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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식 정통파’ 정지선 셰프, 주방 성차별 깨기 17년
‘중식 정통파’ 정지선 셰프, 주방 성차별 깨기 17년
  • 조혜승 기자
  • 승인 2018.08.31 1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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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냉장고를 부탁하면 무슨 요리가 나올까
정지선 중화복춘 골드 총괄셰프.<정지선> 

[인사이트코리아=조혜승 기자] ‘쿡방(요리)’ ‘먹방’이 인기다. 지난해 백종원이 출연해 히트 친 MBC예능 ‘마이리틀 텔레비전’, 셰프들의 도전과 사랑을 그린 드라마 ‘기름진 멜로’, 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의 이영자 미식회 등 ‘먹방’이 방송가를 휩쓸고 있다. 그런데 이들 프로에 나오는 셰프는 대부분 남성이다. 여성 셰프는 구경하기 힘들다. 쯤에서 의문이 든다. 요리는 여자의 일이라면서 요식업계는 남성 셰프만 있는지, 왜 미디어에서 주목받는 여성 셰프는 없는지 등이다. 하지만 드디어 나왔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 방송 4년 만에 최초로 전문 여성 셰프가 등장한 것이다. 바로 정지선(36) 중화복춘 골드 총괄 셰프가 그 주인공. 정 셰프는 ‘이연복 셰프’의 수제자이자 경력 17년의 중식 정통파로 중국 22개 도시에서 요리 수련을 했으며 각종 국제대회에서 상을 휩쓴 실력자다. <인사이트코리아>가 지난 8월 23일 서울 연남동에 위치한 중화복춘 골드에서 정 셰프의 일과 삶을 들어봤다. 

최근 근황은 어떤가.

“최근 코미디TV ‘맨VS차일드 코리아’에 출연중이다. 오는 12월 서울 도곡동에서 중화복춘 3호점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메뉴 개발을 하고 있고 그곳도 총괄 셰프로 일할 예정이다. 마파두부, 딤섬 매장을 계획 중이다. 이 곳의 인력부터 중식사업은 모두 맡고 있다. 찹쌀밥, ‘무떡’을 메뉴로 쓸 생각이다. 홍콩식 딤섬인 무떡은 무채를 썬 다음 찹쌀로 수분을 내서 한 시간가량 쪄서 만드는데 손님들이 생소하게 본다. 익은 무를 싫어하는 손님들이 많아 그것을 한국식으로 변형했다.”

무떡이 정 셰프의 독창적인 메뉴인가.

“그렇다. 국내 무떡이 있지만 식감을 위해 바꿨다. 중국은 햄을 쓰지만 우린 쇠고기로 대체하거나 간 자체를 고급 식자재인 샤미(건새우)로 해서 감칠맛을 냈다. 원래 지지는 요리인데, 빠른 속도로 내기 위해 여기선 튀긴다.”

<딤섬의 여왕> <차이나는 요리> 등 책을 냈는데 또 출간 계획이 있나. 

“<차이나는 요리>가 잘 팔려서 세 번째 요리책으로 <차이나는 요리2>가 나온다. 중국 조리방법이 너무 많다보니 재해석해서 한국화한 아예 새로운 메뉴가 소개된다. 요즘 손님 중에는 (중국 본토 요리에 대해) 반반인 것 같다. 중국 정통요리를 한국으로 가져와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이가 많다. 사천 ‘마라상궈’는 향이 강한데 찾는 한국 사람들이 늘고 있다. 기존 짜장, 짬뽕, 탕수육 등에 새 메뉴들이 들어와 조합이 잘 되고 있다.”

국내 중식 여성 셰프는 몇 명 정도나 되나.

“알기로는 6명 정도다. 매장에서 오픈한 중식 여성 셰프를 찾고 있는데 없다. 안타까운 마음이다.”

드라마 ‘기름진 멜로’를 보니 주방장이 여성 주방 보조에게 ‘여자라서 안 된다’며 화를 내던데 여성에 대한 차별과 배제가 사실인가.

“사실이다. 그렇다보니 더 열심히 해야 한다. 비율이 거의 9 대 1밖에 안될 정도로 여성이 적다. 일부러 매장에 여성을 채용하는데 교육을 잘 버티면 끝까지 가고 (못 버티면) 어쩔 수 없다.” 
 
중식에 입문한 계기는?

