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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은행들 천문학적 예대마진차 수익…오해와 진실은?
[포커스]은행들 천문학적 예대마진차 수익…오해와 진실은?
  • 이일호 기자
  • 승인 2018.10.26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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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 3년 반 동안 109조 수입...금융위 "세계 평균보다 예대금리차 낮아"
은행들의 늘어나는 예대마진을 둘러싸고 논란이 거세다.<픽사베이>

[인사이트코리아=이일호 기자] 은행들의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수입)이 국감에서 또 도마에 올랐다. 김정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26일 정무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포문을 열었다. 지난 3년 반 동안 은행들이 예대금리차로 109조 원의 수입을 거뒀다며 각 은행의 지난 4년 간 예대금리차와 예대마진 수입 내역을 공개했다.

<자료=김정훈의원실>

김 의원은 “가계부채가 1500조원에 달해 국민은 원리금 상환에 힘들어하고 있는데, 은행들은 지난 4년간 최고 예대금리차로 천문학적 수입을 올렸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자본이익율과 자산이익률, 예대마진을 살펴보면 다른 나라에 비해 과도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은행 예대마진을 둘러싼 비판은 주로 ‘그들이 돈을 많이 벌고 있다’는 측면에 집중된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타고 매년 조 단위 수익을 거두는 게 너무 과도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한 반박은 주로 ‘글로벌 평균보다 낮으니 괜찮다’는 식이다. 하지만 이 같은 논의는 예대마진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고 소모적이다. 액수나 금리차 자체만 놓고 봐서는 딱히 적절한지 아닌지를 판단할 비교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금리 올라도 대출이자 과하게 오르지 않아

예대마진은 은행의 주된 수입원이다. 대출로 발생한 이자이익에서 예금에서 발생한 이자지급분을 뺀 수입이 여기 해당한다. 이 같은 예대마진은 높은 대출금리와 상대적으로 낮은 예금금리의 차이, 속칭 예대금리차로 인해 발생한다. 김정훈 의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의 평균 예대금리차는 2015년 1.97%에서 2016년 1.95%, 지난해 2.03%, 올해 상반기 2.08%다. 김 의원 주장대로라면 과거 3년 간 예대금리차가 벌어졌다고 봐도 무방해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계산은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가중평균금리와는 차이가 있다. 한국은행은 은행의 가중평균금리를 신규 취급액(당월 새롭게 집행된 예금 및 대출액)과 잔액(누적된 예금 및 대출액)으로 구분해 발표한다. 지난 8월 기준 한국은행 가중평균금리의 금리차는 신규 취급액 기준 1.82%다. 신규 취급액만 보면 최근 2년 새 금리차는 다소 줄었다. 2016년 12월은 1.88%로 지난 8월보다 0.06%포인트 높다. 2017년 12월은 1.81%로 0.01%포인트 낮지만 현재와 큰 차이는 없다.

과거 예금 및 대출이 모두 포함된 잔액기준으로는 전체적으로 금리차가 커졌다. 지난 8월 현재 잔액 기준 2.33%의 금리차는 2016년 12월 2.19%보다 0.14%포인트 높다. 지난해 12월 2.30%보다도 0.03%포인트 높다. 하지만 이 정도 차이로 예대금리차가 벌어졌다고 단정짓기는 무리가 있지만, 어찌했든 양쪽 금리 차이가 커진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예대금리는 실제로 벌어졌을까? 이에 대해 한국은행은 지난 5월 최근 은행 예대금리차는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 봐야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미국발 금리 인상으로 은행들도 덩달아 대출금리를 올린다는 주장에 대한 일종의 반박이었다. 한국은행은 신규 취급액 기준 금리가 은행의 당월 예대금리차를 반영하기 때문에, 과거 누적예대차를 모두 포괄하는 잔액기준보다 최신 정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분석대로라면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가 더 빨리 오른다는 주장이 성립하지 않는 셈이다.

또 한가지 주시할 부분은 최근의 금리인상 기조다. 일각에서는 시장금리가 오를 때 은행들이 대출금리는 올리는 반면 예금금리는 그대로 유지하거나 덜 올린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근거가 없다. 은행 대출은 평균만기가 예금의 평균만기보다 짧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 경우 빠르게 오른 시장금리가 신규 대출에 반영되는 반면, 예금은 저금리 영향이 남아있어 대출보다 늦게 적용된다. 이 같은 현상이 마치 대출금리는 많이 오르고 예금금리는 덜 오르는 것과 같은 착시를 일으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상기에 예대마진 격차가 벌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대출과 예금의 벤치마크 금리가 다르기 때문”이라며 “금리 하락기에는 오히려 반대 현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추이. 사진 빨간색 원은 금리 인하에 따라 예대금리차가 줄어드는 부분.<한국은행>
한국은행경제통계시스템에서 확인한 2008년 8월~2018년 8월 신규 취급액 기준 예대금리. 대출금리(초록색 선)와 예금금리(빨간색 선) 간 차이가 유의미하게 벌어지지 않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한국은행>

