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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폭탄 논란]가정용만 누진세, 이게 뭡니까
[전기요금 폭탄 논란]가정용만 누진세, 이게 뭡니까
  • 조혜승 기자
  • 승인 2018.08.03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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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사용량, 산업·상업용 85% 달해...서민에게 전기료 전가 비판 일어
111년 만에 재난 수준의 폭염이 지속되면서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폐지 여론이 들끓고 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조혜승 기자] “국민들은 누진세가 무서워 불볕더위에 지쳐가고 열사병 얻어가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에어컨이 비싸서 못 사는 게 아니라 누진세가 무서워 못 트는 것이다. 국민의 발언을 외면하지 말아달라”(지난달 16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3일 기준 5만8766명 동의를 얻은 청원글)

111년 만에  40도에 육박하는 재난 수준의 폭염이 지속되면서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폐지 여론이 들끓고 있다. 지난 2016년 누진제 개편으로 에어컨 사용에 따른 전기요금 부담이 줄었다지만 폭염에 전기요금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기상청이 다음달 9일까지 폭염이 계속된다고 전망하자 국민들은 누진세를 폐지해달라는 민원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680여건 넘게 올렸다. 3일 기준 최근 일주일 사이 ‘누진세’를 검색하면 청와대 국민 청원 건수만 342개다.

에어컨 하루 종일 가동하면 전기요금 얼마?

<자료: 한국전력>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는 1974년 박정희 정부가 오일쇼크 이후 유가 급등 시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했다. 첫 도입 때 3단계 누진제로 최저와 최고 요금차가 1.6배였지만 2차 오일쇼크가 발생한 1979년 12단계로 확대돼 요금차가 20배로 늘었다. 정부가 지난 2016년 기존 6단계 11.7배수의 누진제를 3단계 3배수로 개편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전기요금 누진 체계는 3단계다. 필수 사용구간인 1단계는 200kW이하로 93.3원, 2단계는 201~400kW구간으로 187.9원, 3단계는 400kW초과 구간으로 280.6원이다. 하지만 요즘 같은 폭염에 실제 장시간 에어컨을 사용하면 만만찮은 금액이 청구될 수밖에 없다.

현행 누진세는 2단계 기준으로 고소득층과 전기를 많이 쓰는 계층이 더 내고 저소득층이나 전기를 아껴쓰는 사람은 적게 내는 구조다.

누진세를 두고 국민과 한전 측은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3단계 누진세 개편을 하면서 이전보다 전기료가 크게 경감됐다는 게 한전 측 주장이다.

3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도시 기준 4인 가구가 월평균 350kWh 전기를 사용하는데 이 가구가 여름철 스탠드형 에어컨(1.8kW)을 하루 10시간 사용할 경우 17만7000원을 내야 한다고 밝혔다. 누진세 개편을 하지 않았다면 39만8000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데 비용이 줄었다는 것이다.

과거 누진세 개편 전 매일 10시간씩 에어컨을 가동할 경우 추가 전기요금은 39만8080원으로 한달 전기요금은 도합 50만원대이지만 현행 누진제를 적용하면 17만7320원이 나오기 때문에 전기 요금이 크게 절감됐다는 게 한전 측 설명이다.

<자료:한국전력>

한전은 누진세 개편을 하지 않았을 경우 에어컨 3.5시간 사용에 10만8000원, 10시간을 쓰면 39만8000원의 전기료를 내야했지만 개편으로 3.5시간의 경우 42.1%, 10시간의 경우 55.5%의 요금이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한전은 2016년 말 누진제 개편으로 기존 총 6단계 11.7배수의 누진제가 3단계 3배수로 개편되면서 소비자들의 전기요금 부담이 크게 낮아졌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이 같은 한전 측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분위기다. 신생아 등이 있다면 8~10시간 에어컨을 틀 수밖에 없고 당장 15~20만원대 요금 폭탄이 나오는 현실에서 한전의 설명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가정용 전기와 산업용 전기의 형평성 논란

형평성 논란도 크다. 국민들은 OECD국가들과 비교해 전기요금이 저렴하다는 주장에 공감하면서도 가정용 전기에만 누진제를 적용하고 있어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전기의 80% 이상을 쓰는 상업용·산업용 전기료에는 누진제가 없는 반면 많아야 전체의 15% 남짓 쓰는 가정용 전기에만 누진제가 적용돼 전기요금 부담을 서민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 시민은 “전기 소비를 많이 하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요금을 깎아주고 일반 가정에만 누진제를 적용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전기수요 조절은 산업·상업용 전기를 줄이는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게 일반 가정의 주장이다.

실제로 전체 전력사용량은 상업용 30%, 산업용 55%로 가정용 전기사용량(13%)보다 훨씬 많다. 특히 산업용 중에서도 상위 3개 기업이 사용하는 전체 전기사용량이 광역시 1개 전체 전기량과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8월 기준 가정용에 전기요금 누진제를 적용하는 나라는 대만(3배), 중국(1.6배), 일본(1~1.7배), 미국(1.1~2배), 캐나다(1.2~1.5배) 등이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은 누진제를 시행해도 폭이 크지 않고 형평성 문제로 누진 배율을 줄여나가고 있다”며 “누진제가 처음 도입됐던 1974년과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에 개편을 고려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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