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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3-29 18:38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정치인이 생각하는 보수, 주민이 원하는 보수 다르다”
"정치인이 생각하는 보수, 주민이 원하는 보수 다르다”
  • 윤길주 발행인
  • 승인 2018.07.02 1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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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한국당 소속으로 유일하게 당선한 조은희 서초구청장 인터뷰

[인사이트코리아=윤길주 발행인, 강민경 기자]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서울 25개 구청장 중 24개를 싹쓸이했다. 서울시의회 110석 중 102석도 민주당이 차지했다. 그야말로 ‘민주당 세상’이 된 서울시 자치단체구 가운데 유일하게 서초구만 자유한국당이 지켜냈다. 엄밀히 말하면 조은희 구청장이 혈혈단신 악조건을 극복하고 재선에 성공했다는 게 적절하다.

조 구청장은 서초구의 한국당 정당 득표율 34.8%보다 17.6%포인트 높은 52.4%의 득표율을 기록한 것이다. 4년 전 선거에서 얻은 49.8%보다 오히려 득표율이 올랐다. 41.1%를 얻은 민주당 이정근 후보와는 2만5000여 표 차이였다. ‘민주당 태풍’이 거센 가운데 거둔 큰 표 차 승리였다.

그의 당선이 전국적으로 얼마나 큰 ‘충격파’였는지는 SNS를 통해 확인됐다. 6·13 지방선거 다음날 새벽부터 ‘조은희’는 네이버·다음 ‘실검’ 1위에 올랐다. 조은희 당선자에 대한 기사도 수십개나 올라왔다. 지방 선거가 실시된 이래 기초자치단체장 당선자에게 이처럼 많은 관심이 쏟아진 경우는 드물다.

서초구 안팎에서는 당 소속과는 무관하게 조 구청장이 능력을 인정받은 결과로 평가한다. 기자 출신인 그는 청와대 문화관광비서관, 서울시 여성가족정책관, 서울시 첫 여성 정무부시장을 역임했다. 조 구청장은 서초구 살림을 맡아온 4년간 작지만 큰 감동을 주는 ‘생활 밀착형’ 행정과 함께 담대한 구상인 ‘100년 서초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횡단보도나 교통섬에서 한낮의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서리풀 원두막’을 전국에서 처음 설치하고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를 공론화 해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또 주민밀착형 소통행정을 통해 주민과의 스킨십을 늘려나갔다.

<인사이트코리아>는 조 구청장이 시대를 역류(逆流)해 자신의 자리를 지키면서 확장성을 키워낸 비결이 궁금했다. ‘기호 1번 줄 투표’가 대세였던 이번 지방선거에서 50% 넘는 주민이 ‘2번’을 선택하게 한 그의 리더십과 인간적 매력이 무엇인지 독자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지난 6월 19일 오후 서초구청에서 조은희 구청장을 만났다. 그는 인터뷰에서 “당선이 확정된 후 ‘무서운 기쁨’을 느꼈다”고 말했다.

 

- 얼굴이 좋은 것을 보니 큰 고생은 안하신 것 같습니다.

“박빙이라서 스릴이 있었죠. 막상 투표 결과에서는 꽤 큰 차이가 있었지만, 선거기간 내내 ‘박빙이다’ ‘대결에서 조은희 후보가 밀린다’고 타 후보들이 선거운동을 하셔서 다소 신경이 쓰이고 마음고생도 했었어요(웃음).”

- 야당인 한국당 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서울시 기초단체장에 당선되면서 재선에도 성공하셨습니다. 재선 성공 비결,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사실 선거를 준비하면서 ‘바람, 평화의 바람이 참 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바람이 덮칠까싶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습니다. 저는 선거개소식이나 후원회 등을 일절 하지 않았고 선거대책위원회도 구성하지 않은 채 오로지 제 힘으로 부딪혔습니다. 대규모 지원유세를 동원하지 않고 저 혼자 유세 차량을 타고 흔히들 말하는 ‘담치기 유세’ ‘벽치기 유세’를 했어요. 벽에다 대고 ‘기호 2번 조은희 구청장입니다. 한번만 다시 기회를 주십시오. 시행착오 없이 야무지게 하겠습니다’라고 외쳤죠. 그렇게 강을 건너고 나서 뒤를 돌아보니 (평화의 바람은) 그냥 바람이 아니라 쓰나미였더라고요. 바람이 그렇게 강할 줄은 몰랐습니다. 다행히 서초구 주민들께선 행정의 연속성을 많이 생각하신 것 같아요. 서초의 현안에 제가 씨를 뿌려 놓았는데, 여태껏 열심히 잘 해왔으니 더 노력해서 ‘꽃 피우고 열매를 맺어보라’는 주민들의 격려와 채찍이 모였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암담한 상황에서 결국 승리하셨네요.

