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유령주 배당 사고', 자본시장 신뢰를 흔들었다
삼성증권 '유령주 배당 사고', 자본시장 신뢰를 흔들었다
  • 이일호 기자
  • 승인 2018.05.08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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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검사결과 발표...부실시스템·비윤리·무사안일 등 삼박자 결합
8일 오후 금융감독원 기자실에서 원승연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삼성증권 '유령주 배당' 사태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8일 금융감독원 기자실에서 원승연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삼성증권 '유령주 배당' 사태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이일호>

[인사이트코리아=이일호 기자] 지난 4월 6일 발생한 삼성증권의 우리사주조합 ‘유령주’ 배당 사고는 삼성증권의 부실했던 우리사주 배당 내부 통제 시스템과 직원들의 결여된 윤리의식, 무사안일주의 등 삼박자가 결합된 사건으로 드러났다. 삼성증권은 또 최근 5년 전체 전산시스템 위탁계약의 72%(약 2514억원)를 삼성SDS와 체결했고, 이 가운데 수의계약 비중이 91%에 달하는 등 ‘일감 몰아주기’ 혐의도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은 제재심의위원회 심의 등을 통해 삼성증권과 관련 임직원을 조만간 제재하기로 했다. 삼성증권은 자체 징계위원회를 열어 착오주식을 매도한 직원 21명에 대해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로 이번주 내 검찰에 고발 예정이라고 밝혔다.

8일 오후 금융감독원 금융투자검사국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내용의 삼성증권 배당 사고에 대한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원승연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삼성증권 배당 착오입고 및 직원의 주식매도 행위는 자본시장의 신뢰를 심각하게 저하시킨 대형 금융사고“라며 ”사고 원인을 근본적으로 진단하기 위해 내부통제 실태와 직원 주식매도 경위, 사고에 대한 대응 체계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봤다“고 밝혔다.

금감원 발표에 따르면, 삼성증권 사태는 관리되지 않은 우리사주 배당 시스템과 실물주식 입고 시스템, 직원의 도덕적 해이, 삼성증권의 무사안일주의 등 복합적 원인이 겹쳐서 발생한 사고로 나타났다.

삼성증권 배당사고는 사건 전날인 4월 5일 오후부터 문제가 생겼다. 증권관리팀 담당자가 우리사주 조합원에 대한 현금 배당 업무를 하면서 전산시스템의 주식배당 메뉴를 잘못 선택해 주식을 입력했고, 이를 관리자인 증권관리팀장이 인지하지 못하고 그대로 승인한 것이다.

이튿날인 6일 9시 30분 삼성증권 우리사주 조합원들에게 주식 28억1000주가 나눠서 입고됐고, 9시 35분부터 10시 6분까지 약 31분 간 직원 22명이 1208만주를 매도 주문했다. 같은 시간 삼성증권 주가는 3만9800원을 기점으로 최고 11.68% 하락하면서 총 7차례 변동성 완화장치(VI)가 발동되는 등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 사건의 근본 원인은 삼성증권의 우리사주 배당 시스템에 있었다. 현금배당과 주식배당이 동일한 화면에서 처리되도록 구성돼 있었고, 발행주식 총수의 30배가 넘는 주식이 입고됐음에도 시스템 오류 검증이나 입력 거부가 발생하지 않았던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뒤바뀐 입출고 순서였다. 통상 조합장 계좌에서 출금·출고한 후 동일한 금액·수량을 조합원 계좌로 입금·입고하는 절촤를 거치는 데 이 같은 절차가 정반대로 뒤집혀 있던 것이다.

또한 고객의 실물주식을 입고할 경우 예탁결제원의 확인이 있어야만 매도가 가능한데, 이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입고 당일 매도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설계돼 있는 점도 드러났다.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이처럼 심각한 문제가 내포된 우리사주 배당 시스템을 20년간 써오며 별다른 개선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증권은 또한 지난 1월 주 전산시스템 교체를 추진하면서도 이 같은 우리사주 배당 시스템에 대해 오류 검증 테스트를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총무팀 소관인 우리사주 관리 업무를 증권관리팀이 처리하는 등 업무 분장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관련한 업무 매뉴얼도 부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 당일 삼성증권은 사건을 인지하고도 임직원 계좌에 대한 매매정지 프로그램이 부재해 관련 조치를 취하는 데 37분이나 걸렸고, 시스템 상 일괄 출고 명령에 오류가 발생해 재시도하게 되면서 착오입고 주식을 일괄출고 하는데 54분이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들, 배당 착오 알고도 고의로 주식 매도

이번 사건은 일부 비윤리적인 직원들이 배당 착오를 인지했음에도 고의로 주식을 매도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었다. 이는 자본시장 근간을 흔드는 행태로, 삼성증권 측도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해 이들을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삼성증권 직원 중 총 22명이 1208만주를 매도 주문했고, 이 가운데 16명의 51만주가 체결됐고 나머지 6명의 주문은 체결되지 않았다. 이들 가운데 삼성증권이 최초로 주식매도 금지를 공지한 오전 9시 40분 이후 매도를 시도한 인원만 14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은 직원 16명 가운데 단순히 1주만 매도 주문한 뒤 취소한 직원 1명을 제외한 나머지 15명의 직원들은 문제를 인식하고도 고의적으로 매도 주문을 내렸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삼성증권 내 사내 방송시설과 비상연력망 등을 갖추고 있지 않아 전체 임직원들에게 사고 내용을 빠르게 전파하고 매도금지를 요청하는 절차가 지체됐다고 금감원 관계자는 밝혔다.

지난 2~3일 삼성증권은 자체 징계위원회를 열고 주식 매도직원 22명과 착오입고 직원 2명에 대한 징계를 추진하는 한편, 착오입고 주식인 줄 알면서도 매도주문을 내린 직원 21명에 대해 이번 주 내 업무상 배임·횡령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삼성증권, 자회사 SDS에 ‘일감 몰아주기’

구성훈 삼성증권 사장.<뉴시스>

한편 삼성증권의 ‘사익편취’ 혐의도 이번 조사과정에서 드러났다. 지난 5년 간 계열사인 삼성SDS에 전체 전산시스템 위탁 계약의 72%인 2514억원을 몰아준 것이다. 이 가운데 91%(98건)가 단일견적서에 수의계약 사유도 명시되지 않은 부당지원으로 확인됐다.

원승연 부원장은 “삼성증권의 내부 통제 미비와 전산시스템 관리 부실이 누적된 결과이며 특히 입출고 순서가 뒤바뀐 우리사주 배당시스템과 예탁결제원 확인 전 매도될 수 있는 실물주식 입고 시스템의 문제는 증권사로서 가장 기본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검사결과 발견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및 ‘전자금융거래법’ 등을 위반한 사항에 대해 관계 법규에 따라 삼성증권과 관련 임직원을 최대한 엄정하게 제재할 예정”이라며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 심의 후 증권선물위원회의 심의·금융위원회 의결 등의 절차를 거쳐 조치할 예정”이라 말했다.

원 부원장은 "오는 9일부터 6월 8일까지 전체 증권사의 주식매매 업무처리 및 오류예방, 검증 절차 관련 내부 통제 시스템 등을 점검할 계획"이라며 "이번 조사에는 공매도 주문수탁 적정성도 점검할 예정"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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