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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3-29 18:38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기자들 닥달에 '가짜 뉴스' 만든 씁쓸한 추억
기자들 닥달에 '가짜 뉴스' 만든 씁쓸한 추억
  • 문기환 전문위원 겸 새턴PR컨설팅 대표
  • 승인 2018.10.04 14: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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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쿠웨이트 특수대책반' 화면 연출...여전히 가짜 뉴스가 우리 언론 장식

[인사이트코리아=문기환 전문위원 겸 새턴PR컨설팅 대표] 얼마 전 국내 굴지의 한 경제신문이 어처구니 없는 오보 논란에 휩싸였다. 다름 아닌 “‘최저임금 부담’ 식당서 해고된 50대 여성 숨져”란 제목의 기사였다. 사건 발생 도시의 지방경찰청에서 유사한 사건이 전혀 없었다고 해서 결국 오보로 밝혀졌다. 기자가 제보자의 발언만 믿고 사실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기사화 했던 모양이다.

이 기사는 인터넷에 게재된 지 6시간 만에 삭제됐지만 ‘최저임금 때문에 자살’이라는 프레임(Frame)을 만들어내며 논란이 됐고, 정치권의 공방으로 비화됐다. 야당은 기사를 근거로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고, 여당은 ‘가짜 뉴스’라고 맞섰다.

그 신문은 며칠 후 정정·해명기사를 통해 “완결성이 부족”했음을 시인하고 사과하면서도 “가짜 뉴스를 만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시류에 맞는 프레임을 설정하고 거기에 기사를 억지로 끼워 맞춘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오보, 가짜 뉴스의 유혹은 언론사가 뻔히 알면서도 빠져드는 함정과도 같다. 다음은 종합상사 홍보팀장이던 필자가 실제로 경험한 일이다.

홍보실에 ‘쿠웨이트 특수 대책반’?

1990년 여름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전격 침공하자 미국 주축의 유엔이 적극 개입했고 7개월 만인 1991년 2월 연합군의 승리로 걸프전이 끝난 때였다. 당시 언론 들은 건설, 무역 등 전쟁이 끝난 후 예상되는 각종 복구 사업, 소위 ‘쿠웨이트 특수(特需)’에 대해 연일 쓰고 있었다. 당시 쿠웨이트는 건물, 도로, 산업 및 주택시설이 파괴돼 상당한 건설공사 수요가 있었다. 또한 각종 내구재, 생활필수품 등 막대한 물자를 수입해야 할 상황임에는 틀림없었다. 게다가 중동의 석유 부국으로 달러 또한 풍부했으니 언론이 그렇게 예측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대규모 건설공사는 연합군 리더인 미국과 유럽국가가 이미 선점했으며 우리나라 몫은 고작 재하청 공사였다. 각종 물자 수입 또한 부유층은 런던이나 파리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있으며, 빈민층은 수요는 있으나 구매력이 없었다.

사정이 이러하니 종합상사인 ㈜대우에서도 지사 사무실 재가동 및 전쟁 이전 사업의 속개 등에 대한 대책 논의는 있어도, 언론에서 주장하는 ‘쿠웨이트 특수’란 유감스럽게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종전을 앞두고 이미 언론기사의 향배가 ‘쿠웨이트 특수’로 방향을 틀었기에 전쟁이 끝나자 마자 언론들은 저마다 이 프레임을 뒷받침 할 기사를 쓰기 위해 ‘쿠웨이트 특수 현장’을 찾아 나서게 된 것이다.

특히 신문의 사진과 TV의 화면은 수출 대박으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어야 할 종합상사의 ‘쿠웨이트 특수 대책반’ 모습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었다. 대다수 언론사의 집요한 요구에 할 수 없이 회의실 한 칸을 빌려 급히 만든 것이 소위 ‘쿠웨이트 대책반’이었다. 그러나 사진과 화면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입구에 매직펜 글씨로 큼지막하게 ‘쿠웨이트 특수 대책반’이라는 종이 팻말이 붙여 있는 회의실에서 중동지역 지도를 펼쳐 놓고 열심히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 사람들은 중동 담당 직원이 아닌 바로 홍보실 직원들이었다.

사정을 모르는 홍보실 직원들의 가족, 친지, 친구들은 “야, 너 어제 TV에서 봤다. 언제 부서를 옮겼니?” “너 출세했더라, TV에도 나오고” 등등 일일이 설명하기도 귀찮고 쑥스러웠던 직원들은 그냥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고 한다. 이렇게 쿠웨이트 특수가 없는 진실을 무시한 채 마치 특수가 있는 양 독자, 시청자, 나아가서는 전체 국민을 호도한 가짜 뉴스가 창피스럽게도 아직도 우리 언론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진실은 그 언젠가 밝혀질 날이 꼭 온다는 진리를 되새겨볼 때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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