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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기획] "인하대는 한진그룹 말단 하청업체였다"
[심층기획] "인하대는 한진그룹 말단 하청업체였다"
  • 강민경 기자
  • 승인 2018.06.07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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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 편입학 의혹 휩싸인 조원태 사장이 이사..."조양호 회장 일가 족벌경영·측근경영이 학교 망쳐"
인하대 교수회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재단 내 족벌경영에서 퇴진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뉴시스
인하대 교수회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퇴진을 촉구하고 나섰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강민경 기자]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인하대학교 부정 편입학 의혹과 관련해 교육부가 현장조사에 나선 가운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족벌경영 폐해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진그룹 오너 일가가 인하대를 사유재산으로 여기고 그룹 내 말단 계열사로 취급하며 ‘짜내기 경영’을 이어왔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 4일 오전 교육부는 조사반을 인하대로 보내 편입학 관련 조사를 시작했다. 교육부는 현장조사에서 최근 언론을 통해 부각된 조 사장의 1998년 인하대 부정편입 의혹과 함께 현재 진행중인 편입학 운영실태도 점검했다.

또 부정 편입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당시 이를 조사했던 교육부 판단과 처분이 적절했는지도 살펴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1998년 조사에서 인하대 재단에 편입학 업무 관련자 징계를 요구하면서도 조 사장의 편입 취소 처분을 내리지는 않았다.

같은 날 인천 시민사회단체와 인하대 동문들은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진그룹 갑질 족벌경영 청산과 인하대 정상화를 위한 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교육부는 편입학 자격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조원태 사장이 인하대 경영학과에 불법 편입학 한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고 입학을 취소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명인 인하대 교수회 의장은 “1998년 교육부 감사 때 이미 불법의 소지가 있다고 판결난 사안이 이제 와서 뒤집힐 가능성은 없으며, 조원태 사장의 입학 취소 조처를 취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인하대 측은 “당시 외국대학과 국내대학은 학점 체계가 달라 외국대학 학점 이수자의 경우 대학 심의위원회를 거쳐 학년 자격을 부여받았기 때문에 조 사장의 부정 편입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부정 편입학 당사자가 재단 이사...“학교 쥐어짜는 경영 이어져”

인하대 학교법인 정석인하학원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이사장, 아들인 조 사장은 이사로 돼 있다.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도 이사로 재직하다가 지난 2014년 말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으로 보직에서 물러났다.

이에 대해 인하대 교수회 측은 한진그룹의 족벌경영이 인하대의 창학 정신을 해치고, 교직원들의 임금‧복지 및 교내 시설 등 인하대의 전체적인 경영을 망가뜨린다는 입장이다. 특히, 최근 10년간 재단이 충분한 재정 지원을 하지 않으며 지배만 강화했다는 이른바 ‘지원 없는 지배’를 비판하고 있다.

김명인 인하대 교수회 의장은 “별 문제가 없는 이사진이라고 해도 아버지와 아들이 학교 재단 이사로 함께 있다는 것은 쉽게 납득할 일이 아닌데, 편입학 부정을 저지른 당사자(조원태 사장)가 학교 이사로 앉아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재단은 원칙적으로 학교 경영을 책임져야하는 의무가 있는데, 현재 정석인하학원 재단은 형식적인 법적 장학금 정도만 내고 있고 그 이상 학교에 대한 어떤 투자도 하고 있지 않다”며 “임금이나 복지, 시설 등에 투자를 하지 않고 오로지 현 상태에서 학교를 쥐어짜서 긴축 경영만 하는 방식에 올인하는 모양새”라고 주장했다.

“학교 경영 책임지는 재단이 재정난은 ‘모르쇠’ 일관”

현재 인하대는 총장 공석으로 부총장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최순자 인하대 총장이 중도 해임되면서 ‘재단 책임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실제로 최순자 전 총장은 학교 기금 130억원을 재단 계열사인 한진해운 채권에 투자해 손실을 본 책임으로 지난 1월 해임됐다. 당시 인하대가 매입한 한진해운 공모사채 130억원은 지난해 2월 한진해운이 파산함에 따라 휴지조각이 됐고, 인하대 대학발전기금 500억원 중 25%에 달하는 돈이 사라졌다.