“당선 확정이 됐을 때, ‘무서운 기쁨’을 느꼈습니다. 앞으로 제가 풀어나가야 할 일과 역량을 발휘해야 하는 문제 등에 대해 책임감이 무거웠기 때문입니다. 당선 후에는 축하한다는 말보다 ‘지켜줘서 고맙다’ ‘고생했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사실 선거운동을 하던 기간 내내 주민들이 대해주셨던 호응도로 미뤄 짐작했을 때 ‘이길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어요. 이전 임기 때 제가 추진해오던 서초구의 행정에 만족하시는 분들이 많았고, 구청의 행정이 나의 생활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가에 대해 고마움을 표현하던 분들도 계셨기 때문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 말고도 얻게 된 것들이 참 많습니다. 우선, 유세 기간 동안 서초구를 더 구석구석 돌면서 행정의 손길이 덜 간 곳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개선 방안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있었고요. 저를 지지하지 않은 분들의 마음도 헤아려 성찰하고 여야 구분 없이 ‘생활이 먼저다’라는 마음으로 오직 주민 생활에 집중하겠다는 다짐도 할 수 있었습니다.”

“‘부모 없는 성냥팔이 소녀’ 된 것 같다”

- 지방선거 이후 서울시, 시의회 등 서초구를 둘러싼 주변 환경이 녹록치 않아졌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소통은 어떤가요?

“외롭죠. ‘부모 없는 성냥팔이 소녀’가 됐다고 할까요. 하지만 한번 맡겨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박원순 시장님과도 소통은 원활히 잘되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박 시장님이 과거 서초구 주민이셨기 때문에 구 행정에 대해 잘 아세요. 설득의 문제지요.”

- 서초구 안팎에선 조 구청장의 승리 비결로 ‘야무진 행정’을 꼽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구청장은 그야말로 일을 잘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우선 저는 ‘생활 밀착형’ 행정에 집중했습니다. 횡단보도와 교통섬의 뙤약볕을 막아주는 ‘서리풀 원두막’은 우리 서초구에서 가장 먼저 시행했는데, 현재 전국 지자체에서 앞 다퉈 벤치마킹을 하고 있습니다. 겨울 칼바람을 막아주는 ‘서리풀 이글루’도 버스정류장과 횡단보도에 설치해 주민들의 만족도가 아주 높습니다. 뿐만 아니라 청렴도와 알뜰재정, 공약이행 등에 대해 각종 기관 평가에서 1등을 기록해 주민들께서 긍정적으로 평가해주셨다고 생각합니다.”

- ‘서리풀 원두막’이 아주 획기적인 정책으로 소개가 되고 있던데요.

“‘서리풀 원두막’은 자외선을 막아주는 우산 모양의 대형그늘막입니다. 유독 햇볕이 따가웠던 지난여름, 교통신호를 기다리는 주민들을 위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자는 조그만 배려에서 시작된 아이디어였어요. 먼저 시범운영으로 강풍 예보 시 그늘막을 접는 기능이 손쉬운지, 자외선 차단기능에 충실한지 등 충분한 검토를 거쳐 지난해 4월 서초구 54곳에 설치했습니다. 그런데 반향이 의외로 컸어요. 더 많이 만들어 달라는 주민들의 요청으로 66개를 추가 설치해 총 120개소로 늘렸습니다. 창의적이고 세련된 디자인에 기능성과 안정성까지 갖춘 차별화된 모델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서리풀 원두막’은 전국 지자체에서 앞 다퉈 벤치마킹했습니다. 유럽연합(EU), 영국환경청이 공식 인정하는 유럽 최고 친환경상인 ‘그린애플어워즈(The Green Apple Awards)’ 상을 받았고, ‘2017 서울 창의상 혁신 시책부문 우수상’ ‘2017 서울시 자치구 행정우수사례 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국내외 기관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세금은 이런데 써야한다’는 목소리를 들으며 주민들이 어떤 행정에 목말라 하는지를 절감할 수 있었고요. 올해도 ‘서리풀 원두막’ 22개소를 추가 설치했습니다. 보도 폭이 좁은 이면도로 2곳에는 크기를 축소한 ‘미니 서리풀 원두막’도 선보여 현재는 총 142개소에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 정책 아이디어는 어떻게 발굴하십니까.

