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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저격수 김상조 공정위원장, ‘경제 검찰’ 위상 높여
재벌 저격수 김상조 공정위원장, ‘경제 검찰’ 위상 높여
  • 강민경 기자
  • 승인 2018.05.02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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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근절’이 경제민주화 첫걸음”...‘을의 눈물’ 닦아주는데 주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강민경 기자] 지난해 5월 대한민국 정재계가 발칵 뒤집혔다. 당시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이 공정거래위원장 하마평에 오르내리자 재계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이후 6월에는 김 위원장의 임명을 놓고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야 3당이 보이콧까지 불사해가며 강경하게 반발했지만 청와대는 임명을 강행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에게는 ‘재벌 저격수’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참여연대 재벌개혁센터 소장, 경제개혁연대 소장 등을 역임한 그는 공정위 조사국 부활, 집단소송제 도입, 전속고발권 폐지 등 재계에서 보기엔 다소 급진적인 재벌 개혁안을 주장해왔다. 이후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새로운 대한민국 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J노믹스’를 설계하는 등 재벌 개혁 관련 싱크탱크 역할을 해왔다. 현재 그는 문 정부의 경제정책을 실현하는 ‘야전 사령관’으로 꼽힌다. 김 위원장 등판과 더불어 공정위는 ‘경제 검찰’로서 위상이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상조 위원장이 이끄는 공정위는 전선을 점차 넓혀가며 재벌 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정위는 올해 초 시작된 대기업집단 내부거래 실태 점검 결과를 토대로 총수 일가 일감 몰아주기 등 사익 편취 행위를 들여다보고 있다. 공정위는 내부에 재벌 개혁 별동대라고 할 수 있는 기업집단국을 신설했고, 편법 지배력 확대 견제를 위한 대기업 공익재단 전수조사 방침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주요 재벌 전문 경영인과 만나 자발적인 개혁을 촉구하는 등 강온 전술을 쓰면서 재벌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김 위원장 주도로 만들어진 기업집단국은 기존 공정위 내부 조직과 차별화된 독립 조직이다. 기업집단국은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사안을 전담하며 경찰청 특수수사과나 국세청 조사 4국과 같은 역할을 한다. 재계는 기업집단국을 필두로 한 공정위의 전방위 압박 움직임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공정위 기업집단국에서 본격적인 재벌 개혁을 앞두고 기업들로부터 기본 자료 등을 모으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업들 입장에서는 조심스럽고도 적절하게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제민주화의 본령은 ‘갑질 근절’”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뉴시스>

김상조 위원장이 취임 직후 정책 1순위로 꼽은 사안은 ‘갑질 근절’이다. “재벌 개혁 없는 경제민주화는 앙꼬 없는 찐빵이다”라고 언급한 김 위원장은 “경제민주화 그 본령을 갑질 근절로 규정해야 하며 갑을 관계 문제를 개선하는 것 없이는 재벌 개혁이든, 경제민주화든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공정위는 지난해 7월 ‘가맹 분야 불공정 관행 근절대책’ 발표를 시작으로 8월에는 전 산업을 대상으로 한 ‘본사-대리점 간 불공정 실태조사’에 나섰다. 조사에 이어 ‘유통 분야 불공정거래 근절대책’을 제시한 공정위는 그해 12월 ‘하도급 거래 공정화 종합대책’을 마련하는 등 갑을 관계 개선에 힘썼다.

