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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휩쓰는 가상통화 열풍
동남아 휩쓰는 가상통화 열풍
  • 최광일 주식회사핑거비나(베트남) 신사업추진부 매니저
  • 승인 2018.07.31 1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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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금융서비스보다 빠르고 저렴…성장 가속

그 동안 언론 및 업계 등에서 가상화폐, 암호화폐 등으로 혼용해 사용하던 용어가 지난 6월 26일부터 29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자금세탁방지기구(FATF) 총회에서 ‘가상통화(Virtual Currencies)/암호자산(Crypto-Assets)’으로 함께 쓰는 것으로 최종 결정됐다. 이번 총회에서 가상통화에 대한 용어 정리는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본다. 

첫 번째는 전세계적으로 혼용해온 용어를 국제적 수준에서 처음으로 의사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개별 국가적 차원에서 다루기에 가상통화는 기존 실물통화와는 분명 다른 점이 있다. 규제에 대한 세계적 수준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접근해야 된다는 점에서, 첫 용어 정리는 분명 의미 있는 첫걸음으로 생각된다. 

두 번째는 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가 ‘비트코인’을 선보인 뒤 지금까지 이어져 온 ‘가상통화는 화폐인가, 자산인가’ 논란에 대해 한 가지 선택을 하지 않고 가능성을 열어둔 점이다. 각 국가적 차원의 규제가 다른 상황에서 가상통화 혹은 암호자산 둘 중 하나의 용어만 사용할 경우 발생되는 오해의 소지를 잠식시킨 결정으로, 새롭게 생긴 문제에 각 국가들이 열린 생각으로 서로의 의견을 수용하겠다는 긍정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자금세탁방지기구는 가상통화의 자금세탁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권고기준과 가이드라인의 개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세계적 기관에서의 이런 행보는 시장 안정화가 완전히 되어 있지 않고 해외 근로 파견자가 많은 동남아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 동남아시장에서 가상통화가 사용되는 현황과 주요 정책들을 확인해 보고 어떤 변화가 있을지 시사점을 확인해 보자.

열악한 금융환경이 가상통화 거래 촉진

동남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에서 가상통화가 널리 사용되는 배경으로는 기본적으로 금융 및 자본시장의 미숙한 성숙도에 있다.

싱가포르를 제외한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등의 동남아 각국의 은행계좌 보급률은 2017년 기준 40% 미만으로 인터넷 이용자 비중 50%, 67%, 56% 보다 낮은 수준이다. 동남아 국가들의 사용자 편의를 고려하지 않은 금융 규제 또한 한몫을 하는데 2017년 월드뱅크(World Bank) 보고서에 따르면 필리핀 국민의 86%가 자금 및 자산증명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은행계좌를 보유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의 기본 서비스 중 하나인 송금서비스 조차 누리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빠른 보급은 자연스럽게 가상통화 시장을 활성화 시키는 환경을 조성시켰다. 특히 동남아시아에서 해외로 파견간 인력들이 본국으로 자금을 송금하는데 있어, 가상통화는 기존 금융 서비스보다 빠르고 저렴하다는 인식이 빠르게 자리잡으면서 성장이 가속화 되고 있는 현실이다.

주요 동남아국가 해외노동자들의 본국 송금 규모가 2017년 기준 필리핀 328억 달러, 베트남 238억 달러, 인도네시아 87억 달러, 태국 66억 달러에 육박하는 점을 봤을 때 올해 6월말 열린 국제기구 주체가 ‘자금세탁방지기구’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왼쪽: ‘17년 기준 ASEAN-6의 은행계좌 및 신용카드 보급률(자료: World Bank), 오른쪽: ‘17년 기준 ASEAN-6의 인터넷 경제 규모 추정치, 자료: Google, Temasek>

지난 7월 14일 기준 가상화폐 거래소 통계사이트 코인힐스(Coinhills)에 따르면 국가 통화별 비트코인 거래량은 일본의 엔화(JPY)가 압도적으로 많고 미국 달러화(USD), 유럽의 유로화(EUR)에 이어 한국의 원화(KRW)가 차지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태국 바트화(18위), 인도네시아 루피화(19위), 싱가폴 달러화(24위), 베트남 동화(26위), 말레이시아 링깃화(27위) 순이었다. 금융위기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 동남아시아시장 중심으로 거래량이 늘고 있다. 실제로 필리핀, 인도네시아의 최근 비트코인 거래량은 20% 이상 뛰었다. 

태국 “가상통화=자산”

태국은 동남아 최대 가상통화 시장 중 하나다. 관광이 2번째로 큰 산업인 태국에서는 대부분의 관광업계에서 비트코인을 화폐 대신 받고 있으며, 지방정부가 비트코인 거래회사의 전자상거래 이용을 허가함에 따라 비트코인이 전자상거래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상통화를 빠르게 정부의 울타리 안에 가두려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태국 정부는, 현재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 7개 가상통화로 제한하지만, 가상통화 사업 당사자가 요건(사업계획서와 재무제표 승인)을 갖춘다면 가상통화공개(ICO) 절차를 공식화 해주고 기존 양도에 대한 세금 10%의 세법 내용을 개정해 수익에 15%를 세금으로 내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태국은 가상통화를 자산으로 인정했으며, 빠르게 법제화를 통해 국가적 차원의 손실을 최소화 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동남아 최대 가상통화 거래소인 비트코인아이가 위치할 정도로 가상통화에 대한 관심이 높다. 가상통화 전문매체 비트코인닷컴에 따르면, 현재 가상통화거래소 이용자 수는 주식거래 이용자 수(약 118만명)와 맞먹는 수준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시장에서는 이미 가상통화거래소 이용자 수가 주식거래 이용자 수를 추월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렇듯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장에 대해 처음 인도네시아 정부는 자국 거래소를 두 차례나 폐쇄할 정도로 강한 모습을 보였지만, 각종 규제에도 투자자들이 늘어나자 최근에는 가상통화를 제도권 안에서 감독하는 편이 낫다는 쪽으로 선회하는 모습이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발표되지 않았으나 주변국인 싱가폴, 태국 등의 사례를 참고했을 때 세금 부과방안과 규제방안, 돈세탁 방지법 등의 보조 규정들이 곧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정부가 디지털 자산을 화폐의 형태로 인정하고, 가상통화 사업을 합법화한 국가로 뽑힌다. 지난달 9일 가상화폐 전문매채 CCN에 따르면 필리핀 중앙은행(BSP)은 버추어커런시필리핀스(Virtual Currency Philippiness) 및 이트팬스(Etranss) 가상통화 거래소 2곳을 신규 승인했다. 필리핀 정부 승인을 받아 운영하는 거래소는 블룸솔루션(Bloom Solutions)과 코인스(Coins), 리비탄스(Rebittance)에 이어 5곳으로 늘어났다.