“‘서리풀 원두막’은 제가 구청장이 되기 전부터 눈여겨보던 부분이었습니다. 여름만 되면 아스팔트가 열기로 이글이글대죠. 보행자들에겐 아주 고역이에요. 특히 횡단보도에서 신호등을 기다리는 순간은 참 길게 느껴지죠. 노인 분들은 여름 열기에 더 취약해 열사병으로 쓰러지실까 염려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4년 전 구청장으로 취임하자마자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좋을까에 대해 회의를 많이 했어요. 그로부터 6~7개월 후 직원들이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시범사업을 운영했는데 담당자들이 도저히 못하겠다고 하더라고요. 할 수 없이 담당자를 바꿨는데 이번엔 서울시에서 제지를 했어요. 도로에 임시가설물을 설치하면 교통에 방해될 수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도로교통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고 밀어부쳤죠. 그렇게 뚝심으로 시행한 정책이었는데 반응이 좋아서 기뻤죠.”

- ‘빨간 삼륜차’도 호평을 받던데요. 작은 전기차를 직접 운전해 주민들을 찾아다닌다고요.

“‘주민밀착형’ 소통행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빨간 삼륜차’라고 불리는 미니 전기차를 제가 직접 운전해 소외가정, 골목상권 등 서초구 구석구석을 살피는데요. 삶의 현장 속에서 필요한 정책을 공감하고 발굴해 주민 눈높이 행정을 펼치기 위해서 시작했습니다. 좁고 후미진 골목 언덕길도 꼼꼼히 살필 수 있고 또 못 가는 곳이 없어요. 이동반경이 제한된 도보순찰과 한번 쓱 지나가는 주마간산 식 차량 순찰의 단점을 보완한 골목 현장 행정입니다. 예고되지 않은 시간에 각본 없이 찾아가 동네 각종 불편사항을 귀담아 들을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죠.”

- 구청장이 직접 운전을 해서 주민들을 찾아가면 놀라면서도 많이 반가워하시겠습니다.

“아주 반갑게 맞아주십니다. 동장이나 부서장으로부터 지역현안을 단순히 보고받는데 그치지 않고 생활 속 주민들의 고충과 불편을 가까이에서 느끼고 파악해 주민 입장에서 한 번 더 고민하고 살피려고 합니다. 빨간 삼륜차로 독거어르신, 소년소녀가장, 한부모 가정, 갑작스런 사업 실패나 중한 질병 등의 사유로 위기사항에 처한 소외 가구를 찾아가 집안 곳곳 불편한 점은 없는지 주민 한분 한분의 작은 목소리까지 귀담아 듣고,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병원과 연계해 치료비 부담을 덜어주거나 지역기업과 함께 양질의 일자리로 다시 재기할 수 있는 기회도 드리고 있습니다.”

“보육정책에 에너지 쏟아 선도모델 만들겠다”

- 생활밀착형 혹은 주민밀착형 아이디어를 내고 시행하는 구청장이 많지는 않죠. 표시도 잘 안 나고 하려고 해도 잘 안되고.

“제가 구청장을 맡고 있는 한 서초구 행정에선 ‘생활이 먼저다’가 가장 중요합니다. 주민들의 생활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해주는 것, 그것이 구청장이 할 일이죠. 또 집단지성이 필요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저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기 때문에 많은 분들의 도움이 필요하죠. 직원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개진하고 그 아이디어가 확산될 수 있게 지원하는 것도 저의 역할입니다. 직원들이 삼삼오오 커뮤니티를 만들면 지원을 해주고,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해외 연수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 여담이지만 전에 뵈었을 때 소형 전기차를 타시던데, 아직도 그 차를 탑니까. 구청장은 중대형차가 의전으로 제공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당시 상당히 신선한 충격이어서 여쭤봅니다.

