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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시계의 감동
한반도 평화시계의 감동
  • 양재찬 경제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4.3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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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과 북한의 ‘30분 시차’가 사라지면서 한반도에서 사용하는 표준시가 같아진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27 정상회담에서 서울보다 30분 늦은 평양 표준시를 서울 표준시에 맞추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판문점 평화의집에 서울 시간과 평양 시간을 각각 표시한 시계가 두 개 걸려 있는 것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 북과 남의 시간부터 통일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그는 “같은 땅이고 몇 미터 걸어왔을 뿐인데 시간이 왜 다르냐”며 “우리 측이 바꾼 것이니 우리가 원래대로 돌아가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은 2015년 8월15일 광복 70주년을 맞아 일제 잔재를 청산하고 주체성을 확립하겠다며 그간의 일본 표준시(동경 135도)를 실제 한반도를 기준으로 한 동경 127.5도에 맞춰 30분 늦췄다. 2년 8개월여 사용해온 표준시를 환원하려면 적잖은 행정적 절차와 비용이 수반될 것이다.

이를 무릅쓰고 북이 먼저 표준시 통일 문제를 거론한 것은 국제사회 기준과의 조화 및 일치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앞으로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아진 남북, 북미 간 교류협력의 장애물을 사전에 제거하자는 포석도 깔려 있다.

표준시는 경제사회 활동의 시간 표준이자 국가의 자존심이 걸린 정치외교 사안이기도 하다. 세계의 시간 기준이 그리니치 표준시로 결정된 것은 1884년. 대다수 선박들이 항해하며 쓰는 영국 그리니치천문대를 지나는 자오선을 지구 경도의 원점으로 삼았다. 경도 15도마다 한 시간씩 시차가 발생하는 구조다.

우리나라는 대한제국 때인 1908년 세계 표준시를 도입했다. 한반도 중심인 동경 127.5도 기준으로 세계 표준시와 8시간30분 차이였다. 이를 일제 강점기인 1912년, 총독부가 도쿄 기준인 135도(9시간 차이)로 바꿨다. 광복 이후 이승만 정권 시절인 1954년 ‘시간 독립’을 내세워 동경 127.5도로 환원했다.

그러다가 1961년 5․16 군사 쿠데타 이후 다시 135도로 변경했다. 국제 교역과 통신 등에서 문제가 있어서였다. 국제 표준시에서 1시간 단위 시차를 두는 국제 관행과 달리 30분 단위 시차는 선박과 항공기 운항, 증권시장 거래 등에서도 혼선을 초래했다. 유럽통합 이후 서쪽 스페인과 동쪽 네덜란드가 중부유럽 표준시에 맞춘 것이나 인도네시아․싱가포르·말레이시아가 같은 시간대를 쓰는 이유다.

남과 북이 30분 시차를 없애 ‘경제 시간대’를 맞추기로 한 것은 의미 있는 변화의 시작이다. 남북이 2018 정상회담의 목표인 평화와 번영의 길을 가려면 시간격차뿐만 아니라 문화격차, 정보격차, 산업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 산업과 기술, 제품의 표준화도 꾀해야 한다.

이런 격차해소와 표준화의 기본 전제는 남과 북이 생중계 TV방송을 통해 전 세계에 약속한 3개 분야 13개항에 걸친 판문점선언의 충실한 이행이다. 지난 두 차례 정상회담처럼 구두 선언에 그쳐선 안 된다.

남과 북, 두 정상도 과거 실패 경험을 알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제 결코 뒤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 위원장도 “불미스러운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두 정상은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시계가 다시 멈추거나, 거꾸로 돌아가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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