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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기의 시각]트럼프-김정은의 판 흔드는 '협상의 기술'
[박상기의 시각]트럼프-김정은의 판 흔드는 '협상의 기술'
  • 강민경 기자
  • 승인 2018.05.25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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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전문가 박상기 BNE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 인터뷰...“협상에서 ‘결렬’은 다음 단계 위한 세리머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쓴 공개서한에서 다음 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해 북미정상회담은 또다시 안개 속에 휩싸였다.픽사베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쓴 공개서한에서 다음 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한다고 밝혔다.<픽사베이>

[인사이트코리아=강민경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쓴 공개서한에서 다음 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로 비핵화 첫발을 내딛은 날, 미국 측이 일방적으로 회담 취소를 통보하자 그 배경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면을 통해 최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에게 날선 비판을 가한 일부 발언을 문제 삼으며 “극에 달한 북한의 분노를 봤을 때 지금은 오랜 시간 준비했던 양국 정상의 만남이 적절한 때가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편지에는 북한이 수일간 실무 협상에 나타나지 않은데다가 비핵화 등 협상이 기대에 못 미치자 그동안 쌓였던 회의론이 표출된 것으로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벼랑 끝 전술을 펼치자 트럼프 대통령이 허를 찌르는 역공으로 협상력 높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25일 오전 북한 측은 담화를 발표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미국의 결렬 선언에 당혹스럽다”면서도 “우리는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 측에 다시금 밝힌다”고 말했다. 미국에 대화에 나설 것을 요구한 셈이다.

정상회담이 열릴 여지는 남아 있지만 그 사이 북미는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인사이트코리아>는 북미정상회담을 둘러싼 협상 전략을 취재하기 위해 박상기 BNE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의 얘기를 들어봤다. 박상기 대표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협상 전문가다.


“협상의 1라운드가 끝난 것일 뿐, 분명히 재개된다”

박상기 BNE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
박상기 BNE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했다. 국내 및 세계 언론의 관심이 뜨거운데 현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북미협상은 결렬되지 않았다. 현재 우리나라 언론은 ‘완전 무산’으로 단정 짓는데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그 이유는 북미협상의 목표가 하나도 이뤄진 것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북미협상의 배경이 무엇이었나? 미국의 입장은 북한이 핵미사일로 위협하는 상황을 극복하는 것과 더불어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는 것이고, 북한은 이번 협상을 통해 본인들의 체제 안정을 약속받는 것과 동시에 미국의 경제 제재에서 벗어나 비핵화의 보상으로 경제 지원을 받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실현된 것이 있나? 아무것도 없다. 이제 협상의 1라운드가 끝났다. 협상은 결렬로 한 라운드가 끝나면 항상 다음 라운드가 시작된다. 협상은 분명히 재개될 것이다.”

- 트럼프가 회담 결렬을 언급한 배경은 무엇일까.

“이번 트럼프의 결렬 선언은 연출이다. 최근 미국 내 언론들은 “트럼프가 김정은의 속셈에 완전히 말려들었다”는 식의 보도를 쏟아냈다. 미국이 세계 최강국인데 북한에 어떻게 끌려가느냐고 언론과 전문가들을 비롯해 미국의 정서가 발끈 한 것이다. 트럼프도 분명 끌려 다니는 스타일은 아닌 사람이다. 그런데 북한이 아무런 액션을 취하지 않고 있을 때 결렬을 언급하면 협상이 원점으로 되돌아 갈 것이고, 트럼프는 아무 이익을 얻은 것 없이 바보소리만 듣게 되는 격이다. 그래서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파기해 일단 모종의 성과를 얻은 다음 결렬 선언을 해 수세에서 벗어난 것이다.”

- 북한이 핵실험장을 폭파한 그날 바로 트럼프가 결렬 선언을 했는데, 이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꽤 있다.

“사회에서는 보통 ‘기브 앤 테이크(give & take)’라고 말하지만, 협상에서는 사실 ‘테이크 앤 기브(take & give)’가 가장 좋은 것이다. 이것이 협상의 한 전략이다. 할 수만 있다면 받고 나서 줄까말까 고민하는 것이 훨씬 좋지 않나. 다 줘버린 이후에 받을 것을 기대하는 것은 고통스럽다. 트럼프의 이 전략에 김정은이 말려들었지만 북미협상은 양국 간 목표가 실현된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재개될 게 분명하다. 안 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상황이다. 파국으로 가면 양국 모두 원점으로 돌아가니 협상 재개는 당연하다.”

