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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18 19:19 (목) 기사제보 구독신청
유라시아 대륙 연계 수송 기술 개발 나희승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원장
유라시아 대륙 연계 수송 기술 개발 나희승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원장
  • 강민경 기자
  • 승인 2018.07.31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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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 실크로드’ 그 출발은 남북 철도 통일이다

[인사이트코리아=강민경 기자] 지난 6월 7일 대한민국 철도업계의 오랜 숙원이 이뤄졌다. 키르기스스탄에서 열린 국제철도협력기구(OSJD·Organization for Cooperation of Railway) 장관급 회의에서 우리나라가 정회원으로 가입했다는 소식이 국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우리나라가 OSJD 정회원국 지위를 획득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배경은 ‘남북 화해무드’로 꼽힌다. 28개 회원국 만장일치를 통해서만 승인이 나는 OSJD 가입을 위해선 회원국인 북한의 찬성 여부가 관건이었기 때문이다. 2015년부터 매년 가입을 추진했던 우리나라는 북한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던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던 터였다.

마침내 북한이 찬성표를 던지며 대한민국 대륙 철도의 길이 활짝 열렸다. 우리나라는 OSJD 가입을 통해 중국횡단철도(TC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포함해 국제노선 운영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나희승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원장은 대한민국 철도의 유라시아철도 상호연계 운행 시 발생할 장애요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먼저 나 원장은 국가마다 다른 철도의 궤도 간격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다. 과거 한국철도가 북한을 통과해 러시아로 운행할 경우 철도 궤도의 폭이 다르기 때문에 러시아 국경에서 환승이나 환적 혹은 열차바퀴 교환 등이 필요했다. 

이에 따라 그가 개발한 것이 ‘궤간가변대차’다. 열차의 바퀴 부분에 스프링과 흡사한 장치를 장착해 궤도에 맞게 바퀴의 간격을 좁혔다가 늘리는 원리가 적용됐다. 또 기존에 사용되던 유럽 제품과 비교했을 때, 궤간가변장치의 핵심부품인 잠금장치 무게를 최대 40% 줄이고 부품 수도 절반 가까이 줄여 고속화와 장거리운행, 유지 보수성 등을 대폭 향상시켰다. 

- ‘유라시아 대륙 간 연계 수송 기술’이란 어떤 것입니까.

“지난 6월 7일 우리나라가 OSJD에 가입했습니다. 우리나라가 철도를 통해 나머지 28개 회원국과 하나의 공동체가 될 수 있는 첫걸음을 뗀 것이었죠. 철도는 네트워크 사업입니다. 그런데 국가 간 철도를 이을 때 문제점이 몇 가지 있어요. 나라별 철도 시스템이 모두 다른데 시스템을 통일하기 위해 다시 새로운 철도들을 쭉 깔아버리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요.

어마어마한 사업비가 드니까요.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은 상호 운영성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하는 겁니다. 그 개념을 저는 ‘유니버셜 플랫폼’이라고 칭했습니다. 우리나라 열차에 적용할 수 있는 동시에 북한 기차에도 또 중국 기차와 러시아 기차에도 적용할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을 만들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궤간’이라고 불리는 궤도간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고 한국철도기술연구원(철도연)에서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했습니다.” 

- 궤도간격이 나라마다 어떻게 다른가요?

“우리나라와 북한·중국·서유럽 등에서는 ‘표준궤(1435mm)’ 방법을 따릅니다. 반면 러시아·몽골·중앙아시아 등에서는 ‘광궤(1520mm)’를 사용해요. 궤도가 같은 국가들끼리는 열차가 쭉 가기만 하면 되는데 다른 궤도를 사용하는 국가에 진입하게 되면 열차가 멈추게 되죠,”

