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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제2의 전두환’을 꿈꿨나
누가 ‘제2의 전두환’을 꿈꿨나
  • 윤길주
  • 승인 2018.07.30 1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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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문건’이 국민을 경악케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3월 초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을 내리기 전 기무사가 만든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수행방안’이란 해괴한 문건이 그것입니다.

기무사 계엄 문건은 형법상 내란음모예비죄에 해당한다는 게 대다수 법학자들의 견해입니다. 내용을 보면 이게 왜 초헌법적 발상인지 금세 알 수 있습니다.

▶탄핵 기각 후 정국이 소란스러워지면 전국으로 계엄령을 발동한다 ▶20여개 언론사의 보도를 통제·검열한다 ▶대학 등에 휴교령을 내려 집회·시위에 참가할 수 없도록 한다 ▶국회가 계엄해제를 할 수 없도록 국회의원들을 불법 시위 등 포고령 위반으로 잡아들여 정족수 미달을 유도한다.

더불어 광화문과 여의도에 장갑차를 주둔하고 병력 이동까지 상세히 계획했습니다. 비상계엄 선포문과 포고령도 작성해놨습니다. 1980년 전두환 등 정치군인들이 벌인 쿠데타의 망령이 되살아난 듯한 느낌입니다. 당시는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을 ‘폭도’로 몰아 학살을 자행했는데 이번엔 ‘촛불 시민’에게 장갑차를 들이대겠다는 것입니다.

문건 작성자들에게 법은 안중에도 없는 듯합니다. 예컨대 실제 계엄령이 발동되면 계엄사령관은 합참의장이 맡도록 법으로 명시해놨습니다. 하지만 문건에는 육군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에 앉히는 걸로 돼 있습니다. 당시 이순진 합참의장은 비육사 출신입니다. 그러니까 계엄 시 국방장관-계엄사령관-합동수사본부장 등 지휘부를 ‘육사 라인’이 접수하겠다는 얘기입니다. 전두환 쿠데타 때의 군 내 사조직 ‘하나회’가 연상됩니다.

계엄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이 맡게 되면 군령권이 합참의장과 계엄사령관 둘로 쪼개지게 됩니다. 이 경우 양쪽이 헤게모니 쟁탈전을 벌이다 아군끼리 총질하는 내전(內戰)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북한 도발 등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자중지란에 빠져 국가가 누란(累卵)의 위기에 처할 위험이 큽니다.

계엄 문건 수사의 핵심은 누가 무슨 목적으로 만들었느냐는 것입니다. 보고가 어디까지 이뤄졌는지도 중요합니다. 당시 기무사령관은 자신의 지시로 계엄 문건을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무사령관이 무슨 꿍꿍이로 이런 엄청난 일을 꾸민 것인지 속내가 궁금합니다.

1979년 박정희 시해 사건이 나자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기무사 전신)은 합동수사본부장을 맡아 실권을 쥡니다. 곧바로 정승화 계엄사령관을 체포하고, 최규하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만듭니다. 이번 계엄 문건을 보면 전두환 학습 효과가 있었던 건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계엄령이 발동되면 권력은 군이 장악하게 됩니다. 박근혜는 탄핵이 기각되더라도 대통령으로서 권위를 상실하게 될 것입니다. 합수본부장은 전두환이 그랬던 것처럼 국회를 무력화 한 뒤 행정·사법권을 장악하게 됩니다. 그 다음 시나리오는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군이 총칼로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돼선 안 됩니다. 우리는 박정희·전두환 군사 쿠데타로 너무나 먼 길을 돌아 여기까지 왔습니다. 검·경 합수단은 계엄 문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 다시는 이 땅에 정치군인이 발호(跋扈)하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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