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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3-29 17:30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찌는 더위에 밀린 숙제나 하려고 휴가 가는 건 아니잖나
찌는 더위에 밀린 숙제나 하려고 휴가 가는 건 아니잖나
  • 최환규 한국워라밸연구소장
  • 승인 2018.07.31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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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휴가계획은 악몽될 수도…평소 조금씩 관심과 사랑을

 

학생들에게 여름방학은 신나는 기다림이다. 기말고사도 끝나 공부에 대한 부담도 줄어든 상태라 가뭄에 내리는 단비와 같이 소중한 선물이다. 방학시작부터 평소에 하고 싶었거나 놀고 싶었던 곳에서 신나게 놀다 정신 차려 보면 개학이 코앞으로 다가왔다고 깨닫게 된다. 이때부터 개학 전날까지 미뤄둔 숙제를 위해 온가족이 동원되어 한 달 치 일기를 한꺼번에 쓴다거나 갔다 오지도 않은 유적지를 마치 갔다 온 것처럼 인터넷에서 사진을 출력하고 내용을 베껴 제출하기도 한다. 이처럼 급하게 하는 숙제는 학생들의 학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 뿐더러 주변 사람들까지도 피곤하게 만들어 즐거운 기억은 사라지고 불쾌한 경험만 남기게 된다.

직장인 중에는 여름휴가를 밀린 숙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동안 가족들에게 미안했던 마음을 이번 휴가를 통해 해소해야지’ 혹은 ‘소원했던 친구들과 시원한 해수욕장에서 신나는 시간을 보내야 겠다’와 같이 생각하면서 여름휴가를 계획한다. 가족과 함께 보내겠다고 결심한 사람은 가족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가족들이 가고 싶은 곳이기를 바라면서 피서지를 검색하고, 어렵게 숙소를 예약하는 등 가족들의 기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은 차를 운전해 휴가지로 가는 고속도로에 올라서는 순간부터 자신의 예상과 전혀 다른 상황을 맞이하면서 사라지기 시작한다. 한적한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려 점심 무렵 예약한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고, 근처 유명 맛집에서 점심을 먹고 바닷가에서 물놀이를 하겠다는 계획은 조금씩 사라지고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멋진 경치가 아니라 앞차 꽁무니만 바라보는 자신이 한심하기만 하다.

여름휴가와 확대가족 간 갈등

직장인의 무리한 휴가계획은 가족에 대한 미안함을 한꺼번에 해소하기 위함이다. 많은 직장인의 마음 속에는 아침에 출근을 하면서도, 저녁 늦게 퇴근을 하면서도 가족과 함께 단란한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늘 가득 차 있다. 이런 아쉬움을 날려버리기 위해 마음 깊숙한 곳에 간직하고 있던 무리한 휴가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하지만 밀린 숙제를 하는 것처럼 보내는 휴가는 직장인에게도 가족에게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리한 휴가 계획은 직장인이나 가족에게 악몽이 될 수도 있다. 휴가지에 가거나 휴가지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몸과 마음이 편안하지 않으면 피로가 누적된다. 피곤한 상태에서는 감정을 통제하기 어려워져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에 대해 평소와 다른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가족의 사소한 실수에도 평소보다 과한 반응을 보이는 등 평소에는 웃고 넘길 수 있는 말과 행동이 불화의 불씨가 되어 가족 모두에게 상처만 남기기도 한다.

휴가로 인한 가족 갈등 사례가 자주 언론에 보도된다. 휴가지에서 가족과 대화를 나누기보다는 스마트폰만 쳐다보는 아이들로 인한 갈등, 시댁이나 처가 혹은 친척과 함께 휴가를 보내면서 발생하는 갈등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아이들과 함께 휴가지로 떠나는 부모는 아이들이 자연 경관을 보거나 레저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원한다. 부모의 이런 바람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게임이나 SNS에 빠져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내가 저 모습을 보려고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여기에 왔나’라는 회의에 빠질 수 있다. 속된 말로 본전 생각이 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아이와 실랑이가 벌어진다. 아이가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야외활동을 하라는 부모의 말을 거절하면 부모의 말과 행동은 점점 더 강경해진다.

