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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 데이비슨, 트럼프가 쫓아냈다?
할리 데이비슨, 트럼프가 쫓아냈다?
  • 양재찬 경제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6.29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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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제조업의 기둥’이라고 추켜세운 기업이 있다. 고급 오토바이의 대명사로 통하는 할리 데이비슨이다. 여기서 일하는 노동자는 2016년 대선 때 트럼프의 지지 기반이기도 했다. 이런 곳이 졸지에 트럼프발 무역전쟁의 피해자가 됐다.

할리 데이비슨은 6월 25일 유럽연합(EU)의 보복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 내 일부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정부가 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고율관세를 매기면서 원자재 조달비용이 상승한데다 EU의 보복관세로 유럽 판매에 타격을 입었다면서.

할리 데이비슨은 EU에 수출하면서 6%의 관세를 물어왔다. 이것이 보복 조치로 31%로 높아져 오토바이 한 대당 2200달러의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지난해 유럽 수출물량은 4만여 대, 매출의 16%가 유럽에서 나왔다. 국내 판매가 정체된 가운데 해외 판매는 늘어나니 가격경쟁력을 유지하려면 공장을 옮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가 덤핑 수출로 미국 산업을 어렵게 만드는 것을 가만 두지 않겠다는 트럼프식 보호무역주의가 촉발한 무역전쟁이 결국 자국 기업의 피해로 돌아온 현장이다. 보호무역의 역설이자 관세전쟁의 부메랑이다.

관세 부메랑은 근로자 해고 사태도 불렀다. 미국 최대 철못 제조업체인 미드콘티넌트 스틸앤드와이어는 수입 철강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로 철못 가격이 올라 주문이 급감하자 6월 15일 노동자 60명을 해고했다. 멕시코산 철강으로 철못을 만들어온 이곳은 수입 철강에 25%의 관세가 부과되면서 주문이 예년의 30% 수준으로 줄어들자 설비를 멈추고 직원을 정리했다. 회사 측은 9월까지 500여명이 더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할리 데이비슨이 백기투항 했다”고 비판했지만, 정작 탓해야 할 대상은 원인 제공자인 그 자신이어야 마땅하다. 미국에 대한 중국의 보복관세 여파로 미국 농가의 주요 수출품목인 대두 가격이 2년래 최저치로 하락했다. 캐터필러, 보잉 등 중국 사업 비중이 큰 기업들의 주가도 떨어졌다.

개인이든, 국가든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면서 나머지는 자유로운 교환을 통해 얻는 것이 모두에게 유리하다는 자유무역을 거부하는 막무가내식 보호무역은 세계 경기 침체는 물론 미국 경제에도 자해적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는 2002년 당시 부시 행정부가 수입 철강제품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 이후 미국의 철강업계 노동자보다 많은 (철강을 소비하는) 관련 업계 노동자 20만명이 실직한 사례로 입증된다.

그럼에도 무역전쟁은 치킨 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트럼프는 EU가 보복관세를 철회하지 않으면 EU산 자동차에 20%의 고율관세를 매기겠다고 했다. 중국에 대해선 고율관세 부과에 이어 미국 내 첨단기술 기업에 대한 투자제한 조치를 만지작거린다. 이에 대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뺨을 맞으면 바로 때려서 갚아준다”고 응수했다.

미국이 수입차에 고율관세를 매기면 우리 자동차 산업도 타격을 입게 된다. 주요 교역국들 간 관세폭탄 전쟁이 격화할수록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치명적이다. 이런데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할리 데이비슨 공장 이전 같은 무역전쟁 부메랑에 트럼프가 제발 이성을 찾길 기대할 수밖에 없으니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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