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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라 르네상스’ 시대 연 KM 비를라 회장
‘비를라 르네상스’ 시대 연 KM 비를라 회장
  • 오화석 글로벌경영전략연구원 원장
  • 승인 2018.06.04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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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세에 경영권 물려받아 인도 재계 순위 4위로 키우다
KM 비를라 회장. <오화석> 

아디티야 비를라(Aditya Birla Group)그룹은 인도가 자랑하는 다국적 기업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미국, 호주 등 40여개 국가에 진출해 있다. 매출액의 50% 이상을 해외 사업에서 올리고 있을 정도로 명실상부한 다국적 기업이다.

이 그룹은 1857년 인도의 전설적인 마르와리(Marwaris:인도 최고의 비즈니스 공동체) 기업인 GD 비를라(Ghanshyam Das Birla)가 창업했다. 현재는 증손자인 KM 비를라가 경영을 맡고 있다. 2018년 현재 50세인 KM 비를라의 재산은 118억 달러(약 13조5000억원)로 인도 6위 갑부다.

그의 아버지 AV 비를라는 51세 때 전립선암으로 갑자기 사망했다. 이에 따라 그가 28세의 나이로 거대그룹 회장에 오른다. 아버지 AV 비를라는 증조할아버지 GD 비를라를 잇는 뛰어난 기업인이었다. 인도 정부의 각종 규제로 기업활동이 어려워지자 해외로 눈을 돌려 사업 확장에 크게 기여했다. 인도 최초이자 최대 다국적 기업을 건설한 장본인이었다. 젊은 KM 비를라가 경영권을 승계하자 주변에서 크게 우려했다. 그가 수줍음을 많이 타는데다 기업경영 경험도 일천했기 때문이다.

친족 중심 경영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탈바꿈

그러나 그는 곧 이런 우려가 기우였음을 증명한다. 비록 20대 젊은 나이에 거대그룹 총수에 올랐지만 그 역시 마르와리 후손으로서 탁월한 경영능력을 보여주었다. 그는 그룹 문화와 리더십, 경영 전략에 대대적인 변화와 혁신의 바람을 몰고 왔다. 친족 중심의 전근대적인 경영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비를라 르네상스’를 주도했다.

그룹 규모와 가치 측면에서도 괄목할 성장을 이뤘다. 부친이 사망한 1995년 15억 달러였던 매출은 2016년 430억 달러(약 49조원)로 확대됐다. 자그마치 28배 이상 규모가 커졌다. 2015년 2월 기준 기업가치도 2조3000억 루피(약 41조5000억원)로 인도 재벌 순위 4위를 차지했다.

공인회계사이기도 한 비를라 회장은 영국 명문 런던비즈니스스쿨(LBS)에서 MBA를 받았다.
젊은 나이에 거대 그룹 경영권을 승계한 그였지만 두렵지 않았다고 한다. 1992년 MBA를 마친 후 그룹에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던 터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어릴 적부터 배운 가정교육도 큰 보탬이 됐다. 부모님은 그가 항상 독립적으로 사고하고 스스로 결정하도록 가르쳤다. 어린 그에게 가족은 무엇을 하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그는 언제나 스스로 결정했고, 이미 이에 익숙해 있던 터였다.

할아버지 BK 비를라의 격려도 큰 힘이 됐다. 당시 70세가 넘은 나이로 BK 비를라 그룹을 이끌던 할아버지는 아들 AV 비를라가 죽자 손자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너에게 맡겨진 책임이 막중하다. 앞으로 네가 어떻게 이를 처리해 나갈 지 모든 사람이 주시하고 있다. 나는 네가 하는 사업에 이러쿵저러쿵 관여치 않을 것이다. 모든 것은 네가 알아서 하도록 해라. 그러나 기업 운영과 관련해 네가 감당하기 너무 벅찬 것이 있으면 언제라도 내게 요청해라. 기꺼이 너를 도와줄 것이다.”

그는 할아버지를 위시한 친척들의 도움 없이도 그룹을 잘 이끌어 갔다. 경영을 승계한 후 그가 가장 먼저 추진한 일은 그룹 통합과 그룹 브랜드 강화였다. 그는 1996년 그 동안 개별 회사명으로 운영되던 기업들을 통합해 ‘아디티야 비를라그룹’으로 명명했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기리기 위해 그룹명에 아버지 이름을 붙인 것이다.

