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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김종갑 한전 사장 '콩과 두부론', 전기요금 올려야 하나
[팩트체크]김종갑 한전 사장 '콩과 두부론', 전기요금 올려야 하나
  • 조혜승 기자
  • 승인 2018.07.04 1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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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용 소비량은 OECD 34개국 중 26위 그쳐...산업용 판매단가 지나치게 낮은 게 문제

[인사이트코리아=조혜승 기자] “저는 콩을 가공하여 두부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가공비도 들고, 원자재의 일부는 버려지기도 하니 당연히 두부값은 콩값보다 더 비싸야겠지요?”(김종갑 한전 사장 페이스북)

<김종갑 한전 사장 페이스북 캡처>
<김종갑 한전 사장 페이스북 캡처>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이 지난 1일 페이스북에 ‘두부공장의 걱정거리’란 글을 올려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을 내비쳤다. 자신을 ‘두부장수’에 비유해 콩(원료)값이 두부(상품)값보다 더 비싸진 상황을 빗대 표현한 것이다. 작년부터 시행된 탈원전, 탈석탄 정책으로 에너지 전환 정책이 본격화된데다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해 한전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 그의 얘기다.

한전은 올해 1분기 1275억1300만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지난해 4분기부터 2분기 연속 총 3000억원대 적자를 냈으나 여론 악화 등을 우려해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한전은 흑자를 많이 낼 때 전기요금은 내리지 않고 직원들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한전은 지난 4월 일부 다세대·다가구주택 전기 요금을 올렸다가 국민들의 비난을 받자 한 달 만에 접었다. 김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전기료는 싸다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심야 시간대 산업용 전기료가 너무 저렴해 기업들이 전력 과소비를 하고, 일부러 낮에 쓸 전기를 전기료가 싼 밤으로 돌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김 사장이 언급한 대로 산업용·가정용 전기료는 콩과 두부의 관계처럼 진짜 싼 것일까?

가정용 전기료 누진 폭 최대 11배 차이

한전은 올해 1분기 매출 15조7060만원, 영업적자 1276억원을 기록하는 등 경영 상태가 좋지 않다. 그 이유가 국민이 가정에서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싼값에 전기를 많이 사용해서 그런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국내 가정용 전기요금은 누진제다.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단계는 1972년 오일쇼크 당시 유신정권에서 주택용 전기 소비 억제 명목으로 도입됐는데 2007년부터 지금의 6단계로 운영되고 있다.

주택용 전기요금 최저구간과 최고구간 누진율은 11.7배로 전기를 많이 쓸수록 전기요금 폭탄을 맞게 되는 구조다.<뉴시스>

 

1단계는 100kwh 이하 사용으로 1kWh 당 60.7원, 6단계인 501kWh 이상 구간에서는 kWh당 709.5원이 부과된다. 1단계와 6단계의 요금차는 11.7배로 산업용(81원), 일반용(105.7원)보다 6.7~8.7배 가량 높다. 주택용 전기요금 최저구간과 최고구간 누진율이 11.7배로 전기를 많이 쓸수록 전기요금 폭탄을 맞는 구조다. 이는 대만(5단계, 2.4배), 일본(3단계 1.4배), 영국·프랑스·캐나다(단일요금) 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때문에 현실과 동떨어진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렇다고 가정에서 유별나게 전기를 많이 소비하는 것도 아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지난 2016년 발표한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가정용 전력 소비량은 2012년 기준 1278kWh로 OECD 34개국 가운데 26위였다. OECD 평균인 2335kWH의 55%에 그친 수치다. 미국 4374kW, 일본 2253kWh보다 적은 수준이다. 실제로 국내 산업용 전력 소비 비율은 52%인데 비해 가정용은 13%에 불과해 산업용이 절대적으로 많이 소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산업용 전기료, OECD 국가들보다 훨씬 싸다

현재 산업용 전기요금은 전력 소비가 적은 시간대 할인 요금이 적용된다. 6~8월 기준 오전 10시~낮 12시와 오후 1~5시가 ‘최대부하’ 시간대에 해당돼 가장 높은 요금이 적용된다. kwh당 114.2~196.6원이다. 하지만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9시 ‘경부하’ 시간대는 요금이 kWh당 52.9~61.6원으로 최대부하 시간대의 절반에 그친다.

가령, 여름철의 경우 하루를 경부하(23:00~09:00), 중간부하(09:00~10:00, 12:00~13:00, 17:00~23:00), 최대부하(10:00~12:00, 13:00~17:00) 시간대로 나눠 경부하, 중간부하, 최대부하 순으로 높은 요금이 적용된다. 경부하 요금은 전력 사용이 적은 심야 시간 남은 전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다. 과거에는 경부하 도입이 전력 사용을 심야로 분산하는 효과를 봤다. 하지만 현재 낮은 요금 때문에 낮에 쓰는 전기를 일부러 밤에 쓰는 등 전력 과소비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산업용 전기 사용량의 48.1%를 차지하는 경부하 요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김종훈 의원(민중당, 울산 동구)은 지난 3일 산업용 전기료를 현실화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산업용 전기료를 사용하는 10대 기업이 가정용 대비 지난 10년간 10조원 넘는 혜택을 봤다"며 산업용 전기료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이 주요 OECD 국가들보다 매우 싸다는 분석 결과도 제시했다. 국내 산업용 전력 판매단가가 지난 2016년 기준 kWh당 0.0957달러로 같은 조건인 일본 0.1631달러, 이탈리아 0.1847달러 는 물론, OECD 평균단가인 0.1010달러보다도 낮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7년 기준 산업용 전기 판매단가는 가정용의 56.5%에 그친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최근 올랐지만 여전히 가정용보다 한참 낮은 수준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핵심 전력 경향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전력소비구조를 제시한 바 있다. 이 보고서에서 (2014년 기준) 한국은 전체 전력소비량에서 산업부문이 53.3%인 반면 가정부문은 12.9%에 그쳤다. OECD 주요국들과 비교할 경우 1인당 가정용 전기소비량은 월등히 적은데 반해  산업용 전력 소비량은 OECD 평균의 두 배에 가깝다는 얘기다. 전력 과소비의 주범은 가정이 아닌 산업계로 가정용 전기요금에만 누진제를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번 김 사장의 '콩과 두부' 발언으로 전기요금 인상안이 공론화되면서 전기요금 체계 개편 등 향후 논의가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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