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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19 19:07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정부는 북미협상 돕되 ‘중재자 수수료’ 받아내야
정부는 북미협상 돕되 ‘중재자 수수료’ 받아내야
  • 박상기 전문위원 겸 BNE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
  • 승인 2018.09.03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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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익 관련 사안, 좌고우면 하지 말고 적극 목소리 낼 때

[인사이트코리아=박상기 전문위원 겸 BNE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 긴 시각에서 싱가포르 회담은 북한과 미국이 서로 ‘윈-윈’ 했다고 본다. 협상 초기에 필요한 건 두 가지다. 하나는 상대가 협상에 임하도록 마음을 잡아두는 것과 신뢰와 호감을 주는 작업이다.

이번에 트럼프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서라도 체제 안정과 경제 지원을 받고 외교무대로 복귀하도록 마음 먹게 하는 데 성공했다. 김정은은 세상으로부터 ‘미치광이 공산 독재자’ 이미지를 벗었고, 트럼프에게도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싱가포르 회담은 단판의 결승전이 아니다. 긴 타이틀 매치의 1라운드가 막 지났을 뿐이다. 이런 관점에서 두 정상이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고 볼 수 있다.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는 같은 단어를 반복하거나 말을 빠르게 하면서도 길게 늘어놓는 모습을 보였다. ‘내가 혹시 당한 건가’라는 초조함이 느껴졌다. 미국이 가장 원하는 건 한 번의 협상에서 비핵화를 끝내는 일괄타결이다. 이와 달리 북한이 바라는 건 ‘액션-투-액션’이다.

단계별로 시행하고 검증하고 그것에 대한 보상을 받는 방식이다. 심지어 북한은 그 순서도 바꿨다. 보상을 먼저 주면 시행·검증을 하겠다고 한 것이다. 이 간극을 좁히는 게 앞으로의 과제다. 그래도 긍정적인 건 트럼프와 김정은이 각자의 사정 때문에 협상 의지가 확고하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후속회담에 속도를 낼 것이고 김정은도 그 속도를 맞춰 나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오는 11월 중간선거가 있다. 트럼프에게는 권력 유지에 기로의 순간이다. 트럼프는 이미 대선 과정에 러시아의 도움을 받았다는 이적행위 혐의를 받고 있다. 뭔가 특별한 성과를 내지 않으면 안 되는 위험한 상황이다. 성과를 내기에 북한만큼 좋은 상대가 없다. 미국인들은 본토를 공격 받는 것에 대한 공포가 강하다.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만들자 ‘대통령 뭐하냐’는 반응이 쏟아졌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이 문제만 잘 해결하면 선거에서 재신임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정은도 불안한 상황이다. 몇 달 전만 해도 미국이 ‘군사행동의 1차 목표는 김정은’이라고 못 박으면서 신변의 위협을 느꼈다. 또 체제 안정을 위해선 경제개발을 해야 하는데, 도와줄 이도 없다. 중국은 얼마 전까지 미국 편에 서서 경제 제재에 방점을 찍었다. 내부적으로는 군부의 불만도 불안 요소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미국과의 협상은 경제적 실익을 챙기면서 군부의 불만도 누를 수 있는 해법인 셈이다.

릴럭턴트 셀러’ 협상술 애용하는 트럼프

트럼프는 그동안 그의 전매특허인 ‘릴럭턴트 셀러(reluctant seller)’라는 협상 기법을 지속적으로 구사해 왔고 지금도 애용하고 있다. 북한의 비타협적 협상태도에 경제적, 군사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즉, ‘북한과 협상 안 해도 된다’는 배짱을 보이는 것 역시 릴럭턴트 셀러 기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업가 시절부터 이 릴럭턴트 셀러라는 회피 전략을 협상 시 가장 많이 써왔다.

자신이 아쉬운 상황이라도 티 내지 않고, 오히려 여러 조건 중 선택을 주저하는 척하며 판을 키우는 방법이다. 이 전략을 쓰면 협상력이 높아지고 결국 예상보다 많은 이득을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회담에서 반드시 성과를 내야 했으나, 안 그래도 되는 척했다. 5월 24일 협상 결렬을 선언한 데서 그런 면모가 잘 나타났다

트럼프가 ‘난 안 해도 돼. 넌 좀 불안할텐데. 그러지 말고 내 요구 좀 잘 들어봐’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공을 넘겨 받은 북한은 일단 이를 받아들였다. 다만 호락호락 당한 게 아니라 이 때 역으로 ‘말 바꾸기 전략’을 썼을 것이라고 본다. 북한에 온 폼페이오에게 ‘다 해줄게’라고 약속하고 협상을 재개한 후 막상 협상테이블에서는 다른 요구를 했을 것이다. 이는 공산주의 국가의 전통적인 협상법이다.

과거 미국과 소련 간 군축 협상에서도 이런 장면이 자주 나온다. 상대의 요구를 약속하고 돌이킬 수 없는 호혜적 양보를 확보한 후 막판에 상대가 절대 못 받아들일 제안을 해서 협상을 결렬시켜 버리는 것이다. 내부나 국제적인 비난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쓸 수 있는 전략이기도 하다.

정상회담을 전후로 김정은을 부르고 대하는 시진핑의 러브콜이 살갑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중국은 북한이 미국의 ‘영역’이 되는 걸 묵과할 수 없다. 그렇다고 미국과 맞부딪치기도 어렵다.