가족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보다 더욱 심각한 사례가 확대가족과 함께 휴가를 떠나는 경우이다. 확대가족은 ‘3세대 이상으로 구성되며 부부를 포함한 미혼 자녀와 직계 존손, 비속과 방계의 친척 등을 포함한 가족’을 의미한다. 이중에서도 시부모나 장인장모와 함께 떠난 휴가로 인해 다양한 문제를 경험한 사례들이 많다. 시어머니나 장모의 잔소리로 인해 휴가 기간 내내 불편했던 사연도 있고, 시부모나 장인장모가 자신들 편한대로 행동하면서 다른 가족이 겪는 불편함이나 형제나 자매 가족이 함께 여행하면서 비용 문제로 인해 벌어지는 불편함과 어려움 등을 경험한다. 이렇게 되면 함께 한 모든 사람에게 휴가가 아니라 악몽이 된다.

이런 불화의 원인으로는 ‘휴가 때 평소 못 다한 숙제를 한꺼번에 하자’와 같은 생각이 될 수 있다. 먼저 스마트폰만 쳐다보는 아이의 경우를 보자. 부모의 입장에서 평소 이른 출근과 늦은 퇴근으로 인해 아이들과 함께 한 시간이 부족한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늘 가지고 있다. 여름휴가에 부모는 아이에게 못 다한 사랑을 베풀기 위해 가급적 근사한 곳으로 휴가지로 정한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아이는 부모의 마음도 몰라주고 많은 비용을 지불한 휴가지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부모의 강요가 시작된다. “이런 좋은 경치를 보지 않고 스마트폰만 보는 이유가 뭐야?” 혹은 “비싼 돈 들여 이런 곳으로 온 내가 바보다”와 같은 말로 아이를 비난하게 된다. 아이를 위한다고 정한 휴가지에서 아이에게 야단을 치게 된다.

밀린 숙제를 해치우기 위한 휴가로 인해 발생하는 또 다른 갈등은 확대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이다. 이런 갈등이 발생하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누면 ‘관계’로 인한 갈등과 ‘비용’으로 인한 갈등이 있다. 관계로 인한 갈등의 대표적인 사례는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이다. 오랫동안 부모에게 무심했던 아들은 부모님과 함께 휴가를 간다면 가족과 부모님 모두에게 밀린 숙제를 한꺼번에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여긴다. 이 과정에서 남편의 결정에 반대하는 아내의 목소리는 ‘효도’라는 단어에 묻히게 되고, 아내는 어쩔 수 없이 시부모님과 함께 가게 된다.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된 이유는 휴가의 본질을 잊었기 때문이다. 휴가에는 ‘일정한 기간 동안 쉬는 일’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휴가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제대로 일을 하기 위한 쉼’이다. 최근 저녁이 있는 삶을 강조하는 이유도 저녁에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라는 의미와 함께 다음 날 업무를 위한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쉼이 없는 휴가에는 부작용이 따르는데, 직장인은 휴가의 후유증을 3일 정도 느낀다고 한다. 결국 쉼이 없는 휴가는 직장인 본인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휴가를 떠나면서 남편과 아내 모두 ‘편안한 쉼’을 기대한다. 평소 며느리가 시부모님과의 관계가 좋더라도 며느리는 긴장하게 되는데, 불편한 관계라면 휴가를 떠나는 순간부터 며느리는 휴식은커녕 피곤이 쌓이게 된다. 남편과 아이들 뒤치다꺼리하기에도 바쁜데 시부모님 시중까지 들게 되면 스트레스가 턱밑까지 쌓이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 시부모님이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자신의 힘든 상황을 도와주기는커녕 혼자만 즐겁고 편안한 시간을 보내는 남편의 모습을 보면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분노로 변하게 된다.

