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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3-28 19:16 (목) 기사제보 구독신청
야당 대변인 '이부망천' 막말, 선거 그르쳤다
야당 대변인 '이부망천' 막말, 선거 그르쳤다
  • 문기환 전문위원 겸 새턴PR컨설팅 대표
  • 승인 2018.07.02 1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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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 던진 한 마디가 큰 파장...CEO가 기자 만날 땐 말 조심, 입 조심

지난 6월 중순 국내 정치에 중요한 이벤트가 있었다. 23년 만에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제 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두고 한 말이다. 결과는 사전 여론조사 및 언론보도 등 대부분이 예상한 대로 집권 여당이 사상 최대의 압승을 거두었다.

자고로 민주주의 정치는 견제와 균형이 중요한데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그런데 야당의 참패는 여당이 잘 해서가 아니라고 한다. 그보다는 아직 촛불 민심의 여파가 남아 있고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던 남북 문제의 평화적 해결 방법을 제시한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도 덕분이라고 한다. 거기다 한반도를 둘러싼 대내외 정세 변화와 유권자 마음의 향배를 읽지 못한 야당의 탓도 크다고 한다.

특히 야당 대표의 구시대적이고 안하무인식 막말 유세가 큰 몫을 했다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선거일 며칠 전 한 TV 토론에 참석한 야당 대변인의 툭 던진 한 마디가 불 난 집에 기름을 뿌린 꼴이 됐다. 이른바 ‘이부망천 발언’이다. 이렇듯, 정치인의 정제되지 않고 심사숙고하지 않은 말 한마디는 언론을 통해 즉시 확산되고 결국 선거에 지대한 악영향을 준다. 이는 언론을 상대로 하는 기업 홍보에서도 마찬가지다.

예정에 없었던 ‘폭탄 발언’

홍보와 언론은 통상 글과 말로 커뮤니케이션 한다. 홍보실에서 작성된 글은 보도자료 혹은 참고자료의 형태로 기자를 통해 언론사에 전달되는데, 사전 내부 검증을 거치기 때문에 대체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말의 경우는 좀 다르다. CEO의 인터뷰나 기자회견 또한 사전에 홍보실에서 준비된 자료만을 근거로 답변하면 역시 성공적으로 끝마칠 수 있다. 그러나 간혹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곤 한다. 다름아닌 ‘오프 더 레코드(Off the record, 비보도 요청)’의 남발이 악성 보도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벌써 한 참 전의 일이지만 아직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회장이 중국 북경 출장 중에 벌어진 일이다. 현지 주재 한국 언론사 특파원들과의 관례적인 간담회 자리에서 그만 “우리나라 기업은 2류요, 관료는 3류, 정치는 4류”라는 그 유명한(?) 발언을 불쑥 하고 만 것이다. 준비된 자료에 없었던 폭탄 발언을 들은 기업 홍보맨들은 화들짝 놀라서 즉각 기자들에게 “방금 회장님 말씀을 ‘오프 더 레코드’ 처리해 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고 한다. 허나, 그 발언은 즉시 통신망을 통해 국내로 타전 되었고 한 동안 국내 정국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말았다.

아무리 홍보실에서 사전에 주의를 주어도 CEO들은 평소 친한 기자들과의 식사 자리 등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지면 긴장감을 풀고, “이건 오프 더 레코드 인데” 하며 중요한 얘기를 하곤 해서 배석한 홍보맨들을 당혹스럽게 만든다. 이 경우, 기자 한 명을 상대할 때에는 그 약속이 대체로 잘 지켜진다. 왜냐하면, 비보도 약속을 깨고 그 얘기를 기사화 한다면 다시는 그 기자와 편안한 자리를 갖고자 하는 CEO는 아무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자가 두 명 이상 있을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기자들과의 평소 친근도, 신뢰도와도 전혀 상관이 없다. 이는 언론사 시스템을 알게 되면 이해가 쉬워진다.

‘오프 더 레코드’를 성공시킨 에피소드

보통 기자들은 자신이 담당하거나 출입하는 조직의 주요 인사들과의 공식적, 비공식적 만남에서 듣게 된 내용 중 기사거리 될 만한 것들을 반드시 데스크에게 보고 한다. 그리고 나서 이를 기사화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아무리 ‘오프 더 레코드’ 하기로 약속했다 해도 데스크의 판단이 ‘국민의 알 권리가 우선’이라면 이 약속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다른 언론사에서도 같은 절차로 기사화 결정이 이루어지게 되므로, 그 자리에 있었던 기자가 아니라 데스크의 판단에 따라 결과적으로 한 언론사는 낙종을 하고 경쟁 언론사는 특종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경우도 예외는 있다. 다음은 필자가 ‘오프 더 레코드’를 성공적으로 성사시킨 에피소드이다.

1990년대 후반 필자가 (주)대우 홍보팀장으로 있을 때였다. 연말이고 해서 평소 종합상사를 출입하고 있는 기자 서너 명을 사장과의 저녁식사에 초대한 적이 있다. 별 다른 이슈 없이 만난 자리였기 때문에, “한해 고생 많았고 새해에도 더욱 열심히 하자”는 덕담이 이어졌다. 편안한 자리인지라 술도 몇 순배 돌아갔을 때였다.

갑자기, 사장님이 회사에서 비밀리에 진행 중인 해외 비즈니스 프로젝트 하나를 얘기하는 것이 아닌가. 필자는 아직 협약서 단계인 그 프로젝트가 외국회사와 경합중인 것으로 최종 계약체결 이전에 발표하면 막대한 손해배상을 하거나 심지어 협약이 파기될 수 있는 조건이 붙어 있던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즉각 “방금 전의 말씀을 ‘오프 더 레코드’로 해 줄 것”을 기자들에게 요청했고, 그제서야 사장도 미안해 하며 “언론 보도는 한 달만 기다려 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일순 어색하던 분위기는 다행히 기자들 대부분이 “잘 알겠다”는 반응을 보여서 곧 원래대로 회복됐다. 이윽고 저녁 식사는 무난히 끝났고 사장님은 먼저 그 장소를 떠났다. 그러나 아무래도 안심이 안 된 필자는 커피 한잔 하자며 기자들을 붙잡았다. 그리고 “만일 그 프로젝트가 기사화되면 계약실패는 물론 경쟁중인 외국기업에게 빼앗길 수도 있으니, 제발 ‘오프 더 레코드’ 해 줄 것”을 다시금 요청했다.

그러자, 기자들이 필자에게 잠시 자리를 비켜달라고 한 후 즉석에서 자기들끼리 회의를 하는 것이 아닌가. 잠시 후 한 기자가 내게 와서 하는 말. “이번 프로젝트가 보도될 경우 당신 회사는 물론 우리나라에도 이익이 될 것이 없으므로 국민의 알 권리 보다 우선 한다고 모두 동의를 했다. 그리고 이 얘기는 다들 데스크에게 보고하지 말자고 합의했다.”

다행히 약 2개월 후, 프로젝트의 최종계약이 성공적으로 체결됐다. 그리고 이 사실은 언론에 크게 보도되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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