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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20대 기업 사외이사는 '거수기', 안건찬성률 99.9%
[심층분석] 20대 기업 사외이사는 '거수기', 안건찬성률 99.9%
  • 이일호 기자
  • 승인 2018.04.06 1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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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총 상위 기업 100명 분석...10명 중 4명 서울대 출신, 평균 연봉 7130만원

[인사이트코리아=이일호 기자] 기업 경영에 자문을 해주고 경영진의 독단적 의사결정과 업무를 감독·견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외이사. 하지만 이들은 거액의 연봉을 받고도 기업 ‘거수기’ 역할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4월 사업보고서 기준 시가총액 상위 20대 기업의 사외이사는 총 100명으로 이들은 평균 7130만원의 연봉을 받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SK이노베이션이 99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KB금융(8500만원), LG전자(8400만원), SK텔레콤(8300만원), 삼성생명(8100만원), 주식회사SK(7900만원) 삼성전자(7800만원) 등의 순이었다. 최저 연봉은 아모레퍼시픽으로 3000만원이었다.

평균연령은 61.8세였다. 최고령자는 삼성전자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이인호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으로 76세(1943년생)였다. 이인호 이사는 2010년부터 삼성전자 사외이사를 맡아 전체 사외이사 가운데 근속연수가 긴 편에 속한다.

최연소 사외이사는 신창환 서울시립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로 1979년생(40세)이다. 지난해 3월 선임된 신 이사는 현재 SK하이닉스에서 감사위원회 위원을 함께 맡고 있다.

직업별로 보면 학자가 38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관료(26명), 사업가(19명), 법조인(10명) 등이었다. 언론인(2명)과 정치인(2명), 군인(1명), 회계사(1명), 의사(1명) 등이 뒤를 이었다. 이 가운데는 법조계 출신 정치인이나 학자 출신 관료 등 ‘교집합’도 있었지만 주된 직업 또는 첫 직업 중심으로 꼽았다.

출신학교별로 보면 서울대가 42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어 고려대(18명), 연세대(8명) 순이었고, 외국 대학 출신도 14명이나 됐다. 이를 제외한 소위 ‘인서울’권 학교 출신이 10명이었고, 지방 출신은 2명(영남대, 부산대)에 불과했다.

법무법인 김앤장 출신(변호사·고문 등)이 6명이나 되는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20개 기업 가운데 6곳(30%)이 김앤장 출신을 사외이사에 앉힌 셈이다. 법무법인 태평양 출신은 3명이었고 대륙아주 출신이 1명 이었다.

전직 관료 출신도 적지 않았다. LG화학·네이버·삼성물산은 사외이사 명단에 관료 출신만 3명을 선임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검찰,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 다양했다.

신한금융지주 박병대 전 대법관은 문재인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12기 동기다. 포스코도 신임 사외이사로 참여정부 출신 김성진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박병원 전 청와대 경제정책수석을 선임했다. KB금융의 선우석호 이사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기고 동문으로 논문을 공동집필한 경력이 있고, 최명희 이사는 참여정부 때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장을 역임했다.

'도돌이표' 처럼 반복되는 사외이사 독립성 문제

문제는 이들이 회사와 이해관계가 얽혀 독립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기업 당 적게는 3명에서 많게는 10명의 사외이사들이 포진하고 있는데 이들은 매년 열 차례 안팎의 회의를 열지만 주요 경영 사안에 반대하는 일은 사실상 전무하다.

2017년 사업보고서 확인 결과, 지난해 시총 20대 기업 가운데 사외이사가 반대표를 던진 일은 SK지주회사의 11차 회의 중 ‘이사회 권한 위임 및 관련규정 개정의 건’(이사 4명 만장일치) 단 한 건에 불과했다.

개별 기업 당 매년 다뤄지는 안건은 100여 건에 달한다. 산술적으로 따지면 20개 기업이 총 2000여개의 안건을 다루는 셈인데 단 한 건에 대해서만 반대표가 나온 것이다. 이들 기업 가운데 네이버·KB금융·신한지주를 제외한 나머지 17개 기업은 이른바 ‘오너기업’이다. 독립성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이들이 반대표를 행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사외이사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특정 안건을 이사회에 상정하기 이전에 사전 논의하는 곳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20개 기업이 모두 이 같은 양상을 보인다는 점은 문제의 소지가 분명해 보인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치권의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강화해 제도 도입 취지를 되살리자는 것이다. 김종인 전 국회의원의 상법 개정안이 대표적으로, 최대주주 및 그의 특수관계인을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위원이 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 골자다. 해당 법안에는 상장회사와 계열회사의 전직 임직원이었던 이들은 5년간 사외이사가 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국회의원은 상장사 또는 계열사에서 5년 이내 재직한 경력이 있는 임직원을 사외이사 결격 사유에 추가하는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상장회사에서 6년, 계열사에서 9년 이상 사외이사로 재직한 경우도 결격사유에 포함했다. 6개월 전부터 계속해 3%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에게 사외이사 1인 추천권을 부여하고 이 주주의 추천을 받은 사외이사는 반드시 선임하는 내용도 있다. 경영진을 실질적으로 견제하는 사외이사를 세워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 같은 법안은 심사부처인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번번이 막히고 있다. 결격요건이 지나쳐 전문성을 포기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 이유다. 법안이 국회에서 묶여 있는 사이  ‘거수기 사외이사’ 논란은 매년 ‘도돌이표’처럼 반복되고 있다.

학연, 지연, 출석률 등 반대 이유도 '가지각색'

매년 수백여 명의 사외이사가 사퇴하고 선임되는 가운데 의결권 자문사들은 다양한 이유로 사외이사 선임안에 반대표를 던진다. ‘이해상충’ 문제가 가장 크게 지목되는 부분으로, 20대 상장사 가운데 독립성이 떨어진다며 반대 권고를 받은 기업은 7곳에 달했다.

셀트리온이 대표적으로 사외이사 6명 중 4명이 의결권 자문사들로부터 반대 권고를 받았다. 김동일·이요셉 이사의 경우 자사와 계열사에 장기 근속했다는 이유로, 전병훈·조균석 이사는 서정진 대표와 고등학교 동문이라는 이유로 반대 권고를 받았다. 이 중 김동일·이요셉·조균석 이사는 셀트리온에 10년 이상 근속하며 이해관계가 얽혔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들은 주총에서 과반의 표를 얻어 연임에 성공했다.

현대자동차 이동규 이사와 포스코 김성진·김주연 이사, 삼성물산 이현수·윤창현·필립 코쉐 이사, 현대모비스 이병주·유지수 이사, 삼성생명 김준영 이사, SK이노베이션 김정관 이사 등이 이해상충 문제로 의결권 자문사로부터 반대 권고를 받았다.

출석률 저조 문제도 있었다. 이사회에 일정비율 이상 출석하지 않을 경우 의결권 자문사들이 반대 권고를 하는데, SK지주의 이찬근 이사가 여기에 포함됐다. 이 이사는 한세예스24홀딩스의 사외이사로 2017년 선임됐는데, 19번의 이사회 가운데 총 6번 불참해 71%의 출석률을 나타났다.

신한지주의 경우 일본인 사외이사들의 특정 이해관계가 지목됐다. 신한지주는 사내이사 1명과 사외이사 10명 등 총 11명이 이사회 멤버인데, 이 가운데 5명은 일본계 사외이사다. 일본계 자본 출자를 통해 만들어진 신한은행의 특성 때문인데, 이에 대해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독립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 권고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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