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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2-09-27 19:59 (화) 기사제보 구독신청
대한항공 오너 갑질, 쿨하게 인정하고 신속대응 했어야
대한항공 오너 갑질, 쿨하게 인정하고 신속대응 했어야
  • 이원섭 전문위원
  • 승인 2018.05.03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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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응 일관하다 타이밍 놓쳐…최악 위기관리로 남을 듯

[인사이트코리아=이원섭 전문위원] 최근 홍보대행사 사장님 두 분과 대화할 시간을 가졌다. 두 분 다 요즘은 위기관리가 핫이슈라고 한다. 당연히 대한항공 조현민 전무 갑질사건을 두고 하는 말이다. 같은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글쓴이가 봐도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물벼락 한 방에 3300억 증발한 대한항공’이라는 기사를 통해 오너도 아닌 자식의 잘못된 일탈이 기업에 얼마나 큰 손실을 가져오는 지를 보여준다. 사건의 실체는 아직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여론과 국민들의 반응은 더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제 실기를 해서 내놓는 사과와 해명까지도 진정성을 의심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더군다나 내부고객인 임직원들까지 폭로 대화방을 열어 더욱 기름을 붓고 있으니 수습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처음 작을 수도 있는 갑질에서 시작된 사태의 방향이라 예측불허의 향방과 더 큰 이슈들로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구글에서 ‘조현민’, ‘대한항공’의 키워드로 사태 발생부터 조양호 회장의 조현아, 조현민 자매 동반 사퇴발표까지 지난 열흘 간(2018.4.12~4.22) 뉴스를 검색해 봤다. <그림>에서 보듯이 호의적인 기사는 하나도 찾아 볼 수가 없고 다양한 주제의 부정적 기사들로 온통 도배가 되어 있다. 개인의 작은(?) 행동에서 시작된 사건이 회사 전체에 악영향을 미쳤을 뿐 아니라 과거 일가족 일상에 까지 연관된 부정적 일들이 우후죽순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의 근간에는 2014년 12월 장녀인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일명 뉴욕 JFK국제공항 땅콩회항 사건과 2000년 조현아 사장의 동생이자 조현민 전무의 오빠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교통법규를 위반한 뒤 단속 경찰관을 치고 뺑소니친 사건 등이 겹쳐 자식은 물론 아버지, 어머니까지 모두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위기관리 ‘부재’…조양호 회장, 사건 열흘 만에 고객 숙여

만약 물컵 하나를 잘못 던진 사태로 마무리 될 수 있었다면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르렀을까? 도대체 일이 이렇게까지 엄청나게 확대된 이유가 무엇일까? 글쓴이의 기억으로는 근래 수십 년간 최악의 위기관리 유형이며 잘못된 위기관리 대처 사례로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대한항공에 위기관리 담당부서와 CRO(Chief Risk Officer)가 있는 것일까? 있다면 그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다는 말인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니 상황을 이 지경의 무대책으로 일관했을 것이다. 아니면 이번 사태에서 보듯이 한 임원의 절대적인 권력으로 대응을 못하게 했거나…

4월 12일 ‘조현민 전무 갑질’이라는 타이틀로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하자 조 전무가 해외 휴가 중 SNS를 통해 진심성 없는 사과를 하자 더욱 뭇매를 맞았다. 이후 4월 22일까지 무대응으로 일관하다가 탈세 등의 혐의로 국세청이 압류를 하는 등 점점 심각한 사태로 접어들자 그제서야 아버지인 조양호 회장이 열흘 만에 사과 성명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이 사과에서는 지난 번 땅콩회항 사건이 잊혀지기도 전에 조현아 부사장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에 임명해 비난을 받은 것까지 묶어 두 자매가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한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기업들이 위기를 어떻게 맞고 어떻게 대응하는지 수없이 많은 사례들을 보아왔다. 대한항공 관계자들은 이런 사례들을 알지 못했을까? 아니면 무지했는지, 무시했는지 의아하기만 하다. 여론과 보도를 통해 하늘의 달을 보라고 온통 아우성인데 오너 일가는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바라보고 그 손가락만 가리는 미봉책들만 남발하고 있었으니 안타까움을 벗어나 한심한 생각이 들 정도이다.