김 위원장이 하도급 불공정 거래 근절을 위해 칼을 빼든 이유는 그간 공정위의 노력에도 여전히 갈등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시발점이 됐던 것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표준계약서 사용이 의무화되어 있지 않아 불공정 거래 우려가 높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 제조업체 5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7 중소제조업 하도급 거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하도급 계약 10건 중 6건(58.2%)은 표준 하도급 계약서를 사용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 ▲중소기업의 힘 보강 ▲대-중기업 간 상생 협력 모델 확산 ▲법 집행 방안과 피해 신속 구제 등 세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하도급 거래에서 불공정한 거래가 근절되지 않는 원인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힘의 불균형에 있다고 본다”며 “대기업이 상생을 생존 차원에서 인식하도록 해 스스로 불공정 행위를 자제하고 1차 협력업체를 넘어 2차 협력사 거래 조건까지 적극적으로 개선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김 위원장은 지난해 7월 정보공개 강화, 가맹점주 협상력 제고, 가맹점주 피해 방지 수단 확충, 불공정행위 감시 강화, 광역지자체와 협업체계 마련, 피해 예방 시스템 구축 등 6대 분야 23개 세부과제를 담은 ‘가맹분야 불공정 관행 근절 종합대책’을 직접 발표했다. 또 가맹본부의 법 위반으로 가맹점주가 손해를 입은 경우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3배소 제도를 도입하고, 가맹본부의 일방적인 영업지역 변경을 금지하고, 가맹본부의 보복행위를 3배 소송제 적용 대상에 추가하는 등 법제도 개선에서도 성과를 냈다. 이어 서울시·경기도와 합동으로 2000개 가맹점을 대상으로 정보공개 실태를 점검하고, 외식업종 가맹본부를 대상으로 구입 요구 품목 거래 실태를 조사해 거래 관행을 바꿔나갔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1월 17일 세종시 아름동 파리바게뜨 가맹점을 찾아 가맹점주를 직접 만났다.<뉴시스>

지난해 갑질 근절 대책 마련에 주력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 중에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성과를 내놓겠다고 약속한 김 위원장의 정책 효과가 가시화하고 있다. 갑질 횡포의 온상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가맹분야에서 갑질을 경험했다는 가맹점주들의 응답 비율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공정위는 지난 1월 23일 외부 전문 업체를 통해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넉 달간 외식·편의점·패스트푸드·제빵 등 16개 업종에 걸친 188개 가맹본부와 2500개 가맹점주를 상대로 실태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거래 관행이 전년보다 개선됐다는 가맹점주의 응답 비율이 73.4%로 2016년의 64.4%에 비해 9%포인트 상승했다. 개별 조사항목에서도 가맹본부로부터 점포 환경 개선을 강요당했다는 가맹점주의 응답 비율이 0.4%로 전년 대비 0.1%포인트 감소했다.

공정위 김대영 가맹거래과장은 “김상조 위원장이 지난해 6월 취임 이후 갑질 근절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했고, 특히 가맹분야 공정화를 위해 총력전을 편 결과 가맹점주들의 가장 큰 애로요인이었던 불공정 관행들이 최근 들어 시장에서 사실상 해소 내지 대폭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김상조 효과’, 순환출자 완전 해소 단계

김상조 위원장 취임 이후 대기업집단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악용되던 순환출자가 사실상 완전 해소 단계에 접어들었다. 5년 사이 무려 99.96%가 해소돼 남은 순환출자 고리는 41개에 불과하다. 김 위원장 취임 1년 동안 85%에 이르는 241개 순환출자 고리가 해소됐고, 남은 고리도 대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해소하고 있어 연내에는 모두 사라질 전망이다. ‘김상조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공정위가 지난 4월 24일 발표한 지난해 지정 57개 공시대상 기업집단(31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포함) 순환출자 현황에 따르면, 대기업집단의 순환출자 고리는 정부가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한 2013년 9만7658개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282개까지 줄었고 올해 4월 20일 기준 41개만 남았다.

지난해 순환출자 고리 수가 67개에 달해 복잡한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던 롯데는 최근 순환출자를 완전히 해소했다. 농협과 대림도 순환출자를 완전 해소했다. 농협은 순환출자 고리에 있는 계열사 소유 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해 순환출자 고리 2개를 모두 정리했고, 대림그룹은 순환출자 고리에 있는 계열사가 자신에게 출자한 다른 계열사 보유 주식을 자사주로 매입해 남아있던 1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끊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총수 일가가 순환출자 고리 안의 계열회사 출자 주식을 매입해 순환출자 고리 3개를 모두 해소했다. 영풍그룹은 공익재단 증여와 지분 매각 등으로 순환출자를 해소해 7개 고리 중 6개를 없앴고, SM그룹은 계열사 사이에 네 차례 지분 매각을 통해 158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끊었다.

