로 질병이 퍼졌다. 그러다 1666년 런던대화재 이후 빈민촌이 불에 타 없어지면서 페스트도 자취를 감췄고, 이후 런던에서 공공위생을 위해 벽돌주택만 허용하게 됐다는 것이다. 당시 등장한 화재보험은 대화재 공포로 말미암아 5000건 넘게 팔리며 크게 유행했다.

17세기 후반 커피 열풍으로 말미암아 금융시장이 커졌다는 스토리도 재미있다. 저렴하고 맛있는 커피가 15세기부터 유행했고, 세계 각지의 커피하우스에 사람들이 모이며 커뮤니티가 형성된 것이다. 선박보험을 탄생시킨 근대적 형태의 첫 금융사 ‘로이드(Lloyd’s)’도 커피하우스에서 탄생했다. 발자크와 볼테르, 괴테, 바흐 등 세계적 예술가들도 평생 커피를 예찬하며 살아왔다고 전해진다.

개념과 원리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저자의 스타일도 특기할 만하다. 프리랜서(Freelancer)와 용병(Mercenary)의 어원을 바탕으로 중세시대 병역 면제세 활성화를 설명하고, 오늘날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보호무역의 근거를 나폴레옹의 ‘대륙봉쇄령’으로 해석하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서른다섯 개 이야기의 곳곳에 적절한 장면이 담겨있어 읽는 독자로서도 어렵지 않게 각 사건의 ‘연결고리’를 이해할 수 있다.

“오늘날 당연시되는 것들이 실은 그 하나하나가 장대한 역사다. 그 속에는 먼저 산 이들의 피와 땀, 열정과 모험, 도전과 깨달음이 배어있다. 오늘날 흔한 맥주와 와인, 커피와 누들에도 수천 년의 역사가 숙성되어 있다. 또한 실크로드에서 세계무역까지, ‘눈에는 눈’에서 보험까지, 연금술에서 인공지능까지의 발전과정은 그 자체로 인류의 진보다. 그 어떤 것도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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