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뇌삼 경영’ 하는 송혜자 우암코퍼레이션 회장
‘장뇌삼 경영’ 하는 송혜자 우암코퍼레이션 회장
  • 이필재 인물스토리텔러
  • 승인 2018.04.02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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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실적보다 미래비전 중시…스물일곱에 창업해 알토란 기업으로 키워
송혜자 회장은 스물일곱에 정보통신 벤처 우암을 창업했다.<우암>

송혜자 우암코퍼레이션 회장은 1993년 스물일곱의 나이에 정보통신 벤처 우암을 창업했다. 4평짜리 사무실에서 시작했다. 이렇다 할 학연도 지연도 없었다. 부모에게서 시드머니를 받은 것도 아니었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는 게 그의 거의 유일한 자산이었다.

그로부터 22년이 흐른 2015년 우암은 300만 달러 수출탑을 받았다. 해외진출을 추진한 지 5년 만이었다. 소프트웨어 기업이 300만 달러 수출탑을 수상한 예는 극히 드물다. 

이에 앞서 2013년엔 에티오피아 전력청이 발주한 600만 달러 규모의 광복합가공지선(OP GW) 설치 등을 턴키베이스로 수주했다. 1997년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도로를 닦은 경남기업에 이어 한국기업으로는 두 번째 에티오피아 진출이다. 

IT 기업에서 에너지 컨설팅으로 사업 다각화 

 IT 기업인 우암은 에너지 컨설팅으로 사업을 다각화한 후 엔지니어링 쪽으로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 송 회장이 주목하는 해외 시장은 중동과 아프리카다.

“이 지역은 오일 머니가 많습니다. 대금결제도 현금으로 해요. IT 수준은 초기인 반면 이러닝 등에 대한 수요가 많습니다. 이런 현상엔 문화적인 배경이 있어요. 중동은 지금도 여성이 혼자서 밖에 나다닐 수 없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심지어 40세 미만 외국인 여성에게 입국 비자도 안 내줍니다. 그 자체가 여성 기업인에겐 진입장벽으로 작용하죠. 이 지역은 또 거의 다 수의계약을 합니다. 시장을 선점하면 안정적으로 비즈니스를 할 수 있어요. 미국 등 선진국에 진출하는 것도 좋지만 중동에선 선진국에 들이는 노력과 시간의 절반으로도 더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어요. 한마디로 블루오션이죠.”

우암을 창업할 당시 그는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20대의 창업 경험은 그 어떤 경험보다도 값진 것이 될 거라고 믿었다. 

“기업을 하다 보면 역경에 부닥칠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면 내 안에서 그 역경을 극복하려는 나와 포기하려는 내가 서로 싸웁니다. 그러나 아무리 어려워도 포기한 적은 없어요. 항상 역경을 극복하려는 내가 더 강했기 때문이죠. 중학교 2학년 때 읽은 여류작가의 책 두 권이 저를 강한 사람으로 바꿔놓았습니다. 시몬 드 보부아르의 <위기의 여자>와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죠.” 

<위기의 여자>엔 이런 문장이 나온다. 
‘저 굳게 닫힌 문 뒤에 내 미래가 있다는 걸 알아요. 결국 내 손으로 저 문을 열고 들어가야겠죠.’
 “중학교 때 남들 공부하는 시간에 이들 책에 빠져 나름의 자아 찾기를 했어요.”
 

송혜자 회장은 단기실적보다 미래비전과 성장동력을 중시 하는 경영을 강조한다.<우암>

 

고아인 제인 에어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지만 당당하게 고난을 이겨내고 자신의 사랑을 찾는다. 철학자이기도 한 보부아르는 “여성은 여성으로 태어나는 게 아니라 여성으로 만들어지는 존재”라고 주장했다. 

송 회장은 그 시절 어린 나이였지만 능력 있는 여성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려면 전문직에 종사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시절 집안 형편이 안 좋았습니다. 결국 그런 상황이 저에게 약이 되기는 했습니다만. 어쨌거나 능력 있고 당당한 여성이 되어 미래의 내 삶을 스스로 개척해 가리라 결심했죠.”

시장이 원하는 제품이 가장 뛰어난 제품

사업은 잘 됐고 돈도 꽤 벌었다. 그런데 엔지니어 출신 기업가로서 자체 개발한 솔루션이 없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연구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자체적으로 제품을 개발하기란 만만치 않았다. 자금이 바닥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벤처 캐피털 쪽에선 왜 기업공개를 하지 않느냐고 아우성이었다. 빈털터리가 됐을 때에 대비해 사둔 땅을 팔아 위기에서 겨우 벗어났다. 

“벤처기업인만큼 기술이 우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의욕적으로 내놓은 화상회의 솔루션이 잘 안 팔렸습니다. 고객 분석을 해 보니 이런 소프트웨어 도입의 의사결정권자가 시력이 좋지 않은 50~60대에 컴맹들이더라고요. 그래서 문서회의 시스템을 만들었는데 이게 히트해 어려운 고비를 넘겼죠. 돈이 떨어지자 고객이 보이기 시작했고 고객에게 주목했더니 기회가 눈에 들어 왔습니다. 결국 시장이 원하는 제품이야말로 가장 뛰어난 제품이라고 할 수 있죠.” 

