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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일섭 GC녹십자그룹 회장, ‘좁고 외로운 길’ 개척하다
허일섭 GC녹십자그룹 회장, ‘좁고 외로운 길’ 개척하다
  • 조혜승 기자
  • 승인 2018.05.03 1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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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헌신과 도전 통해 위대한 회사로 도약할 것”

[인사이트코리아=조혜승 기자]

허일섭 GC녹십자 회장.<뉴시스>

GC녹십자그룹은 한일시멘트그룹 창업주인 허채경 회장이 1967년 설립한 수도미생물약품판매가 모태다. 국내 최초로 알부민 생산, 유행성출혈열 및 수두백신, 에이즈 진단시약, 혈우병치료제 등을 개발한 회사다.

생명공학산업의 선봉에서 GC녹십자 경영을 진두지휘해 온 허일섭 회장(64)은 창업 반세기를 맞아 새로운 CI를 선보였다. 50년을 넘어 100년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각오를 다지자는 뜻에서 “위대한 헌신과 도전을 통해 위대한 회사로 도약하겠다”는 뜻을 담은 ‘Great Commitment, Great Challenge, Great Company’의 첫 스펠링을 CI로 제정했다. 안정적인 혈액제제와 백신 사업을 안방에서 수성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50년간 축적된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더 큰 영향력과 가치를 확장해 나가겠다는 게 허 회장의 목표다.   

GC녹십자는 1967년 창립 첫 해 1276만원이었던 매출이 지난해 1조1979억원으로 늘어났으며 1972년부터 45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50년간 다른 업체들이 기피하는 ‘좁고 외로운 길’, 즉 혈액제제와 백신 등 필수의약품 분야에 역량을 집중해 왔다. 

허 회장은 “당시만 해도 의료계에서는 혈액제제에 대한 개념조차 생소했고 백신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국가주도 사업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며 “녹십자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자급자족하던 필수의약품을 직접 만들겠다는 고집으로 연구개발에 매달려 현재는 세계 50여 개국에 백신과 혈액제제를 공급하는 대표 의약품 제조사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창의도전, 봉사배려, 정도투명, 인간존중…‘녹십자 정신’

그는 ‘봉사배려’, ‘인간존중’, ‘정도투명’ 등의 가치를 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한 핵심요소로 삼고 사회적 책임과 윤리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녹십자는 세계 세 번째로 개발한 B형 간염백신으로 거둔 기업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는 의미에서 1984년 목암생명과학연구소를 설립했다.

목암연구소는 과학기술처 승인을 받아 설립된 제1호 순수 민간연구법인 연구소다. 유전공학 등 첨단 생명과학을 토대로 각종 질병 예방과 진단 및 치료방법을 개발하고 생물체의 각종 물질대사에 관련된 기초연구를 진행한다. 

허 회장은 1991년 2월 녹십자에 입사, 1997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돼 2002년까지 활동했다. 이어 대표이사 부회장을 거쳐 2009년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했다. 허 회장의 경영철학은 창의도전, 봉사배려, 정도투명, 인간존중이라는 ‘녹십자 정신’으로 요약된다.

인간의 고귀한 생명을 다루는 제약인 만큼 사회적 중요성을 늘 강조한다. 지난 1999년 ‘녹십자 윤리강령’을 제정해 윤리경영에 앞장섰고, 2013년에는 기존 윤리강령을 보완한 ‘녹십자 윤리기준’을 제정한 바 있다.

허 회장은 국내 생명과학 산업의 기술 축적과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제제의 기초부터 우리의 손으로 개발해 내야 한다는 의지를 불태워 왔다. 반드시 필요하지만 성공을 보장할 수 없기에 대부분 외면해 온 분야를 개척하는 데 주력했다. 그의 인물평에 ‘불도저 같은 추진력’이 따라 붙어 다니는 것도 그 때문이다.

50년간 필수의약품 개발 ‘올인’

허 회장의 공적으로 녹십자가 지난 1983년 개발에 성공한 B형 간염백신을 빼놓을 수 없다. 당시 13%대에 달하던 우리나라 B형 간염 보균율을 선진국 수준(2~3%)으로 떨어뜨려 국민보건 증진에 획기적으로 기여했을 뿐 아니라, 높은 간염 이환율로 개최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던 관련자들의 우려를 불식시켜 88서울올림픽을 유치하는 데 기여했다.

