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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정권 ‘낡은 것’에 도전하는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
과거 정권 ‘낡은 것’에 도전하는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
  • 민보름 기자
  • 승인 2018.05.02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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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중심 패러다임에 반기를 들다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뉴시스>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문재인 정부의 J노믹스 설계에 참여한 인물이다. 게이오 대학 경영학 박사인 김 보좌관은 오랫동안 저성장 시대 일본기업의 생존 전략을 연구했다.

특히 그의 저서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저성장 시대, 기적의 생존전략>을 보면 김 보좌관의 경제 철학을 엿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에게 연락하게 된 것도 이 책을 통해서라고 알려졌다.

김 보좌관은 전통적인 수출주도성장과 대비되는 ‘소득주도성장론’에 과감한 공공투자를 덧입혔다. 최저임금 상승, 근로시간 단축, 공무원 증원 등 현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 노동 정책 대부분이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김 보좌관은 박정희식 ‘수출주도 성장’에 비판적인 인물이다. 그가 ‘J노믹스(J-nomics)’를 설계하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J노믹스는 문재인 대통령 이름에서 J를 따왔다. 김 보좌관은 경영학자 답게 혁신이론인 ‘J커브 현상’에서 따왔다고도 말한다. J노믹스는 흔히 국민소득·중소벤처기업 주도 성장 기조로 알려져 있다. 김 보좌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정책자문그룹이었던 ‘정책공간 국민성장’에 몸담으며 J노믹스를 다듬었다.

최저임금을 높이고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방식으로 국민의 소득 수준을 올리는 대신 대기업을 대상으로 공정경쟁을 유도하고 중소·벤처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것이 J노믹스의 골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정권이 바뀌면서 경제를 이끄는 브레인도 교체됐다.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과 김 보좌관은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그 배경은 일명 ‘이명박근혜 정부’가 정치적 과오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 실패했다는 지적에서 나온다. 과거 정부의 저금리·고환율 정책이 서민들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 데 기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을 거쳐 박근혜 정권까지 지속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이른바 ‘초이노믹스’는 대기업 중심의 ‘낙수효과’를 기대했지만 사회 양극화는 더욱 심해졌다.

김현철 보좌관은 수십 년간 한국 경제의 근간을 이룬 패러다임에 반기를 들고 있다. 한마디로 낙수효과의 반대인 ‘분수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김 보좌관의 추진력은 과감하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일본은 조금씩 돈을 풀다 실패했다”며 대규모 예산 편성을 예고한 바 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을 인상하면서 일자리 안정자금을 3조원 조성하고 청년 일자리 추가경정예산 3조9000억원을 편성해놓고 있다. 추경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지난해엔 일자리 추경 예산 11조원을 편성하기도 했다.

비관료 출신인 김 보좌관은 여러 면에서 ‘낡은 것들’에 도전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그가 서울 역삼동 한국기술센터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워크숍에서 “산업부가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이 보도되기도 했다.

고용 없는 성장…‘저성장 해법’ 위기 맞나

이런 노력에도 5월 10일부로 임기 2년차를 맞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성적표는 썩 시원치는 않다. 1분기 실질GDP(국민총생산) 성장률은 1.1%로 양호하게 나타났다. 그러나 국민성장이라는 정부기조와는 반대로 ‘고용 없는 성장’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3월 실업률은 동월대비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같은 기간 실업자 수는 2000년부터 통계를 낸 이래 가장 많았다.

기업 실적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1분기 현대자동차 영업이익이 절반으로 줄면서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이는 원화 강세로 인해 미국과 중국시장에서 판매량이 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일본 저성장을 오래 연구한 김 보좌관의 해법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작 일본은 소득주도 성장에 실패하고 결국 엔화 가치를 절하해 수출 경쟁력을 높인 ‘아베 노믹스’로 기사회생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실업이 증가했다는 지적은 뼈아픈 부분이다. 최저임금 수준의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야 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은 정부 정책에 비판적이다.

이에 대해 현 정부 경제팀에 환율·물가·금리를 잘 아는 거시경제 전문가가 부재한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홍장표 경제수석과 김현철 보좌관 모두 금융관료가 아닌 대학 교수 출신이다.

더구나 6월 1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선 민생경제의 중요성이 더욱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야권은 이미 공세에 나섰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서민경제가 파탄 지경”이라며 “6월이 되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 대표는 청와대 경제라인을 정조준하면서 “우리가 이번 선거에서 접근하는 것은 경제 파탄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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