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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삼성 '융단폭격', 불안에 떠는 재계
[이슈추적] 삼성 '융단폭격', 불안에 떠는 재계
  • 이일호 기자
  • 승인 2018.05.09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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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당국, 전자·바이오로직스·증권 겨냥...LG·한진 등도 ‘사정권’
정부의 삼성그룹 계열사 압박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승계구도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돼 있다.<뉴시스>
정부의 삼성그룹에 대한 압박이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사진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이일호 기자] 삼성그룹을 비롯한 LG, 한진그룹 등에 대한 사정당국의 전방위 압박에 재계는 바짝 긴장하며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삼성에 대해 총공세를 취하는 모양새다. 과거 정부에서 일찍이 없었던 압박이다. 재계는 삼성에 대한 수사·조사가 문재인 정부의 '재벌 길들이기' 일환으로 보고 어디로 불똥이 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 검찰은 삼성전자의 ‘노조 파괴’ 혐의에 ‘윗선’ 개입 여부를 조사 중이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문제를 집중적으로 들여다 보고 있다. '금융 검찰'인 금융감독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특별감리와 삼성증권 ‘유령주 배당’ 문제를 조사 중이고, 금융위원회는 삼성그룹 지배 구조 개편과 관련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을 주목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갑질 논란’에 밀수 혐의까지 받고 있는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일가에 대한 경찰 수사가 이어지고 있고, 9일 오전에는 LG그룹 사주 일가에 대한 검찰의 탈세 수사 소식과 함께 본사 압수수색도 이뤄졌다.  

금감원, 삼성바이오 감리 내용 이례적 공개...의도 있나?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17일 임시 감리위원회를 열고 금감원이 보고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특별감리 결과를 논의한다.

금감원은 지난 1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감리를 완료하고 조치사전통지서를 회사와 감사인(삼정·안진회계법인)에 통보했다. 조치사전통지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에 안건 상정을 요청하기에 앞서 위반 사실과 향후 예정 사안을 당사자들에게 미리 알리는 절차다.

문제는 공식절차를 거치기 전에 금감원이 감리 내용을 공개하는 게 매우 이례적이란 점이다. 통상 기업의 회계 문제는 금감원 자체 감사 이후 금융위원회 소관 감리위와 증선위를 거쳐 공표되기 마련인데, 이 같은 절차 이전에 공개됐기 때문이다. 금융위가 이에 대해 따로 문제삼지 않는 것을 봤을 때 사전에 금융위·금감원 간 교감이 있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8일 오후 원승연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삼성증권 관련 브리핑 자리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감리 내용을 공개한 데 대한 일각의 비판에 대해 해명했다.

이 자리에서 원 부원장은 “해당 사안이 크고 다수가 연관돼 있어 시장에 영향을 가장 덜 미칠 수 있고 선의의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한 끝에 해당 내용을 공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감원의 이 같은 해명에도 감리 내용을 사전 공개한 게 섣부른 판단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관련 내용이 공개된 지난 1일을 기점으로 로직스 주가가 10만원 가까이 떨어지며 투자자 피해가 발생했고, 나아가 ‘정부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뒷말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지적을 의식한 듯 9일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금감원 감리 내용이) 감리위와 증권선물위원회 결정이 났을 때 알려졌다면 좋았을 것”이라며 금감원의 행동에 대해 간접 비판했다.

노조와해·지배구조·금산분리 등도 지적

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특별감리 내용을 공개한 데 대해 금융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평이 나오고 있다.<뉴시스>
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특별감리 내용을 공개한 데 대해 금융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뉴시스>

삼성그룹에 대한 정부의 압박은 바이오로직스 뿐만이 아니다. 삼성전자의 노조 파괴 공작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지난 8일 노조파괴 실무자로 알려진 최 모 전무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최 전무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노조 파괴 혐의 일부를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를 바탕으로 노조 와해에 삼성전자와 더불어 지금은 사라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등 ‘윗선’의 지시 내지 동조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수사를 확대할 전망이다.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문제를 지속적으로 꼬집어 온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0일 열릴 10대그룹 최고경영자 간담회에서 관련 내용을 지적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삼성·현대차·LG·SK·롯데 등 5대그룹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금융위원회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금융위 간부회의에서 금융회사의 대기업 계열사 주식소유 문제를 지적하며 “법률이 개정될 때까지 해당 금융사가 아무런 개선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법 개정 전이라도 금융회사가 단계적, 자발적 개선 조치를 실행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최 위원장이 직접 말한 ‘금융사’가 삼성생명이고, 개정될 ‘법률’은 보험업법이라는 것은 업계에선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에 대해 금융권은 지난해까지 금융사의 산업자본 보유 문제에 유보적이던 최 위원장이 급작스럽게 태도를 바꾼 점에 주목하며 정부의 재벌 개혁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공정위가 지적하는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문제와 금융위의 삼성생명·삼성전자 금산분리 문제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구도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돼 있어 민감할 수 밖에 없다. 금융권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문제 또한 연장선에서 보고 있다.

정부의 재벌 압박, 재계 전반으로 퍼지나

조양호 한진그룹 대표 일가를 둘러싼 '갑질'과 '밀수' 논란에 대해 경찰과 관세청이 집중 조사에 나섰다.<뉴시스>

삼성그룹을 필두로 사정당국이 손을 보는 재벌은 여러 곳이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갑질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한진그룹이 대표적으로, 경찰은 조현민 전 전무와 그의 어머니인 이명희 씨를 집중 수사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여파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밀수 혐의가 불거지면서 관세청은 조 회장 자택과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고삐를 죄고 있다. 관세청은 또한 조 대표 일가의 신용카드 사용내역 등을 분석하고 있다.

9일 오전에는 검찰이 LG그룹 오너 일가와 관련한 탈세 혐의를 포착하고 서울 여의도 LG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국세청으로부터 LG그룹 오너 일가의 양도소득세 포탈 관련 고발을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LG그룹 본사 재무팀 등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세무·회계 관련 자료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삼성을 비롯한 재벌그룹에 대한 사정당국의 압박이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가 있는 개별 그룹에 대한 수사·조사가 아니라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재벌개혁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A그룹 한 임원은 "역대 어느 정부도 삼성에 대에 이렇게 광범위하고 철저하게 파헤친 적은 없다"며 "여러 재벌에 대한 사정당국의 수사는 문재인 정부가 각 분야에서 벌이고 있는 적폐 청산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지지율이 워낙 견고하고 적폐청산 의지도 높아 대한상의 등 재계 입장을 대변하는 기관들도 아무 소리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기업 오너의 갑질 등 문제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기업들이 이렇게 기가 죽어서 되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B그룹 한 임원도 "요즘은 그저 바짝 엎드려 있는 게 최선"이라며 "우리 그룹의 경우도 맨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몸을 사리는 게 최선이란 분위기가 퍼져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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