녹십자가 개발한 신종플루 백신은 자체 개발 및 생산에 의한 외화절감, 바이러스 전염 차단에 따른 의료서비스 비용 절감은 물론 극도의 공황상태에 이른 국가적 혼란을 안정시키는 등 사회적 비용까지를 감안하면 막대한 사회경제적 가치가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허 회장은 세계적인 백신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치솟아 수출을 통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우선 공급원칙을 지키며 눈 앞의 이익보다 국민 보건에 주안점을 뒀다.  

당시 녹십자와 정부의 신종플루 대응은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신종플루에 대해 가장 모범적으로 방어에 나선 사례로 선정됐다. 녹십자는 2010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HO 인플루엔자 백신회의’에 참석해 신종플루 대응과 백신개발 성공사례를 발표하며 국가적 위상 제고에도 기여했다.  

지난 2010년 세계 세 번째로 유전자재조합 혈우병A치료제 ‘그린진에프’ 개발에 성공한 것도 허 회장의 ‘인도주의’ 경영의 결과였다. 희귀질환치료제 개발을 통해 경제적, 사회적 약자의 처지에 있는 소외계층 환자도 보다 쉽게 치료약을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자는 인간존중 철학이 그것이다.

혈우병은 유전자의 선천성, 유전성 돌연변이로 인해 피를 굳게 하는 응고인자가 없거나 부족해 발생하는 출혈성 질환으로 원인 없는 출혈이 발생하거나 운동에 의한 혈관 손상으로 출혈이 멎지 않는 치명적 질환이다. 그린진에프의 개발은 혈우병 환우들의 삶의 질 개선과 더불어 선진국 수준으로 치료환경 수준을 끌어 올렸다는 데 중요한 의의가 있다.   

이외에도 녹십자는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를 세계 두 번째로 개발, 세계적으로 하나뿐인 치료제에 의존하던 헌터증후군 치료에 새 전기를 마련했다. 이로써 조기사망이 불가피한 헌터증후군 환자 치료는 물론 세계에서 가장 비싼 의약품 중 하나인 치료제를 기존 제품보다 저렴한 가격에 공급했다. 더욱이 이 제품은 기존 제품보다 품질과 효능이 우수한 것으로 인정돼 출시 2년 만에 국내시장점유율 50%를 넘어섰으며, 미국 FDA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어 현재 임상 2상을 진행하는 등 녹십자 기술력을 알리는 중요한 제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R&D는 미래의 매출액”…매년 매출 10% 이상 연구개발투자

허 회장은 올해부터 전사적 역량을 집중한 북미 혈액제제 사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한 제품의 출시를 넘어 혈액제제 사업의 선진시장 진출을 통한 지역적 확장을 의미한다. 지난 2016년 GC녹십자는 증가하는 수출물량과 북미시장 진출을 앞두고 국내 혈액제제 생산시설인 오창 공장을 2배로 증설해 총 혈장처리능력을 최대 140만ℓ규모로 늘렸다. 

또한 지난해 캐나다 퀘벡 주 몬트리올에서 캐나다 법인 Green Cross Biotherpeutics(GCBT)의 혈액제제 공장 준공식을 거행해 국내 처음으로 북미지역에 바이오 공장을 세운 기업이 됐다. 총 설비투자(CAPEX) 규모가 2억5000만 캐나다 달러(약 2200억원)에 달하는 캐나다 GCBT 공장은 2015년 6월 착공돼 최근 공장 건축과 함께 기계설비를 모두 구축했다.

100만ℓ 규모의 혈액제제 생산능력을 갖춘 이 공장의 준공으로 GC녹십자는 세계 의약품 시장의 중심인 북미에 생산거점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국내외 혈액제제 생산능력이 270만ℓ로 늘어나 ‘글로벌 톱5’ 수준으로 뛰어 올랐다. 

캐나다는 GC녹십자 공장을 유치해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IVIG, 알부민 역내 생산이 가능해져 필수 혈액제제의 수급 안정화와 고용창출 효과를 얻었다. 주요 글로벌 혈액제제업체가 공장을 미국에 둔 것과 달리 GC녹십자가 캐나다에 생산거점을 마련한 것은 다양한 혜택을 얻으면서 안정적으로 시장에 진입하는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한 것으로 바로 허 회장의 묘수였다. 글로벌 기업을 향한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낀 케이스로 평가된다. 미국 FDA에 판매허가를 신청, 자료 보완 등 막바지 절차를 진행 중인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IVIG-SN)을 시작으로 혈액제제 사업을 북미시장에 진출시킨다는 전략이다. 