“호기심이 많다. 학교 다닐 때 중식 하는 남자 선배가 없었다. 여자 선배는 한 두명 정도였다. 그래도 ‘양식은 선배들이 많은데 일식, 중식은 아는 선배 한 분만 계시고 선배들이 왜 없을까’란 의문이 들었다. 여성 셰프가 왜 없는지 인터넷 검색 해보고 중국 가서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봤다. 일주일 중국 연수 갔다가 대학 졸업 후 중국 유학을 떠났다.”

즉흥적으로 중국 유학을 떠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중국요리가 궁금해서 유학의 길을 선택했지만 언어공부를 안하고 가서 3개월 동안 울면서 열심히 공부했다. 하지만 중국 요리에 대한 궁금증으로 버텼다. 여성 셰프가 없는 이유 중 하나가 힘들다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속상하다. 손발, 생각, 일하려는 의지, 체력 약하면 운동하면 되는데, 주방에서 남자, 여자 비율을 나눈다. 주방에 남성 셰프가 많기 때문에 여성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시작부터 여성 셰프들이 끼어들 틈을 안 준다는 얘기인가.

“2007년엔 취업 자체가 힘들었다. 중국 유학도 했고, 유학 가기 1년 전 경력이 있었고. 그런데도 이력서에 여성이라고 돼 있으면 탈락한 곳이 많았다. 그때 여경래 사부님이 도와주셨는데 그분 도움이 없었다면 주방 취업이 힘들었던 상황이었다. 또 이연복 사부님 도움으로 이름을 알렸고 여성 중식 셰프로 알려져 방송활동도 하고 있지만 (다른 분들은) 무엇을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남자, 여자로만 봤다.”

능력이 아닌 성별로 채용한다는 건 차별 아닌가.

“그래서 ‘쟤보다 잘할 수 있는데’라는 생각이 심하게 박혀있다. 방송에서 ‘남자를 이기려고 나왔다’고 한 멘트는 방송 작가님이 만들어 주시긴 했지만 그 말에 동의 안한 건 아니다. 중식은 아니지만 한식, 양식엔 여성 셰프들이 많지만 방송에는 극소수다.  이연복 사부님의 권유로 방송에 나가서 이름도 알리고 중식에도 여성셰프가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서 차별이 낮아진 것 같아 좋다. 800명에 달하는 중식 셰프 모임에서 여성 셰프 비율이 엄청 적은 것은 사실이다. 혹시 모를 셰프들이 활동 안하는 것도 있지만 알고 있는 인맥은 극히 적다. 이사로 있으면서 80%가 남성이다.”

TV에 나오면 여성은 능력이 아닌 외모만 본다?

“맞다. <중화대반점> 방송에 나갔던 후배 여성 셰프도 방송 후 섭외가 연예 프로만 왔다고 한다. 절대 연예프로에 나가지 말라고 했다.”

정 셰프 방송 출연 후 주방에서 남성과 여성 갈라놓는 것이 조금은 깨지지 않을까.

“여기 홀·주방 전부해서 13명 직원 중 여성이 3명이다. 여성 CEO 아래 남성 직원들 인식 자체가 ‘여자 밑에서 일해?’라고 한다. 맨 처음 뷔페에서 일할 때 10명 중 혼자 여자였다. 참모들은 있었지만 남성과 동급은 아니었고 (남성 셰프들보다) 힘, 언변, 지식 모두 부족했다. 막내로 들어갔는데 가르쳐주기보다는 ‘여자는 어차피 그만 둘 거잖아’ 이런 식이었다. 혜전대 입학 후에도 한 반에 35명인데 여자는 겨우 5명이었다. ‘여기서도 꽃이구나’ 그런 느낌이었다. 선배들 중 멘토를 해주시는 분이 없었다. 핸드폰에 500명 연락처가 있는데 90%가 남자, 10%가 여자다. 직원들이 나에게 질문했을 때 모르면 안 되서 책을 매일 보고 자세히 알려주고 있다. ‘어떻게 이렇게 나왔나요’ 하면 기술적인 것부터 다 얘기한다. 여자라서 무시당할까봐 많이 공부했다고 느끼도록 세세히 설명해준다.”

굳이 피해의식까지 가질 필요가 있겠냐는 생각이 드는데.