- 그럼 지금까진 어떻게 해결해온 건가요?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환적·환승하는 겁니다. 궤도가 바뀌는 구간에서 화물을 옮겨 싣고 승객들이 옮겨 타는 것인데,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불편합니다. 두 번째는 김일성과 김정일이 과거 북한에서 러시아로 갈 때 사용했던 방법인데요, 접경지역에서 열차의 바퀴를 갈아 끼우는 겁니다. 대차(열차바퀴) 교환이라고 하는데요. 핀을 뽑아서 차체와 바퀴를 분리한 후 열차를 리프트로 들어 올리면 정비원들이 바퀴를 교환하는 식입니다. 마지막 세 번째 방법은 궤도가 바뀌기 전 대차 간격을 서서히 넓히거나 좁혀가는 방식입니다. 가제트처럼 쭉 늘렸다가 좁히는 건데요. 표준궤와 광궤가 8.5cm 차이가 나니 양쪽 대차가 4.25cm씩 조정할 수 있게 절단을 해서 스프링을 집어넣는 겁니다. 대신 움직이면 안 되니까 Locking-Unlocking 시스템을 만들어서 적용시킵니다. 진입할 때 고정이 풀리고 도착하면 고정되는 겁니다. 이것이 ‘궤간가변대차’입니다.”

- 세 번째로 언급하신 ‘궤간가변대차’를 원장님과 철도연이 개발하셨죠? 

“그렇습니다. 이 궤간가변대차를 우리 연구원에서 개발 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세계 최초는 아니고요. 저희는 화물용 대차를 개발했는데, 화물용으로는 세계에서 두 번째입니다. 승객 이동보다 화물 운송이 우선 실행될 가능성이 높아서 화물용 대차를 먼저 개발하게 됐습니다. 개발은 2003년부터 시작했고 2014년 3월 28일 ‘궤간가변고속대차’를 공개했습니다. 저희는 이 대차를 남북철도 운행과 장거리, 혹한기 등 동북아지역의 운행 환경을 고려해 개발했는데요. 유럽에서 사용되던 기존 궤간가변대차와 비교했을 때 고속화, 장거리 운행, 유지 보수, 추위를 견디는 내한성 부분 등에서 우수하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추후 북한을 통해 러시아로 승객이 갈 수 있다고 하면 여객용 대차나 열차를 만들 계획입니다.” 

- 지난 2014년 궤간가변대차를 공개하신 이후 추가 개발된 사항이 있나요?

“현재 화물용 궤간가변대차에 적용할 연결기와 제동기 기술을 개발 중입니다. 화물열차의 경우 우리나라 25~30량, 북한 35량, 중국 및 몽골 50량, 러시아 70량이 한 편성을 이뤄 이동합니다. 특히 러시아의 경우엔 70량 열차 두 편성을 붙여 다니는 경우도 잦습니다. 그럼 140량이 한 번에 이동하게 되는 거죠. 이렇게 많은 량의 열차가 움직이는 러시아 철도 시스템에 우리나라 연결 장치를 적용했을 경우, 비상제동이 걸렸을 때 끊어지는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습니다. 우리나라는 국내 기준에 맞춰 연결 장치의 강도가 만들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강한 강도의 연결기와 제동장치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 해당 기술 개발에 착수한 상태입니다. 또 추후 국가별로 사용되는 전력에 맞춰 이용할 수 있는 ‘멀티전원’ 기술도 개발할 계획입니다.” 

- 유라시아 대륙으로 가기 위해선 먼저 북한을 지나가야 하지 않습니까. 철도연에서 남북 철도 연결을 위한 기술 개발도 활발히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6월 초 키르키즈흐스탄에서 북한이 참석한 OSJD 회의에서 28개국 만장일치로 우리나라가 가입을 했어요. 철도운영에 대한 법적·제도적 기반을 구축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OSJD는 단순한 국제단체기구가 아니라 여객운송협정(SNPS)·화물운송협정(SNGS)을 관장하고 운임과 관련된 사안 등도 관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법적구속력이 상당히 높은 국제기구라는 겁니다.

이러한 국제기구에 우리나라가 가입을 한데다 북한이 여기에 찬성을 했다는 것 또한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전까진 북한이 유보적 입장을 보였었는데, 우리나라의 가입에 찬성표를 던졌다는 것은 결국 우리와 철도 연결을 하겠다는 것뿐만 아니라 운영에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겠다는 뜻이거든요. OSJD에 가입을 한들 남북 철도를 잇지 않고서는 큰 의미가 없었는데, 6월 26일 남북철도 분과회의에서 공동조사단도 만들자는 등 협의가 이뤄지면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주 잘 가고 있어요.”

