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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박은숙, 영혼 일으키는 불후의 가르침
서양화가 박은숙, 영혼 일으키는 불후의 가르침
  • 권동철 전문위원
  • 승인 2018.08.03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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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igin-기원, 259×194㎝ Mixed media on canvas, 2011
Origin-기원, 259×194㎝ Mixed media on canvas, 2011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수면위에 운행하시니라 하나님이 이르시되 빛이 있으라하시니 빛이 있었고 빛이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 하나님이 빛과 어둠을 나누나 하나님이 빛을 낮이라 부르시고 어둠을 밤이라 부르시니라”<창세기1:1~5>

천상의 영롱한 보석 같은 별빛들이 티 없이 맑고 푸른 호수의 물결과 해후하는 찰나다. 깊고 아늑한 고요함이 품어내는 완전한 열림. 빛의 근원을 따라 생명의 존귀와 찬란함이 동행하는 우주는 매 순간 깨어났다. 영혼은 그렇게 영원한 것인가 보다.

정적 속 움직임은 마음의 줄기를 빛나게 다독인다. 반짝이는 별을 매만지고픈 것일까. 하늘의 빛을 향해 물결위에 삐죽이 주둥이를 내민 채 이리저리 휘둥그레 동공을 굴리는 저 물고기의 천진함과 교우한다. 별빛을 품은 물방울, 바람이 주는 이동의 기운, 서로를 격려하며 대지의 신비를 품은 알 수 없는 존재의 예언.

세모꼴 산들은 언제나 꿈을 꾼다. 푸른 하늘을 건너 저 드넓은 대양(大洋)의 자유로운 출렁임을 만나러 여행을 떠난다. 밤하늘 빗방울처럼 내려오는 은하의 무리들에 정갈히 공기를 선사하고 어머니의 품처럼 평온을 간구하는 모든 것들은 어디서 왔을까.

Origin-빛으로, 72.7×60.6㎝, 2012
Origin-빛으로, 72.7×60.6㎝, 2012

압축과 응축을 통한 간결하면서도 선명한 메시지의 색채와 구도는 가없는 우주의 참된 교훈을 일깨우는 심상으로 인도한다. 그럴 때면 각양의 꽃을 피우고 숲을 이루고 새와 동물과 폭포와 조개껍질과 석채 등의 물성이 경계를 허물고 조화를 이룬다.

맑고 투명한 색채의 붓질이 지나간 자욱 위에 아스라이 생의 기억들이 물안개처럼 번진다. 평화롭고 한갓지게 펼쳐진 평원에 드리워진 미혹의 안개가 조금씩 공중으로 흩어진다. 본디 제 스스로의 빛깔을 잃지 않고 고즈넉이 흐르는 저 정적의 끄트머리, 외롭게 서 있는 자작나무 가지를 흔드는 철새 한 마리의 망중한(忙中閑)은 차라리 거룩하다.

 

우주가 발산하는 무언의 힘과 공기··바람

절제의 아름다움이 깊은 샘에서 건져 올린 청정의 물줄기와 만나는 그 차갑고 짜릿한 전율의 상쾌함이 밀려드는 시간 오오 마침내 드러나는 원색의 향연이 시작된다. 별무리가, 꽃봉오리들이, 발아(發芽)의 환희 그 기억을 생생히 간직한 꽃술 같은 산들의 행렬.

그리고 생기로 가득하고 영감(靈感) 넘치며 마음을 덥히는 찬양의 코러스, 하이든(Joseph Haydn)의 천지창조(The Creation)선율이 어디서부턴가 장엄하게 흘러나왔다. 누구에게나 무엇에도 거리낌 없이 참된 생명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 활짝 열린다.

Origin-기원, 162.0×130.3㎝, 2015
Origin-기원, 162.0×130.3㎝, 2015

그 순간 오색찬란한 빛줄기가 전신(全身)을 덮치고 열락의 행복이 밀려든다. 내가 피어나 빛나게 되는 아아 비로써 꽃 한 송이가 되누나. 박은숙 작가는 화면의 우주가 발산하는 무언의 힘과 공기, , 바람 그리고 나를 스치고 지나가는 어떤 무의식들과 교감이라고 말했다.

가슴 밑바닥 비애와 원망과 분노의 덩어리가 단숨에 녹아들었다. 가볍다. 자아의 모습이 어렴 풋 스치는 것이 분명 보였으리. 이제, 비로써 는 꽃이리. 그대 상처가 아물고 밤하늘 은하수들이 먼 길 돌아오는 길마중에 환하게 웃으며 흔드는 저 싱그러운 첫새벽의 꽃다발!

 

권동철 전문위원, 미술칼럼니스트, 데일리한국 미술전문기자
권동철 전문위원, 미술칼럼니스트, 데일리한국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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