남에겐 관용…자신에겐 철저하게 냉혹해야

글쓴이는 지난 2000년 초부터 국내에서 이러한 기업위기가 있을 때마다 많은 글을 쓰면서 위기가 발생한 상황하에서의 대국민 커뮤니케이션은 ‘내 탓(솔직)’이고 ‘신속’이라고 누차 강조해 왔다. 예전 인기 드라마에서 나온 대사 중 유명한 내용이 있다. “누구나 잘못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 사람은 절대 잘못을 하면 안됩니다”라는 말의 의미는 남에게는 관용을 베풀 수 있어도 자신에게는 철저하게 냉혹하라는 뜻이다. 이 교훈이 지금 대한항공에게 필요했다.

기업의 위기관리를 이야기할 때마다 교과서적으로 하는 두 사례가 있다. ‘유니언 카바이드 사건’과 ‘타이레놀 사건’이다. 1984년 미국 유니언 카바이드사의 인도 자회사 유니언 카바이드 인디아의 보팔시 소재 공장에서 화학물질 가스가 누출 사고로 2000여명의 사망과 20만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엄청난 재앙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한항공사태처럼 미봉책으로 일관했다. 사건 발생 3일 만에야 본사 차원의 대응을 시작했고 이후의 사태처리도 신뢰성실의 원칙을 벗어나 부정확한 정보 제공으로 인한 신뢰성 상실, 인도정부와의 관계 악화 등으로 결국 M&A 대상으로까지 발전하는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반면 1982년 시카고 근교에서 존슨앤존스사 타이레놀을 복용한 7명의 주민들이 급사하면서 시작된 사건은 자기의 잘못이 아닌 타인에 의한 독극물 투입으로 인해 발생한 것임이 밝혀졌음에도 사고 발생 순간부터 미디어들의 취재에 철저하게 협조하는 한편, 관련된 정보를 최대한 언론에 공개하는 등 신속하고 진실하게 대응했다. 또한 사건 즉시 신속하게 모든 상점이나, 소비자의 가정에 있던 타이레놀을 전국적으로 수거해 2차로 발생할지도 모르는 희생자를 사전에 차단까지 했다(회수와 검사, 처리에 약 10억 달러 손실). 그리고 자사 광고를 즉각적으로 중단하고 범인검거를 위한 10만 달러의 현상금을 거는 등 적극적인 행동과 이후에 안전한 3중 봉합캡슐 연구에 착수하기도 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기업 평판이 더 좋아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해외 사례가 아니더라도 2011년 삼성그룹 신라호텔 한복 출입금지 사건을 보더라도 대한항공은 얼마든지 교훈을 얻을 수가 있었다. 한복 디자이너 이혜순 씨의 아들 김 모 씨가 자기 어머니에 대한 신라호텔의 한복 착용 출입금지에 격분해 트위터에 글을 남기면서 시작된 내용은 일파만파로 퍼져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비난 뉴스거리가 되었다. 비난이 거세지자 신라호텔 측은 “최근 한복을 입고 식당에 입장하려는 고객 분께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정중히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즉각 공식사과문을 게재하고 최고 경영책임자인 이부진 사장이 다음날 아침 직접 이씨에게 찾아가 사과를 하며 신속하고 정중하게 위기를 진화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 사장이 다음날 아침 직접, 급이 방문해 이씨에게 사과를 하고 용서를 받은 것을 두고 위기관리의 훌륭한 대응이라며 칭찬까지 하는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 조현아 부사장과 조현민 전무 사태와 비교가 되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호미로 막을 수 있던 것, 가래로도 못 막는 악수 둬

