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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2-12-09 19:06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외환위기 어둠에도 대우빌딩 불은 꺼지지 않았다
외환위기 어둠에도 대우빌딩 불은 꺼지지 않았다
  • 문기환 전문위원 겸 새턴PR컨설팅 대표
  • 승인 2018.05.03 1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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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와 홍보맨 합동작전으로 1면 톱 장식한 IMF 시기의 ‘야근 현장’
야근 중인 사무실.<뉴시스>

“선배, 요즘 언론 홍보는 어느 매체가 중요한 줄 아세요?” “"종이 신문 보다는 인터넷이, 인터넷 보다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Social Network Services)가 대세예요.” “SNS 팔로워(Follower)가 수 만 명 이상이 되면 마치 독립 언론사 대접을 받는 곳도 있어요~.” 

최근 고교 후배인 모 언론사 부장이 10년 선배인 홍보대행사 대표에게 향후 업무에 참고하라고 한 말이다. AI(인공지능)가 인간 바둑계를 평정한 지 이미 오래인 오늘날 언론과 홍보의 변화된 현 주소를 반영하는 것 같아 왠지 씁쓸하다.

요즘은 아무리 큰 신문의 1면 탑 기사라고 해도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 첫 화면에 등재되어 있지 않으면 좀처럼 마주하기가 쉽지 않다. 집이나 사무실에서 구독해 보든지, 아니면 인터넷 검색을 통해 그 신문사의 홈페이지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만큼 포털 내 기사 선정 담당자의 파워가 막강해졌다. 기사 외에 논설위원이나 칼럼니스트가 쓰는 칼럼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출근 길에 습관적으로 포털을 검색하다가 눈에 띄는 칼럼을 보았다. 아니 반가운 칼럼니스트 이름이 보였다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 해서 그 칼럼을 읽게 되었고 그에게 문자를 보냈다. “시류에 대해 날카로운 시각을 보인 그의 칼럼에 적극 찬성하며 오랜 만에 점심이나 하자”고 말이다. 그리고 2주 후 쯤 우리는 3~4년 만의 반가운 해후와 함께 맛있는 점심, 이어 정겨운 커피 시간을 가졌다. 

포장마차에서 소주잔을 주고 받다가…

그와는 특별한 추억이 있다. 주로 정치부 기자로서 명성을 날리던 그가 잠시 경제부에 배속되었던 시절의 일이다. 독자들에게 어필하는 좋은 신문을 만들고자 하는 열혈 기자와 불철주야 회사의 이미지 제고를 목표로 하는 홍보맨의 합동 작전이 성공한 사례이기도 하다. 그 때의 기억을 잠시 떠올려 본다.

타임머신이 도착한 시점은 1997년 12월 24일 밤 12시.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에서 긴급 내외신 기자회견 열림. 국제통화기금(IMF)과 선진 13개국이 100억 달러의 지원금을 대한민국에 조기집행하기로 했다는 경제부총리의 발표.”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주시는 크리스마스 선물인가? 아니다. 한미 양국 동시 발표 덕분에 우리는 심야에 발표를 보게 된 것일 뿐. 당시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는 87억불.(휴, 다행이다. 2018년 4월 현재는 약 4000억불 보유) 외국의 지원이 없으면 ‘모라토리움(외채지불유예)’를 선언할 지도 모르는 그야말로 기억하기도 싫은 치욕의 순간이었다. 

그렇게 우리나라가 단군 이후 최대의 경제위기라는 IMF 체제로 돌입한 지 한 달이 채 안된 1998년 1월 하순의 어느 월요일 저녁이었다. 필자는 홍보실 옆 기자실로 배달된 화요일자 조간신문 가판을 함께 본 모 일간지 출입기자와 회사 인근 식당에서 늦은 저녁식사를 했다. 그리고 좀 더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서울역 근처 포장마차에서 소주잔을 주고 받고 있었다. 

그 신문은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사회 각 방면에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을 시리즈로 기획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기자가 속한 경제부에서는 기업 활동을 집중취재 중이며, 그 첫 번째 기사가 조금 전 가판신문에서 보았듯 내일 나갈 예정이라는 것이다. ‘종합상사인 ㈜대우의 역할을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판단한 필자는 집에 가려고 일어서는 그를 붙잡았다. 