자기 기술을 믿고 신제품 개발에 매달리는 것이 이른바 기술자 창업의 한계다. 한계에 부닥쳤을 때 그는 시장으로 눈을 돌려 그 장벽을 훌쩍 뛰어넘었다. 

그는 창업을 꿈꾸는 대학 졸업생을 상대로 강연을 할 때면 아바의 ‘난 꿈이 있어요(I have a dream)’란 팝송을 튼다. 모교인 중학교 후배들 앞에 섰을 땐 파란색 체육복을 입은 중학교 시절의 사진을 띄워놓고 강연을 시작했다. 
“나도 너희처럼 코를 훌쩍거리는 평범한 아이였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꿈을 꾸었기에 그 꿈을 이루었고 지금도 계속 꿈을 꾼다고 했죠. 꿈이 있으면 현실의 어떤 고난과 슬픔도 이겨낼 수 있어요.”
 

송혜자 회장이 생각하는 우암의 비전은
‘지속가능한 기업, 정년없는 회사’다<우암>

 

우암은 중소기업이지만 3~5년 단위로 로드맵을 그린다. 그는 “우암은 장뇌삼(심어서 기른 산삼) 경영을 한다”고 말했다. 도라지를 심을 수도 있고 장뇌삼을 심을 수도 있는데 사람들이 대부분 도라지만 심는다는 것이다. 도라지는 봄가을로 뿌리를 채취하지만 장뇌삼은 캐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단기실적보다 미래비전과 성장동력을 중시하는 경영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임직원에게 우리가 출전한 종목은 마라톤이지 100m 달리기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이 ‘사물을 다른 각도에서 보라’며 책상 위에 올라갔듯이 책상 위에 올라서서 의자에 앉아서는 볼 수 없는 세상을 보라고 말합니다.”

회사 이름 ‘우암’은 선조인 송시열 선생 호에서 따 

우암이라는 회사 이름은 자신의 선조로 조선 후기 좌의정을 지낸 송시열 선생의 호에서 따왔다. 1990년대 초 영어로 된 사명(社名)이 유행할 때였다. 그는 무거운 이름 탓에 부담이 컸지만 한편으로 도움도 됐다고 말했다. 
“조상에게 누가 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면 투명하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결론을 냅니다.” 
 우암의 비전은 ‘지속가능한 기업, 정년 없는 회사’다. 
“자기 분야의 프로페셔널에게 정년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는 직장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단 그런 인력이 되려면 당사자도 꾸준히 자기계발을 해야겠죠.”

여성벤처협회장을 지낸 그는 여성 기업인들이 열정은 넘치는데 전략적인 마인드가 다소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기업에 가장 중요한 게 바로 방향성입니다. 시장의 트렌드를 잘 읽고 회사가 나아갈 방향을 잡아야 하는데 여성이 그런 전략적 사고에 약해요. 전략적 사고를 강화하는 자기 훈련이 필요합니다.”

송 회장은 “지금 같은 저성장 시대엔 성장 잠재력이 크고 인구가 많은 저개발·개발도상국에서 한국경제의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개발·개발도상국에 하이텍이 아니라 그 나라에 꼭 필요한 적정기술을 파는 거예요. 국내에서는 가치를 상실했어도 그 나라에서는 유용한 기술 말입니다. 앞선 기술 말고요. 송전망도 안 깔린 나라에 스마트 그리드 기기를 팔겠어요?”

모바일 기기를 예로 들면 우리나라는 무선호출기부터 2G, LTE, 5G에 이르기까지 모두 만들어 봤다. 이 가운데 우리가 팔 수 있는 기술을 들고 이들 나라에 들어가자는 것이다. 
“그러자면 나라의 사정을 잘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 시장도 진출 타이밍을 놓치면 안 돼요. 몇 십 년 후면 글로벌 시장의 기술 수준이 평준화될 겁니다.”

가치관은 ‘구성원이 행복해 하고 재미있게 일하는 직장’

하나의 기업으로서 우암의 가치관은 ‘구성원들이 행복해 하고 재미있게 일하는 직장’이다. 
“창업할 때부터 이런 가치관을 추구한 건 아니에요. 외형 성장, 고수익성, 지속가능성 순으로 추구하는 목표가 변했습니다. 지금은 사람들이 행복하고 재미있게 일했으면 합니다. 그런데 직원들이 행복해지려면 회사가 세상에 이로운 일을 해야 하더라고요.” 

중소기업치고는 나름 전도유망한 회사지만 우수한 직원 여럿이 고액 연봉을 쫓아 떠났다. 회사의 가치관에 공감하는 사람이 주로 남았다.

“기업의 가치관은 직원들을 잡아두는 효과가 있어요. 봉급 적게 주는 비정부기구에 의외로 스펙 좋고 우수한 인재들이 많습니다. 사명감으로 일하는 사람들이죠. 우암도 연말이면 캄보디아에 우물도 파주고 라오스에 학교도 세웁니다. 환경재단의 만분클럽(매출액의 1만분의 1을 환경재단에 환경기금으로 기부하는 친환경 기업)에도 가입했어요. 땀 흘려 일해 올린 회사 수익의 일부를 세상을 위해 쓰는 것을 직원들도 좋아하고 자부심을 느낍니다. 이런 우암의 가치관이 좋아 입사한 사람도 있어요. 어떻게 보면 그런 사람들이 우암에 모이는 거죠. 결국 회사의 지속가능성도 커질 거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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