위기(危機, crisis)라는 말은 본래는 의학용어였다고 한다. ‘회복과 죽음의 분기점이 되는 갑작스럽고 결정적인 병세의 변화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풀이되어 있다. 또 국어사전에는 ‘위험한 고비나 시기’라는 뜻으로 나온다. 이처럼 위기는 예측 가능하지 않은 상당히 어려운 상황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흔히들 위기에는 '위험'과 '기회'가 같이 숨어 있다고도 한다. 타이레놀 사건을 보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글쓴이의 경험상 위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사전에 발생 가능을 예측할 수 있는 대비 가능형 위기가 있고, 다른 하나는 대한항공 사태처럼 전혀 사전 예측이 가능하지 않은 급작스런 사후대처형 위기다. 사전 예측이 가능한 위기라면 그 대처가 작고 쉽게 대처가 가능하지만 후자처럼 사전 예측이 불가능한 위기의 대응은 정말 어렵다. 위기를 사전에 예측하고 대응을 하기 위해 기업들은 평소 위기관리 부서와 CRO(Chief Risk Officer)를 두고 전사적 위기대처 능력, 신속한 대응 및 정확한 정보 제공 등의 위기관리 매뉴얼을 운영하고 있다. 실제로 위기대처 능력이 뛰어난 기업이나 공공기관들은 전문 아웃소싱을 통해 위기 관련 사전 모니터링 시스템을 활용해 잘 대응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렇게 사전 대비를 하고 있다고 해도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하는 위기들은 사후 대책이 될 수 밖에 없다. 어쩌면 예측하지 못한 상태에서 발생하는 위기가 진짜 위기라고 볼 수도 있다. 따라서 위기 대처는 사후약방문적인 것이 맞다. 확률과 통계로 처방하는 수 밖에 없다는 말이다. 이런 유형의 위기가 발생했을 때의 대처법, 저런 유형이 발생했을 때의 대처법 등을 사전에 만들어 놓고 비슷한 유형의 위기가 발생했을 때 반면교사의 사후약방문을 쓰는 것이다.

사후약방문이 사전에 갖추어져 있다면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은 호미로 대처하고 가래로 막을 것은 가래로 대처하는 정확한 판단 능력을 갖춘 위기관리 책임자로 하여금 대응하도록 해야 한다. 글쓴이가 예전에 기업 홍보실에 근무할 때 언론사 고위 간부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다. “저와 이렇게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우호적인 기사를 보도해 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급작스럽게 발생하는 어려운 기사를 막아달라는 것”이라고 했던 말의 의미가 바로 위기 때를 위한 사전 준비를 하라는 것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경우 모든 여론과 언론이 부정적이었음으로 미루어 평소 대한항공의 위기관리 능력은 없었다고 보아진다.

그동안 수천억 원을 써가며 우호적인 기업 이미지를 쌓아왔던 대한항공이 하루 아침에 그 수천억 원보다도 더 큰 효과를 날리는 일을 아마 임직원이 했다면 이번처럼 열흘이 걸려서야 사태를 수습하는 방안을 발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전격적이고 신속한 대처 방안을 찾았을 게 분명하다. 호미로 막을 수 있던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악수를 둔 것이다.

강호동에게서 배워라

오래 전 글쓴이는 어느 위기관리 강의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유명 연예인들이 위기가 발생했을 경우 다음과 같은 네 가지 대처 유형을 정리할 수 있다는 나름의 분석을 한 것이다.(요즘 미투운동으로 발생하는 여러 유명인사들의 경우와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다) 정리하면 ①변명 은폐형, ②솔직 설득형, ③침묵형, ④인정 수습형 등이 그것이다. 당시의 사건들로 정리한 내용을 보면 ①변명 은폐형의 대표 사례로는 MC 몽의 병역비리 사건과 신정환의 도박 사건이 있었고 ②솔직 설득형은 한예슬의 경우, ③침묵형의 경우는 심형래 부도 사태 그리고 ④인정 수습형은 강호동의 사태가 있었다.