혈액제제의 경우 북미 시장이 25조원에 달해 전세계의 절반을 차지한다. 또한 북미지역은 면역글로불린 가격이 국내에 비해 3~4배 비싸 수익성도 높다. 허 회장은 바로 이같은 시장 트렌드를 앞서 읽고 지난 몇 년 간 북미에 선제적 투자를 단행하며 전사적 역량을 집중해 왔다. 

허 회장은 “R&D는 미래의 매출액”이라고 말한다. 매년 국내 업계 최고 수준인 매출 대비 10%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녹십자는 최근 5년 새 연구개발비용을 약 2배 가량 늘렸다. 허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시장 잠재력, 개발 성공 가능성, 글로벌 경쟁 현황을 분석해 경쟁력 있는 분야의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혈액제제와 백신 사업으로 다져진 R&D 역량을 세포치료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GC녹십자는 약효 지속시간을 크게 늘린 차세대 장기지속형 혈우병치료제를 개발하는 중이다. 이미 기존 약물보다 약 1.5~1.7배 약효 지속시간을 늘린 혈우병치료제가 글로벌 시장에 출시되고 있지만 기존 약물 대비 약 3배 약효의 지속시간을 늘린 차세대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제 59회 미국 혈액학회에서 이 약물의 연구 데이터를 공개해 학회에 참석한 다국적 제약사와 미국 보건당국 관계자 등으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아시아 최대의 셀 센터 건설로 세포치료제 신약 개발에 박차

허 회장은 차세대 미래 성장동력으로 세포치료제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녹십자셀, 녹십자랩셀 등 계열 바이오 자회사들이 입주할 셀센터를 착공한 것도 그 일환이다. 녹십자의 셀센터는 연면적 2만800m²(6300평)로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로 지어진다. 이곳에 cGMP 생산시설 및 세포치료제 개발을 위한 연구시설을 갖춰 아시아 최대 셀 센터로 만들 계획이다.

녹십자랩셀은 제대혈 및 세포치료제를 전문으로 하는 자회사로 자연살해 세포를 활용한 세포치료제를 집중 개발 중이다. NK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나 암세포를 직접 파괴하는 면역세포다. 녹십자랩셀은 지난해 간암에 대한 임상시험 2상에 들어가는 등 치료제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허 회장은 셀센터와 녹십자 R&D센터와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글로벌 세포치료제 전문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전략이다. 

허 회장은 사회공헌 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 2004년 임직원의 자발적 참여로 ‘녹십자 사회봉사단’을 출범시켜 비공식적으로 펼쳐지던 사회봉사활동을 보다 체계적이고 적극적으로 전개했다. 녹십자 사회봉사단은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아동보육원 등 따뜻한 손길이 필요한 곳을 찾아가 환경미화와 학업지도, 재활지원, 목욕 및 식사 보조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허 회장은 ‘매칭 그랜드’라는 제도를 통해 직원과 기부대상자간 1:1 결연 제도도 만들었다. 매년 연말 임직원이 기탁한 물품 판매 수입금으로 주변의 불우한 이웃을 돕고 있는 ‘온정의 바자회’, 대부분의 임직원이 참여하는 ‘연말 급여 1%기부’와 ‘급여 1천원 미만 끝전 기부제도’ 등도 제도화했다.

또 허 회장은 혈액제제 전문기업으로서 국가 헌혈사업에 일조한다는 취지 아래 전국 사업장에서 연 12회씩 ‘사랑의 헌혈’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누적 참여자수는 1만4000여 명에 달한다. 

그는 또한 사업 초창기에 열악한 환경에서 고통받는 혈우병 환자들을 위해 ‘한국혈우재단’을 설립했다. 혈우재단을 통해 환자의 경제적인 부담을 경감시킴으로써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하는 한편, 응고인자, 간염, HIV 등 정기 무료검사, 보인자 검사를 통해 혈우병 환자발생 예방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의 꿈이자 사명은 “인류의 건강한 삶에 이바지 하고, 건강산업의 글로벌 리더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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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일섭 회장 프로필

1954년 생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미국 휴스턴대 경영학 박사

1997년 녹십자 사장

2002년 녹십자 부회장

2005년 한국제약협회 이사장

2009년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

2009년~현재  녹십자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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