- 북한은 지금 어떤 상황이라고 예측되나.

“미국이 회담을 앞두고 몇 번 협상 의제를 강화했다. 여기에 북한이 발끈해서 시진핑을 끌어들였지만, 결국 어제(24일)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양보를 실행했고 투자를 감행한 것이었다. 북한은 트럼프가 처음부터 저자세로 나가니 '미국이 공격적인 입장을 취하지 않겠지'라는 어느 정도의 판단이 서서 풍계리 핵실험장을 파괴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트럼프는 정확히 북한이 풍계리 실험장을 폭파한 이후에 결렬 선언을 했다. 이것이 게임의 룰이다. 상대편에게 먼저 ‘YES’를 외치지 않는 것. 원하는 것을 받아낸 이후에 대답을 하는 것이다. 이제는 김정은이 트럼프에 끌려 다니는 형국이 됐다.”

- 오늘 오전 트럼프 공개서한에 대해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입장을 발표했다.

“북한이 이전 같았으면 ‘불바다’를 언급하며 맞받아쳤을 텐데 그런 강한 말은 한마디도 없다. 협상에서 북한이 이미 카드를 다 써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여러 개의 카드가 아직 남아있을 것이다. 핵 미사일이나 농축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을 없앤 게 아니니까. 하지만 협상이라는 것은 여러 차례 이어지기 때문에 한 번에 모든 카드를 낼 순 없을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이번에 쓸 카드를 이미 내버렸기에 초강수를 두기보다 상대적으로 유연한 발표를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 현 상황에서 트럼프는 ‘핵실험장 파기’라는 어느 정도의 성과와 결렬 선언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협상의 여지를 언급함으로써 다시 적극적으로 협상에 돌아갈 만한 명분이 생긴 것 같다.

“그렇다. 트럼프가 노린 것이 바로 그것이고, 북한도 그것을 읽고 있다. 이러한 점들 때문데 북한과 미국의 두 정상은 협상 전문가로 생각된다. 협상에서 ‘전문가’라는 것은 본인이 어떠한 협상 전략을 쓰는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상대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상대가 어떻게 나올 것인가를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트럼프와 김정은은 둘 다 절박한 상황이며 양국 정상은 이러한 서로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김정은, 상대가 이긴 것처럼 느끼게 하는 ‘연출’에 능숙"

- 트럼프와 김정은의 성향이 많이 비슷하지 않나.

“굉장히 비슷하다. 공격적이고 어지간해선 불리한 상황을 수용하는 성향이 아니며, 자신에게 최고로 유리한 조건에 도달하기 전에는 결코 타협하지 않는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불리한 상황에선 자신이 협상에서 끌려가는 듯한 느낌 즉, 본인이 주도권을 약간 잃은 것 같이 보이게 하는데 정말 능숙하다는 것이다.”

- ‘주도권을 잃은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도 협상의 한 전략인가.

“트럼프는 지는 척하며 김정은을 협상테이블로 불러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한 이후에 원하는 바를 얻고 유리한 고지를 다시 점령하기 위해 결렬을 선언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협상에 끌려가는 모습을 보이면 '협상에서 진 것이 아니냐'고 하는데 이것은 잘못된 분석이다. 협상은 결과가 중요한 것이다. 물론 절차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성과’다. 그 결과를 얻기 위해 어떨 땐 앓는 소리를 하며(플린칭 기법·flinching) 상대가 이긴 것처럼 느끼게 해주는 전략이 쓰이는데, 이것을 북한과 미국이 번갈아가며 하고 있는 것이다.”

- 여담이지만 최근 남북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이 상당히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하지 않았나.

“지난달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여줬던 행동도 이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김정은이 문 대통령을 형님처럼 대해주자 우리나라 언론이 얼마나 좋아했나. 그러나 이것은 반가우면서도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 분명이 있다. 겉으로 보이는 태도에 속는 미숙한 협상가로 전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협상은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다.”

- 북미정상회담이 시작되지도 않은 채 결렬을 맞았다. 이후 전망은?

“트럼프와 김정은의 협상 전략 및 전술은 굉장히 유사하다. 때문에 국가협상전문가들의 시각에선 두 정상이 내세울 ‘수’는 예측하기 쉽다. 앞으로 수없이 많은 결렬을 겪을 것이다. 결렬만큼 상황을 본인에게 유리하게 바꾸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협상에서의 ‘결렬’은 끝이 아니다. 다음 단계로 나가기 위한 일종의 세리머니다.”