변명 은폐형의 대표인 신정환과 MC 몽의 경우를 보면 이미 일어난 잘못에 대해 숨기고 변명 대응만을 하려고 애를 썼다. 그러다 결국 무리수를 두어 거짓을 만들어 냈고 그 결과는 연예계 퇴출이라는 최악의 경우를 맞게 된다. 또 한예슬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볼과 이틀만에 사태를 인정하고 하지만 그럴 수 밖에 없는 진실을 이야기하면서 대중에게 이해를 구한 솔직 설득형의 대응은 좋은 결과로 이어져 지금 활동을 하고 있다. 여기서 일단은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고 다음의 수습 대응을 한 것이 결론적으로는 대중에게 이해와 동정을 받게 했다. ‘선 사과 후 설득’이라는 수순 때문에 대중과 여론의 호응을 받았다. 심형래씨는 아예 처음부터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침묵하는 침묵형으로 대중에게 멀어졌다. 유명 변호사를 고용해 훗날 진실을 밝히겠다고 했지만 가래로도 못 막는 결과를 초래했다. 끝으로 인정 수습형의 대표인 강호동 탈세사건은 가장 좋은 위기대응 사례라 할 수 있다. 잘못을 하고, 인정을 하고 그리고 가장 좋은 방법인 당시 은퇴선언으로 마무리를 했다. 그래서 훗날 그 자리에 다시 서게 되는 좋은 대응의 결과를 보여주었다.

이런 유형들에 따라 위기는 진짜 위기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반전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음을 결과적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 대한항공 사태는 어떤 유형이었고 또 어떤 유형을 따라야 했을까? 답은 명확했다. 나로 인해 발생한 사건이라고 쿨하게 인정하고 신속 솔직하게 대응해야 했다.

위기관리는 내가 하지만 그 결과와 판단은 대중과 여론이 한다. 더군다나 지금은 모든 정보가 바로 공개되고 네티즌 수사대 등이 있어 숨길 수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내 관점을 버리는 것이 위기관리와 대응의 기본이며 정도가 된다. 대중은 발생한 또는 발생하려는 위기에 대해 매우 냉정하고 때로는 비상식적으로, 때론 즐기는 경향까지도 보인다. 따라서 이해를 기다린다는 소극적 자세는 사태 수습보다는 더 많은 말과 의혹만 만들어 낼 뿐이다. 실제로 우리는 이번에 생생하게 보았다. 위기는 화재와 똑 같다. 화재 발생시 초기에는 작은 노력으로 진화가 가능하지만 일단 불이 퍼지기 시작하면 아무리 잘 진화한다고 해도 인명피해나 막대한 재산 손실이 발생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끝으로 첨언해야 하는 내용이 있다. 기업에 고객은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우리가 통상적으로 말하는 고객. 즉 우리에게 비용을 지불해 주는 외부 고객이 있고 또 다른 고객은 우리가 판매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내부 고객이다. 예전 산업사회에서는 기업들이 외부 고객에게만 신경을 쓰고 투자를 했다. 하지만 양방향 디지털 정보화 세상에서는 외부 고객 못지 않게 내부고객(임직원, 투자자, 관계자 등)도 중요한 대상이 되고 있다. 우리 기업이나 상품에 프라이드를 갖게 하고 대 국민이나 여론의 우호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바로 내부 고객으로부터 시작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에 위기가 발생했을 때 오너나 경영자 못지 않게 충격을 받고 대처를 할 수 있는 대상이 내부 고객이다. 과거 회사에서 일할 때의 경험으로는 이런 위기가 발생했을 때 긴급 사내 방송이나 사장의 해명 글들을 통해 먼저 임직원들의 이해와 양해를 구한 사례가 많았다. 그래서 이들이 여론의 군중 속에서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사태를 진화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번 대한항공 사태에서 내부고객들이 더 나쁜 여론을 형성했음을 간과하면 안된다. 또한 나빠진 기업 이미지로 인해 추후 이 기업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인재를 모집할 때 지원자가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하다. 또 이런 오너의 자녀가 계속 경영에 참여한다면 시장에서의 투자자들 이탈도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아무튼 여려 면에서 이번 대한항공 갑질 사태는 기업의 또 다른 위기관리 사례로 기록되어 반면교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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