가상통화는 외화 송금량이 많은 필리핀 국민에게 빠르고 저렴한 수단으로 주목 받고 있다. 지난해 필리핀은 외화 송금 수취 3위 국가로 자리하며 총 328억 달러 규모의 거래량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약 78억 달러가 필리핀으로 송금됐고 그 중 페소화와 가상통화 간 환전이 크게 늘어 동기 월평균 거래량은 3600만 달러에 달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가상통화 시장 육성으로 인해 기존의 금융 기업과 서비스를 뛰어넘는 붐을 만들어 냈지만, 동시에 가상통화거래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거래와 관련한 잠재적 이익 못지않게 잠재적 리스크에 대해서도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가상통화 정보 서비스인 펀더빔의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싱가포르는 미국과 스위스에 이은 세계 3대 ICO 지원 국가로 손꼽히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는 가상통화 거래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어 ICO 진행 시 투자자를 모으기에 보다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잠재적 투자자로서 기능할 수 있는 수많은 세계적 금융기관의 중심지라는 이점은 ICO에 있어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싱가포르 당국은 ICO 프로젝트들이 ‘사기’로 흘러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특정 자산을 기초로 발행하는 가상통화(증권형 ICO)를 강하게 규제하고, ICO 이후에도 자금세탁 등에 관련 가상통화가 악용될 수 없도록 실무적 규제들을 만들어 적절한 감독을 진행하고 있다.

위의 주변 동남아 국가들이 비교적 가상통화에 대해 우호적이라면, 베트남은 여전히 ‘가상통화 옥죄기’ 중이다. 베트남중앙은행(SBV)은 지난해 10월 가상화폐 결제에 대해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고, 올해 1월부터 가상화폐 유통과 이용에 대해 형법을 적용, 처벌하기로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가상통화에 대한 명확한 법률 규정이 없어 관리 감독이 현실적으로 일어나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다. 오히려, 현재 정부가 불법으로 규정함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을 받는 상점과 비트코인을 거래할 수 있는 자동입출금기(ATM)가 있을 정도로 열풍이 강하다.

지난 4월 가상통화를 이용한 다단계 사기로 약 7000억원대의 사기가 생겼음에도 여전히 활발한 거래를 보여주는 것으로 볼 때, 정부에서도 무작정 규제 보단 제도권 안으로 흡수해 투명한 거래를 유도하는 쪽으로 판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치 프리미엄’ 거품 붕괴?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각종 신조어를 만들며 해외 시장보다 많게는 50%까지 높은 가격을 유지했던 국내 가상통화 시장이 많이 가라앉은 분위기다. 가상화폐 투기 논란이 정점을 찍었던 올해 초로부터 6개월이 흐른 시점에서 ‘역(逆) 김치 프리미엄’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의 경제전문 매체 CNBC 조사에 따르면 지난 18개월 간 생겨난 가상통화 약 1400개 중 800개 이상이 사장(가치가 1센트 미만 형성)됐다고 한다.

연달아 터진 국내외 대형 거래소들의 해킹소식과 투자자들의 기대감이나 시장 상황 등에 가격이 오르내리는 정도가 지나친 변동성은 투자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국내 대형 가상통화 투자자 커뮤니티에는 손해를 어떻게 하느냐는 상담을 요청하는 글이 수두룩하다. 
지난 7월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회가 국내 12개 가상통화거래소에 대한 자율심사결과를 전격발표 했지만, 이미 땅에 떨어진 신뢰도를 다시 회복할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상통화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 개입을 통한 높은 수준의 규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가상통화 시장을 제도권으로 편입시키는 것에 큰 거부감을 갖고 있다.

협회 차원에서 ‘건전하고 안전한 가상통화 거래소 생태계’를 구축하고 사용자 보호 방안을 마련하자는 취지로 자율규제안을 제시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앞에서 설명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사례처럼 대부분 국가들은 법의 태두리 안에서 가상통화를 규제하며 자국민들의 거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 반면 여전히 단순 옥죄기만을 하며 시장을 방관하는 곳도 있다. 명확한 정부 차원의 기준을 제시하고 적절한 규제안을 만들어 시장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현재 진행중인 가상통화 시장에서 제2, 제3의 김치프리미엄은 언제든 다시 발발할 수 있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내 투자자들과 국가적 손실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최광일
- 주식회사 핑거 글로벌 사업 매니저:   
  글로벌 핀테크 신사업 추진 (동남아시아 사업 현장 전담)
- 클레빅(캄보디아) 대표: SW 아웃소싱 지원센터 운영
- 모바일앱 기획 및 개발: uParrot캄보디아(2013), QuickJob베트남 (2016), TIGO 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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