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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위에 펼쳐지는 환상적인 오페라, 브레겐츠 페스티벌
호수위에 펼쳐지는 환상적인 오페라, 브레겐츠 페스티벌
  • 서정원 클래식음악 해설자 및 음악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5.08 0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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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유럽의 오페라페스티벌은 참가 예술가들, 지휘자, 연출자, 성악진, 오케스트라 등의 역사성, 예술성과 명성으로 인기순위가 매겨졌습니다. 때문에 전통의 강호 잘츠부르크페스티벌, 바이로이트페스티벌, 베로나페스티벌이 늘 1, 2, 3위를 차지했죠. 하지만 최근 이러한 판도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전통의 강호가 아니었던 페스티벌이 일반 관객들을 사로잡는 독특한 아이템과 경쟁력으로 수많은 방문자를 끌어들이고 인기순위 상위로 치고 올라오는 모습입니다. 그 대표적인 페스티벌이 바로 오스트리아의 브레겐츠 페스티벌입니다.”(안겔라 필라츠키, <Festspiele Magazin>편집장)

호수 위 오페라 대명사로 정착한 브레겐츠

실내공연장에서도 오페라를 자주 볼 기회가 없는 일반인들에게 이탈리아 베로나 같은 야외 오페라는 늘 신기한 볼거리고 화제다. 하지만 유럽인들에게 여름 휴가시즌에 야외 오페라 공연을 만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베로나, 마체라타, 장크트 마가레텐 같은 대형 오페라 공연도 있고, 과거 귀족의 성이나 별장을 공연장으로 개조해 공연하는 작은 도시 페스티벌은 더 많다.

그중 호숫가에 특수무대를 설치해 공연을 하는 곳이 몇 군데 있는데, 오스트리아 브레겐츠(Bregenz)는 최근 20년 사이에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해진 곳이다. 특히 유사한 콘셉트, 유사한 규모의 이탈리아 토레델라고 푸치니페스티벌이 야외무대 뒤쪽으로 호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과 비교했을 때, 브레겐츠 페스티벌의 특장점은 역시 첫째도 둘째도 “무대 옆과 뒤로 아름다운 호수가 보인다”는 점이다. 

페스티벌 공연장에 들어서면 확 트인 야외무대와 함께 호수가 시야에 오는데 관객들은 이 놀라운 조합에 신선한 충격을 받고 이어 공연이 진행되면서 이 ‘물’을 최대한 이용하는 장면들에서 즐거움에 빠진다. 공연이 진행되며 밤이 깊어지면서 하늘에는 밝은 별이 빛난다. 어느 순간 관객은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 아래, 호숫가에서 아름다운 음악을 듣고 있는” 황홀한 경험을 하게 된다.

유럽 여름축제 상위로 급속 등극한 비결

브레겐츠는 오스트리아의 도시로 오스트리아, 스위스, 독일 세 나라 사이의 보덴호수에 면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이 호수는 너무나 커서 사실 호수라기보다는 바다로 느껴진다. 호수 북쪽으로 독일의 콘스탄츠가 있어서 독일인들은 이 호수를 콘스탄츠 호수라고 부른다. 

2차 대전 후 1947년부터 이곳 호숫가에서 공연을 했는데 오늘날과 같은 본격적인 야외 오페라극장이 들어선 것은 1980년이다. 처음에는 오스트리아, 독일 사람들이 좋아하는 가벼운 오페레타류를 올렸지만 이후에는 베르디, 푸치니 등 정극 오페라를 올리면서 새로운 평가를 받게 되었고, 2000년대부터 관객들의 눈을 단번에 사로잡을 인상적인 이미지가 돋보이는 거대한 무대미술을 전면에 내세운 전략으로 삽시간에 화제를 만들어냈다. 

무대 위에서 독보적인 스펙터클을 보여주는 브레겐츠는 순식간에 언론과 온라인을 통해 전 세계에 퍼져나가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게 되었다. 물위에 거대한 철근콘크리트 구조물로 작품과 연계된 독특한 인물이나 형상을 마치 거인국처럼 설치하는 전략으로 한 회 4500명(연평균 20만명)의 관객들을 순간적으로 압도하게 만드는 것이 브레겐츠의 장기다.

이 오페라무대는 2년간 지속되는데 최근 <일트로바토레>(2005/2006), <토스카>(2007/2008), <아이다>(2009/2010), <안드레아 쉐니에>(2011/2012), <마술피리>(2013/2014), <투란도트>(2015/2016), <카르멘>(2017/2018)으로 그 역사가 이어져 오고 있다. 