이와 함께 그룹 로고로 ‘떠오르는 태양’을 채택했다.‘아디트야’는 힌디어로 ‘태양’을 뜻한다. 새로운 로고를 채택한 이유는 새 시대의 도래를 알리기 위해서였다. 아울러 이제 새로운 변화가 시작됨을 전하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일종의‘브랜드 내 브랜드 전략’이다.
인도인들 가운데 비를라 그룹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는 아디트야 비를라 그룹을 브랜드화하기 위해 새로운 로고를 만들었다. 이에 따라 인도인들은 요즘 비를라 그룹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태양’인 아디트야 비를라 그룹을 떠올린다.

60세 넘은 350명의 부사장급 이상 임원 전격 해임

이어 그는 충격적인 조치를 발표한다. 창업 이후 정년이 없던 그룹에 정년제를 도입한 것. 정년을 60세로 정한 후 60세가 넘은 350명의 부사장 급 이상 임원을 단번에 해임했다. 100년의 그룹 역사에서 전례가 없던 일이었다.

비를라 그룹은 친족인 마르와리 출신 위주로 인력을 채용했다. 일단 채용하면 정년이 없었다. 죽을 때까지 근무하는 명실상부한 종신 고용제였다. 이는 자식에게도 어김없이 적용됐다. 자식들의 비를라 그룹 취업이 보장됐고 정년까지 해고 걱정 없이 일할 수 있었다.

젊은 신임 회장 KM 비를라가 보기에 이는 큰 문제였다. 직원 자녀들 중 똑똑한 사람들은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 등 보다 좋은 곳에 취직했다. 반면 갈 데 없는 자식들만 자신의 회사에 입사했다. 이러니 새로운 인재가 들어올 여지가 없었고, 기업 경쟁력이 생길 리 만무했다.

과거처럼 폐쇄적인 경제체제라면 큰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1990년대 초 개방한 인도 경제는 치열한 경쟁의 바다에 뛰어든 상태였다. 비효율, 비능률을 초래하는 시대착오적인 시스템을 바꾸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에는 반대가 극심했지만 이제는 다들 이해한다.
이 조치를 통해 구시대 가신그룹을 정리하고 능력 있는 새 인물들을 외부에서 수혈했다.

글로벌 기업 인수합병에도 적극 나섰다. 인수합병은 비를라 그룹의 사업전략이 아니었다. GD 비를라 이래 비를라 그룹의 신규 사업 진출은 기업 인수가 아닌, 새 공장이나 새 회사 설립을 통해 이루어졌다. 그러나 개방된 경제에서 이 방식으론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기가 어려웠다.

인도 경제는 독립 이후 1991년까지 수십 년간 폐쇄돼 있어 기업들의 경쟁력이 크게 저하됐다. 이런 상태에선 아무리 신규 기업이나 공장을 세운다고 해서 갑자기 경쟁력이 생길 리 만무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이 글로벌 기업 인수였다. 이는 인도 기업들의 덩치를 크게 키움은 물론 인수 회사를 통해 단기간에 기술력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2007년 아디티야 비를라 그룹의 간판기업 힌달코의 캐나다 노벨리스 인수다. 힌달코는 세계 최대 알루미늄 압연 업체인 노벨리스를 60억 달러에 매입했다.
이로써 새 합병회사 힌달코-노벨리스는 단숨에 ‘포천 500대 기업’으로 부상했다. 이밖에도 그는 시멘트업체 L&T와 호주의 구리광산, 소매업체, 정보통신업체 등 많은 기업을 사들여 그룹을 키웠다.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비즈니스 영역 확대다. 과거 비를라 그룹은 인도의 다른 재벌들과 달리 문어발식 확장을 하지 않았다. 황마, 면화, 시멘트, 알루미늄, 철강, 구리, 설탕 등 원자재 사업에만 특화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업 규모와 경쟁력을 키웠다. 이른바 핵심역량 집중 전략이다. 그러나 KM 비를라 회장은 이 전략을 신뢰하지 않는다. 그는 다른 재벌들처럼 산업 모든 분야로 진출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역 핵심역량 집중전략’으로 몸집 키워

KM 비를라 회장의 경영전략 중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비즈니스 영역의 전방위 확대다. 과거 비를라 그룹은 인도의 다른 재벌들과 달리 문어발식 확장을 하지 않았다. 원자재사업에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업규모와 경쟁력을 키웠다. 이른 바 핵심역량(core competence) 집중 전략이다. 그러나 그는 이와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다른 재벌들처럼 모든 산업분야로의 진출을 적극 꾀하고 있다. 선친에게 물려받은 분야에 그치지 않고 새 사업 영역을 빠르게 확대,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오화석 인도경제연구소장/배재대학교 글로벌교육부 교수

미국 하와이대에서 경제학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인도 네루대(JNU) 국제학부 객원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배재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슈퍼 코끼리 인도가 온다> <100년 기업의 힘 타타에게 배워라> <마르와리 상인> 등 인도에 관한 10여권의 저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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