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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2-08-12 19:34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논객닷컴 제휴칼럼]공유경제, 희망의 불씨는 자라날 수 있을까
[논객닷컴 제휴칼럼]공유경제, 희망의 불씨는 자라날 수 있을까
  • 이영환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 승인 2018.07.31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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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의 비극이냐, 공유의 희극이냐
미국의 글로벌 차량 공유업체 우버의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 트래비스 캘러닉.<뉴시스>

공유경제(Sharing economy)는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달리 정의되고 있지만 이제 우리에게 매우 친근한 말이 되었다. 공유경제는 협력적 공유사회(Collaborative commons), 협력적 경제(Collaborative economy), 대중자본주의(Crowd-based capitalism), 온디맨드경제(On-demand economy)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데, 대체로 인적·물적 자원의 공유(共有)를 바탕으로 형성된 사회·경제적 시스템을 의미한다는데 대부분 동의한다.

이런 의미에서 공유경제는 사유(私有)를 바탕으로 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충돌할 여지가 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진행 과정을 살펴보면 이들은 오히려 상호보완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나아가 공유경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에 대한 논의에 앞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은 공유경제와 공유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의 관계이다. 얼핏 들으면 공유경제는 곧 공유의 비극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유의 비극은 생태학자 개릿 하딘(Garrett Hardin)이 1968년 <사이언스>에 논문을 발표하면서 널리 알려진 용어이다. 공유의 비극 또는 공유자원의 비극으로 알려진 이 현상은 생태계 파괴, 기후 변화와 같이 소유권이 불분명한 자원의 경우 사회적으로 무책임하고 비효율적으로 사용되어 결국 재앙을 초래하게 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따라서 소유권을 명확하게 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방안으로 간주되었기에 사유에 기반을 둔 시장경제는 효율적인 결과를 달성할 수 있지만 공유자원의 경우에는 비효율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버·에어비앤비·위키피디아…

공유지의 비극은 주인이 따로 없는 공동 방목장에선 농부들이 경쟁적으로 더 많은 동물을 끌고 나오게 되고, 그 결과 방목장은 곧 황폐화되고 만다고 경고한다. 그렇다면 공유경제 또한 비효율의 온상이라는 의미인가? 그렇다면 이것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어두운 부분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 반대임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특히 우버(Uber)와 에어비앤비(Airbnb)로 대표되는 공유기업들이 부상하면서 이 점이 확인되고 있다. 이에 대한 논의에 앞서 먼저 공유의 비극을 패러디한 공유의 희극(Comedy of the commons)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유의 희극은 예일대 법대 교수였던 캐럴 로즈(Carol Rose)가 1986년 공유의 비극에 대응해 처음 사용했다. 로즈 교수는 마을 축제 같은 사례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함으로써 더 즐거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것을 공유의 희극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런 현상은 인터넷 시대에 더욱 주목을 받게 되었다. 인터넷의 발달로 사람들이 더 많이 참여할수록 더 즐거워지는, 즉 각자 부여하는 가치가 더욱 커지는 현상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예컨대 위키피디아는 공유의 희극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과거와는 달리 수평적으로 규모를 확대하는 분산형 피어투피어(PTP) 방식의 생산 및 유통에는 공유의 희극이 더 적합하며 이런 사례가 계속 많아지고 있다. 우버와 에어비앤비와 같은 공유기업들도 이런 공유의 희극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혜택을 볼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관점에서도 유휴 자원의 효율적 사용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원의 낭비를 의미하는 공유의 비극과는 정반대 결과인 셈이다. 그러니 공유의 희극이라 부를 만하다.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가 슈퍼볼 중계방송 때 내보낸 광고. 다양한 민족과 성별, 연령의 사람들이 “우리는 받아들인다(We Accept)”는 내용을 담고 있다.<뉴시스>

새로운 비즈니스모델 창조

2009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인디애나 대학교의 엘리너 오스트롬(Elinor Ostrom) 교수는 일찍이 공유의 비극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이에 대한 반론을 제기했다. 오스트롬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공유자원이 성공적으로 운용된 다양한 사례들의 분석을 통해 거버넌스(governance)의 중요성을 확인했다. 거버넌스가 잘 확립된 경우에는 공유의 비극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스트롬의 연구 결과는 저서 <공유의 비극을 넘어>에 잘 정리되어 있다.

공유의 비극의 문제는 거버넌스, 즉 지배구조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데 개릿 하딘은 거버넌스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오스트롬의 연구에 의하면 공유자원(목초지, 관계시설, 어장 등)을 관리하는 데 있어 개인은 종종 사리사욕보다 공동체의 이익을 더 앞세운다. 최악의 상황에서는 ‘사회적 자본’이 공유사회를 지탱하는 중심 자산이라는 것이다. 이런 정신이 오늘날 인터넷 기반의 공유기업들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여기서 잠깐 우버나 에어비앤비 같은 공유기업의 특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들 기업은 인터넷 플랫폼(Platform)을 기반으로 수요와 공급, 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해준다는 점에서 기존의 인터넷 기반의 전자상거래업체들, 예컨대 아마존, 이베이 등과 다를 바 없다. 이들이 다른 점은 유휴 자원, 즉 자동차나 주택과 같이 유휴 상태에 있는 비중이 높은 자산들의 공유를 가능하게 해줌으로써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했다는 데 있다. 이것은 분명 사회 전체의 관점에서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다.

