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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싱'에서 '프리미엄'으로...김동연 경제부총리
'패싱'에서 '프리미엄'으로...김동연 경제부총리
  • 이일호 기자
  • 승인 2018.05.02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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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일자리’ 중심 제이노믹스 ‘행동대장’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뉴시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인재다. 소년가장 출신으로 생계를 위해 덕수상고에 진학했고, 졸업 후에는 은행에서 일하며 야간대학을 다니는 등 ‘주경야독’한 끝에 1982년 입법고시(6회)와 행정고시(26회)를 동시에 합격하는 기쁨을 맛봤다. 노무현 정부에서 국정마스터플랜인 ‘비전2030’ 보고서 작성을 주도했으며 이명박 정부(경제금융비서관)·박근혜 정부(국무조정실장)·문재인 정부(경제부총리)에 연이어 중용되며 정치 성향과 무관하게 두루 실력을 인정받아 왔다.

취임 초에는 청와대 ‘실세’들에게 밀려 주요 정책 결정과정에서 배제되는 것 아니냐며 ‘김동연 패싱’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매달 한 차례씩 비공개 정례보고를 할 만큼 입지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한국 경제성장률이 기대치를 웃돌고 있는 상황도 그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2008년 정부조직법 개편에 따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를 통합해 만들어진 매머드 부처다. 큰 틀에서 행정부 예산을 배분하고 재정을 관리하며 각 부처 경제정책 전반을 조율한다. 행정부 제1부처로 권한과 책임이 막중해진 만큼 2013년부터는 기재부 장관이 행정부 내 경제부처를 총괄하는 경제부총리를 함께 맡도록 바뀌었다. 행정부에서 사실상 국가 경제 전반을 주도하는 컨트롤타워인 셈이다.

김동연 부총리는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의 초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세간으로부터 예상 밖이라는 평이 나왔다. 김 부총리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대통령실에서 일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청와대는 과거 이력보단 김 부총리의 실력과 풍부한 경험을 더 중시했다. 국회와 행정부, 내각에서 두루 일하며 인정받은 특유의 성실함과 함께 거시경제에 대한 통찰력, 부처 간 조율 능력, 업무처리 능력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동연 부총리를 지명하며 “판잣집 소년 가장에서 출발한 김 후보자는 누구보다 서민들의 어려움에 공감할 수 있는 분이고, 정부 요직을 두루 거쳐 경제에 대한 거시적 통찰력과 조정 능력이 검증된 유능한 관료”라며 “김 후보자가 위기의 한국경제를 다시 도약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킹핀 이론’으로 중장기 펀더맨털 개선 앞장

김 부총리는 경제정책을 볼링에 비유한 ‘킹핀 이론’으로도 유명하다. 볼링에서 전체 핀에 영향을 주는 ‘킹핀’인 5번 핀을 공략해야 스트라이크를 칠 수 있다는 사실에 빗댄 이론이다.

김 부총리가 말하는 한국 경제의 킹핀은 사회보상체계와 거버넌스(Governance)다. 저성장과 일자리 부족, 저출산 등 한국사회 전반에 벌어지는 문제들의 기저에는 왜곡된 부의 분배체계가 자리 잡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대기업 중심 경제에서 탈피해 사회적 가치를 재분배하는 데 정부와 사회 구성원 전반이 대화와 토론을 해야 한다는 게 핵심 골자다.

김 부총리는 지난 3월 중장기전략위원회 민간위원 간담회에서 “사회적 가치의 배분을 체계적으로 왜곡하는 불공정한 보상체계가 자리하고 있다”며 “가치의 배분 및 의사결정 과정에서 구성원 모두의 목소리가 고루 반영될 수 있도록 절차와 과정의 공정성을 확립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총리의 행동반경은 경제 전반에 이르지 않는 곳이 없다. 최저시급 인상과 일자리 정책, 부동산 규제, 종교인 과세, 암호화폐 규제, 한국타이어·한국GM 이슈 등 굵직한 경제 현안에 그의 이름이 빠지지 않았다. 지난해 7월 바쁜 업무 속에 결막염에 걸려 충혈된 눈으로 브리핑 자리에 나타나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지난 1월에는 퇴근 후 입원한 뒤 다음날 아침 퇴원해 출근하기도 했다.

김 부총리가 가장 역점으로 두는 부분은 바로 청년실업 문제다. 취업자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재정지원과 세제·금융혜택을 주는 등 젊은 취업자들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을 줄이기 위해 나랏돈을 직접 투입하고 있다. 최근 국회에 제출한 추가경정 예산안에도 잉여금 11조원 가운데 3조9000억원을 청년 일자리 문제와 지역 대책에 투입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지난해 8월 개설한 페이스북 페이지를 검색한 결과 ‘청년’이란 단어는 70번, ‘일자리’는 34번으로 여느 단어보다 많이 사용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보수 진형을 중심으로 이 같은 대책에 대해 ‘세금 낭비’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일자리 문제의 근본 원인을 해소할 수 없는 한시적 지원일 뿐이라는 것이다. 노동시장 개혁이나 규제 완화 없는 ‘친(親) 시장 정책’ 없이 시장 개입을 통한 일자리 정책은 경제적 비효율만 초래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 부총리는 이에 대해 “청년 일자리 문제는 지금 우리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더구나 1991~1996년생인 에코세대가 추가로 노동시장에 진입할 경우 사태가 더욱 악화돼 국가적 재난까지 갈 수 있다”며 단기 자금투입의 배경을 밝힌 바 있다. 추경에 대해서도 “청년 일자리를 해결할 수 있다면 추경이 아니라 추경 할아버지라도 하고 싶다”는 절박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김동연 패싱’에서 ‘김동연 프리미엄’으로

지난해 6월 21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사진 왼쪽),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정부서울청사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기획재정부>

한때는 김 부총리가 정부 경제 정책에서 소외받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부동산 대책이나 법인세, 보유세 문제 등에 있어 그의 주장과는 다른 형태로 정책이 나온 일이 수차례 있었기 때문이다. 행정 각 부처와의 ‘엇박자 논란’도 일면서 일각에선 경제 정책을 함께 펼쳐야 할 청와대 컨트롤타워와 손발이 맞지 않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세간에 ‘김동연 패싱’이라는 말이 돌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김 부총리의 행보는 본인 스스로 이 같은 논란을 종식하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과의 대면 자리에서 ‘시어머니(간섭하는 사람)가 많다’ ‘기재부를 믿고 맡겨달라’며 수 차례 소신 발언을 했다. 이후 특유의 근면성실함으로 종교인 과세 문제와 미국의 환율조작국 문제, 중국 사드 문제 등 경제 현안을 풀어나가는 모습을 보이며 문 대통령에게 적잖은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월 들어서는 매월 한 차례씩 청와대 주요 경제인사들이 배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문 대통령에게 경제현안 정례보고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낙연 국무총리와만 정례회동을 해왔던터라, 경제부총리의 정례보고는 이례적인 일로 회자됐다. ‘김동연 패싱’이 ‘김동연 프리미엄’으로 바뀌고 있다는 말이 나온 것도 이때부터다.

문 대통령은 또한 지난해 “기재부는 경제사령탑으로서 사람 중심 경제라는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을 큰 그림 속에 성공적으로 재구성하고 있다”며 “오랫동안 다닌 익숙한 길을 버리고 한 번도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가는데도 김 부총리 지휘 아래 잘 해주고 있어 매우 고맙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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