“후배가 ‘정지선과 일해 봤는데 개판이야’라고 하면 많이 속상할 것 같다. ‘단 하루만 있어도 모든 걸 배워서 가’라는 생각으로 직원들을 대우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려주는 편이다. 무시 안당하려고 그렇게 한다. 취업부터 힘들었고 그렇게 살아왔다. 아무래도 뭔가가 뛰어나려면 열심히 해야겠다란 생각을 많이 한다. 지금도 자격증 따고 있다. ‘찾아줄 때 많이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잠 줄여가며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국요리하면서 한국 셰프가 많이 못 큰다고 하지만 후배들이 질문했을 때 대답해주는 셰프들이 많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동고버섯과 화고버섯의 차이가 뭔가요?’ ‘중식에서 마른버섯을 쓰는 이유가 뭔가요?’ 등 직원들 질문에 대답해 주기 위해 공부를 하게 됐다(웃음).”

중식의 매력을 꼽는다면?

“단시간에 나오고 화려함이다. 빠르게 나오는데도 맛있다. TV에서 나오는 짜장, 짬뽕, 탕수육의 인식을 이연복 사부님이 다양하게 바꿔 놨다. 중국에서 3년을 수업 듣고 22개 도시를 돌면서 중국 요리를 많이 접했지만 예전에는 써먹을 데가 없었다.” 

중화복춘에 합류한 계기는?

“호텔 다니다가 R&D 소스 회사에 다닌 적 있다. 육아 때문에 나왔다. 그 회사에서 전 세계 소스를 많이 배웠다. 중식은 g수로 만드는 레시피가 많지 않아 그 회사에서 정량화된 레시피를 배우게 됐다. 그러다가 주방에서 땀 흘려가며 실무를 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이곳 대표가 중국에서 같이 공부한 동기다. 함께 공부했기 때문에 생각이 비슷하고 말이 척척 맞았고 대화가 된다. 누군가와 함께 요리하고 대화가 잘 된다는 게 재미있다. 처음엔 홀부터 시작했다. 장사를 하려면 홀 서비스를 해서 손님들 반응, 주방에서 음식 나오는 것을 이해해야한다. 현재 2호점까지 냈다. <딤섬의 여왕> 책을 낸 후 딤섬 문의와 강의 연락이 많이 와서 딤섬 콘셉트로 3호점 매장 오픈을 계획 중이다.”

주방에서 일하면서 가장 큰 고충은 뭔가.

“한 달에 한 번씩 하는 생리다. 아예 안 아프진 않지만 속도가 느려지고 컨디션 안 좋은 것을 남성들이 이해해주지 않는다. 해본 경험이 없으니까. 화장실 가는 거 들킬까봐 눈치 보이고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바쁜 3~4 시간에 화장실 갈 시간이 없고, 호텔은 화장실 층이 달라 더 힘들다. 나쁜 사람들은 ‘생리중이냐’라며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여성중식 셰프로 버틸 수 있게 한 좌우명은?

“어릴 적부터 ‘최고보다 최선을 다하자’고 반복했다. 최고가 되려면 최선을 다해야하고 최선을 다하면 최고가 되기 때문에 노력하고 있다.” 

라이벌 셰프가 있나.

“생각해 본적 없다. 라이벌 자체가 없다보니 동료 여성 셰프가 처음부터 없었고 오히려 올라가면서 지금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자란 생각이다. 자신과의 싸움이다.”

국내 최초로 딤섬에 관한 <딤섬의 여왕>이란 요리책을 냈다.

정지선 총괄셰프가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다.<정지선>

“한국 사람들에게 딤섬이 뭐냐고 물어봤을 때 예쁜 만두라고 하는데 만두가 아니다. 딤섬 개념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같이 공부한 선배가 ‘딤섬 안에 만두가 있는데 뭐 하러 알려줘?’라고 했다. 요즘 사람들은 방송 조리법을 보고 요리 하는 시대다. 알고 먹으면 더 맛있고 좋은 것 먹는 느낌을 갖는다. 딤섬이란 개념을 알리고자 시작했다. 딤섬 자체를 한국 사람들이 잘 모르고 거의 외국인 셰프가 국내 들어와서 딤섬 요리하는 형편이다. 손이 많이 가니 안 하려고 한다. 그래서 딤섬 강의할 때 많이 찾아주시는 것 같다.”

집에서 쉽게 만들 수 있는 딤섬 추천해 달라.

“지진교자, 눈꽃교자, 꽃빵은 집에서 충분히 만들 수 있다.”    

후배들에게 이것만은 준비해라, 명심해라 한 가지만 꼽는다면?