- 남북 철도가 이어지기 위해선 북한 철도 현대화가 시급하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현재 북한 철도는 어떤 상태인가요?

“북한에 가면 철도 자동화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수신호를 주고받는다거나 역간 전화를 이용하는 옛날 시스템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북한에 들어가서 우리나라 시스템으로 표준화하는 것인데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저도 단정 지어 말씀드리기 힘듭니다.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와 북한 모두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레벨2에 해당해 수준 정도가 비슷하기 때문에 1~2년 정도 연구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상대와 호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가 있어요.”

- 북한의 지하철 도입이 우리나라보다 1년 빨랐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그 시절 기술에 머물러 있다던데요.

“맞습니다. 북한은 1973년 러시아와 중국의 도움을 받아 평양에 첫 지하철을 개통했습니다. 우리나라보다 1년 빨랐죠. 특이하게도 북한 지하철은 땅에서 전력을 받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위험하죠. 잘못해서 철로에 떨어지면 큰일 납니다. 과거 소비에트 연방 국가들에 가면 이런 방식이 많이 쓰이곤 합니다.”

- 문화적 배경 차이인가요? 이유가 궁금합니다.

“북한·러시아·동구라파 등에 가면 지하철이 아주 깊이 있습니다. 보통 전쟁에 대비해서인데요. 땅을 깊이 파려면 비용이 많이 드는데 여기에 터널까지 넓게 파게 되면 비용이 더 들어가는 상황인거죠. 그러니 열차 위에 전차선을 없애고 땅에서 전력을 공급받는 형식을 택한 겁니다. 그럼 터널을 크게 안파도 돼요. 우리나라의 경우엔 위에 전차선이 있어서 터널을 넓게 파지만 그 높이만큼 높고 또 넓게 파야하니, 북한의 경우엔 딱 열차만 지나갈 수 있을 만큼의 크기로 터널을 뚫었습니다. 결국 비용에 맞춰 방법을 택한 것입니다.”

- 유라시아 철도가 연결되면 우리나라에 어떠한 이득이 있을까요?

“시간 편익과 비용 편익이 커질 것입니다. 공간적으로 좁게 보면 남북, 넓게 보면 동북아, 더 넓게 보면 유라시아가 되겠죠. 실제 우리에게 편익이 크려면 공간이 좁아질수록 그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남북 간 철도 사업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편익이 클 수 있다는 말씀이신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나요

“편익은 공간이 좁아질수록 커지기 때문에 남북 간 편익이 가장 클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시간 및 비용 편익을 통해서 우리 제품의 경쟁력이 상승할 텐데 그것을 통해 일정부분 특구 조성을 계획할 수도 있겠죠. 과거 6.15 선언 이후 대표적인 3대 경협사업이 있었습니다. 서쪽 개성공단, 동쪽 금강산 관광이라는 산업특구와 관광특구를 만들었고요. 그 두 특구 옆에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두 개의 특구 사업과 한 개의 교통망 사업을 한 것입니다. 이러한 것들은 각각이 아닙니다. 따로 있었다면 모두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을 확률이 높습니다. 근거리에 같이 있었기에 모든 사업이 성공했던 것입니다. 결국 철도가 연결이 돼야지만 이러한 특구 사업이 제대로 되는 겁니다.” 

- 결국 시간 및 비용 편익도 있지만 그 상위 개념인 남북 특구 조성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계시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제2 혹은 제3의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특구, 자원특구 등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사실 그러한 것도 어마어마한 편익이잖아요. 우리도 더 잘 살 수 있고 북한도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그래서 서로 협업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니까요. 그것이 더 큰 편익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엔 3대 경협사업이 DMZ 구역 근방에서 이뤄진 작은 규모 협의의 남북 경제공동체였다면, 신의주와 나진까지 철도를 연결하면 훨씬 많고 다양한 특구가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그것이 우리가 목표로 하는 광의의 경제공동체가 되는 것이겠죠. 남북이 함께 잘살아 한반도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 것이니 대외적으로도 엄청난 성과일 테고요. 또 그것이 어느 정도 완성 단계에 이르면, 동북지역을 타깃으로 또 다른 시작을 해보는 겁니다. 1억여명 이상 큰 시장이 열리겠죠. 이어 극동도 개발하고 물류가 움직이면 여러 가지 사업을 구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반도의 경쟁력이 이런 곳에서 나올 겁니다. 그것의 뼈대는 결국 경의선, 동해선 철도 도로 사업입니다.”