“그럼요. 처음 취임했을 때부터 타던 소형 전기차를 지금도 타고 있습니다. 서초구가 친환경 정책도 많이 추진하고 있어서 ‘나부터 전기차를 타야겠다’고 생각했고요. 여전히 같은 생각입니다. 초심을 잃으면 안 되죠.”

- 서초구 주민들이 만족해하는 또 다른 정책으로 ‘보육정책’이 있던데요.

“제가 서초구 보육정책을 밑바닥부터 만들었습니다. 올해 1월에는 임신 준비부터 출산, 육아까지 단계별로 아이를 키우는데 필요한 각종 건강관련 서비스를 한 곳에서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특화 보건소인 ‘서초모자보건소’가 문을 열었습니다. 프랑스 파리 출장에서 본 모자보건센터를 벤치마킹한 이 보건소에는 의사 1명, 간호사 5명, 운동처방사 1명, 영양사 1명, 놀이치료사 1명 등 14명의 전문 인력이 상주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임산부 산전·산후진료, 태아 기형아 검사 및 초음파, 영유아 건강검진과 예방접종 등 보건소의 기본 역할을 전담하는 건강클리닉에서부터 부모교육센터, 영유아 이유식 상담, 산후 체중조절 프로그램 등을 도맡는 영양키움방, 맞춤형 운동 처방을 제공하는 건강키움방, 영유아 성장단계별 특성에 맞춘 오감발달 놀이방, 산후우울증과 독박육아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돕는 나를 찾는 방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임산부와 영유아를 위한 특화된 보건소를 운영하게 된 계기가 있습니까?

“최근 출산율 저하, 고연령 임산부 비율 증가로 건강한 임신과 출산·육아를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했죠. 태아부터 평생 건강의 발판을 마련하기에는 기존 보건소의 역할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기존의 보건소는 어르신부터 아이까지 대중을 위한 보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임산부·영유아를 위한 기본적 진찰이나 예방접종, 임산부 요가 등 단순 건강지원 서비스에 머무르는 실정이었거든요. 저출산 시대 육아는 더 이상 한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공동으로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국가적 과제인 저출산 문제에 대해 기초자치단체로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생활밀착형 선도정책을 추진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넘치는 서초’를 만들어 보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한 거죠.”

- 모자보건소 뿐만 아니라 국공립 어린이집에 대한 지원도 상당하다고 들었습니다.

“현재 서초구 국공립어린이집은 총 72개소인데, 2014년 6월 32개소에 불과했던 게 3년 9개월 만에 2.3배, 총 40곳을 늘렸습니다. 한 달에 한 곳 꼴로 문을 연 셈이죠. 그러다보니 주민들로부터 ‘국공립어린이집 제조기’라는 별명까지 얻었습니다.”

- 다른 할 일도 많을 텐데 일개 구 행정 차원에서는 굉장한 지원이었겠습니다.

“저 역시 일하면서 아이를 키웠던 워킹맘으로 육아의 고충을 절실히 겪었어요. 그래서 보육정책에 에너지를 쏟아 지자체의 선도모델이 될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라면 국공립어린이집을 선호해요. 검증받은 우수 보육시설을 갖춘 데다 보육료도 저렴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민선 6기에 취임해서 보니 서초구의 국공립어린이집은 32곳이 전부였습니다. 서초구가 생긴 1988년 이래 30년간 1년에 약 한 곳씩 국공립어린이집을 만든 셈이더라고요. 특히 서초4동, 반포본동, 방배본동엔 어린이집이 한 곳도 없었습니다. 당시 서초구 보육수급률(어린이집 총 정원을 어린이집 보육이 필요한 영유아 수로 나눈 비율)은 57%로 서울시 자치구 중 꼴찌였습니다. 이후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비싼 땅값과 임대료 등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건이 어려웠지만, 2016년 ‘2018년 서초구 보육수급률을 75%로 끌어 올리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서초보육 마스터플랜’을 수립했습니다. 보육수급률을 빠르게 높이기 위해서는 예산보다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금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는데, 지난해 80억원의 보육기금을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마련했답니다. 그렇게 보육기금이 마련되다보니 서초구의 보육정책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됐죠.”

