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평양보다 미국이 급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평양보다 미국이 급했다
  • 금민수 기자
  • 승인 2018.09.18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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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부, 수입차에 25% 고율 관세 추진...대응책 마련 위해 美 출국
현대자동차 정의선 부회장이 지난 7일 인도에서 열린 '무브(MOVE) 글로벌 모빌리티 서밋(이하 무브 서밋)'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금민수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 부회장이 ‘평양’이 아니라 ‘미국’으로 향했다.

지난 14일 정의선 현대동차 부회장은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2009년 기아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에서 현대자동차 부회장으로 취임한 지 9년 만이다. 18일 평양에서 열리는 제3차 남북정상회담 참석이 그의 첫 행보로 예상됐다. 하지만 김용환 현대차 부회장이 경제사절단으로 남북정상회담에 참석했다.

정의선 부회장은 왜 평양에 가지 않은 것일까. 총괄 수석 부회장으로 취임한 지 이틀 만인 지난 16일 오후 그는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번 일정에서 정 부회장은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을 포함한 미국 행정부 인사 및 의회 고위 인사들을 만날 예정이다. 정 부회장은 고위 인사들을 만나 미국의 수입차 관세 문제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부터 수면위로 떠오른 수입차 관세 문제는 현대차그룹의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 5월 23일 미국 상무부는 1962년 무역 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수입 자동차 및 부품에 수입 제한 조치를 하기 위한 조사에 나섰다.

1962년 무역 확장법 232조는 외국산 수입 제품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할 경우 긴급하게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의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1962년 도입된 뒤 실제 사례는 2건 밖에 안 될 정도로 사실상 사문화 됐으나 2017년부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산업의 실리를 챙기는 보호무역 정책을 펴면서 부활했다. 실제로 미국은 2018년 4월 무역 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현재 미국은 무역 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수입차에 부과되는 2.5% 관세를 10배인 25%로 높이는 방안을 고려 중 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5월부터 시작한 자동차 관세 조사는 지난해 실시했던 철강 관세조사보다 빨리 진행돼 적어도 11월 안에는 결정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빨리 진행되는 이유는 11월 중간 선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 선거를 앞두고 지지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특히 이른바 러스트 벨트(Rust Belt) 지역 유권자들을 위해 해당 지역에 제조업 공장을 유치하고 실업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러스트 벨트는 미국의 대표적 공업지대다. 제조업이 쇠퇴하면서 철강·석탄·방직 등 사양 산업지대로 전락한 미국 중서부와 북동부 지역을 일컫는다. 미국 제조업의 몰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말로 종종 사용됐다.

지난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세계화와 자유무역주의로 피해를 본 러스트 벨트 노동자들이 보호무역주의와 반 이민 정책을 주장한 트럼프를 적극 지지 하면서 그의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다.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 선거를 맞아 자신의 지지기반을 확고히 하기 위해 사문화 된 법조항까지 불러들여 관세를 조정하려고 하는 것이다.

<자료=한국무역협회>

트럼트 대통령의 뜻대로 25% 관세율이 현실화하면 현대차뿐만 여타 국가 자동차 업체도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미국 수출 규모는 2017년 기준 686억 달러다. 이중 자동차가 147억 달러로 1위, 자동차부품은 57억 달러로 3위다. 그만큼 미국 수출에서 자동차가 중요하다.

자동차의 미국 수출의 대부분은 현대차와 기아차가 차지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2017년 우리가 미국에 수출한 자동차는 84만5319대다. 이중 현대차 30만6935대, 기아차 28만4070대, 한국지엠 13만1112대, 르노삼성 12만3202대다. 현대기아차가 절반을 훌쩍 넘는다.

25% 관세율이 적용될 경우 현대기아차는 3조5000억원에 이르는 관세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두 회사 영업이익은 4조5000억원이다. 관세율이 25%로 높아지면 영업이익을 못내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 것이다. 그만큼 현대기아차그룹의 실질적인 경영을 맡고 있는 정의선 부회장으로서는 다급할 수밖에 없다. 정 부회장이 미국과의 협상을 잘 풀어서 고율 관세를 유예받을 경우 우리 수출에도 큰 기여를 하는 셈이다. 그가 평양 대신 미국을 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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