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8-08-21 20:00 (화)
통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통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 양재찬 경제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5.31 17: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득주도 성장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로선 외면하고픈 통계들이 잇따라 발표됐다. 통계청이 분기별로 조사하는 가계동향과 월별 고용동향이 그것이다. 내심 이들 통계가 정부 정책이 성과를 내는 것으로 나오길 바랐는데 거꾸로 나타나 얄미울 수도 있겠다.

1분기 가계동향을 보니 소득격차가 최대로 벌어졌다. 하위 20%의 평균 가계소득은 129만원. 1년 전과 비교할 때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로 감소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상위 20%의 가계소득은 1015만원으로 최대로 증가했다. 이러니 하위 20% 소득으로 상위 20% 소득을 나눈 분배지표(5분위 배율)가 5.95배로 최악일 수밖에.

고소득 가구의 수입이 저소득 가구보다 6배쯤 많다는 의미다. 저소득층의 소득을 보전해주면 이들이 소비를 늘려 경제성장에도 보탬이 된다는 소득주도 성장 논리와는 거꾸로 저소득층 소득은 5년 전 수준으로 후퇴했다. 이와 달리 고소득층 소득은 사상 처음 1000만원을 넘어섰고. 매달 나오는 고용동향도 고약하다.

취업자 증가폭이 2~4월 석 달 연속 10만명대로 예년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실업률이 높아졌다. 특히 편의점과 식당 등 단기 아르바이트 고용이 많은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일자리는 늘기는커녕 감소했다. 최저임금 적용 대상이 많은 임시직과 일용직 일자리도 줄었다.

급여수준이 낮고 고용여건도 불안한 계층에서 취업자가 집중 감소한 것이 눈에 띈다. 취약계층 보호를 명분으로 인상한 최저임금이 도리어 취약계층 일자리를 줄이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이 통계로 입증됐다. 최저임금 인상이 하위층 일자리를 줄이고, 이것이 소득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빚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달리 분석한다. 하위 20% 가계소득이 감소한 것은 고령화 추세로 저소득층 고령인구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고용상황 악화도 최저임금 인상 영향이 아닌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 등 인구구조 때문으로 본다. 반장식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취업자 증가폭이 줄어든 것이지)일자리는 계속 늘고 있다” “지난해까지 늘었던 생산가능인구가 올해 줄어들면서 취업자 증가를 제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감소는 없었다”고 했다.

통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정부가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해선 안 된다. 설령 발표되는 수치가 얄밉고 감추고 싶더라도 통계가 지니는 의미를 제대로 읽어야 정책의 실패를 막을 수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도 2~3월 고용통계가 나온 4월까지만 해도 청와대와 같은 입장이었다. 그런데 4월 고용통계를 보고선 입장을 바꿨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과 임금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속도조절론을 제기했다. 통계 데이터가 쌓일수록 최저임금 인상의 악영향이 완연하게 감지되자 기존 입장을 고수하기 어려웠으리라.

선한 의도의 정책이라고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지진 않는다. 이른바 ‘선의(善意)의 역설’이다. 경제부처 컨트롤타워인 부총리가 고용·가계동향 통계에 담긴 참 의미를 인식했다면 서둘러 청와대와 협의해 정책 방향을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하반기로 갈수록 근로시간 단축, 미국의 기준금리 추가인상 등 고용시장과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