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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24 18:21 (수) 기사제보 구독신청
[르포]청년 취업난 '해방구', 노량진 공시촌을 가다
[르포]청년 취업난 '해방구', 노량진 공시촌을 가다
  • 금민수 기자
  • 승인 2018.09.12 2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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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을 꿈꾸든, 현실도피든 '공시생' 증가는 우리 시대 아픈 자화상

[인사이트코리아=금민수 기자] 12일 통계청은 ‘8월 고용동향’을 발표했다. 15세 이상 인구 중 경제활동인구는 2803만9000명으로 지난해보다 13만6000명이 증가했다. 비경제활동인구는 10만8000명이 늘어난 1617만2000명으로 나타났다. 15세 이상 인구가 증가한 것에 비해 취업자는 2690만7000명으로서 지난해보다 3000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연령계층별 취업자의 전년 동월대비 증감을 보면 60세 이상에서 27만4000명, 50대에서 5000명, 20대에서 4000명 늘어났다. 반면 40대에서 15만8000명, 30대에서 7만8000명이 감소했다. 경제적 활동이 왕성한 20·30·40대가 극심한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경제활동인구 1617만 중 가사 다음으로 많은 게 재학·수강 인구다. 재학·수강 인구는 정규교육 기관 재학, 입시학원 수강, 취업을 위한 학원·기관 수강 등을 목적으로 경제활동을 쉬는 사람들을 말한다. 2018년 9월 12일 기준 재학·수강 인구는 380만명이며 비경제활동인구 중 차지하는 비율은 23.5%에 달한다.

이 통계는 극심한 취업난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20대 중 상당수가 공무원이 되기 위해 공부를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같은 결과는 정부가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최근 공무원 수를 증원하는 정책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5월 인사혁신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9급 공채시험의 경우 4953명 선발에 20만2978명이 접수했다. 41.1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번 9급 시험에서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인 직류(206.9 대 1)는 교육행정직(일반)이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중인 이른바 '공시족'이 가장 많이 몰려있는 곳이 바로 서울 동작구 노량진 '공시촌'이다. 이곳엔 공시학원이 밀집해 있고, 공시족은 으레 여기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 이곳에 젊은이들이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인사이트 코리아>가 12일 공시생의 메카로 불리는 ‘노량진 공시촌’을 둘러봤다.

공시생들은 무엇으로 사는가

오후 1시 노량진 공시촌은 붐볐다. 편안한 운동복과 운동화 또는 슬리퍼 차림의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무리를 이루거나 혼자 다니는 그들은 다들 무거운 가방과 가방에 들어가지 않는 무거운 수험서를 들고 건물을 나선다. 2시에 시작되는 수업시간에 맞추기 위해 학원 건물 근처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는다. 그 시간도 아까운 이들은 가까운 패스트 푸드점에서 끼니를 때우며 한 단어라도 더 보려고 안간힘을 쓰기도 한다. 휴식을 취하기 위해 건물 앞에서 친구들과 떠들거나 담배를 피우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사람도 보인다.

경찰 공무원을 준비한다는 A씨를 만났다. A씨는 올해 8월에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경찰 공무원 시험 준비에 나섰다고 했다. 법대를 나온 그는 자신의 꿈에 대해 여러 해를 고민했지만 결국 경찰 공무원을 택했다. “법대 나와서 취업을 하려니 갈 곳이 없었다. 전공을 살리고 싶기도 했고, 그나마 경찰 공무원을 가장 많이 뽑는다고 해서 공부를 시작했다. 나온 지 3일밖에 안돼 아직 적응이 되지 않는다.”

일반 회사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공시생도 있었다. 가까운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벤치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쉬고 있던 B씨는 7급 공무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사회학과를 전공한 그는 사회학과 출신이 취업이 잘 안된다는 말과 함께 어렵게 들어갔던 한 회사의 인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차마 말할 수 없는 회사의 부조리, 야근, 실적 압박 등과 같은 고충이 많았다고 했다. 언제 잘릴지 모르는 위험성 때문에 늘 공포를 안고 출근을 했다고도 했다. “공무원은 야근도 적고 워라밸이 보장돼서 좋다. 정년까지 안정적으로 다닐 수 있어서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돈 문제로 걱정하는 공시생도 있었다. 그녀는 사범대 출신으로 공시생 2년 차라고 했다. 임용고시 준비 전 기간제 교사도 하고, 돈을 벌기 위해 병원에서도 일했다고 전했다. “다른 길도 있겠지만 막막하다. 전공을 살리고 싶지만 취업준비는 기약이 없지 않나. 언제까지 부모님한테 손을 벌릴 수도 없고...공무원 시험은 내가 열심히 하면 결과를 얻으니까 그것 하나 믿고 바짝 공부에 매달리고 있다.”

"올해는 제발 끝났으면 좋겠다”

하지만 공무원 준비도 그녀에겐 만만치 않았다. “공무원 준비도 돈이 많이 든다. 월평균 100만원은 쓰는 것 같다. 교재값, 밥값, 학원비로 생활이 언제나 빠듯하다. 벌어놓은 돈으로 겨우 지탱하고 있지만 이것도 언제 떨어질지 몰라 항상 불안하다. 올해는 제발 끝났으면 좋겠다.”

돈이 부담되서 인터넷 강의를 듣는 공시생도 많다. 실제로 법원직 공무원을 준비하는 D씨는 이렇게 말했다. “예전에는 새벽같이 일어나 자리를 맡았다고 하는데 요새는 빈 자리가 많다. 그렇게 서두를 필요도 없다. 학원 선생님들 말에 의하면 학원에서 '실강'을 듣는 학생보다 '인강'을 듣는 비율이 많다.” 노량진 학원 관계자도 비슷한 말을 했다. “실강과 인강, 장단점이 있지만 최근에는 인강을 듣는 학생이 많다. 실강 보다 저렴한 가격 때문에 한 푼이 아쉬운 공시생 입장에서는 현명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노량진 공시촌에 젊은이들로 북적인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공무원 시험은 '고시'가 될  정도로 선호도가 높아졌다. 취업문이 좁아질수록 이런 현상은 심화될 것이다. 실제로 공무원에 대한 꿈을 갖고 찾는 젊은이, 아니면 취업이 어려워 그저 현실도피 공간으로 노량진 공시촌을 찾는 젊은이. 모두 다 지금 시대를 사는 20대의 아픈 자화상이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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