순환출자 고리가 남은 대기업집단은 삼성 4개, 현대자동차 4개, 현대중공업 1개, 영풍 1개, 현대산업개발 4개, SM 27개 등이다. 이들 가운데 현대자동차가 구체적으로 해소 계획을 발표하고 그 외 기업집단도 고리 끊기 방침을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취임 이후 대기업집단이 그동안 미뤄왔던 핵심 고리를 끊는 데 주력했지만, 기존 순환출자 해소 문제를 급한 개혁 과제로 생각하진 않는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사실상 현대차그룹만 해당하는 문제로 인식하고 있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포럼에서 “순환출자 해소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인식돼 있지만 현재 거의 해소됐고 실질적으로 남아있는 타깃은 현대차그룹이니 우선순위에서 조금 벗어나 신중하게 접근해도 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공정위가 칼집에서 ‘칼’을 꺼내지도 않은 상황에서 대기업집단이 자발적으로 순환출자 해소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재벌들의 불합리한 소유·지배 구조를 자발적으로 개선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김상조식 개혁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편법적 지배력 확대 관행에서 벗어나 경영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구조적 변화가 시작된 것”이라며 “순환출자 문제가 재벌 소유지배 문제의 핵심은 아니지만 그간의 역할과 비중이 사실상 사라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책무는 ‘을’의 피해 구제하는 것”

김상조 위원장은 약력만 봐도 재벌 개혁에 대한 신념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1994년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로 임용된 이후 본격적으로 재벌 개혁 운동을 시작했다. 이후 김 위원장은 노사정위원회 경제개혁소위 책임전문위원, 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 단장,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 등을 역임했다.

2005년 7월 참여연대는 삼성그룹 불법 로비자금 제공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른쪽부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당시 경제개혁센터소장)과 김기식 전 금감원장(당시 사무처장).<뉴시스>

재벌 저격수인 김 위원장에게는 ‘삼성 저격수’라는 별명도 따라붙는다. 삼성그룹의 승계 과정에서 불거진 크고 작은 논란이 있을 때마다 그가 앞장섰다. 2004년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김 위원장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삼성전자가 불법 대선자금을 지원하게 하는 등 윤리강령을 위반했다”며 징계를 주장하다 강제 퇴장당한 사건은 유명한 일화다. 이후 현실 정치와는 다소 거리가 멀었던 김 위원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특검팀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의 논리적 근거를 제공하고, 지난 3월 문재인 대선 캠프에 합류했다.

이후 문 정부의 재벌 개혁과 관련한 정책과 공약을 입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문 대통령 공약 중 재벌의 불법적인 경영승계와 황제경영을 근절하기 위한 대주주 일가 지배력 강화 차단, 경제 범죄 엄정 처벌 및 사면권 제한 등에 김 위원장의 아이디어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일감 몰아주기,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재벌의 갑질 행위에 대한 조사·처벌을 강화하기 위한 경찰‧국세청‧공정위‧감사원‧중소기업청 등 범정부 차원의 을지로위원회 구성 공약 등도 문 정부 재벌 개혁의 핵심이다.

김 위원장은 취임식에서 “‘을의 눈물’을 닦아 달라는 것이 우리 사회가 공정위에 요구하는 바”라며 “공정위는 그분들의 호소를 듣고 피해를 구제해 재발방지책을 마련할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이끄는 공정위는 경제 검찰 역할을 담담하며 위상이 높아졌다. 김 위원장 체제로 운영된 지 1년, 공정위는 지난 정부에서 제대로 못했던 경제민주화와 공정하고 정의로운 경제 질서를 구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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