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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를 욕보인 조현아·조현민
할아버지를 욕보인 조현아·조현민
  • 윤길주 발행인
  • 승인 2018.04.30 1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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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창업주인 정석(靜石) 조중훈 선대회장은 요즘 무덤 속에서 피눈물을 흘리고 있을 것 같습니다. 며느리와 손녀들의 패악(悖惡)에 가까운 ‘갑질’로 인해 자신이 일군 기업의 신뢰가 무너지고 골병이 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들불처럼 번지는 국민 원성으로 세습경영 체제가 무너질 수도 있는 위중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자신의 맘에 안 든다고 항공기를 회항시키고, 협력사 직원에게 물 컵을 집어던지고, 인부들에게 발길질을 해대는 정신분열적 행태. 거기에 해외 밀반입 의혹까지 상상을 초월하는 일들이 재계 순위 10위 재벌가에서 벌어졌습니다.

이는 조중훈 선대회장의 숭고했던 경영철학을 짓밟고, 욕보이는 불효 중의 불효입니다. 2002년 별세한 조중훈 창업주는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한 예술가의 혼과 철학이 담긴 창작품은 수천 년이 지나도 그 아룸다움을 잃지 않듯 경영자의 독창적 경륜을 바탕으로 발전한 기업은 오랫동안 좋은 평가를 받게 된다.”

예술가의 혼에 비견할 만큼 그는 스스로를 가다듬고 내면의 세계를 넓히며 경영을 해왔습니다. 혼과 철학이 담긴 경영을 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조현아·현민 자매가 ‘한진(韓進)’에 담긴 뜻이나 알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선대회장은 회사 이름에 ‘한민족의 전진’이란 담대한 의미를 심었습니다. 사업을 통해 민족의 부를 일궈보겠다는 신념을 ‘한진’에 새겨 넣은 겁니다.

선대회장은 신용을 생명처럼 귀히 여겼습니다. 그가 흔한 장사꾼처럼 사업을 했다면 오늘의 한진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는 평소 “사업은 지고도 이기는 것이고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것”이란 말을 즐겼습니다. 신용만 잃지 않는다면 망하고도 다시 살고, 신용을 잃으면 멀쩡한 기업도 한 순간에 스러진다는 걸 그는 깨우치고 있었던 겁니다.

한진家 3세들은 할아버지의 ‘신용경영’ 철학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돈만 물려받은 듯합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기업을 사유물로 여기며 오너 일가란 지위를 세습되는 신분쯤으로 착각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조양호 회장의 두 딸은 천재적인 경영능력을 가진 것으로 포장되고 떠받들어졌습니다. 그래서인지 ‘땅콩회항’ 주인공 조현아는 입사 7년, 동생 조현민은 4년 만에 임원에 올랐습니다. 자매는 물러나기 전까지 온갖 직책을 줄줄이 꿰차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능력이 뛰어나 벼락승진을 하고, 일인다역을 했다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조양호 회장 일가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해도 후유증은 클 것입니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반 기업 정서 확산입니다. 그렇잖아도 오너 일가의 잇따른 일탈로 국민의 재벌에 대한 반감이 큽니다. 이런 차에 조씨 자매와 그들 어머니의 상식을 뛰어넘는 ‘갑질’에 국민의 분노가 들끓고 있습니다. 다른 기업들은 혹시 불똥이 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양새입니다.

대한항공 주가는 뚝 떨어졌습니다. 당장 주주들이 큰 손해를 보고 있습니다. 주주뿐 아니라 온 국민의 노후를 걱정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한진그룹 지주회사 격인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2대주주가 국민연금이라서 주가가 하락하면 국민의 노후자금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조씨 일가는 국민에게 큰 죄를 짓고 있는 셈입니다.

조양호 회장은 사과하고 두 딸을 경영 일선에서 퇴진시켰습니다. 여전히 국민의 속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이즈음에서 조 회장은 선대회장이 남긴 ‘사업은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것’이란 말을 되새겨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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