- 기술개발에 있어 이러한 철도 사업의 공간적 시각을 좁게 보느냐 넓게 보느냐에 대한 고민도 있겠습니다. 

“사실 진행해야 할 사업은 남북 간이 훨씬 더 많지만, 우선 계획은 크게 잡아야 합니다. 플랜을 크게 봐야지만 부분적으로 취할 경우의 수도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철의 실크로드는 장밋빛 구상이다’라고도 하는데, 일부 그러한 지적을 받아들이는 부분도 있지만 원대한 꿈이 있어야 합니다. 큰 계획이 있어야 작은 것도 가능성이 높아지니까요. ‘철의 실크로드’라는 측면에서 남북 철도와 동북아 철도 등을 바라보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 남북 철도 사업의 경우 정권의 흐름을 좀 탔는데, 기술 개발하는데 애로사항은 없었나요?

“저는 고속철도 연구를 하다가 2000년부터 남북 관련 연구에 합류를 하게 됐는데요, 2007년까진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북한에 가서 경의선 관련 실태 조사도 했고요. 2007년 12월부터 2008년 11월까진 경의선 DMZ구간 운영하기도 했는데, 이후 사업은 10년간 진전이 없었습니다. 그때부터 여러 가지가 힘들었죠. 예산도 크게 줄었고, 예산이 아예 끊긴 적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저는 운이 좋게도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1년도 쉬지 않고 연구를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18년간 연구해왔기 때문에 그간 누적된 경험과 데이터가 있는데, 이러한 자료들을 철도공사나 철도시설공단, 국토부, 통일부 등에서 필요로 하니 힘들었지만 지금와선 굉장히 보람 있습니다. 그러던 중에 한림원이 선정한 100대 기술의 주역으로 뽑히기도 했고요(웃음).”

- 지금 분위기는 어떤가요?

“아주 좋습니다. 제가 철도연 원장으로 부임할 때쯤 다시 남북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됐고, 정부에서도 여러 가지 편의를 제공해줘서 연구하는데 불편함은 없습니다.” 

- 해외 기관이나 행사에서 북한 철도 전문가들을 만날 텐데 에피소드는 없나요?

“과거 남북 동해선 철도 사업 때문에 북한에 일주일 정도 체류하면서 현지 탐사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곳에 있던 북한 사람이 저를 보고 아는 척을 하는 거예요. 자기를 모르겠냐고 묻는데 잘 모르겠다고 하니 “섭섭합네다”라고 하더라고요. 알고 보니 모스크바에서 철도 회담을 통해 만났던 분이시더라고요. 그제야 생각이 나서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얘기를 나눴던 적이 있습니다. 머무는 동안 재밌게 함께 일도 했고요. 이후에 또 방북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분이 또 나오셨더라고요. 몇 번 뵙다 보니 친밀감도 생겨서 남북 철도 관련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 연구철학이 궁금합니다.

“지금껏 저는 크게 두 가지 미션과 부딪혀 고민하고 해결해왔습니다. 고속철도와 남북철도사업에 관한 기술 연구입니다. 고속철도 사업의 핵심은 들여온 해외 기술을 잘 개발해 국내 상용화 및 해외 판로를 개척하는 것이었습니다. 또 남북철도사업의 경우엔, 단순 연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남북 문화와 경제를 연결해주고 네트워크를 이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포인트였습니다.