“포기하지 말자다. 오픈 강의에서 후배들에게 말한다. 요리를 배우러 왔으면 끝까지 해야 하는데 안 한다. 설거지 시켰다고 안 한다. 당연히 의지가 필요하다. 버텨야 한다. 벽을 깨려면 정신이 강해져야 하고 체력을 길러야한다. 스스로 의지다. 여성 셰프 롤 모델이 없어서 도와주신 셰프들에게 잘하려고 한다. 이연복 사부님이 챙겨주시고 많이 알려주시고 여자라는 편견 없이 받아주시니 감사했다.” 

집에서 여성 셰프 일을 많이 이해해주나.

“남편도 외식업에 있어 늦게 끝나는 것을 이해해준다. 배려가 없으면 육아할 수 없다. 이해 없이 어렵다. 친정 엄마 도움을 많이 받았다. 아이가 걸을 때까지 옆에서 엄마가 ‘껌딱지’처럼 있어줘야 한다는데 부모님 도움 없이 육아는 절대 불가능했다.”

아이가 걷는 3~4살까지 엄마가 있어주면 경력 단절되는데.

“그래서 무서웠다. 걱정된 게 ‘내 일이 끝나면 어떡하지?’였다. 회사 다닐 때 임신하신 분들 복귀 안하는 것을 보고 무서웠다. 어렵게 들어간 회사였지만 아예 포기하고 강의하면서 여기로 옮겼다. 전 회사에서 육아휴직하면 자리 없어지고 중식 하던 사람이 연회장 간 후 그만두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런데 관리자가 되니 회사 측 이해가 되기도 한다. 임산부에게 일을 시키면 매장이 잘 돌아가지 않는다. 1년 육아휴직 기간을 기다려주기엔 다른 사람이 일하고 있어 (육아휴직을 기다려주기가) 애매하고 어려운 일이다. 자기 아내는 일하기 바라면서도, 자기 직장에선 임산부나 육아휴직으로 공석이면 일이 힘들어지니 배려를 안 해준다. 이기적이다. 결혼·임신·출산으로 내 경력이 끊기면 너무 억울할 것 같아 아이 낳고 두 달 쉬고 바로 일했다.”  

서울 시내 추천할 만한 맛집이 있는가.

“이런 질문 많이 받지만 개인적인 생각은 향이 강하고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다보니 중국인들이 하는 중국음식을 찾게 된다. 그래서 콕 집어서 말하기 어렵다.  연남동 골목거리에 중국인이 하는 가정식  중식을 즐겨 찾는데 즈란심관이나 마라탕 메뉴를 특히 좋아한다.”

정 셰프가 추천하는 책과 영화는?

“인생관과 관련한 책을 주로 본다. <요리의 거장 에스코피에>다. 유학시절 동기가 선물한 책인데 그 당시 어려워서 읽어도 이해를 못했다가 작년부터 다시 읽고 있다. 영화는 <미스터 셰프>로 정용화가 미슐랭 3스타 셰프로 나오는데 중국 셰프들과 대결하는 내용이다. 중국 요리가 미슐랭과 안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중국요리가 미슐랭과 안 맞다니?

“제가 추구하는 중국요리는 화려함, 푸짐함, 섬세함이지만 한 접시에 작게 모든 걸 담아내는 요리와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물론 욕심이 있다.” 

올해 목표나 계획, 정 셰프의 꿈은?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 등 무엇이든지 나가서 중국 요리를 최선을 다해서 알리고 싶다. 기능장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다.” 

<인사이트코리아> 독자들에게 한 말씀?

“중국요리가 어렵지 않다. 중국 요리에 대한 편견을 많이 깼다고 생각한다. 도전할 수 있는 것은 가리지 말고 했으면 좋겠다. 어떤 직업이든 벽이 있으니 스스로 깨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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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선(36) 중화복춘 골드 총괄 셰프 

중국양주대학 조리과 졸업
혜전대 호텔조리과 졸업
현 서울 마포구 연남동 중식당 중화복춘 골드 총괄 셰프
전 네슬레프로패셔널 한국 담당셰프
전 프라자호텔 딤섬 냉채부문
전 메이필드호텔 칼판부문
2011 중식 국제요리대회 금상 수상
2013 한중일 청도요리대회 특금상 수상

2017 서울 밤도깨비야시장 푸드트럭 심사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여성 최초 셰프 출연
SBS PLUS ‘중화대반점 이연복파’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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