당시 학교 주변과 시민단체에서는 “‘몸통’인 조양호 회장 대신 최순자 총장에게 모든 잘못을 떠넘기는 ‘꼬리자르기’”라는 비난이 제기됐지만, 현재까지 재단 측은 증발한 학교기금에 대한 어떠한 지침도 내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인하대는 송도캠퍼스 건립도 무산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5년 -70억원, 2016년 -90억원, 2017년 -120억원의 적자를 본 인하대로서는 토지대금과 공사비를 포함해 약 4000억원에 이르는 조성 사업비를 조달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학교 안팎에서는 학교재단에 투자 확대를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이 역시도 시원하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김명인 의장은 “한진해운으로 넘어간 130억원이나 송도캠퍼스 조성 등에 대해 재단 측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며 “송도캠퍼스 조성이 불가능하게 되면 계약위반으로 패널티도 받게 되는데 인하대 재정이 점점 최악으로 치닫고 있어도 재단 측은 투자 의지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조중훈 선대회장의 학교 경영이념 퇴색”

인하대학교 전경.뉴시스
인하대학교 전경.<뉴시스>

조양호 회장을 향한 비판적 시각과 대조적으로 그의 아버지인 조중훈 전 한진그룹 선대회장의 경영 이념이 다시금 재조명되고 있다.

인하대는 1954년 이승만 전 대통령의 발의로 하와이 교포들의 성금과 국내 유지들의 성금 및 국고 보조 등 기금을 기반으로 인천시로부터 교지를 기증받아 세워졌다.

이후 1968년 한진그룹에 인수돼 학교법인 인하학원으로 개편, 조중훈 선대회장이 재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1971년 12월 이과대학, 경영대학을 신설해 종합대학으로 승격한 인하대는 2002년 조중훈 선대회장이 별세하기 이전까지 전국 대학 중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조양호 회장이 재단 이사장을 맡은 이후부터는 대접이 달라졌다는 뒷말이 학교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마치 실적을 내지 못하는 그룹 내 최하위 계열사로 취급받는 것도 모자라 경영 지원도 급격히 줄었다는 것이다.

김명인 의장은 “조중훈 선대회장은 인하대 경영을 맡고 있긴 했지만 마음대로 부릴 수 없는 독립된 교육기관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대학에 대한 존중심이 있었다”며 “그런데 조양호 회장이 이사장이 되고부터는 대학을 사유재산처럼 여기고 한진그룹 내 최하위 계열사 또는 하청업체처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진그룹 관계자들이 모일 때도 조중훈 선대회장 시절엔 바로 옆에 인하대 총장이 자리를 잡았는데 지금은 인하대 총장이나 부총장 등은 제일 말단에 가 있는 등 제대로 대접을 못 받는 처지로 전락했다”고 덧붙였다.

족벌경영에 측근경영까지...“재단 이사회와 총장 입맛대로”

인하대 재단인 정석인하학원은 족벌경영 뿐만 아니라 측근경영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사회 정원 15명 가운데 13명이 한진그룹 관계자인데, 때문에 ‘대학’이라는 교육기관의 특수성 및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가 된 한진그룹 관계자 13명은 강영식 한국공항 사장,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 조항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전‧현직 한진그룹 계열사 임직원으로 확인됐다.

비민주적인 인하대 총장 선출 방식도 논란이 되고 있다. 교수회 측에 따르면, 인하대 총장 추천위원회는 ▲재단 5명 ▲교수회 4명 ▲총동문회 1명 ▲외부인사 1명 등 총 11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가운데 균형점이 되는 ‘외부인사’를 재단 측이 선임한다.

최근 외부인사로는 대한항공 법률자문 관련 담당자가 선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즉, 표면적으론 재단 측 인사가 과반 이하지만 외부인사 1명을 포함하면 결국 재단 측 관계자가 총 6명으로, 총장 선출을 사실상 재단이 좌지우지 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학교를 이끌어나가는 리더가 이사회에서 발언권을 행사해야 하는데 오히려 이사회에 종속당한 채 끌려 다니면서 재단의 하수인 노릇을 한 것이 인하대 재정난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에 대해 인하대 교수회 측은 최종적으로 조양호 회장 일가의 퇴진과 이사회 구성원 및 총장 추천위원회 구성원의 조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명인 의장은 “‘외부인사’를 공동 추천 및 합의를 통해 선정해 총장 추천위원회 자체의 중립성을 담보해야 한다”며 “한진그룹에 의한 지배구조가 청산되도록 공영형 사립대 등 새로운 대학 운영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진그룹을 겨냥한 정부 기관의 전방위 압박은 더욱 거세지는 모양새다.

대한항공 2대주주인 국민연금은 7일 주주권 행사를 위해 공개서한을 발송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대한항공에 경영진 일가의 일탈행위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와 해결 방안을 묻는 공개서한을 발송, 경영진과의 비공개 면담을 요청했다. 국민연금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에 대한 주주권을 행사하는 첫 사례다.

국토교통부는 진에어 처리 방안을 두고 두 달 가까이 고심하고 있다. 미국 국적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를 과거 6년간 불법으로 등기이사에 올린 진에어에 대해 국토부는 법률회사 3곳에 자문을 요청했고, 국토부는 이들 로펌으로부터 아직 정식으로 결과물을 받아보지는 않았지만 구두로 대략의 내용을 전달받아 내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진에어가 명백히 법률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되면 최대 면허 취소까지 염두에 두는 등 다각적인 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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