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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대표 잠적, 잇따른 연체·부실...P2P금융 망가진 까닭은?
[포커스]대표 잠적, 잇따른 연체·부실...P2P금융 망가진 까닭은?
  • 이일호 기자
  • 승인 2018.06.11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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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도 부재에 부동산PF 부실 폭증…업계 분열 속 규제 목소리 커져
대출 '사각지대'를 메우며 대안 금융플랫폼으로 촉망받던 P2P금융에 부실대출 , 불완전판매 등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픽사베이>

[인사이트코리아=이일호 기자] P2P(개인대개인) 방식의 새로운 금융거래로 기존 금융업의 대안 플랫폼으로 촉망받던 P2P금융에 지속적인 ‘경고음’이 들리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중심으로 대출 관련 연체·부실이 잇따르고 있고, 업계 내 대출금 ‘돌려막기’나 불완전판매 등 신뢰도 하락 문제도 지속되고 있다. 최근엔 이를 감독·시정해야 할 한국P2P금융협회 내 ‘잡음’도 들려오고 있다. 과도기에 접어든 P2P금융에 자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4곳의 P2P금융업체가 부도를 내거나 대표자가 잠적하는 등 투자자 피해가 발생했다.

부동산PF 대출을 전문으로 하던 헤라펀딩은 지난달 말 부도를 냈다. 제주, 경기 동두천, 평택 등 헤라펀딩이 투자한 건설현장은 연체 상태에 들어갔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부도액만 135억원에 달했다.

오리펀드-더하이원펀딩은 112억원의 대출금을 미상환한 뒤 대표자가 잠적해 경찰이 수사에 들어갔다. 한때 업계 3위를 달리던 펀듀 역시 대표가 해외로 도피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피해액은 216억원에 달한다. 연체·부실 문제로 논란이 됐던 킹펀드는 민사소송에 들어간 상태다.

P2P금융, 저금리·대출규제 환경에 급성장

P2P금융업은 개인 간 금융거래의 중간 매개 역할을 하는 플랫폼 업이다. 돈이 필요한 사람들 가운데 1, 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거나 고금리 대출을 받아야하는 사람들에게 중금리 대출을 제공한다. 또한 저금리 기조에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의 투자처가 되기도 한다.

지난 4월말 기준 P2P금융협회의 회원사 64개의 누적대출액은 2조3929억원이다. 건축자금 대출이 8251억원으로 가장 많고, 부동산 담보대출 6693억원, 기타 담보대출 5385억원, 신용대출 3598억원 등이다.

국내에서 P2P금융이 성장한 데는 크게 두 가지 배경이 있다. 제도권 금융의 대출 규제가 첫 번째 이유로, 과거에 비해 신용·부동산 대출 ‘허들’이 높아져 수요가 몰린 것이다. 1금융권에선 대출을 받지 못하고, 2금융권 바깥에선 20% 이상의 고금리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5~20% 수준의 금리로 대출해준다. 또한 과거 고금리로 대출받은 사람들에게도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의 대환 대출을 제공한다. 제도권 금융이 하지 못하는 일종의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셈이다.

두 번째 이유는 장기적인 저금리 기조로, 1%대 이하의 낮은 기준금리가 최근 4~5년 새 지속되면서 투자자들이 보다 높은 금리의 투자처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P2P금융은 투자자들에게 낮으면 4~5%대, 높으면 10~15%대 금리의 투자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마땅한 수입원이 없어 고민하던 투자자들에게 높은 금리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국내에서 2015년 본격적으로 성장한 P2P금융은 지난해 기존 금융업의 사각지대를 메울 수 있는 새로운 금융 산업으로 각광받아왔다. 한국P2P금융협회 회원사 기준 누적대출액은 지난해 5월 말 기준 1조원을 넘겼고, 9개월 뒤인 지난 2월 말에는 2조원을 넘겼다. 회원사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까지 합치면 시장 규모는 대략 4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부동산PF 부실, 불완전판매 촉발… 회사대표 도망가기도

최근 오리펀드-더하이원펀딩은 112억원의 대출금을 미상환한 뒤 대표자가 잠적해 경찰 수사가 들어갔다.<오리펀드 홈페이지 캡처>

이처럼 양적 성장을 통해 법제화 및 제도권 금융 입성을 노리는 P2P금융이지만 최근에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P2P금융의 양적 성장에 기여한 부동산 PF대출 부실 문제가 부각됐고, ‘돌려막기’ 식 대출상품 판매 등 불완전판매도 큰 문제다. 전 협회장의 학력위조 논란, 연체·부실률 산정공식을 둘러싼 갈등은 P2P금융협회의 분열을 낳고 있다.

부동산PF 부실대출이 논란의 시발점이었다. 줄곧 0%대를 유지하던 P2P금융 연체·부실율이 지난해 중반부터 급작스럽게 1%대를 넘나들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부동산PF를 주력으로 삼던 업체들을 중심으로 두 자릿수 연체·부실률이 나오는 등 투자자 피해가 커졌다. 부동산 경기가 활황이던 때 PF를 중심으로 공격적 투자를 벌이던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 것이다.

사태가 심각하다고 본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3월에 이어 9월 두 차례에 걸쳐 부동산PF 투자 리스크를 경고했다. 하지만 기존에 1년 만기로 대출했던 부동산PF 상품들을 중심으로 연일 연체 문제가 발생했다. 이후 정부가 부동산을 규제하자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며 관련 피해가 더욱 커졌다. 지난 2월에는 P2P협회 기준 부실률이 역대 최고인 3.7%대까지 오르기도 했다.

불완전판매도 문제다. 업체들의 상품 허위·과장공시, 연체·부실률 속이기, 돌려막기 등이 그것이다. 금융감독원, 한국P2P금융협회 등에 따르면 P2P업체들 가운데 토지 담보권이 없으면서 PF담보대출로 허위 공시하거나 담보로 설정한 토지 가치를 실제보다 과대평가하는 사례가 적발됐다. 돌려막기도 성행해 투자자들에게 2~3개월짜리 단기투자를 받아가며 직전 투자자에게 원금을 상환하는 사례도 적발됐다.

분열하는 P2P협회…규제 목소리 커져

이를 조율하며 업계를 자정시켰어야 할 한국P2P금융협회는 오히려 내홍을 앓고 있다. 지난 4월 초대 회장이던 이승행 씨가 학력위조 논란으로 업계를 떠났고, 설상가상으로 협회 회장사인 판펀딩과 렌딧, 8퍼센트도 협회 이탈을 선언했다. 이들은 기존 협회를 대체할 새로운 협회를 차리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투자자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협회를 설립해 공신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P2P금융에 ‘경고등’이 들어오자 규제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해 발의된 P2P금융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서 투자자 피해가 점차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그간 업계 자율준수를 전제하는 ‘P2P 대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으로는 업계가 지키지 않거나 속이더라도 제재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 6일 이낙연 총리도 “P2P대출업체에 투자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감독당국이 선제적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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