“초과이익환수제는 미 실현이익 이중과세”

- 또 다른 보육정책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여성들의 독박 육아 해소를 위해 ‘서초형 산모돌보미’를 모든 출산 가정에 지원합니다. 아기에게 엄마가 필요하듯이 산모에게도 엄마가 필요한데요. ‘서초형 산모돌보미’는 지난해 7월부터 모든 출산가정에 산모돌보미를 보내 2~3주 동안 친정엄마처럼 챙겨줍니다. 산후조리원을 나온 산모도 이용할 수 있고요. 이 제도는 부부 중 한 사람이 1년 이상 실제 거주만 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지난해 1026명의 산모가 혜택을 받았고요. 중앙정부에서는 소득수준에 따라 신청 제한을 두지만 정부의 제도를 보완해 소득이 많든 적든 그리고 아기가 첫째든 둘째든 상관없이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것저것 따지기보다 당장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이들을 돕자는 취지에서죠. 첫째 자녀를 낳았을 때 10일, 둘째의 경우 15일 동안 이용할 수 있고, 파견비용은 총 서비스금액에서 5%가량만 본인이 부담하면 됩니다. 이용료는 첫째 100만원, 둘째 150만원 정도인데 95%를 구청에서 지원하니 본인 부담금은 각 5만원, 7만5000원 정도입니다. 이 정책은 서울시에서도 벤치마킹해 올해 7월부터 시행할 예정으로 알고 있습니다.”

- 요새 노인들의 ‘황혼 육아’도 늘고 있다고 하던데요.

“맞습니다. 서초구에선 황혼 육아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어요. 이른바 ‘손주돌보미’라고 하는데요. 육아교육을 25시간 받고 한 달에 40시간 이상 손주를 돌보시는 노인 분들께 최대 24만원의 수당을 지급해드리고 있습니다.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면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주를 봐주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들을 위한 제도가 서초구만의 특화사업입니다. 부모에게는 양질의 육아를 제공하고, 조부모에게는 경제력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했습니다.”

- 주민 생활과 밀접한 정책을 펼치고 계시는데, 조금 더 멀리 내다보는 서초구의 미래 비전 관련 정책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서초구의 구석구석을 따뜻하고 세심하게 살피는 동시에 단체장으로서 큰 그림도 그려 가야 한다고 봅니다. 담대한 미래 비전을 가지고 말이죠. 저는 지난 4년간 서초구 행정을 맡아온 풍부한 경험에서 나온 일머리로 ‘서리풀 터널 개통’과 ‘성뒤마을 개발’ 등 수 십년 묵은 현안을 풀어냈고 발상의 전환으로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을 구상해 왔습니다. 특히 경부고속도로 지하화와 양재R&CD 특구 지정 추진 등 서초구에서부터 국가 경제를 선도할 변화의 바람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 서초구가 추진 중인 정책 가운데 전국적인 관심을 받는 것이 있지 않습니까. ‘경부도속도로 지하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강남과 강북을 잇는 교통체증을 풀고 지상에 세계적 랜드마크를 세우자’는 것이 경부고속도로 서초구간 지하화 구상의 기획 의도였습니다. 지난 1년간 서초구가 이 사업에 대한 사전 타당성 연구용역을 한 결과, 세금을 한 푼 안 들이고도 사업이 가능하다는 경제적 타당성과 재원조달 방안이 나왔고, 이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내며 공론화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던 이유는 환경과 비용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는 미래 세대를 위한 도시재생 사업이기 때문이었어요. 2015년 11월부터 심포지엄, 전문학회 연구용역, 학술세미나와 국제콘퍼런스 등을 통해 지하화 사업을 단계적으로 발전시켜 왔고요. 지난해 국토교통부의 도로 공간 입체적 활용을 위한 법률 제정이 추진되면서 더욱 탄력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2월엔 시민위원회를 발족했는데, 연내 서울시 예비타당성 조사가 실시되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 서울 강남3구에는 ‘재건축’이라는 뜨거운 이슈가 있습니다. 주민들이 민감하게 보고 있는 초과이익환수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미 실현 이익에 대한 이중과세라고 생각합니다. 선정기준 자체가 비합리적이라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부담금은 재건축 시작 시점, 상승액, 재건축 완료 후 예상 주택매매가 등을 기준으로 산정되는데, 3년 후에 집값이 어떻게 될지 누가 알 수 있습니까. 지난 5월 한국당에서 재건축사업으로 발생하는 초과이익에 대한 부담금 징수를 폐지하는 내용의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폐지 법률안’을 발의한 상태입니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업무 매뉴얼에 따라 가장 먼저 반포 현대아파트에 재건축 초과이익부담금 약 1억3000만원을 통보했는데요. 자체적으로 자문단을 만들어서 현실적인 적용 방안을 국토부에 전달할 계획입니다.”