실제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예대금리차는 일시적으로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가 다시 벌어진 바 있다. 시장금리 하락분이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 더 빠르게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금리 격차는 한국은행이 제공하는 경제통계시스템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신규 취급액 기준 예대금리는 금융위기 이후 지난 10여년 간 유의미하게 벌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액수나 금리차보다는 적정성, 은행의 사회적책임에 초점 맞춰야

하지만 은행들이 수익성 측면에서 예대마진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지난해 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순이익 대비 이자이익 비중은 80%에 달한다. 국내 ‘리딩뱅크’ 경쟁을 벌이는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이 비중이 여타 은행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올해 연말까지 가계대출 1500조원 돌파가 유력시되고, 국민 가처분소득이 매년 줄어드는 경제구조는 결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시중은행들은 이 같은 현상을 방조해왔다. 가계대출은 2016년 12월 708조, 2017년 12월 766조, 2018년 7월 796조로 매년 50조 가까이 늘어났다. 여기에 기업대출 잔액까지 합치면 2016년 12월 1467조원에서 올해 7월 1608조원으로 9.6% 증가한다. 이 기간 4대 시중은행은 매년 1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자이익은 이제 80%까지 벌어졌다.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은행들은 과거보다 리스크 있는 대출을 잘 집행하지 않는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임기 초인 지난해 7월 했던 발언을 다시 인용하자면, 모든 은행들이 20여년의 세월동안 '국민은행화'됐다. 최 위원장은 ”국민은행의 99년과 2016년 기업대출 비중이 40%대로 큰 차이가 없지만 우리은행은 68.6%에서 44.3%로 신한은행은 74.2%에서 47.9%로 줄었다. 하나은행도 72.8%에서 45%로 줄었다”며 '전당포식 영업'이라 비판했다. 기업대출이 가계대출보다 안정성에서 떨어진다는 점에서 은행들의 대출 관행이 보수적으로 변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국감에서 했던 말처럼, 우리나라 은행들의 예대차가 글로벌 평균보다 낮은 것도 사실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발간하는 IFS(International Financial Statistics)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 간 한국의 예대마진은 1.7~1.8% 수준인 반면 2016년 미국은 3.51%, 독일은 6.9%, 프랑스는 2.99%였다.

하지만 여기에는 각 나라마다 금융환경이 다르다는 측면이 간과돼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발표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주요 상업은행들은 올해 2분기 총 이익 가운데 비이자이익 비율이 34%에 달한다. 웰스파고(Wells Fargo)의 경우 2010년 47.5%의 비이자이익을 기록한 이후 줄곧 40%대를 유지하고 있다. 영국과 일본, 프랑스 등 선진국 은행의 비이자 수익 기반인 수수료 이익은 영업이익에서 20% 중후반대를 차지한다. 반면 국내 시중은행들은 비이자이익 비중이 20%이 채 안 되며 수수료 이익은 10%가 채 되지 않는다.

전체 이익에서 비이자수익 기반이 워낙 낮다보니 순이자이익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은행들은 수수료 수익 확대나 해외시장 진출, 투자은행 부문 강화, 계열사 투자 증대 등으로 비이자이익 확대를 추구하기를 꺼려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자이익으로 남은 돈의 상당수가 주주 배당으로 빠져나가거나 유보금 형태로 남게 된다. 원리금 갚기 어려운 서민들로선 반발 심리가 생길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선진국들의 경우 금융소비자들에게 대출을 많이 해주기 때문에 금리를 높이 받을 수 있고, 국제화 되다보니 다방면에서 비이자이익을 많이 거두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며 “숫자만 놓고 예대마진이 높은지, 예대금리차가 낮은지를 단정하기 어려운 부분”이라 강조했다.

은행 스스로 논란을 자초한 측면도 있다. 지난 6월 금융당국이 공개한 은행권 대출금리 조작 사건이 대표적이다. 금융감독원이 시중은행과 국책은행 등 9개 은행의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가산금리 부과 및 우대금리 운용 등을 임의대로 산정해온 것을 밝혀낸 것이다. 신뢰가 핵심인 금융서비스에서 대출금리 임의 산정 사실이 밝혀지자 은행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한동안 들끓었다.

하지만 은행들은 금리산정체계에 대해 극구 함구한다. 자체적인 영업 전략이라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은행 금리산정의 적정성과 투명성은 매분기 실적시즌마다 논란이 된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제2의 은행 대출금리 조작사건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조남희 대표는 “은행들이 금리체계를 투명하고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운용하지 않으면서 시장의 설득을 얻지 못하고 있다”며 “자기 멋대로 대출금리를 고무줄처럼 운용하면서 수익을 거두는 게 과연 정당한지 논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조 단위 수익을 거두는 은행들의 사회적 책임도 생각해야 한다”며 “늘어나는 대출의 얼마만큼은 중금리 대출이나 서민금융을 늘리는 방식으로 운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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