“우리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은 아직 튼튼한 편이다. 위기의 직접적 원인은 다름 아닌 외환보유 부족이기 때문에 달러를 빨리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출을 많이 하고 수입을 적게 해서 무역수지흑자를 늘리면 된다. 지금 우리나라는 수출만이 살 길이다. 그래서 ㈜대우처럼 수출 첨병인 종합상사가 열심히 뛰고 있는 것이 아니냐. 이런 모습을 취재하면 분명히 좋은 기사가 될 것이다.” 대충 이런 취지로 기자에게 열심히 설명했다. 

“지금 이 늦은 밤에도 대우의 많은 수출부서 직원들은 아직도 퇴근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 회사는 전 세계 바이어들을 상대로 업무를 하고 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들의 경우, 우리의 퇴근시간은 그들의 출근시간과 같다. 그래서 우리가 몇 시간만 더 야근하면 수출 업무 처리를 하루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자 그 때 기자가 손목시계를 보더니 “저녁 10시 반인데 지금도 근무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물론이다. 저기를 봐라!” 포장마차 너머로 보이는 대우빌딩은 거의 반 이상의 사무실에 전기가 들어와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1시간 후에도 켜있을까? 정말 확신합니까?” 

성공리에 끝난 ‘심야 촬영 작전’

필자는 소주 몇 잔을 마신 후라 더욱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물론이다. 아니면 내 손에 장을 지져라”란 식으로 소리쳤다. 그러자 기자는 무전기 만한(그래도 당시엔 최첨단인) 휴대폰을 꺼내더니 어딘가에 급히 전화를 걸었다. 옆에서 들어보니 직속 상관인 경제부장에게 내일 수출 관련 특집기사용 1면 사진으로 심야에 불 켜진 대우센터빌딩(지금은 ‘서울스퀘어’란 이름으로 바뀌었다)을 제안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기자는 일단 OK를 받고 신문사 야간 당직 데스크에게 같은 내용을 설명하더니 그제서야 필자에게 말한다. 

“1시간 후인 11시 30분경 사진부 기자가 서울역 앞 고가도로 부근(이곳에서 사진을 찍어야 대우빌딩 전면이 잘 보인다)에서 대우빌딩 사무실을 향해 사진 촬영을 할 예정이다. 이 필름을 12시 전까지 광화문에 있는 신문사로 가져가 마지막 인쇄판인 서울 시내배달판에 집어 넣을 것이다. 사진은 망원촬영으로 얼굴까지는 아니어도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필자는 정신이 확 들었다. 호기 있게 장담은 했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만의 하나 오늘 따라 심야 근무를 하는 부서가 적으면 어떡하나. 어제까지는 많이 근무했는데 오늘은 어제 고생했다고 일찍 퇴근들 했으면 어떡하나.(일찍 이래야 10시 이후지만) 온갖 걱정이 드는 것이었다. 

해서 필자도 홍보팀 사무실로 급히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아직 퇴근 전인 직원이 있었다.(다음 날 출근 전까지 끝마치라는 업무를 끙끙대며 하고 있었으리라) 대충 그 직원에게 설명을 하고 무역부서가 있는 층에 올라가 직원들의 야근 상황을 점검하고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전화를 기다리는 몇 분이 꽤나 초조했다. 옆에 있는 출입기자가 필자의 말을 100% 신뢰하고 1면 톱 사진을 교체하기 위해 저렇게 노력했는데 정작 사무실 대부분이 소등 상황이거나 켜 있는 사무실이라도 직원들이 몇 명 밖에 없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었다. 

잠시 후 기다리던 전화가 왔다. 직원은 사진 촬영을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직원들이 남아  있고, 신문사 촬영 얘기를 하니 다들 매우 신나는 분위기라고 보고했다. 됐구나! 필자와 기자는 마지막 소주잔을 부딪치며 헤어졌다. 

다음날 아침, 평소보다 일찍 출근한 필자는 서둘러 그 신문을 펼쳐봤다. “와!” 1면 중앙에 큼직하게 게재된 사진은 대우빌딩 창문 너머로 보이는 사람들 모습. 달러를 벌기 위한 수출업무를 위해 늦은 밤 열심히 근무하고 있는 무역상사 ㈜대우 직원들의 모습이었다. 이렇게 1998년 1월에 벌어진 심야 촬영 작전은 성공리에 종료됐다.  

 

문기환 전문위원 겸 새턴PR컨설팅 대표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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