- 강남구청도 해당 법에 대해 개정 혹은 폐지를 주장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연대 가능성이 있을까요.

“섣불리 말할 순 없지만, 의논해볼 대목은 있겠죠.”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롤 모델”

- 이번 선거에 당선되면서 전국적인 스타가 되셨습니다. 혹시 중앙 정치 무대에 진출할 계획은 없나요?

“그럴 마음은 전혀 없습니다. 이미 주위에선 절 보고 ‘서초당 당수’라고들 하십니다(웃음). 제가 맡은 서초구 행정을 생각하기에도 바쁜데 다른 일을 생각할 시간이 없어요. 서초구 행정을 잘 해나가야죠.”

- 현재 한국당 내부의 내홍이 깊습니다. 한국당 소속으로서 이러한 상황에 대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세요?

“제가 거리 유세를 진행하면서 주민들을 만나보니, 정치인이 생각하는 ‘보수가 가야할 길’과 주민들이 원하는 ‘보수의 역할’에 차이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거리를 좁혀야 하는 과제가 남은 상황입니다. 그 간극을 좁혀야만 국민들의 신뢰를 다시 받을 수 있을 겁니다. 민심은 부지런함과 진정성을 알아봐 주시더라고요.”

- ‘조은희의 리더십’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자상함과 담대함을 보여주는 ‘엄마 리더십’이라고 할까요?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제 롤 모델인데요. 부드럽게 다른 사람의 의견을 포용하면서도 뚝심 있게 정책을 펼치는 그를 닮고 싶어요.”

- 마지막으로 서초구청장으로서의 포부 한 말씀.

“이번에 제가 받은 52.4%의 득표율은 서울시의원 비례대표선거에서 한국당이 얻은 34.8%보다 17.6%포인트가 높습니다. 결국 17.6%의 득표율은 한국당을 지지하지 않는 서초구 주민들이 저를 지지해 주신 거죠. 저는 기러기 편대가 자리를 바꿔가며 선두를 유지하듯 화합의 2등 정신으로 임하고자 합니다. 행복한 2등의 마음으로 민주당 지지자들과 보수에 실망한 중도층 분들이 저에게 맡겨주신 기대에 꼭 부응하겠습니다. 야무지고 똑 소리 나게 행정을 꾸려나가겠습니다. 앞으로 경험과 실력을 부지런히 쌓고, 제가 먼저 주민들 곁으로 다가가겠습니다. 주민들이 서초구에 거주하시는 게 자부심이 되도록 뒷받침하는 구청장이 되겠습니다.”


조은희 구청장

1984년 이화여자대학교 영문학 학사

1987년 서울대학교 대학원 국문학 석사

1988년 영남일보 기자

1995년 경향신문 기자

1998년 대통령 비서실 행사기획비서관

2004년 단국대학교 대학원 행정학 박사

2005년 미국 조지타운대학교 객원연구원

2006년 한양대학교 행정자치대학원 겸임교수

2008년 서울특별시 여성가족정책관

2010년 서울특별시 정무부시장

2013년 세종대학교 행정학과 초빙교수

2014년 제8대 서울특별시 서초구청장

2018년 서초구청장 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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