철도는 지역을 통합해줍니다. 네트워크를 통해 통합을 거쳐 커뮤니티 개발로 가야 합니다. 철학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한데, 저는 이러한 것들을 바라보고 일조할 수 있게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더 쌓이면 30년 혹은 40년, 언제가 될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남북 경제 격차가 줄어들게 돼 통일로 가는 길이 더 밝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런 비전을 가지고 기술 개발과 정책 개발 혹은 필요한 역할들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점진적인 통일을 위한 밑거름이 되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또 이것이 정부 출연연구기관의 역할입니다.” 

- 유라시아 및 남북 철도 사업 이외 개발 중인 기술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두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속도 혁신’입니다. 최근 시속 1200km로 주행할 수 있는 미래 고속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하이퍼튜브열차’라고 하는데요. 개념은 단순합니다. 비행기가 1만 미터 상공에서 시속 900~1000km로 하늘을 날 수 있는 이유는 기압이 지상의 10분의 1로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기압이 낮아지면 저항이 낮아져서 속도를 높일 수 있는 것인데 이 원리를 이용했습니다. 지상에 튜브를 만들어서 그 안의 기압을 빼는 겁니다. 기압을 낮춘 후 총을 쏘는 것처럼 열차를 쏘면 에너지를 크게 들이지 않고도 목적지에 빠르게 도착할 수 있습니다.

속도는 이론상 최대 1200km로 현재 미국과 유럽, 중국 등에서 연구 중인데 우리도 그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또 다른 것은 ‘스마트 혁신’입니다. 철도가 약간 폐쇄적이고 다소 올드해 보이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데, 편의성을 중점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요. 특히 열차의 단점 중 하나가 도어 투 도어가 힘들다는 것인데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연계환승 방법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또 열차를 탔을 때 해당 좌석을 사무실로 이용할 수 있을 만큼의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소음도 최소화해 쾌적해야 하고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사람과 사람이 아닌 열차와 열차가 스스로 교신하는 기술 등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럼 훨씬 더 수용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간 국내 철도 연구는 속도 혁신에만 치우쳐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혁신이라는 것에 피로감이 높아져 예산 대비 아웃풋이 약하다고 느껴졌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50 대 50 비율로 속도 혁신과 스마트 혁신, 투트랙 개발로 가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두 가지 개발 계획이 잘 어우러지게 관장하고 있습니다.” 
 
- 열차를 이용하는 입장에서, 사실 이동시간이라 함은 곧 버려지는 시간으로 생각됐습니다. 그런데 말씀처럼 이동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사용자 입장에선 굉장히 반가운 소식이겠습니다.

“네, 맞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선 당연히 편의성을 굉장히 올려야 한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탁상공론에 빠져 서비스 개선에 힘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모 철도 기관 등에 대한 여론도 전해 들어 알고 있습니다. 조직문화도 많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무엇보다 철도 관련 정책에 맞는 기술들이 뒷받침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사람과 기술이 잘 조화돼 국민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일조하겠습니다.”    


국제철도협력기구(OSJD)는?

사회주의 국가 위주의 철도협력기구로, 서유럽 중심의 국제철도수송정부간기구(OTIF)와 함께 양대 국제철도협약으로 꼽힌다. 1956년 6월 러시아(당시 소련)·중국·카자흐스탄·북한 등 구소련 체제의 사회주의 국가 및 동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OSJD는 철도 교통 신호, 표준 기술, 통행료, 운행 방식 등에서 통일된 규약을 마련한다. 따라서 시베리아 횡단 철도(TSR)와 중국 횡단 철도(TCR)를 잇는 대륙 철도 운행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한국은 한반도 종단 철도와 유라시아 횡단 철도를 연결하기 위해 정회원 가입을 추진해 왔으나 2015년 6월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개최된 제43차 장관회의에서 북한의 반대로 만장일치 규칙에 따라 가입이 무산된 바 있다.


나희승 원장 

1989년 한양대 기계설계학 학사
1992년 한국과학기술원 석사
1996년 한국과학기술원 박사
2004년 ASEM 철의 실크로드 심포지움 사무국장
2006년 대통령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 수석전문위원
2008년 국토해양부장관 표창
2013년 기획재정부장관 표창
2014년 KORAIL 경영자문단 해외·남북분과위원회 위원장
2015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2017년 국가과학기술연구회 통일과학기술협의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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