중국 경제는 아직 미국에 의존하는 바가 크고, 미국의 지도자가 과거처럼 고분고분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북한을 자기 쪽으로 당겨야 한다. 그래서 계속 불러 앞으로 자신과 대화하고 협의하면 원하는 걸 준다고 설득하는 중일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놓쳐선 안 되는 새로운 상황이 발생했다. 북한은 외교적 ‘무풍지대’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미국도 당기고 중국도 당기면서 북한에 대해 강대국 둘이 힘의 균형을 맞출 수밖에 없게 됐다. 바꿔 말하면 미국도 중국도 힘을 못쓰는 상황이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경쟁도 붙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북한에게 더 주겠다고 나서는 것이다. 북한이 외교무대의 시드머니로 쓴 핵 미사일의 가격은 점점 올라가는 셈이다. 협상에서는 ‘에스컬레이팅(escalating)’이라고 말한다. 동시에 두 명의 적과 동침하면서 경쟁을 부추겨 실속을 챙기는 기막힌 외교 전략이다.

장사꾼 마인드로 절호의 기회 살릴 때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중재자 역할이 퇴색의 위기에 놓였다. 실질적인 중재자 지위가 중국으로 넘어가는 형국이다. 군사력과 경제력이 있는 중국이 북한의 보호자를 자처하면서다. 한국이 중개 수수료를 챙기지 못할 수도 있게 됐다. 다만 아직 끝난 건 아니다.

미국은 한국에게 ‘중재를 넘어 촉진제가 되어 달라’고 요구했다. 협상에서 김정은에게 의외의 역습을 받고 중국이 본격적으로 나서자 한국에게 더 적극적으로 북한에 자신의 입장을 전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사실상 ‘코리아 패싱’의 눈 앞에서 간신히 살아 남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앞으로 어떤 전략을 품고 나아가야 할까? 고민해 볼 시점이다.

우선 북·미 협상의 장이 열린 상황에서 우리도 끼어들어야 한다. 주한 미군 주둔 비용 협상과 대(對)미 통상 리스크 등 우리 이익과 관련한 사안에서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낼 때다. 우리 정부는 비핵화 협상과 주한 미군 주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별개의 문제로 보고 있는 것 같다. 미국은 아니다. 큰 이슈가 발생하면 국익에 모든 포커스를 맞추고 경계를 넘어 활용한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곧 죽어도 일단 배짱을 부려 보고 이익을 최대한 얻어낸다.

약자와 강자 간 협상 시 약자가 이길 방안을 찾긴 쉽지 않다. 상황 변화에 따라 천금 같은 기회가 오기도 하는데, 이를 ‘상황적 협상파워’(situational power)라고 한다. 지금이 우리가 싱황적 협상 파워를 가질 시점이다. 미국은 북한과의 협상 국면에서 한국의 지지를 필요로 한다. 협상 촉진자로서의 역할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회담에서 진땀을 뺀 뒤 한국 정부의 필요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본다.

협상을 적극 돕되, 그에 걸맞은 ‘중계자 수수료’를 받아내야 한다. 예컨대 ‘주한 미군 주둔 비용을 너무 많이 부르지 말라’는 등 이익과 직결된 솔직한 얘기를 꺼내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북한과도 정상 간 핫라인 등을 통해 (대미 협상과) 관련해 논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한국 경제에도 중요하다. 중국을 대체할 생산 기반을 구축할 수 있고, 북한에 풍부한 에너지·노동력 자립을 통해 안정적인 내수시장 성장을 꾀해볼 만 하다. 다만 지금 중재자 역할을 제대로 못하면 향후 북한에게 더 많은 지분을 요구할 구실이 없다. 북한은 향후 경협 지분을 두고도 레버리지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한국도 지금부터 북한이 판을 짠 경매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견적서를 뽑아 다른 나라보다 한국이 더 많이 줄 수 있는 것도 강조하는 한편, 경쟁자 흠집도 낼 줄 아는 현실적인 대응이 필요한 때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중간선거 전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못 낼 경우 수세에 몰릴 여지가 많은 상황이다. 그러니 추가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정작 김정은 위원장은 중국과 다시 가깝게 지내는 등 미국 속을 긁고 있다. 김 위원장은 급할 게 없다. 또 트럼프 대통령을 ‘데드라인’까지 끌고 가야 협상력이 높아진다. 시점을 정확히 알 순 없으나, 데드라인이 임박했을 때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뭔가를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연히 이에 상응하는 요구 사항도 들이밀 것이다. 바로 협상의 말미에 상대에게 극도의 압박을 가하면서 추가 요구 조건을 관철시키는 ‘니블링’(nibbling) 전략이다.

이런 북·미의 협상 게임을 우리 정부가 멀뚱멀뚱 쳐다만 봐선 안 된다. 우리 정부가 북·미 협상의 촉진자 역할을 하며, 그 수수료를 받아내야 한다. 가만히 앉아서 원론적인 이야기만 하지 말고, (북·미처럼) 장사꾼 마인드로 절호의 기회를 살릴 필요가 있다.

박상기 인사이트코리아 전문위원

BNE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
한국협상학회 부회장 및 국제협상연구위원
이코노미조선 협상 전문위원

전 연세대·한국뉴욕주립대 협상학 겸임교수
미국 위스콘신대 MBA 졸업

저서 : <협상은 영화처럼 영화는 협상처럼>
역서 : <협상의 심리학> <성공하려면 협상을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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