특히 프랑스혁명이 배경인 <안드레아 쉐니에>는 다비드의 유명한 그림 ‘혁명리더 마라의 죽음’을 형상화한 무대 설치물로 갈채를 받았고, <토스카>는 무대 위에 거대한 눈(eye)을 설치해 관객을 사로잡았는데, 유명한 007영화 시리즈 ‘퀀텀오브솔러스’에 공연 장면이 나오면서 한 번 더 세계적인 화제가 되었다.

현대 야외공연의 하이테크놀로지 결정판

하지만 모든 명품에는 어설픈 모방자가 도저히 따라가기 힘든 비결이 뒤에있게 마련이다. 브레겐츠의 경우 오페라 초보자나 관광객의 시선을 단번에 압도하는 아름다운 자연풍광과 스펙터클 무대로 인해 급속한 유명세를 탔지만 그것을 뒷받침하는 고품질 콘텐츠가 있으니 바로 오케스트라와 음향 시설이다. 세계 최고급, 최대 여름클래식음악축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두 달 동안 빈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상주해 연주를 맡음으로써 그 품질을 보증한다. 브레겐츠 페스티벌은 빈필에 이어 ‘빈의 넘버2 오케스트라’로 꼽히는 빈심포니오케스트라가 비록 야외이지만 오페라를 반주함으로 품질을 보증한다. 

또 하나는 음향이다. 본격적인 오페라 팬들이라면 마이크를 쓰는 야외오페라에서 당연히 훌륭한 음향을 기대하지 않는다. 음향이 좋은 실내 오페라극장의 공간 가득 울려 퍼지는 풍부한 부피감, 가수들의 입을 통해 소리가 빠져나올 때의 그 정교하고 미세한 아름다운 소리의 질감은 구현되지 않기에 그저 ‘보는 오페라’에 만족하는 것이다. 과거 브레겐츠도 음향은 그저 그랬다. 하지만 최근에 놀랄 정도로 달라졌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브레겐츠는 야외음향 보정에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 상상을 뛰어넘는 고품질 야외음향을 구현해 냈다. 

마이크를 쓰지 않는 대부분의 오페라극장에서 우리는 가수가 노래를 부르면 그의 입을 통해 나오는 소리를 분명히 감지하며 듣는다. 반면 마이크를 쓰는 경우 노래 부르는 가수는 중앙에 있는데 소리는 좌우 스피커로 나온다든지 또는 어딘지 모르지만 공간 전체에 희미하게 중화되어 들리게 됨으로 그 음향적 괴리감이 크다. 그러나 브레겐츠의 음향 시스템은 바로 이런 근본적 괴리감을 해결한다. 세계적인 야외음향 전문회사들과 손잡고 각 작품의 무대를 설치할 때부터 하이테크놀로지 음향 세팅을 하는데 무대 위 가수들의 모든 동선 위치에 200~250여개의 초소형 마이크로센서 스피커를 심어 가수들이 움직이다가 어느 지점에서 멈추어 노래할 때 그 주변의 소형 스피커에서 정교하게 소리가 발생되도록 장치해놓았다. 이는 마이크를 쓰는 야외공연이나 심지어 뮤지컬 같은 실내공연 음향 관계자들이 깜짝 놀랄만한 혁신적인 기술이다. 

필자도 그동안 몇 차례 브레겐츠를 방문했는데 지난 2014년 <마술피리>를 볼 때 이러한 뛰어난 음향을 경험하고 큰 감동을 받았다. 호수 위 오페라의 대명사 브레겐츠는 자연풍광과 스펙터클 무대의 장점을 고급 오케스트라와 하이테크 음향으로 더욱 빛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글은 <Arts&Culture>에서 제공하고 있으며 5월호와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습니다.
 

글·사진│ 서정원 클래식음악 해설자, 음악 칼럼니스트이자 유럽음악여행 기획자다. 서울에서 영문학과 미학, 독일 함부르크에서 예술경영을 공부했다. 오랫동안 지인들과 오페라를 공부하고 즐기며 베를린, 뮌헨, 드레스덴, 잘츠부르크, 바이로이트, 베로나, 취리히, 파리 등을 방문해 세계적인 오페라단과 오케스트라의 오페라, 콘서트를 경험했다. 현재 클래식음악공연기획사 서울컬쳐노믹스 대표다. 
gardenseo6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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