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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박원순 딜레마'에 빠진 문재인 정부 집값 잡기
[이슈분석] '박원순 딜레마'에 빠진 문재인 정부 집값 잡기
  • 이경원 기자
  • 승인 2018.10.04 1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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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vs 서울시, 그린벨트 해제 놓고 갈등...전문가들 "줄다리기 끝내고 실질적인 공급대책 내놔야"
<그래픽=이민자>

[인사이트코리아=이경원 기자] 서울 그린벨트 해제 문제를 두고 중앙정부와 서울시의 줄다리기가 계속되면서 서울 집값을 잡기위한 정부의 주택공급 대책이 딜레마에 빠졌다. 박원순 서울 시장이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그린벨트 해제에 재해 단호하게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그린벨트 해제 대신 주상복합빌딩 조성 등 도심 활성화에 중점을 둔 공급대책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좀처럼 협의점을 찾지 못하자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은 ‘그린벨트 직권 해제’ 카드까지 꺼내들며 강공에 나서겠다는 분위기다.

문재인 정부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박원순 시장이 그린벨트 해제 문제를 놓고 정면충돌하는 양상이다. '집안 싸움'이라 여론이 악화될까 봐 서로 조심하고 있지만 속으로 양쪽 모두 부글부글 끓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정부는 지난 9·13 부동산 대책 발표를 통해 서울 집값 안정화에 총력을 다한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강화된 종부세로 투기세력을 잡고 서울·수도권 공공택지에 30만호의 주택 공급을 하겠다고 밝혔다. 대규모 주택공급을 위해서 서울의 보존가치가 낮은 3등급 이하 그린벨트 해제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지난 9월 21일 국토부는 1차로 중소규모 택지 17곳, 약 3만5000호의 주택 공급이 가능한 입지를 발표했다. 서울 도심지역에서는 옛 성동구치소, 개포동 재건마을을 포함한 총 11곳으로 약 1만호의 주택 공급이 이뤄진다. 경기도에서는 서울에 인접한 광명·의왕·성남·시흥·의정부 등 5곳에서 1만7000호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인천은 검안 역세권에서 7800호다. 1차로 선정된 3만5000호의 택지는 내년 상반기 지구지정을 완료하고 2021년부터 분양을 시작하기로 했다.

나머지 26만5000호는 연내 10만호를 추가 발표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모든 신규 택지 선정을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선정된 3만5000호의 택지는 30만호의 10% 수준 밖에 안 된다. 정부는 남은 26만5000호의 택지를 모두 경기도에서 공급 하기에는 부담이 있다고 보고 서울 내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부의 이런 대규모 공급 정책이 힘을 받기 위해서는 서울시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현행법상 30만㎡ 규모 미만의 개발제한구역 해제 권한은 시·도지사에게 위임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울시가 그린벨트 해제에 난색을 표하면서 정부의 주택공급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서울시는 그린벨트 해제 대신 도심 유휴지나 상업지역 용적률 상향 조정 등을 통한 주택 공급을 대안으로 제안해왔다. 그린벨트 해제 시 주변 집값 상승과 자연환경 훼손 등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서울시는 국토교통부와의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협의 과정에서 2022년까지 도심에서 주택 6만2000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옛 성동구치소 부지, 개포동 재건마을 등 11개 신규 택지에서 1만여호를 공급하고 역세권 용도지역·용적률 등 규제 완화를 통해 3만4000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매입 임대 공급으로 1만호를 확보하고 나머지는 기존 택지를 활용하는 등의 방법을 쓰겠다는 것이다. 이 내용은 서울시와 국토부 간에 협의가 잘 이뤄지지 않아 국토부가 지난 21일 밝힌 ‘주택공급 확대방안’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원순 "도심 업무빌딩 활용해 주택 공급하겠다"

최근 박원순 시장은 그린벨트 해제 대신 다른 대안을 내놓았다. 유럽을 방문 중인 박 시장은 9월 30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린벨트를 풀지 않는 범위에서 서울시가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며 “기존 노후 건물 자리에 높은 층수의 주상복합빌딩을 새로 짓는 방식으로 도심 공공임대주택 조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린벨트 해제는 불가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셈이다.  

