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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3-28 19:16 (목) 기사제보 구독신청
김효준의 'BMW 20년 신화', 불길에 스러지는가
김효준의 'BMW 20년 신화', 불길에 스러지는가
  • 금민수 기자
  • 승인 2018.08.21 1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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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차량 화재로 최대 위기...수입차 시장 개척자에서 피고소인으로

[인사이트코리아=금민수 기자] 지난 6일 BMW 코리아 김효준 회장이 기자회견을 했다. BMW 화재 원인에 대한 진단과 함께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기 위해서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사과의 말을 전했다.

“이번 화재사고를 겪은 사고 당사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를 전한다. BMW그룹은 한국 고객들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현재 진행 중인 사전 안전 진단과 자발적 리콜이 원활하고 빠르게 진행되도록 만전을 기하겠다.”

BMW 차량의 잇따른 화재로 여론이 들끓는 등 사태가 심각해지자 김 회장이 직접 사과에 나선 것이다. 그동안 탄탄대로를 달리며 한국에 수입차 시장의 길을 연 김 회장으로선 이번 화재 사태가 엄청난 시련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김효준 회장은 ‘상고’ 출신으로 BMW코리아 회장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BMW 최초로 현지인이 글로벌 법인 대표가 된 것은 물론, 아시아인 최초로 본사 임원에 오르기도 했다. 2000년 BMW코리아 사장을 맡은 후 18년 간 회사를 이끌고 있다. 최초의 현지인이 최장 기간 '수장'을 맡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그가 보여준 능력은 남다른 것이었다.

대표이사 사장 당시 BMW코리아는 한해 300대 남짓밖에 판매되지 않았다. 하지만 2018년 상반기 BMW코리아는 수입차 시장 점유율 23.99%로 상반기 누적판매 대수는 3만8000대에 달했다. 이런 출중한 성적으로 그의 정년은 2020년까지 늘어났다고 한다.

화려함에 갖춰진 아픔 그리고 극복의 과정

그의 화려한 이력 뒤에는 남모를 아픔도 있다. 중학교 시절 반장을 도맡아 할 만큼 성실하고 똑똑한 학생이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택시 운전을 하다 큰 교통사고를 당해 10년 넘게 병석에 누워 있었다. 인문계 고등학교 진학 대신 기술을 배워 일찍 취직할 요량으로 덕수상고에 진학했다. 고1 때는 중3짜리 열두 명을 모아놓고 과외를 해 동생들 학비를 마련했다. 그는 책상 하나 살 돈이 없어서 벽돌 위에 보자기로 감싼 박스를 올려놓고 공부를 했다고 술회했다.

김 회장은 고3 때 삼보증권(현 대우증권)에 취직해 재무와 경리 부문에서 일했다. 그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어느 날 친하게 지내던 선린상고 선배가 승진심사에서 배제되는 것을 보고 인사담당자를 찾아가 따졌다는 유명한 일화가 전해진다. 당시 그 선배는 전문지식이나 인간관계, 근무태도로 봤을 때 승진이 당연했음에도 상고 출신이라는 이유로 배제됐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군대 전역 이후 외국계 기업인 하트포드 화재보험사로 이직한다. 학력에 대한 차별 대우가 싫어서 외국계 기업을 택한 것이다. 그는 하트포드에서 재무담당으로 6년 정도 일했다. 하트포드를 나와서는 한국신텍스라는 제약회사의 재무 담당 창설멤버로 참여했다. 당시 충북 음성에 공장을 짓는 프로젝트 허가가 나오지 않아 회사를 철수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그때 그가 건설·농공단지·지방행정 관련 법전을 뒤지고 군수를 비롯한 군청 직원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설득해 공장 허가를 받아냈다.

그의 노력 덕분에 13명으로 시작했던 회사는 직원이 135명으로 늘어났다. 그는 능력을 인정받아 1994년에 부사장 자리에 오른다. 하지만 회사가 스위스 로슈에 매각돼 1995년에 BMW 재무담당 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그렇게 BMW맨으로서 첫걸음 뗀 김 회장은 굵직한 업적을 BMW에서 만들어낸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BMW 본사가 철수를 검토할 때 그는 오히려 과감한 투자를 요구했고 BMW는 고민 끝에 2000만 달러를 지원했다. 1998년 연간 320대까지 감소했던 한국 내 자동차 판매량은 2001년 2717대로 가파르게 늘어났다. 노르베르트 라이트 호퍼 전 BMW그룹 회장은 “김효준은 항상 경쟁자들보다 앞서 달려가는 CEO”라고 평가했다.

2000년 10월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의전 차량 채택 과정에서도 그의 능력이 발휘됐다. 당시 외교부는 국산차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의전차량을 국산차로 선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외교부 직원을 찾아가 끈질기게 설득했다. 그는 유럽이 가진 한국 자동차 시장의 개방성에 대한 불만을 불식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외교부는 BMW를 의전용으로 사용했다. 이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의 위상을 바꿔놓은 계기가 됐다.

미다스의 손일까, 마이너스의 손일까

20일부터 BMW는 수입차 사상 최대 규모의 리콜을 진행했다. BMW 520d를 포함한 42개 차종 10만6000대가 대상으로 알려졌다.

올해 안 리콜을 목표로 독일 본사에서 부품을 항공편으로 수입하는 등 화재 사건에 대한 진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리콜 첫날 경북 문경시에서 520d 화재가 또다시 발생해 BMW에 대한 비판이 더욱 거세졌다. 불이 난 차량은 2주전에 안전진단을 받은 것으로 밝혀져 BMW의 허술한 정비 시스템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같은 날 교통안전공단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연말까지 BMW 화재의 원인을 조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BMW 측에 6월 25일부터 세 차례나 화재 원인에 대한 기술 자료를 요구했는데 이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황을 토대로 교통안전공단은 화재사고 은폐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할 예정이다.

이러한 가운데 경찰은 지난 15일부터 발효된 BMW 운행정지 명령과 관련해 안내와 계도 활동에 들어간다. 경찰은 안전점검을 받지 않은 차량을 발견하면 안전점검 절차와 서비스센터 주소를 적은 유인물을 배포할 예정이다.

BMW코리아 화재는 갑자기 일어난 일이 아니다. 김효준 회장의 사과도 마찬가지다. 2015년 11월 김효준 회장은 BMW 화재 건으로 사과를 한 적 있다. 당시 엔진룸에서 발생한 화재로 BMW는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 사건과 맞물려 언론의 뭇매를 맞았다. 하지만 디젤게이트 파동이 너무 커서 BMW는 비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은 사태 양상이 다르다. 잇따른 차량 화재에 더해 고의 은폐 의혹, 차량 결함 가능성 등 그동안 곪았던 게 한꺼번에 터진 듯한 모습이다. BMW가 한국 소비자를 얕보고 대충 넘어가려 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로 인해 BMW가 한국에서 20여년 동안 쌓았던 신뢰가 한순간에 추락할 위기에 놓였다.

BMW코리아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김효준 회장도 벼랑끝에 몰렸다. 그가 아무리 과거에 좋은 실적을 냈다 하더라도 사태의 불길이 잡히지 않으면 본사에서는 희생양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욱이 BMW에 대한 시장 불신이 커지면서 차량 판매도 줄어들고 있다. 김효준 회장이 이번 위기를 어떻게 돌파해 나갈지 주목된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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