그런데 이들 기업이 진정한 의미에서 공유경제를 실현하는가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이다. 이들 기업은 인터넷 플랫폼을 이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한 것이지 진정한 의미에서 공유경제를 실천하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이들 기업이 속한 영역을 온디맨드 경제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는 온디맨드 경제는 기존의 시장경제의 일부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들 기업은 공유경제의 또 다른 중심축인 협동조합(Cooperative)과는 확연히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자본 조달 면에서 그러하다. 온디맨드 경제에 속하는 기업들은 벤처캐피털로부터 자본을 조달한다는 면에서는 기존의 기업들과 다를 바가 없다. 차이는 BTC방식이 아니라 PTP방식의 거래가 주류를 이룬다는 데 있다. 기업이 상품의 공급자가 되고 개인이 소비자가 되는 방식이 아니라 개인과 개인들 간의 거래를 연결시켜주는 것이 주요 비즈니스 모델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뉴욕대 공유경제 전문가인 아룬 순다라라잔(Arun Sundararajan) 교수는 대중 자본주의라는 용어를 선호한다고 말한다. 일리 있는 말이다. 이들 기업은 기존 자본주의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함으로써 창조적 파괴를 선도하고 있는 셈이다. 대중 자본주의는 중앙집중적이고 수직적인 위계질서를 가진 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자본주의와는 다르다.

협동조합과 공유경제

그런데 필자는 공유경제의 정신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조직은 협동조합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도 2012년 협동조합법이 통과되어 다양한 분야에서 협동조합을 설립·운영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다. 그런데 핀테크 산업이나 온디멘드 경제에 속한 기업들의 발전과 비교해 협동조합 분야에서는 그다지 큰 발전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협동조합은 시장을 상징하는 경쟁(Competition)과 사회를 상징하는 협력(Cooperation)이라는 두 가지 가치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조직이면서 시장 안에서 활동한다는 의미에서 기업의 일종이다.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경쟁과 협력은 경제활동 과정에서 관찰할 수 있는 인간의 두 가지 상반된 측면으로서 진화과정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개체의 생존을 위해 인간은 한편으로는 치열하게 경쟁하는 반면, 다른 한편으로 외부의 적으로부터 종(種)을 보존하기 위해 서로 협력해야 했다. 이와 같이 경쟁과 협력은 인간의 본성에 각인된 두 개의 상반된 속성이다. 그러므로 이 둘 중 하나가 배제된다면 시장과 사회는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협동조합이 가장 발달한 지역은 유럽이다. 이탈리아의 콥이탈리아, 덴마크의 데니쉬크라운, 스위스의 미그로, 스페인의 몬드라곤, 네덜란드의 라보방크 등은 각국 경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면서 조합원들의 경제적 복지와 국민경제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라보방크 같은 경우는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그리고 이탈리아 볼로냐 지방의 경우 주택의 30% 정도가 협동조합이 건축해 제공한 것이라는 사실은 몇몇 건설회사들이 아파트를 공급하는 한국의 실정과 비교해 볼 때 신선하다는 느낌을 준다. 협동조합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입증되었다. 따라서 한국의 상황에서 공유경제의 중심으로서 협동조합을 어떻게 육성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왜 협동조합이 필요하며 어떻게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지 다음 사항들을 통해 살펴보자.

첫째, 시장실패와 정부실패를 피할 수 없는 현실에서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협동조합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소수의 재벌에 경제력이 집중되어 있으며 이로 인해 민주주의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에서는 협동조합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둘째, 협동조합은 인간의 적극적인 자유, 즉 ‘무엇을 할 자유(freedom to)’를 성취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협동조합은 노동을 단순한 생산요소가 아니라 자아실현의 기회로 여기는 선진적인 기업형태다.

셋째, 협동조합은 공감(sympathy)과 협력이라는, 이기심을 제외한 인간의 다른 중요한 측면을 고취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조직이다. 이를 바탕으로 신뢰, 공평성, 호혜성, 자유에 대한 사랑 같은 사회적 자본을 축적할 수 있으며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넷째, 협동조합은 금융자본의 지배와 슈퍼경영자의 득세로 인한 불평등의 악화를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다섯째, 협동조합은 저성장 시대 및 고용 없는 성장 시대에 고용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공유경제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인공지능과 로봇공학의 파괴적 기술로 인한 일자리 소멸에 대처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보기술에 기반을 둔 모든 기술은 기본적으로 효율을 추구하기 때문에 공평의 문제는 간과되기 쉽다. 공유경제는 이 점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블록체인 기술같이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모든 피어들에게 데이터의 분산·공유를 허용하는 민주적인 기술이 활성화되면 공유경제와 더불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여러 가지 부작용을 완화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아직도 희망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이 글은 인터넷 <논객닷컴>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이영환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지식협동조합 경계너머 아하! 이사
미시경제학 등 다수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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