유명 관광지 보다 필요한 것은…

친척과의 또 다른 갈등 요인은 경비 문제이다. 휴가를 떠나기 전에 경비와 관련된 내용들을 명확하게 하고 출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우리나라 정서상 말을 꺼내기가 어렵다. 함께 가는 가족들 모두는 다른 가족보다 지출을 적게 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자신의 바람을 솔직하게 표현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이 자발적으로 희생해 주기를 바란다. 문제는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 모두가 이런 목적을 가지다 보니 경비를 지불할 희생양을 찾게 된다. 다른 사람보다 자신들이 어려운 이유를 돌려돌려 말하게 되는데, 이럴 때 눈치 없이 경비를 공평하게 나눠 내자고 말하면 주변 사람들로부터 온갖 비난을 뒤집어쓰게 된다.

여럿이 함께하는 휴가는 가족 모두에게 고통의 경험을 안길 수 있다. 휴가의 가장 큰 목적은 쉼이 되어야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지옥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혼자서 휴가를 가던 중 우연히 목적지가 같은 친구와 함께 움직이게 되었다. 경비를 줄일 목적으로 이 친구와 방을 같이 사용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경비야 줄어들겠지만 자신과 다르게 행동하는 친구와 함께 하는 모든 시간이 불편할 수 있다. 물론 아주 친한 친구라면 어느 정도의 불편은 감수하겠지만 마음속에 조금씩 쌓여가는 앙금까지는 완전히 없애기 어렵다. 친한 친구와도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서열이 있는 어른들과 함께라면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고통의 기간이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휴가를 함께 하는 사람의 수가 많아질수록 휴가의 만족도는 점점 떨어지고 가족 사이의 관계는 멀어지게 된다.

휴가지로 함께 가는 구성원의 수가 많을수록 휴가의 만족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휴가의 목적을 역사탐방이라고 정했다고 하자. 함께 가는 사람들에게 “이번 휴가는 아이의 학습을 돕기 위해 유적지로 가기로 했습니다”라고 목적을 명확하게 하고, 동의한 사람들로만 가더라도 만족도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탐방지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사람이야 별 말이 없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음식이나 숙소와 같은 것으로 불만을 나타내 함께 간 사람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이에게는 유명 관광지보다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드라마에서 바쁘지만 부유한 아버지가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미안함을 달래기 위해 아이에게 ‘돈’으로 보상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아이는 아버지로부터 자동차를 선물 받거나 수표를 받으면서 기뻐하기 보다는 자신의 속마음을 몰라주는 아버지의 행동에 대해 서운한 마음을 드러내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으로 아이를 위한다면 아이에게 휴가를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 물어볼 필요가 있다. 어디로 가고 싶은지, 가게 되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거기에서 어떤 음식을 먹고 싶은지 등을 자세하게 묻고 난 다음 갈 곳을 정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아이의 의견을 반영한 휴가는 아이와 가족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휴가계획에 앞서 휴가의 목적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직장인에게 휴가는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일 뿐만 아니라 업무로 인해 쌓인 피로를 해소해야 하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족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휴가를 보내는 장소가 아니라 휴가를 보내는 과정이다. 평소 아이와 대화가 부족했다고 생각되면 휴가지가 아니라도 시원한 카페에서 맛있는 음료수를 마시면서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다. 이처럼 휴가의 목적을 명확히 한다면 여유롭고 편안하게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다양하게 찾을 수 있다.

근사한 휴가지를 생각하기에 앞서 평소 자신의 행동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밀린 숙제처럼 숙제를 위한 숙제는 시간낭비일 뿐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배우자나 아이에게 주지 못한 사랑을 여름휴가 때 한방에 해결하겠다고 생각하지 말고 평소 조금씩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매일 30분씩이라도 가족들에게 하루의 일과를 묻는 것과 같은 대화를 하다보면 어느 순간 가족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가족의 사랑은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는 힘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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