박 시장의 구상은 이렇다. 종로, 을지로 등 도심의 오래된 업무빌딩을 허물고 그 자리에 고층 주상복합을 지어 주택공급을 하거나 비어있는 빌딩을 임대주택으로 재활용해 주택공급과 동시에 도심도 활성화 시키겠다는 것이다. 도심 빌딩들이 대부분 업무 중심이어서 저녁엔 텅텅 비어 있기 때문에 높은 빌딩 일부에 공공임대나 분양주택을 배치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새로 짓는 주상복합에 분양이 이뤄지면 인근 집값 자극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층고 제한 등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주거 임대 비율을 최소 절반 이상으로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종합부동산 서비스 회사인 메이트플러스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서울 오피스빌딩 공실률은 10.7%다. 서울 도심 사무실 10곳 중 1곳 이상은 비어 있다는 얘기다.

박 시장은 상업지역 내 주거비율을 기존 80%에서 90%로 높이고, 준주거지역에서는 용적률을 400%에서 500%로 올려 공공임대주택 등 주택공급을 확대한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국토계획법상 상업지역에서 주상복합을 지을 때 연면적 중 주거용의 비율 상한은 90%이며 준주거지역의 용적률은 상한이 500%로 설정돼 있다. 이 법정 한도보다 낮게 설정해 도심 인구 과밀을 막았는데, 이를 법적 상한까지 풀어주겠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지금까지는 임대주택을 기초생활수급권자 중심으로 공급해왔는데 앞으로는 도심 고층 건물에도 넣어 중산층에게 제공해야 한다”며 “대신 임대보증금을 상당한 정도로 받아 추가로 공공임대를 짓는 재원으로 활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외곽지역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주택을 공급하는 것 보다는 도심 용적률을 완화하고 역세권 활성화를 통해 주택을 공급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며 “용적률 완화 등의 인센티브를 통해 사업성을 높여 최대한 공급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실수요자층 조건 맞추면 임대수요 전환 가능성도 

전문가들은 박원순 시장이 내놓은 공급 방안에 대해 ‘괜찮은 아이디어’라는 평이다. 하지만 효과면에서는 그린벨트를 푸는 것이 더 임팩트가 크다고 내다봤다.

구만수 국토도시계획기술사사무소장은 "취지는 괜찮지만 풀어야할 난제가 많을 것"이라며 “업무시설에 주거시설이 들어가면 공원, 학교, 주차장 등 주거시설에 최적화 되어있지 않아 제한적인 수요만 있을 수 있으며 업무용으로 사무실을 이용하는 회사 입장에서도 반기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주현 월천재테크 대표는 “일본의 록본기힐스와 같은 복합 콤플렉스로 개발된 좋은 예처럼, 입지가 좋은 곳에 공급이 된다면 인기가 있을 것”이라며 공급에 있어 그린벨트 협의보다 진행도 빨리 될 수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표는 또한 중산층에게 현재의 전월세 임대료보다 더 좋은 조건의 공공주택이 도심에 제공된다면 무주택층의 심리 안정을 유도할 수 있어 매매수요가 임대수요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도심에 제공될 부지가 실수요자의 수요 조건을 충족시켜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서울 주택을 구매하려는 실수요자층의 대부분이 40대인데 이들은 청약에 있어 많이 소외돼 있으며 33평대를 선호하는 반면, 정부가 공급세대 수에 초점을 맞춘 소형 위주의 공급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수요조건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역시 집값 안정화를 위한 대규모 공급은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도심 활성화 측면에서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지만 대량 공급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주택 매매가 안정에 기여도는 낮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재개발·재건축을 묶어놓고 개발제한구역 풀겠다는 국토부나 업무시설에 주거시설 넣겠다는 서울시나 도토리 키재기”라며 "하루빨리 줄다리기를 끝내고 실질적인 공급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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