- 우리나라가 유독 ‘결렬’ ‘무산’에 예민한 건가.

“협상에 있어서 한국식 해석과 국제적 해석은 다르다. 한국 내에서는 ‘협상 결렬’이란 그 자체가 드물고, 결렬 후 재개가 되면 서로 조심하며 바로 타협 단계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협상 분위기에 익숙해져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국제적 협상에서는 결렬 후 바로 타협으로 가는 경우가 많지 않다. 물론 국제적 협상에서의 ‘결렬’도 굉장히 공격적인 수지만, 대개 약간의 힘겨루기를 통해 다시 시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좋은 말로 웃으면서 하는 국가 대 국가 협상은 많지 않다. 목숨을 건 듯이 그야말로 사활을 건 첨예한 대립적 협상이 많으니 멀리 봐야 한다.”

"중재국은 양 당사자국에 당근과 채찍 모두 사용할 줄 알아야"

- 북미정상회담 중재자로서 우리나라 정부의 역할은 어떤 것들이 있나.

“사실 미국이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한다고 일방적인 발표를 했으면 우리나라는 ‘유감표명’ ‘잘되길 바란다’의 입장 표명이 아니라 항의를 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나라가 중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니, 미국은 선언 전에 우리와 먼저 상의를 했어야 한다는 것을 강하게 어필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애매한 중재역할을 하다가는 ‘코리아 패싱’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미국의 일방적 선언이 ‘살짝’ 일어난 상황이라고 넘어갈 것이 아니라 정확히 짚었어야 했다. 우리나라 정부가 애초에 ‘운전자론’을 강조했으면 보다 적극적으로 입장 표명을 하는 게 중요하다.”

- 우리나라의 중재 전략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현재 우리나라 정부가 북한과 미국, 양국 중재를 하고는 있지만 미흡한 상황이다. 우리는 지금 북한과 미국의 협조를 얻으면서 진행하고 있지 않나. 협조를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물밑작업 등을 통해 북한과 미국을 어느 정도 압박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재자는 양측 당사자들에게 채찍과 당근을 모두 적용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굉장히 치밀하고 효율적인, 당사자들이 감탄할 만한 협상 중재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내릴 수 있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신중하게 참고해 미국과 북한이 스스로 협상 테이블로 되돌아오기 전에 우리가 먼저 그들을 불러내야 한다. 그 성과를 만들어내야 북미협상의 중재자로 인정받을 것이며, 그래야 국제 사회의 신뢰를 얻고 뿐만 아니라 추후에 중재 ‘수수료’를 요구할 상황이 만들어 질 것이다.”

-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우리나라가 궁극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무엇이라고 보나.

“우리가 북미협상에서 얻고자 하는 것을 쉽게 ‘수수료’라고 부르자. 여러 가지 수수료가 있겠지만 크게 두세 가지가 있다고 본다. 먼저 남북자주통일에 있어 제3국의 간섭을 배제할 확약을 받아내고 싶을 것이다. 또 통일자금의 바탕이 될 북한 천연자원 개발을 도와준다고 세계 각국이 자국 이권을 위해 뛰어드는 상황을 막고 싶을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통일을 앞두고 러시아와 중국, 일본 등과 국가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우리가 말할 권리’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말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 지금부터 존재감과 신뢰를 쌓아야하는 중요 시기인 것이다. 우리나라 정부가 앞으로 논할 국가적 의제에서 말할 권리를 정확히 하기 위해선 현재 북미협상에서의 우리 역할에 달려있다. 그만큼 북미협상은 우리나라에 중요한 과정이다.”

- 앞으로 진행될 북미정상회담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없나.

“북미협상에서 조심해야 할 것은 ‘우려’다. 협상에서 우려는 오히려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겁먹을 필요는 없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예측’이다. 앞으로 결렬 선언은 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계속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북한과 미국은 결렬을 반복해가며 어떻게든 협상을 이끌어나갈 것이다. 우리나라가 중요하다. 협상과 전략은 급조되는 것이 아니다. 상황 별 시나리오를 미리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우리는 북미 양국이 어떤 의제로 어떻게 부딪혀서 또 언제 결렬에 다다를지 등을 예측해야 한다. 지금 북미협상의 상황은 문을 열어둔 결렬이다. 개방된 결렬을 통해서 협상 재개를 이끌어가는 현 시점에서부터 우리나라는 중재국으로써 제대로 된 대응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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