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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곁엔 배 열두 척도 없다
김현종 곁엔 배 열두 척도 없다
  • 양재찬 경제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3.30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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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무역전쟁 중이다. 방아쇠는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겼다.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에 이어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해서도 높은 관세를 매겼다.

핵심 타깃은 미국과의 교역에서 큰 흑자를 내는 중국이다.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응한다며 중국산 1300여개 품목에 25% 관세를 매기는 계획을 담은 통상법 301조에 관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중국은 128개 미국산 수입품에 보복관세 15~25%를 부과하겠다고 받아쳤다.

중국과 미국은 한국의 1, 2위 수출국이다. 대(對)중국 수출액의 80%가 중간재다. 중국의 대미(對美) 수출이 감소하면 곧바로 국내 기업이 영향을 받는 구조다. 수출 비중 3위인 유럽연합(EU)까지 무역전쟁에 뛰어들면 상황은 더 꼬인다.

극과 극은 통하는가. 미중 무역전쟁이 반시장적 야합으로 치닫는다. 중국이 한국과 대만산 반도체 수입을 줄이는 대신 미국산 반도체 수입을 늘리는 타협안을 미국과 모색 중이라는 외신 보도가 이어졌다. 미국 반도체 기업인 인텔과 퀄컴의 주가가 급등한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하락했다. 한국 반도체가 미중 무역전쟁의 희생양이 되어가는 모양새다.

그 직전 한국과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타결했다.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시장 추가 개방과 한국산 철강에 대한 고율관세 제외를 놓고 패키지 딜이 이뤄졌다.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조기 매듭지은 것은 다행이지만, 당초 목표한 ‘상호이익 균형’과는 거리가 있다.

문제는 미국의 통상 공세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미중 무역전쟁 또한 한동안 지속되리란 점이다. 미국이 언제 또 환율조작국 지정 으름장을 놓을지 모른다. 중국을 공격한 것처럼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무역에 관한 한 동맹은 없다며 보호무역주의를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이다. 종신 집권의 기반을 다진 시진핑 중국 주석도 만만히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미국의 통상 공세는 물론 미중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지지 않도록 기민하게 대응해야 할 텐데 이를 해낼 조직과 인력이 빈약하기 짝이 없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대통령 직속기구이고 USTR 대표는 장관급이다. 전체 인원이 300명, 20~30년간 통상 업무를 다뤄온 베테랑과 민간 로펌에서 활동하던 전문가들이 즐비하다.

이에 비해 우리 통상교섭본부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조직이고 본부장은 차관급이다. 인원도 미국의 절반인 165명, 그나마 2~3년 근무하다가 다른 데로 옮기는 순환근무로 전문성이 떨어진다. 오죽하면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배 열두 척도 안 된다”고 했을까.

늦었지만 우리도 대통령 직속기구로 통상 컨트롤타워를 세우자. 책임자를 장관급으로 격상시키고 조직도 보강하자. 산업부 직원 몇몇을 이동시킬 게 아니라 미국․중국․EU 등에서 공부해 현지 네트워크를 갖춘 변호사․회계사 인력을 충원해 전문성을 높이자.

속담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며 뒤늦은 대처를 나무란다. 그러나 현실은 소 잃고 난 뒤에라도 외양간을 제대로 고쳐야 다시 소를 가둬 키울 수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 미국의 통상 공세에 그렇게 당하고도 통상 외양간을 탄탄히 하지 않으면 경제 전체가 망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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