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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직장' 대한항공·아시아나 승무원은 왜 가면을 쓰고 거리로 나왔나
'최고의 직장' 대한항공·아시아나 승무원은 왜 가면을 쓰고 거리로 나왔나
  • 강민경 기자
  • 승인 2018.07.14 1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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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적인 팀제 운영으로 수직적 관계...비행 분담, 승진 평가까지 하는 매니저는 '하늘'
대한항공 및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14일 개최하는 ‘공동 집회’를 앞두고, 이들이 마스크를 쓰고 거리로 뛰쳐나오게 된 주요 배경으로 폐쇄적인 인사고과 시스템이 지목된다.뉴시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14일 ‘공동 집회’를 갖기로 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강민경 기자] 국내 양대 항공사 직원들이 총수 일가의 경영퇴진을 요구하는 ‘공동 집회’를 앞두고 이들이 거리로 뛰쳐나오게 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한항공직원연대와 아시아나항공직원연대는 14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함께 가자 갑질 격파 문화제’를 공동으로 열기로 했다. 이 행사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동조합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와 아시아나항공노동조합이 공동으로 주관한다.

그간 촛불집회와 갑질근절 게릴라 캠페인을 광화문 같은 장소에서 따로 진행했던 두 항공사 직원들이 공동으로 집회를 개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선 공동집회의 파괴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앞서 대한항공 직원들은 ‘물벼락 갑질’로 촉발된 조양호 회장 일가의 갑질을 규탄하며 2개월 여간 시위를 이어왔고, 아시아나항공 직원들도 기내식 대란과 박삼구 회장의 갑질 경영에 맞서 두 차례 촛불을 들었다.

“잘못하면 비행에서 열외, 상급자가 곧 하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직원연대가 각각 진행한 집회엔 ‘가면’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름과 얼굴을 내세우지 못하고 가면 뒤에 숨을 수밖에 없는 항공사 직원들에겐 어떤 고충이 있을까.

업계 종사자들은 항공업계 내부에 자리 잡은 폐쇄적인 인사고과가 직원들을 가면 뒤에 숨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가면을 쓴 익명의 참가자들 중 객실 승무원 비중이 큰 것 역시 이러한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지목된다.

현재 국내 항공업계 객실 승무원의 경우, SS(사원)-AP(대리)-PS(과장)-SP(차장)-CP(부장) 직급체계를 운영한다. 성과평가는 연 2회 실시되는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관리자급의 평가다.

객실 승무원은 팀제로 운영돼 매니저(팀장)가 점수를 매기며, 점수 이외 ‘듀티’라 불리는 담당 직무도 매니저가 분배한다.

예컨대 “A는 퍼스트석, B는 비즈니스석, C는 이코노미석, D는 비행에서 열외”라는 지침을 매니저가 내린다는 것이다. 게다가 듀티는 당일 출근을 하고 나서야 객실 승무원들에게 통보가 되고 있어 승무원들에겐 그야말로 ‘매니저가 곧 하늘’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구조 속에서 매니저 역시 본인 상급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객실 승무원들은 여태껏 온갖 갑질과 악습에 시달리면서도 반발하기 힘들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관계자는 “대한항공 객실 승무원의 경우 처음에는 계약직으로 들어가 2-3년의 기간을 거친 후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체제라서 그들은 ‘약자’일 수밖에  없다”며 “조종사의 경우엔 부기장에서 기장으로 가는 체계라 어디에 잘 보일 필요가 없지만, 객실 승무원은 승진 체계가 세부적으로 나눠져 있어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특수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외국 항공사의 경우엔 승무원이 출근 전에 듀티를 미리 확인할 수 있는데, 특이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그날 출근을 하고 나서야 매니저가 분배를 하고 있어 아랫사람이 윗사람의 눈치를 안 볼래야 안 볼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아시아나항공 노조 관계자도 “팀별로 비행을 나가다보니 팀매니저의 권한이 막강하다”며 “매니저가 본인 팀원을 비행에서 배제시키는 경우도 있어 일반 승무원들의 경우 매니저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시간 흐를수록 응집력 더욱 강해져야”

객실 승무원을 포함한 항공업계 직원들은 경직된 사내 구조 내에서의 내부 고발은 한계가 명확하다는 문제에 직면해 거리로 뛰쳐나왔다.

현재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가장 걱정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시간이 흐르면서 총수일가의 갑질 및 비리가 묻힐 수 있다는 우려다. 경영진은 이를 바라고 온갖 비판이 일어도 구조적 문제 해결에 나서기보다 시간이 가기만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사태가 해결되지 않은 채 거리로 나와 규탄 시위를 벌였던 직원들이 피해를 받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 종사자들의 걱정이다.

노조 및 직원연대는 이러한 문제점이 해결되기 위해서는 먼저 직원들이 소통을 통해 응집하고, 사측 역시 구체적인 대책과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시아나항공 노조 관계자는 “대한항공 조양호 일가 갑질 논란에 대해 처음에는 심할 정도로 내부에서 분노하고 외부에서도 여론이 들끓었는데 아시아나항공 사태가 터지기 직전까진 시간이 흐르면서 또 서서히 묻힐 판이었다”며 “현재 사측이 아시아나항공직원연대 및 노조를 균열시키기 위해 익명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오히려 잘못을 지적하는 이들을 지탄하는 글들을 올리고 있는데 우리가 힘을 모으지 못하면 결국엔 경영진이 칼자루를 쥐게 돼 내부 직원들만 고통 받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관계자 역시 “현재 회사가 통제 단계에 들어가 대한항공직원연대 가입자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데, 익명성이 사라진다면 직원연대에 참여하는 수가 확연히 줄어들 것이며 그러한 한계를 직원연대 운영진이 느끼고 현재 조합으로 나가기 위한 단계를 밟고 있다”며 “총수 일가가 제 발로 경영에서 손을 뗄 가능성은 낮고 법적 조처를 비롯한 타의적인 방법으로 끌어내려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장기전이 될 수도 있으니 어떤 방법으로든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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